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1번지 홍도

입력 2010.06.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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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보신 화면은 모두 여기 홍도와 흑산도에서 촬영한 새들입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 여든 가지가 넘는 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 때문에 여기 홍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여기가 새들에게 항상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홍도의 철새를 취재했습니다.

목포에서 115킬로미터, 다도해 서쪽 끝자락에 홍도가 있습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폭이 1킬로미터에 길이 6.4킬로미터로 여의도의 두 배 정도로 작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홍도는 다른 어떤 섬보다도 특별합니다.

바로 새들 때문입니다.

홍도에서는 어디서든 새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흰눈썹붉은배지빠귀, 눈썹 선이 하얀 게 특징입니다.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나그네 샙니다.

촉샙니다. 경박한 사람을 촉새 같다고 하지만 실제 촉새는 다만 동작이 민첩할 뿐입니다.

동글동글 콩처럼 귀여운 콩새가 줄 위에 앉았습니다.

얼룩덜룩한 날개가 호랑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호랑지빠귀입니다.

뺨이 붉은 쇠붉은뺨멧새가 쉼 없이 주위를 살핍니다.

곤충을 잡아먹는 쇠솔딱새도 사냥감을 찾고 있습니다.

되새는 밭에 버려진 음식쓰레기를 뒤집니다.

주황색 부리가 예쁜 밀화부리, 요즘에는 점점 보기 힘든 새입니다.

바다직박구리가 지붕 위에서 쉬고 있습니다.

흔히 텃새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5백여 가지 새들 중에 85%가 철새입니다.

멀리 동남아나 중국에서 겨울을 지낸 뒤 봄이면 한반도로 날아옵니다.

최소한 500km가 넘는 바다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이 바로 홍도입니다.

<인터뷰> 채희용(철새연구센터소장) : "중국 상하이 쪽에서 날아오게 되는데 최단코스의 한반도에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에서 잠시 휴식이라든가 채식을 하기 위해서,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잠시 내려앉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새들이 관찰되는 거죠."

산기슭에 중대백로가 서 있습니다.

평소 물가를 좋아하지만 여기선 먹이를 찾기 위해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홍도에는 지렁이나 곤충 같은 동물성뿐만 아니라 식물성 먹거리도 풍부합니다.

섬 곳곳에서 자생하는 보리밥나무 열매는 새들에게 천연 피로회복젭니다.

<인터뷰> 채희용(철새연구센터소장) : "이 안에 보면 굉장히 당분도 많고 그리고 수분도 굉장히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새들이 조속한, 짧은 기간 내에 에너지를 획득하는 데 굉장한 도움을 주는 식물이죠."

장거리 이동에 지친 새들이 쉬어 가는 곳, 그래서 홍도는 철새 휴게소로도 불립니다.

홍도에서 22km 떨어진 흑산도에도 새들이 찾아 옵니다.

흑산도에는 특히 섬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습지가 있어 새들에겐 중요한 쉼터입니다.

경계심이 강해서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흰배뜸부기가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쇠물닭도 여기가 아니면 보기 어렵습니다.

무당새, 요즘엔 보기 드문 귀한 샙니다.

노란 배에 눈썹이 하얀 흰눈썹긴발톱할미새도 부지런히 먹이를 찾습니다.

초록빛이 화려한 파랑새도 모습을 보입니다.

흰눈썹황금새, 하얀눈썹과 검은 날개 그리고 노란 배가 예쁜 귀한 샙니다.

<인터뷰> 김성진(철새연구센터 흑산도분소) : "홍도에서는 도요나 기타 오리류들이 채식할 수 있는, 먹이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적지만 이곳 배낭기미 습지에서는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고 따라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는 겁니다."

먹거리와 쉼터를 갖춘 홍도와 흑산도가 있기에 다양한 새들이 한반도를 오고 갈 수 있는 셈입니다.

홍도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철새연구센터가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새그물을 점검합니다.

그물에 걸린 새들은 최대한 빨리 풀어줘야 합니다.

방금 홍도에 도착한 새들은 홀쭉합니다.

<녹취> 채희영 : "지방이 목 부위하고 배 부위에 이렇게 낍니다. 그런데 지방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물에 걸린 새들에게 가락지를 끼우고 크기와 몸무게 등을 측정하는 작업은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납니다.

이번엔 맹금류인 붉은배새매가 그물에 걸렸습니다.

<녹취>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이 새에 대한 모든 정보가 이 번호 안에 다 들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 번호만 다 추적하면이 새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 수가 있습니다."

자칫 새가 다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합니다. 맹금류를 다룰 때는 사람이 다치기도 합니다. 발톱이 날카로워서 피부가 찢기거나 손가락에 구멍이 뚫립니다.

<인터뷰>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쉽게 뚫립니다. 저희가 이거 할 때도 조심하고 손이 떨리는 게 괜히 떨리는 게 아닙니다."

