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최종명단 기습 발표, 이유는?

입력 2010.06.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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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애초 1일 오후 4시(이하 한국시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반나절이나 앞선 1일 오전 4시에 급하게 명단을 발표했다.

현지 시각으로는 5월31일 오후 9시 즈음. 일상적으로 기자회견을 할만한 시간은 아니다.

게다가 허 감독은 대표팀 숙소에서 4㎞ 정도 떨어진 한국 취재단 숙소까지 직접 찾아와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허 감독은 최종 명단을 지난달 31일 발표하려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하루 미뤘다.

하지만 이날 취재단 숙소에서 다음날 일정 등을 논의하던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늦은 시각, 예정에 없던 요청에 취재진은 물론 미디어담당관조차 당황했지만 허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허 감독은 "내일 아침 기자회견 전에 명단이 퍼져 나갈 수도 있어 먼저 발표하게 됐다"고 `기습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탈락 사실을 전하고 나면 가족이나 에이전트 등을 통해 미리 명단이 새 나갈 수 있어 이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배경 설명 후 이근호(이와타),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 등 탈락 선수 세 명의 이름을 댔다.

현재 대표팀 분위기는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0-1로 패했고, 이 경기에서 중앙수비수 곽태휘(교토)가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남아공 월드컵 출전 꿈을 접었다.

대표팀은 이날 숙소 인근 슈투바이탈 지역의 빙하지대를 의미하는 슈투바이어 글레처의 해발 2천620m 지점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파이팅을 외치며 새롭게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평소보다 다소 무거웠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허 감독은 최종엔트리까지 미리 새 나가면 팀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자칫하다가는 4일 오전 스페인과 평가전까지도 영향이 이어질 수 있어 한시라도 빨리 팀을 정비하려고 했을 수 있다. 스페인과 평가전은 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으로 치르는 실전이라 허 감독은 월드컵 최종 예행연습 격으로 치르려 준비하고 있다.

결국 갑작스럽게 최종 명단을 발표하게 되면서 여러가지가 뒤죽박죽이 됐다.

탈락 선수들과 면담은 기자회견 이후에 이뤄졌다.

탈락한 세 명은 현지시각 1일 오전 7시 대표팀 숙소를 출발해 독일 뮌헨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허 감독이 최종명단을 발표한 지 10시간도 채 안 돼 쫓겨가듯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허 감독은 엔트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23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 26명 모두 남아공까지 갈 것이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결국 "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탈락 선수들의 팀에서 돌려보내 주길 원하고 있다"며 세 명 모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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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무 최종명단 기습 발표, 이유는?
    • 입력 2010-06-01 10:09:30
    연합뉴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애초 1일 오후 4시(이하 한국시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반나절이나 앞선 1일 오전 4시에 급하게 명단을 발표했다. 현지 시각으로는 5월31일 오후 9시 즈음. 일상적으로 기자회견을 할만한 시간은 아니다. 게다가 허 감독은 대표팀 숙소에서 4㎞ 정도 떨어진 한국 취재단 숙소까지 직접 찾아와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허 감독은 최종 명단을 지난달 31일 발표하려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하루 미뤘다. 하지만 이날 취재단 숙소에서 다음날 일정 등을 논의하던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늦은 시각, 예정에 없던 요청에 취재진은 물론 미디어담당관조차 당황했지만 허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허 감독은 "내일 아침 기자회견 전에 명단이 퍼져 나갈 수도 있어 먼저 발표하게 됐다"고 `기습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탈락 사실을 전하고 나면 가족이나 에이전트 등을 통해 미리 명단이 새 나갈 수 있어 이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배경 설명 후 이근호(이와타),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 등 탈락 선수 세 명의 이름을 댔다. 현재 대표팀 분위기는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0-1로 패했고, 이 경기에서 중앙수비수 곽태휘(교토)가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남아공 월드컵 출전 꿈을 접었다. 대표팀은 이날 숙소 인근 슈투바이탈 지역의 빙하지대를 의미하는 슈투바이어 글레처의 해발 2천620m 지점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파이팅을 외치며 새롭게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평소보다 다소 무거웠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허 감독은 최종엔트리까지 미리 새 나가면 팀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자칫하다가는 4일 오전 스페인과 평가전까지도 영향이 이어질 수 있어 한시라도 빨리 팀을 정비하려고 했을 수 있다. 스페인과 평가전은 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개막 전 마지막으로 치르는 실전이라 허 감독은 월드컵 최종 예행연습 격으로 치르려 준비하고 있다. 결국 갑작스럽게 최종 명단을 발표하게 되면서 여러가지가 뒤죽박죽이 됐다. 탈락 선수들과 면담은 기자회견 이후에 이뤄졌다. 탈락한 세 명은 현지시각 1일 오전 7시 대표팀 숙소를 출발해 독일 뮌헨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허 감독이 최종명단을 발표한 지 10시간도 채 안 돼 쫓겨가듯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허 감독은 엔트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23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 26명 모두 남아공까지 갈 것이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결국 "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탈락 선수들의 팀에서 돌려보내 주길 원하고 있다"며 세 명 모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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