[뉴스해설] 북한의 후계 구축과 무리수

입력 2010.04.23 (07:04) 수정 2010.04.23 (07: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고유환 객원 해설위원]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들’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려다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사건은 2008년 원정화 사건 이후 두 번째입니다. 황장엽 비서는 망명 이후 줄곧 북한 김정일 정권을 ‘수령절대주의체제’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남측 새 정부 출범 이후 황 비서는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면서 북한 권부의 부조리와 3대 세습을 비판해왔습니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북한지도부가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언급돼는 가운데 간첩사건이 발생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한 북한 국방위원회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측 대통령에 대한 ‘역도’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하는 등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완화조짐을 보이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데는 북한의 후계구축과 무관치 않습니다.



황장엽 비서 암살기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암살조가 소속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은 지난해 2월 김정은이 기존의 정찰국에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을 포함하여 격상시킨 대남공작의 총본산입니다.



김정은이 해외 정보 및 공작조직을 장악하고 정찰총국을 통해 후계자로서의 지도력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건강악화 이후 북한의 정책결정구조에 이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전면대결선언’을 하는 등 위기수위를 높이고, 국제사회를 향해서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초강수를 연거푸 쏟아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150일전투, 100일전투, 화폐개혁 등을 주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실패에 따른 또 다른 무리수가 나타날 개연성은 높습니다.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뇌졸중 이후 북한에서 후계구축이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전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 후계를 지명한 1974년 2월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은 편이었고 김일성이 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고 ‘선군정치’에 따른 군부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습니다.



북한지도부가 김정은 후계지명을 가시화한 데는 지도자의 유고를 곧바로 정권과 체제붕괴로 등치시키려는 외부세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권력의 급격한 이동과 권력투쟁의 가능성 등을 의식해서 후계구축을 미뤄왔던 북한지도부가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김정일 건강악화에 따른 급변사태론의 재부각 등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로 보입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변수가 한반도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북한의 후계 구축과 무리수
    • 입력 2010-04-23 07:04:44
    • 수정2010-04-23 07:10:18
    뉴스광장 1부
[고유환 객원 해설위원]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들’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려다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사건은 2008년 원정화 사건 이후 두 번째입니다. 황장엽 비서는 망명 이후 줄곧 북한 김정일 정권을 ‘수령절대주의체제’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남측 새 정부 출범 이후 황 비서는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면서 북한 권부의 부조리와 3대 세습을 비판해왔습니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북한지도부가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언급돼는 가운데 간첩사건이 발생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한 북한 국방위원회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측 대통령에 대한 ‘역도’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하는 등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완화조짐을 보이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데는 북한의 후계구축과 무관치 않습니다.

황장엽 비서 암살기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암살조가 소속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은 지난해 2월 김정은이 기존의 정찰국에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을 포함하여 격상시킨 대남공작의 총본산입니다.

김정은이 해외 정보 및 공작조직을 장악하고 정찰총국을 통해 후계자로서의 지도력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건강악화 이후 북한의 정책결정구조에 이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전면대결선언’을 하는 등 위기수위를 높이고, 국제사회를 향해서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초강수를 연거푸 쏟아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150일전투, 100일전투, 화폐개혁 등을 주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실패에 따른 또 다른 무리수가 나타날 개연성은 높습니다.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뇌졸중 이후 북한에서 후계구축이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전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 후계를 지명한 1974년 2월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은 편이었고 김일성이 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고 ‘선군정치’에 따른 군부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습니다.

북한지도부가 김정은 후계지명을 가시화한 데는 지도자의 유고를 곧바로 정권과 체제붕괴로 등치시키려는 외부세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권력의 급격한 이동과 권력투쟁의 가능성 등을 의식해서 후계구축을 미뤄왔던 북한지도부가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김정일 건강악화에 따른 급변사태론의 재부각 등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로 보입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변수가 한반도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