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둑 맞은 ‘피카소 그림’의 진실

입력 2010.04.26 (08:50) 수정 2010.04.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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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피카소,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 화가죠.



그 명성만큼이나 그림 값도 화제인데요.



그런데 최근 국내에 있던 피카소 그림 3점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민우 기자, 범인들이 무려 200억 원에 피카소 그림을 사겠다며 그림 소장자에게 접근했다고요?



<리포트>



그림 값 200억 원, 정말일까 의심스럽겠지만 솔깃하겠죠.



3천 억 대 재력가라죠, 영국 왕실 도자기 사진도 있죠, 그래서 믿었습니다.



그런데 사겠다고 해놓고 함께 밥 먹으로 간 사이에 그림 3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도둑과 피해자, 둘 다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습니다.



도난당한 피카소 그림 3점이 가짜라는 점이었습니다.



도둑은 도둑대로,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얼마나 황당할까요?



피카소 특유의 입체주의가 살아있는 담채화 ’양을 안을 남자’. 강렬한 색감의 ’콧수염 남자의 초상화’.



그리고 세계적으로 75장 밖에 없다는 판화, ’초상화를 그리는 남자’.



이 그림들은 부산의 한 기업가 김씨가 지난 2004년 중국에서 구입했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그림 소장자가) 그림에 대해서 조예가 깊으시고 관심이 많으신 분입니다. 피카소 그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니까, 한 점에 1억 5천에서 2억 정도에 구입을 한 것으로..."



그러던 지난해 11월, 6년간 소장하던 그림 3점을 팔려고 내놨는데요.



잘 팔릴까 싶었는데, 선뜻 피카소 그림들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저는 1억을 달라, 10억을 달라 얘기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문제가 없도록 해서 돈 200억을 주겠다고, (상대편에서)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무려 20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



정말일까 싶어, 일단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뜻밖에도 이들이 만난 장소는 허름한 건설회사 사무실이었습니다.



재력가라던 이야기가 의심스러웠지만, 믿을 수밖에 없게 말을 건넸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이 씨 왕족 후손이고, 말레이시아에 농장이 있고, 소개를 받고 갔을 때 영국 왕실 도자기도 사진 찍어서 가져오고... (그림 중계 상인이) ’절대 (사기꾼) 아닙니다. 정확한 분입니다’ 말을 믿고 거래하게 된 겁니다."



한 달 동안 그림 감정까지 했습니다.



재력가 이 씨는 일본 교수 등 감정사까지 불러 진짜 피카소 그림이라는 걸 확인 받고 나서야, 그림들을 사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그림과 돈을 교환하기로 한 지난해 12월, 이 씨는 자리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이 씨는 없고, (사무실에 있던) 세 사람은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 회장님은 왜 안 오시느냐 물었는데, 기다리다가 ’식사나 하러 갑시다’라고... 가기 전에 그림을 차에 싣고 가려고 했지만, 큰 사무실이니까 별일 없겠지 싶어 두고 갔다 왔는데... 갔다 오니까 그림이 없어져서..."



식사 시간에 없어진 그림, 모든 게 미끼였던 셈입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 했고, 지난 15일, 피의자들이 붙잡혔습니다.



왕족 후손에, 기업 회장이라던 사람들. 알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한 명은 부동산 컨설팅 대표로 되어 있고, 다른 한 명은 무직이고..."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던 피의자 이 씨.



유명한 피카소의 그림들이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을 꾸민 것입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예술)쪽에서는 소문이 났나 봐요. 피카소 그림이 있다. 그러니까 피의자들이 저거를 우리가 훔쳐서 팔자..."



도난 사건을 부른 피카소의 그림 3점. 그런데 조사를 하면서 뭔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피카소 그림은 우리나라에서 매매가 잘 안된대요. (위작이 의심스러워서) 프랑스에 있는 피카소 재단에 의뢰했죠."



정확한 진품 감정을 위해, 프랑스 피카소 전문가에게 문의 했는데요.



한 달 만에 경찰이 받아 본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양을 안은 남자는 프랑스 피카소 재단에 걸려 있고, 콧수염 남자의 초상화는 (원본과) 크기가 다르다는 거예요. (갖고 있던) 그림하고..."



감정 결과, 그림 3점 중 2점은 위작, 그리고 판화를 찍어낸 그림은 전 세계에 75점이 있어 확인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확인해보니 위작인 그림에는 진품을 증명하는 감정서가 없었고, 피카소의 서명만 진품처럼 담겨 있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감정을 받았는지 모르는데, (서명 때문에) 확신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그림은) 진짜다, 진품이다’, 피해자도 그렇고, 피의자도 그렇고..."



서명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적 명화가 전시된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에도 피카소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인터뷰> 이선미(부산시립미술관/큐레이터) : "피카소의 특징은 사람이나 물체를 한 방향에서만 그리길 원하지 않았고요.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분석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피카소 서명이 상단에 있죠."



피카소 사인을 비교해도 진품과 위작은 크기나 필체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을 1억 5천만 원에 샀다는 점도 의심스럽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이선미(부산시립미술관/큐레이터) : "피카소의 한 작품이 경매에 붙여질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그 작품이 적어도 3300만 유로에서 4500만 유로, 한국 돈으로 5억 원 정도 낙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0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제시하며, 가짜 피카소 그림을 훔쳤던 황당한 사건.



범행을 주도한 피의자 이 씨는 도주했고, 두 공범만 사기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림 소장자는 아직도 위작 판정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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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둑 맞은 ‘피카소 그림’의 진실
    • 입력 2010-04-26 08:50:18
    • 수정2010-04-26 09: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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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피카소,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 화가죠.

