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버지 위독해서 탈옥, 그런데…

입력 2010.05.26 (08:48) 수정 2010.05.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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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살인죄로 복역하던 재소자가 교도소를 탈출했다 4시간 만에 붙잡혔습니다.



병석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번 보겠다며 탈출한 것인데, 가족들은 그를 데려간 곳은 병원이 아닌 전혀 다른 곳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이 재소자가 2미터 높이의 담을 3개나 뛰어넘어 달아났었다죠?



탈옥한 살인범, 이렇게만 표현하면 왠지 끔찍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이 살인범도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세 남매의 막내였습니다.



범죄자가 된 것도 죄스러운데 아버지가 위독하시답니다.



그래서 얼굴 한 번만 뵙겠다고 교도소 철창을 뛰어넘은 거죠.



그런데 왠일입니까.



이미 닷새 전 돌아가셨습니다.



막내 아들은 수갑을 차고 아버지 묘소에서 통곡했습니다.



살인, 탈옥, 죄는 밉지만 이렇게 부모 생각하는 자식,요즘 얼마나 될까요.



이틀 전, 경기도 파주의 한 납골당.



한 남자가 유골함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남자 옆에 있던 두 남녀도 함께 흐느낍니다.



바로 이들 아버지의 묘소인데요.



국화꽃을 놓는 남자의 한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녹취> 납골당 관계자 : "저 밑에 입구에서부터 경찰이 쫙 깔렸었다고요. 형사들이 같이 와가지고 꽃다발 하나 놓고 같이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수갑이 채워진 이 남자는 30대 중국 동포 최모씨.



4시간 전, 대전 교도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탈주범입니다.



그가 탈출을 감행한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교도소로 (아들 보러) 가야 하는데 못 갔어요. 너무 아파가지고. 뇌출혈로 쓰러진지가 20년 됐는데 아프기 때문에 아들 보러 못 가고 (아들도) 자기가 나와야 되는데 아버지도 못 보고 (면회를) 가기만 하면 울고 아버지 봐야 되는데, 아버지 봐야 되는데, 아버지가 갈 수 있나요. 아프니 못 갔지요."



중국에서 밀입국한 최씨는 지난 2000년 살인죄로 붙잡혀 12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최씨는 모범수들이 주로 작업하는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물을 마시러 간다며 작업장을 이탈한 최씨.



2m 높이의 철조망으로 된 담 3개를 뛰어넘어 인근 산으로 도주 하였습니다.



탈주범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수용자복 상의는 벗어두고 달아났는데요.



<녹취> 교도소 인근 주민 : "옷은 저기 집 앞에 그대로 버리고 갔더라고요. 우리는 그 옷이 뭔 옷인지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풀 쪽으로 거기에 푸르스름한 옷이 있더라고요. 누가 버리거나 흘리고 간 줄 알았지요."



재소자 30명을 관리하는 교도관이 단 1명이었고, 담의 높이도 낮고 철조망도 허술해서 최씨는 쉽게 탈주했습니다.



<녹취> 교도소 관계자 : "외각 철조망은 정말 경계를 주는 철조망이에요. 못 도망가게 하는 철조망이 아니라 민간인과 그냥 출입금지 써 놓고 간격이 허술해요."



살인범의 탈옥으로 비상사태가 된 교도소.



그런데 탈주범의 방에서 편지가 발견됐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



아버지 이름을 걸고 내일 낮 12시까지 돌아오겠다.’라는 내용이었는데요.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놀랐으니까 아버지 보고 들어간다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아버지만 보고 그냥 들어간다고 100%들어간다고 약속을 하고 오더라고요. 우리한테 오면 무조건 잡힌다는 걸 알고도 무작정 왔어요. 아버지만 보면 잡혀도 상관없다고 그러더라고요."



탈주해 아버지를 만나러 간 최씨.



그런데 가족은 그를 묘지로 데려갔습니다.



