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택시는 지금 녹음중?…‘블랙박스’ 논란

입력 2010.05.06 (08:50) 수정 2010.05.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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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멘트>



요즘 택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택시의 영상기록 장치, 일명 ’블랙박스’인데요, 문제는 사고영상 녹화뿐 아니라, 녹음까지 이뤄지면서 승객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예컨대 택시에서 나눈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되면 기분이 어떻겠냔 건데요,



정수영 기자, 이 영상기록장치가 뭔지부터 좀 설명해주시죠.



항공기 추락 사고가 나면 사고 조사단이 가장 먼저 찾는 게 블랙박스, 즉 비행자료 자동기록장치라고 하죠.



택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택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거로 남겨두기 위해 설치하는 게 바로 택시 블랙박스, 영상기록장치입니다.



문제는 녹음 기능도 있다는 점이죠. 택시 기사들은 대체로 환영합니다.



하지만 승객들은 좀 찜찜해 하시는 분들이 많죠.





늦은 밤, 승객을 태운 택시 한 대가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있던 술 취한 승객이 택시 기사를 향해 욕설을 퍼붓습니다.



<녹취> “서라고 이 OOO아”



급기야 주먹질까지 서슴지 않자 택시 기사는 차를 세우고 밖으로 피하지만 승객은 끝까지 쫓아가 온몸을 마구 폭행합니다. 느닷없는 봉변을 당한 택시 기사는 기사 경력 5년째인 50살 최모 씨.



<녹취> 최OO(택시 기사) : “갑자기 발로 차고 이유도 없이 갑자기 그러니까 당황했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최 씨는 승객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폭행 장면이 그대로 녹화된 영상기록장치, 즉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최OO(택시 기사) :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가 없었으면 꼼짝없이 억울한 일을 당할 뻔 했죠. (영상을) 보여주니까 그 사람이 아무 말도 못하는 거예요.”



여성 택시 기사들이 운전하는 택시의 경우 운전 도중 술 취한 남성 승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상황이 녹화되기도 합니다.



<녹취>“아니 손 내리세요. 손 내리시라고요.”



<녹취>“손 내리시라니까요. 이 양반이 지금”



택시 경력 5년차인 여성 택시 기사 48살의 김모 씨는 녹화된 상황과 비슷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진저리를 칩니다.



<녹취> 김OO(여성 택시 기사) : “갑자기 (승객이) 오빠하고 뽀뽀 한 번 해야지 막 그러면서 저한테 달려들어서 밀쳐냈는데도 남자 힘을 못 이기죠.”



김 씨는 택시기사를 성추행할 경우 고스란히 블랙박스에 녹화된다는 사실이 성추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OO(여성 택시 기사) :“한 번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밤에는 무섭죠. 남자 승객이 타면 일단 초긴장 상태입니다. 항상 그래요. 항상”



무엇보다 택시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택시기사 스스로 교통법규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될 수밖에 없어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수(택시 기사) : “가끔 차 없으면 늦은 시간에는 신호위반도 했는데 지금은 카메라가 있으니까 신호 위반도 자제하게 되고.”



택시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증거 확보는 물론 택시기사를 보호하고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를 거두면서 설치하는 택시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인천시가 처음으로 택시 영상기록장치를 부착한 데 이어 경기도와 서울시도 법인택시를 중심으로 설치를 장려하면서 택시 블랙박스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민(택시업체 관계자) : “인천광역시 같은 경우는 법인 택시는 전부다 6천여 대 가까이 장착을 하고 있었고요. 개인택시는 개인 사업자다 보니까 찬성하는 운전자들만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를 설치해 운행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도입된 택시 블랙박스를 놓고 택시업계와 기사들이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막상 블랙박스가 있다는 설명을 듣는 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녹취> “이게 뭔지 아시죠. 내부에도 녹화되고 녹음되고 바깥에도 녹화되고.”



<녹취> “나한테 손해 볼 건 없는데 어차피 기사들을 위해 하는 건데 좋은 거죠.”



<녹취> “여자들은 택시 타고 출퇴근할 때 화장도 하는데 그런 게 일일이 다 보이니까 흉할 수도 있고 사람 일이란 게 갑자기 뭔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점은 바로 택시 블랙박스가 지닌 녹음 기능, 자신이 내뱉은 말이 자신도 모르게 녹음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대답이 많습니다.



<인터뷰> 유나래(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 “예전에 인터넷에서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가 있단 얘기는 들었는데 음성까지 녹음된다는 건 몰랐네요. 음성까지 녹음된다면 제 개인정보가 노출되는데 불안한 것 같아요.”



<인터뷰> 박지용(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에 녹음된다면 미리 영상기록장치가 있고 지금부터 녹음을 시작하겠다고 이야기하면 택시를 탈 때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특히 차량 전방 촬영은 물론 택시 내부까지 촬영할 수 있는 신형 블랙박스까지 보급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 장여경(진보네트워크 정책활동가) : “자신의 정보를 누가 언제 어떻게 수집하고 처리하는지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보 인권이거든요. 근데 택시 안에 CCTV로 촬영하고 음성을 녹음하는 것은 정보 주체인 승객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큰 것입니다.”