그 명성만큼이나 그림 값도 화제인데요.

그런데 최근 국내에 있던 피카소 그림 3점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민우 기자, 범인들이 무려 200억 원에 피카소 그림을 사겠다며 그림 소장자에게 접근했다고요?

<리포트>

그림 값 200억 원, 정말일까 의심스럽겠지만 솔깃하겠죠.

3천 억 대 재력가라죠, 영국 왕실 도자기 사진도 있죠, 그래서 믿었습니다.

그런데 사겠다고 해놓고 함께 밥 먹으로 간 사이에 그림 3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도둑과 피해자, 둘 다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습니다.

도난당한 피카소 그림 3점이 가짜라는 점이었습니다.

도둑은 도둑대로,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얼마나 황당할까요?

피카소 특유의 입체주의가 살아있는 담채화 ’양을 안을 남자’. 강렬한 색감의 ’콧수염 남자의 초상화’.

그리고 세계적으로 75장 밖에 없다는 판화, ’초상화를 그리는 남자’.

이 그림들은 부산의 한 기업가 김씨가 지난 2004년 중국에서 구입했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그림 소장자가) 그림에 대해서 조예가 깊으시고 관심이 많으신 분입니다. 피카소 그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니까, 한 점에 1억 5천에서 2억 정도에 구입을 한 것으로..."

그러던 지난해 11월, 6년간 소장하던 그림 3점을 팔려고 내놨는데요.

잘 팔릴까 싶었는데, 선뜻 피카소 그림들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저는 1억을 달라, 10억을 달라 얘기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문제가 없도록 해서 돈 200억을 주겠다고, (상대편에서)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무려 20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

정말일까 싶어, 일단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뜻밖에도 이들이 만난 장소는 허름한 건설회사 사무실이었습니다.

재력가라던 이야기가 의심스러웠지만, 믿을 수밖에 없게 말을 건넸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이 씨 왕족 후손이고, 말레이시아에 농장이 있고, 소개를 받고 갔을 때 영국 왕실 도자기도 사진 찍어서 가져오고... (그림 중계 상인이) ’절대 (사기꾼) 아닙니다. 정확한 분입니다’ 말을 믿고 거래하게 된 겁니다."

한 달 동안 그림 감정까지 했습니다.

재력가 이 씨는 일본 교수 등 감정사까지 불러 진짜 피카소 그림이라는 걸 확인 받고 나서야, 그림들을 사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그림과 돈을 교환하기로 한 지난해 12월, 이 씨는 자리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공○○(피해자) : "이 씨는 없고, (사무실에 있던) 세 사람은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 회장님은 왜 안 오시느냐 물었는데, 기다리다가 ’식사나 하러 갑시다’라고... 가기 전에 그림을 차에 싣고 가려고 했지만, 큰 사무실이니까 별일 없겠지 싶어 두고 갔다 왔는데... 갔다 오니까 그림이 없어져서..."

식사 시간에 없어진 그림, 모든 게 미끼였던 셈입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 했고, 지난 15일, 피의자들이 붙잡혔습니다.

왕족 후손에, 기업 회장이라던 사람들. 알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한 명은 부동산 컨설팅 대표로 되어 있고, 다른 한 명은 무직이고..."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던 피의자 이 씨.

유명한 피카소의 그림들이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을 꾸민 것입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예술)쪽에서는 소문이 났나 봐요. 피카소 그림이 있다. 그러니까 피의자들이 저거를 우리가 훔쳐서 팔자..."

도난 사건을 부른 피카소의 그림 3점. 그런데 조사를 하면서 뭔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피카소 그림은 우리나라에서 매매가 잘 안된대요. (위작이 의심스러워서) 프랑스에 있는 피카소 재단에 의뢰했죠."

정확한 진품 감정을 위해, 프랑스 피카소 전문가에게 문의 했는데요.

한 달 만에 경찰이 받아 본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양을 안은 남자는 프랑스 피카소 재단에 걸려 있고, 콧수염 남자의 초상화는 (원본과) 크기가 다르다는 거예요. (갖고 있던) 그림하고..."

감정 결과, 그림 3점 중 2점은 위작, 그리고 판화를 찍어낸 그림은 전 세계에 75점이 있어 확인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확인해보니 위작인 그림에는 진품을 증명하는 감정서가 없었고, 피카소의 서명만 진품처럼 담겨 있었습니다.

<인터뷰> 류병규(동대문경찰서 강력팀/경사) : "감정을 받았는지 모르는데, (서명 때문에) 확신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그림은) 진짜다, 진품이다’, 피해자도 그렇고, 피의자도 그렇고..."

서명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적 명화가 전시된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에도 피카소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인터뷰> 이선미(부산시립미술관/큐레이터) : "피카소의 특징은 사람이나 물체를 한 방향에서만 그리길 원하지 않았고요.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분석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피카소 서명이 상단에 있죠."

피카소 사인을 비교해도 진품과 위작은 크기나 필체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을 1억 5천만 원에 샀다는 점도 의심스럽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이선미(부산시립미술관/큐레이터) : "피카소의 한 작품이 경매에 붙여질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그 작품이 적어도 3300만 유로에서 4500만 유로, 한국 돈으로 5억 원 정도 낙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0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제시하며, 가짜 피카소 그림을 훔쳤던 황당한 사건.

범행을 주도한 피의자 이 씨는 도주했고, 두 공범만 사기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림 소장자는 아직도 위작 판정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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