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독극물 막걸리 ‘미스터리’

입력 2010.05.25 (08:58) 수정 2010.05.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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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막걸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한편에선 막걸리 독극물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40대 남성 2명이 독극물이 든 막걸리를 마시고 숨졌습니다.



이민우 기자, 한두모금 마시고 숨졌다니 치명적인독극물이었군요?



<리포트>



예, 그것도 아주 독했습니다.



친한 이웃끼리 반주 삼아 마신 막걸립니다.



많이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반 컵 정도 마셨을까요,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그리곤 30분도 되지 않아 두 사람 다 숨졌습니다.



그만큼 치명적이었단 거죠. 누가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개인적 원한도 아닌 것 같고, 막걸리 회사를 노린 흔적도 없습니다.



더욱 찜찜한게 그런데도, 최근 독극물 막걸리 사건이 잦다는 것이죠.



어처구니 없는 죽음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얼마나 독한 약이었는지 막걸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막걸리를 먹고 숨진 두 남자, 사인은 약물중독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경찰 얘기로는 독극물이 강력한 독극물이라고. 아주 소량을 마셨는데 30분 이내에 죽었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독극물이라고만 얘기를 들었어요."



이들이 먹은 것은 막걸리가 아니었습니다. 치명적인 독극물이었습니다.



지난 21일이었습니다. 택시기사 49살 조 모씨는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 점심식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이때 이웃에 사는 43살 이 모씨를 불렀는데요, 식사 때 술이나 한잔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두 분이 잘 어울려 다니셨어요. 두 분이 잘 다니시고 밥도 먹고 그러시더라고요."



조씨의 집을 찾은 이 씨의 손에는 막걸리 한 병이 들려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의형제처럼 지내던 사람인데 막걸리를 가져오라고 해서 식사를 하면서 같이 반주를 먹고... 막걸리를 반컵 가량 먹은 두 사람, 그런데 막걸리의 맛이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이 씨가) 한 모금 딱 마시면서 ‘아 짜. 젓갈 같아’ 이런 소리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배우자(조 씨 부인)가 잔에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봤는데 찝찔했다고..."



그리고 갑자기 복통을 일으키며 화장실로 달려간 조씨.



놀란 부인이 달려가보니 조씨는 쓰러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거실에 있던 이씨 또한 의식을 잃었습니다.



<녹취> 이수미(소방관/수원 남부 소방서) : "현장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 다 쓰러져 있었고요. 의식이 없었고요. 그리고 토한 흔적이 있었어요. 막걸리 병에 뭔가 들어있었다는데 막걸리 병은 비워져 있었어요."



조씨의 딸이 다급히 119에 신고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땐 두 사람 모두 숨진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인은 약물 중독.



조씨와 이씨가 그날 함께 먹었던 막걸리는 독극물 막걸리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사망진단서 보면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라고 되어 있어요. 약물중독 그 정도다."



사건 당시 막걸리에 이상한 점은 없었을까. 유일한 목격자는 조씨의 부인.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조 씨 부인이) 따는 것도 못 봤고 그게 먹던 것을 가져온 건지 아니면 새 것을 그 자리에서 따서 먹었는지 그것은 못 봤다고 해요."



게다가 사건 당일 조씨 부인이 남은 막걸리를 전부 버려 막걸리 수거도 쉽지 않았는데요,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조 씨 부인은) 이렇게 까지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고. (두 사람이) 쓰러지고 하니까 막걸리 병을 개수대에 쏟아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상한건줄 알고. 수사당국에서는 수거해갔잖아요. 침전물이 하얗게 거기에 남아있었다고... "



그런데 병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 막걸리,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병에 바코드가 있나 봐요. 경찰서에서 바코드 추적을 해봤더니 한 달 전에 유통된 막걸리예요."



하지만 막걸리를 가져온 이씨가 숨져, 막걸리를 어디서, 어떻게 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누가, 왜 막걸리에 독극물을 넣은 것일까.



혹시 조씨나 이씨의 목숨을 노린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가족과 지인들은 두 사람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조 씨가) 인정이 엄청 많은 사람이에요. 남자 같은 스타일이지 누구한테 폐를 주고 그런 성격이 아니에요. "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둘 다 원한관계가 치열하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거기다 독극물을 의도적으로 타서 타살을 할 만한 정황이 아직 저희들로서는 포착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의심이 됩니다."



그렇다면 막걸리 제조회사에 불만을 품고, 누군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독극물을 주입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녹취> 막걸리 제조회사 관계자 : "(회사에 원한을 품은 건 아닐까요?) 그런 건 없었어요. 저희 쪽에 그런 전화가 있었다면 벌써 경찰 조사가 들어갔겠죠."



현재로선 개인적 원한도, 제조회사를 노린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 미스테리한 상황입니다.



독극물 사건은 지난 9일 전남 진도에서도 있었습니다.



60대 여성이 독극물이 든 막걸리를 마셨다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요,



또 지난해 7월 전남 순천에서는 60대 여성 4명이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셔 2명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모두 막걸리를 이용한 독극물 사건이었습니다.



독극물 범죄에 유독 막걸리가 이용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녹취>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막걸리는 탁하잖아요. 외부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에 내용물이 어떻게 변질 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잖아요. 아무래도 외부에 용기자체가 안에를 볼 수 없는 거니까."