<녹취> 탈주한 최씨 형 : "내가 말했지요. 형으로서 너한테 거짓말 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버지 돌아가셨다. 지금 가는 길은 병원이 아니고 산소 다 내가 얘기를 했어요. 울며 저 혼자 슬피 울었지요."



탈주 전에 면회 왔을 때도 아버지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가족들이 그를 배려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인데요.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면회 때) 금방 돌아가셨다고 하면 충격 받을 까봐, 아직 살아계신다고 며칠 있으면 돌아가실 것 같다고 지금까지 불효했는데 막내아들이니까 엄청 일도 안 시키고 집에서 아끼기만 했는데 그렇게 되니까 아버지가 속이 아프니까 병이 더해진 것 같더라고요."



묘지로 가는 길에 가족들은 경찰에 자수했고, 탈주 4시간 반 만에 최씨는 붙잡혔습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그의 두 손에 수갑이 채워졌는데요.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경찰한테 자수를 해서 경찰이랑 같이 팔목에 (수갑을) 채우고 같이 가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인사를 했어요. 납골당 전에 자수해서 경찰을 만나서 간 거예요."



아버지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란 최씨, 그런 최씨가 교도소를 탈주하게 돼, 형은 자신의 거짓말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녹취> 탈주한 최씨 형 :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직접 얘기를 했으면 도주도 안 하고 자기 속만 썩었을 텐데 아버지가 많이 아프다. 그래서 지금 정신도 없고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고 하니까 동생이 당돌하게 그 일을 친 거예요."



이곳 납골당에 부모님 묘소를 찾은 시민들도 그의 사연에 안타까워했는데요.



<인터뷰> 납골당 조문객 : "불쌍하지요. 죄는 밉지만..."



<인터뷰> 김의철(경기도 의정부시) : "얼마나 그랬으면 탈옥을 했겠어요. 부모님하고 이별인데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2년 뒤 출소를 앞두고 있었던 최씨.



이번 일로 출소는 더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쩌면 최씨는 자신의 죄를 더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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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버지 위독해서 탈옥, 그런데…
    • 입력 2010-05-26 08:48:32
    • 수정2010-05-26 22: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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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살인죄로 복역하던 재소자가 교도소를 탈출했다 4시간 만에 붙잡혔습니다.

병석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번 보겠다며 탈출한 것인데, 가족들은 그를 데려간 곳은 병원이 아닌 전혀 다른 곳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이 재소자가 2미터 높이의 담을 3개나 뛰어넘어 달아났었다죠?

탈옥한 살인범, 이렇게만 표현하면 왠지 끔찍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이 살인범도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세 남매의 막내였습니다.

범죄자가 된 것도 죄스러운데 아버지가 위독하시답니다.

그래서 얼굴 한 번만 뵙겠다고 교도소 철창을 뛰어넘은 거죠.

그런데 왠일입니까.

이미 닷새 전 돌아가셨습니다.

막내 아들은 수갑을 차고 아버지 묘소에서 통곡했습니다.

살인, 탈옥, 죄는 밉지만 이렇게 부모 생각하는 자식,요즘 얼마나 될까요.

이틀 전, 경기도 파주의 한 납골당.

한 남자가 유골함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남자 옆에 있던 두 남녀도 함께 흐느낍니다.

바로 이들 아버지의 묘소인데요.

국화꽃을 놓는 남자의 한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녹취> 납골당 관계자 : "저 밑에 입구에서부터 경찰이 쫙 깔렸었다고요. 형사들이 같이 와가지고 꽃다발 하나 놓고 같이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수갑이 채워진 이 남자는 30대 중국 동포 최모씨.

4시간 전, 대전 교도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탈주범입니다.

그가 탈출을 감행한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교도소로 (아들 보러) 가야 하는데 못 갔어요. 너무 아파가지고. 뇌출혈로 쓰러진지가 20년 됐는데 아프기 때문에 아들 보러 못 가고 (아들도) 자기가 나와야 되는데 아버지도 못 보고 (면회를) 가기만 하면 울고 아버지 봐야 되는데, 아버지 봐야 되는데, 아버지가 갈 수 있나요. 아프니 못 갔지요."