택시 안전운행과 택시기사 보호, 그리고 승객 사생활 보장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목표들이 충돌하는 가운데 지금도 새로운 블랙박스들은 더 많은 택시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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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5-06 08:50:32
    • 수정2010-05-06 1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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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멘트>

요즘 택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택시의 영상기록 장치, 일명 ’블랙박스’인데요, 문제는 사고영상 녹화뿐 아니라, 녹음까지 이뤄지면서 승객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예컨대 택시에서 나눈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되면 기분이 어떻겠냔 건데요,

정수영 기자, 이 영상기록장치가 뭔지부터 좀 설명해주시죠.

항공기 추락 사고가 나면 사고 조사단이 가장 먼저 찾는 게 블랙박스, 즉 비행자료 자동기록장치라고 하죠.

택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택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거로 남겨두기 위해 설치하는 게 바로 택시 블랙박스, 영상기록장치입니다.

문제는 녹음 기능도 있다는 점이죠. 택시 기사들은 대체로 환영합니다.

하지만 승객들은 좀 찜찜해 하시는 분들이 많죠.


늦은 밤, 승객을 태운 택시 한 대가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있던 술 취한 승객이 택시 기사를 향해 욕설을 퍼붓습니다.

<녹취> “서라고 이 OOO아”

급기야 주먹질까지 서슴지 않자 택시 기사는 차를 세우고 밖으로 피하지만 승객은 끝까지 쫓아가 온몸을 마구 폭행합니다. 느닷없는 봉변을 당한 택시 기사는 기사 경력 5년째인 50살 최모 씨.

<녹취> 최OO(택시 기사) : “갑자기 발로 차고 이유도 없이 갑자기 그러니까 당황했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최 씨는 승객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폭행 장면이 그대로 녹화된 영상기록장치, 즉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최OO(택시 기사) :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가 없었으면 꼼짝없이 억울한 일을 당할 뻔 했죠. (영상을) 보여주니까 그 사람이 아무 말도 못하는 거예요.”

여성 택시 기사들이 운전하는 택시의 경우 운전 도중 술 취한 남성 승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상황이 녹화되기도 합니다.

<녹취>“아니 손 내리세요. 손 내리시라고요.”

<녹취>“손 내리시라니까요. 이 양반이 지금”

택시 경력 5년차인 여성 택시 기사 48살의 김모 씨는 녹화된 상황과 비슷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진저리를 칩니다.

<녹취> 김OO(여성 택시 기사) : “갑자기 (승객이) 오빠하고 뽀뽀 한 번 해야지 막 그러면서 저한테 달려들어서 밀쳐냈는데도 남자 힘을 못 이기죠.”

김 씨는 택시기사를 성추행할 경우 고스란히 블랙박스에 녹화된다는 사실이 성추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OO(여성 택시 기사) :“한 번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밤에는 무섭죠. 남자 승객이 타면 일단 초긴장 상태입니다. 항상 그래요. 항상”

무엇보다 택시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택시기사 스스로 교통법규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될 수밖에 없어 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수(택시 기사) : “가끔 차 없으면 늦은 시간에는 신호위반도 했는데 지금은 카메라가 있으니까 신호 위반도 자제하게 되고.”

택시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증거 확보는 물론 택시기사를 보호하고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를 거두면서 설치하는 택시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인천시가 처음으로 택시 영상기록장치를 부착한 데 이어 경기도와 서울시도 법인택시를 중심으로 설치를 장려하면서 택시 블랙박스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민(택시업체 관계자) : “인천광역시 같은 경우는 법인 택시는 전부다 6천여 대 가까이 장착을 하고 있었고요. 개인택시는 개인 사업자다 보니까 찬성하는 운전자들만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를 설치해 운행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도입된 택시 블랙박스를 놓고 택시업계와 기사들이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막상 블랙박스가 있다는 설명을 듣는 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녹취> “이게 뭔지 아시죠. 내부에도 녹화되고 녹음되고 바깥에도 녹화되고.”

<녹취> “나한테 손해 볼 건 없는데 어차피 기사들을 위해 하는 건데 좋은 거죠.”

<녹취> “여자들은 택시 타고 출퇴근할 때 화장도 하는데 그런 게 일일이 다 보이니까 흉할 수도 있고 사람 일이란 게 갑자기 뭔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점은 바로 택시 블랙박스가 지닌 녹음 기능, 자신이 내뱉은 말이 자신도 모르게 녹음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대답이 많습니다.

<인터뷰> 유나래(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 “예전에 인터넷에서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가 있단 얘기는 들었는데 음성까지 녹음된다는 건 몰랐네요. 음성까지 녹음된다면 제 개인정보가 노출되는데 불안한 것 같아요.”

<인터뷰> 박지용(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에 녹음된다면 미리 영상기록장치가 있고 지금부터 녹음을 시작하겠다고 이야기하면 택시를 탈 때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특히 차량 전방 촬영은 물론 택시 내부까지 촬영할 수 있는 신형 블랙박스까지 보급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 장여경(진보네트워크 정책활동가) : “자신의 정보를 누가 언제 어떻게 수집하고 처리하는지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보 인권이거든요. 근데 택시 안에 CCTV로 촬영하고 음성을 녹음하는 것은 정보 주체인 승객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큰 것입니다.”

택시 안전운행과 택시기사 보호, 그리고 승객 사생활 보장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목표들이 충돌하는 가운데 지금도 새로운 블랙박스들은 더 많은 택시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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