경찰은 독극물 막걸리의 출처를 추적하는 한편, 숨진 조씨와 이씨의 주변 인물, 그리고 조씨의 부인에 대해서도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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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독극물 막걸리 ‘미스터리’
    • 입력 2010-05-25 08:58:14
    • 수정2010-05-25 14: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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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막걸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한편에선 막걸리 독극물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40대 남성 2명이 독극물이 든 막걸리를 마시고 숨졌습니다.

이민우 기자, 한두모금 마시고 숨졌다니 치명적인독극물이었군요?

<리포트>

예, 그것도 아주 독했습니다.

친한 이웃끼리 반주 삼아 마신 막걸립니다.

많이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반 컵 정도 마셨을까요,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그리곤 30분도 되지 않아 두 사람 다 숨졌습니다.

그만큼 치명적이었단 거죠. 누가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개인적 원한도 아닌 것 같고, 막걸리 회사를 노린 흔적도 없습니다.

더욱 찜찜한게 그런데도, 최근 독극물 막걸리 사건이 잦다는 것이죠.

어처구니 없는 죽음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얼마나 독한 약이었는지 막걸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막걸리를 먹고 숨진 두 남자, 사인은 약물중독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경찰 얘기로는 독극물이 강력한 독극물이라고. 아주 소량을 마셨는데 30분 이내에 죽었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독극물이라고만 얘기를 들었어요."

이들이 먹은 것은 막걸리가 아니었습니다. 치명적인 독극물이었습니다.

지난 21일이었습니다. 택시기사 49살 조 모씨는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 점심식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이때 이웃에 사는 43살 이 모씨를 불렀는데요, 식사 때 술이나 한잔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두 분이 잘 어울려 다니셨어요. 두 분이 잘 다니시고 밥도 먹고 그러시더라고요."

조씨의 집을 찾은 이 씨의 손에는 막걸리 한 병이 들려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의형제처럼 지내던 사람인데 막걸리를 가져오라고 해서 식사를 하면서 같이 반주를 먹고... 막걸리를 반컵 가량 먹은 두 사람, 그런데 막걸리의 맛이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이 씨가) 한 모금 딱 마시면서 ‘아 짜. 젓갈 같아’ 이런 소리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배우자(조 씨 부인)가 잔에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봤는데 찝찔했다고..."

그리고 갑자기 복통을 일으키며 화장실로 달려간 조씨.

놀란 부인이 달려가보니 조씨는 쓰러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거실에 있던 이씨 또한 의식을 잃었습니다.

<녹취> 이수미(소방관/수원 남부 소방서) : "현장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 다 쓰러져 있었고요. 의식이 없었고요. 그리고 토한 흔적이 있었어요. 막걸리 병에 뭔가 들어있었다는데 막걸리 병은 비워져 있었어요."

조씨의 딸이 다급히 119에 신고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땐 두 사람 모두 숨진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인은 약물 중독.

조씨와 이씨가 그날 함께 먹었던 막걸리는 독극물 막걸리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사망진단서 보면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라고 되어 있어요. 약물중독 그 정도다."

사건 당시 막걸리에 이상한 점은 없었을까. 유일한 목격자는 조씨의 부인.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조 씨 부인이) 따는 것도 못 봤고 그게 먹던 것을 가져온 건지 아니면 새 것을 그 자리에서 따서 먹었는지 그것은 못 봤다고 해요."

게다가 사건 당일 조씨 부인이 남은 막걸리를 전부 버려 막걸리 수거도 쉽지 않았는데요,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조 씨 부인은) 이렇게 까지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고. (두 사람이) 쓰러지고 하니까 막걸리 병을 개수대에 쏟아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상한건줄 알고. 수사당국에서는 수거해갔잖아요. 침전물이 하얗게 거기에 남아있었다고... "

그런데 병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 막걸리,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병에 바코드가 있나 봐요. 경찰서에서 바코드 추적을 해봤더니 한 달 전에 유통된 막걸리예요."

하지만 막걸리를 가져온 이씨가 숨져, 막걸리를 어디서, 어떻게 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누가, 왜 막걸리에 독극물을 넣은 것일까.

혹시 조씨나 이씨의 목숨을 노린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가족과 지인들은 두 사람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조 씨가) 인정이 엄청 많은 사람이에요. 남자 같은 스타일이지 누구한테 폐를 주고 그런 성격이 아니에요. "

<인터뷰> 피해자 조 모씨 가족 :" 둘 다 원한관계가 치열하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거기다 독극물을 의도적으로 타서 타살을 할 만한 정황이 아직 저희들로서는 포착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의심이 됩니다."

그렇다면 막걸리 제조회사에 불만을 품고, 누군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독극물을 주입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녹취> 막걸리 제조회사 관계자 : "(회사에 원한을 품은 건 아닐까요?) 그런 건 없었어요. 저희 쪽에 그런 전화가 있었다면 벌써 경찰 조사가 들어갔겠죠."

현재로선 개인적 원한도, 제조회사를 노린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 미스테리한 상황입니다.

독극물 사건은 지난 9일 전남 진도에서도 있었습니다.

60대 여성이 독극물이 든 막걸리를 마셨다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요,

또 지난해 7월 전남 순천에서는 60대 여성 4명이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셔 2명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모두 막걸리를 이용한 독극물 사건이었습니다.

독극물 범죄에 유독 막걸리가 이용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녹취>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막걸리는 탁하잖아요. 외부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에 내용물이 어떻게 변질 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잖아요. 아무래도 외부에 용기자체가 안에를 볼 수 없는 거니까."

경찰은 독극물 막걸리의 출처를 추적하는 한편, 숨진 조씨와 이씨의 주변 인물, 그리고 조씨의 부인에 대해서도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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