중국에서 밀입국한 최씨는 지난 2000년 살인죄로 붙잡혀 12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최씨는 모범수들이 주로 작업하는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물을 마시러 간다며 작업장을 이탈한 최씨.

2m 높이의 철조망으로 된 담 3개를 뛰어넘어 인근 산으로 도주 하였습니다.

탈주범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수용자복 상의는 벗어두고 달아났는데요.

<녹취> 교도소 인근 주민 : "옷은 저기 집 앞에 그대로 버리고 갔더라고요. 우리는 그 옷이 뭔 옷인지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풀 쪽으로 거기에 푸르스름한 옷이 있더라고요. 누가 버리거나 흘리고 간 줄 알았지요."

재소자 30명을 관리하는 교도관이 단 1명이었고, 담의 높이도 낮고 철조망도 허술해서 최씨는 쉽게 탈주했습니다.

<녹취> 교도소 관계자 : "외각 철조망은 정말 경계를 주는 철조망이에요. 못 도망가게 하는 철조망이 아니라 민간인과 그냥 출입금지 써 놓고 간격이 허술해요."

살인범의 탈옥으로 비상사태가 된 교도소.

그런데 탈주범의 방에서 편지가 발견됐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

아버지 이름을 걸고 내일 낮 12시까지 돌아오겠다.’라는 내용이었는데요.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놀랐으니까 아버지 보고 들어간다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아버지만 보고 그냥 들어간다고 100%들어간다고 약속을 하고 오더라고요. 우리한테 오면 무조건 잡힌다는 걸 알고도 무작정 왔어요. 아버지만 보면 잡혀도 상관없다고 그러더라고요."

탈주해 아버지를 만나러 간 최씨.

그런데 가족은 그를 묘지로 데려갔습니다.

<녹취> 탈주한 최씨 형 : "내가 말했지요. 형으로서 너한테 거짓말 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버지 돌아가셨다. 지금 가는 길은 병원이 아니고 산소 다 내가 얘기를 했어요. 울며 저 혼자 슬피 울었지요."

탈주 전에 면회 왔을 때도 아버지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가족들이 그를 배려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인데요.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면회 때) 금방 돌아가셨다고 하면 충격 받을 까봐, 아직 살아계신다고 며칠 있으면 돌아가실 것 같다고 지금까지 불효했는데 막내아들이니까 엄청 일도 안 시키고 집에서 아끼기만 했는데 그렇게 되니까 아버지가 속이 아프니까 병이 더해진 것 같더라고요."

묘지로 가는 길에 가족들은 경찰에 자수했고, 탈주 4시간 반 만에 최씨는 붙잡혔습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그의 두 손에 수갑이 채워졌는데요.

<녹취> 탈주한 최씨 누나 : "경찰한테 자수를 해서 경찰이랑 같이 팔목에 (수갑을) 채우고 같이 가서 (돌아가신 아버지께) 인사를 했어요. 납골당 전에 자수해서 경찰을 만나서 간 거예요."

아버지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란 최씨, 그런 최씨가 교도소를 탈주하게 돼, 형은 자신의 거짓말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녹취> 탈주한 최씨 형 :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직접 얘기를 했으면 도주도 안 하고 자기 속만 썩었을 텐데 아버지가 많이 아프다. 그래서 지금 정신도 없고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고 하니까 동생이 당돌하게 그 일을 친 거예요."

이곳 납골당에 부모님 묘소를 찾은 시민들도 그의 사연에 안타까워했는데요.

<인터뷰> 납골당 조문객 : "불쌍하지요. 죄는 밉지만..."

<인터뷰> 김의철(경기도 의정부시) : "얼마나 그랬으면 탈옥을 했겠어요. 부모님하고 이별인데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2년 뒤 출소를 앞두고 있었던 최씨.

이번 일로 출소는 더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쩌면 최씨는 자신의 죄를 더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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