암수 성별과 나이, 몸무게 그리고 날개와 부리, 발가락 등을 측정하고 기록합니다.

새가 많이 잡힐 땐 하루에도 백 마리 넘게 이런 작업을 반복합니다.

측정이 끝나면 곧바로 날려 보내줍니다.

지난 5년 동안 여기서만 만5천 마리에게 가락지를 끼웠습니다.

가락지 부착은 번식이나 이동 실태를 파악해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입니다.

홍도에서 가락지와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 동남아에서 홍도를 거쳐 동북아를 오고 가는 철새들의 이동경로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슴새가 4천km 넘게 날아 심지어 호주 근처에서도 월동한다는 것을처음 밝혀냈습니다.

이렇게 홍도에서 파악되는 철새의 실태는 한반도 전체 생태계의 변화를 판단하는 척도가 됩니다.

<인터뷰> 채희영 : "새들 같은 경우는 자유롭게 날개를 갖고 서식지 환경을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이 악화되고 나빠진다고 하면 다른 나라로 가버리겠죠."

특히 최근 들어 잇따라 발견되는 아열대지역 새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새들의 서식지 변화도 보여줍니다.

홍도 둘레를 따라 파도가 빚어낸 기암괴석의 절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갖가지 모양의 바위와 동굴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탑니다.

관광객은 무심코 지나치지만 해안 절벽 한쪽에 희귀한 새 한 마리가 서 있습니다.

흰꼬리수리, 멸종위기1급이자 천연기념물입니다.

홍도 선착장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노랑부리백로 역시 멸종위기1급입니다.

멸종위기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과거 보이지 않았던 새들도 홍도에서 16종이나 관찰됐습니다.

알락뜸부기(75년 만에 관찰)+꼬까울새(미기록종) + 붉은머리멧새(미기록종) + 부채꼬리바위딱새(미기록종) + 귤빛지빠귀(미기록종)

홍도에 철새연구센터가 생긴지 5년 동안 관찰된 새는 모두 350여 종, 국내 전체 새 5백여 종의 70%에 이릅니다. 이렇게 온갖 새들의 휴게소인 홍도, 하지만 휴게소라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닙니다.

고양이가 뭔가를 먹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곧바로 달아납니다. 섬 곳곳에서는 날개만 남겨진 새들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새의 잔 깃털이 없고 굉장히 깨끗한 걸로 봐서는 고양이가 먹은 걸로 판단됩니다."

고양이가 새들을 잡아먹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들여온 고양이가 야생화된 뒤 홍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긴 여행에 지친 새들은 날쌘 고양이를 쉽게 피할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섬 곳곳에 고양이 덫을 놓았습니다.

미끼도 다양한 종류로 바꾸고 덫의 종류도 교체해보지만 영리한 고양이는 쉽게 잡히질 않습니다.

<인터뷰>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일단 저희보다 빠르고 민첩하고 경계심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접근할 수가 없죠."

새들에게 또 다른 위험은 유리창입니다. 건물 유리는 맞은편 산을 그대로 반사합니다.

<인터뷰> 채희영 : "유리창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으로 인식하는 거죠. 그래서 이 환경을 뚫고 가기 위해서 지나가기 위해서 통과를 하는 게 결과적으로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그런 결과를 낳는 겁니다."

홍도에는 늘어나는 관광객을 따라 숙박업소와 식당 등 높은 건물도 많아집니다.

전망을 위해 유리창을 크게 만들어 새들이 부딪힐 위험도 점점 커집니다.

다친 새가 발견되면 철새연구센터에서 치료합니다.

얼마 전에 다리가 부러진 채 발견된 큰유리새입니다.

<인터뷰> 김희종(철새연구센터 수의사) : "유리창에 부딪혔을 때 순간적으로 몸을 왼쪽으로 틀어서 이쪽 면이 부딪힌 것 같습니다. 이쪽 면이 부딪히는 바람에 여기 왼쪽 날개와 다리에 손상을 입었는데..."

냉동실에는 새들의 사체가 보관돼 있습니다.

해마다 2,3백 마리의 새들이 죽은 채 발견됩니다.

조사 결과 고양이에 의한 죽음이 45%로 가장 많았고 유리창 충돌 20%, 그리고 탈진과 기름오염 등이었습니다.

결국 숨진 새들의 70% 가량이 사람의 간섭이 숨진 원인이 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철새 탐방에 나섰습니다. 그물에 어떤 새들이 걸렸나 관찰하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녹취> "깃털 한 번씩 만져봐."

<녹취> "이쪽도 와 주세요, 이쪽도."

<녹취> "부드러워."

새들을 측정하고 가락지를 끼우는 작업도 함께 합니다.

<녹취> "이거 가락지 절대 안 빠져요?"

<녹취> "네, 안 빠져요."

측정이 끝난 새들은 학생들이 직접 날려보냅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난 학생들은 저절로 관심이 생겨 스스로 새에 대해 공부하게 됩니다.

<인터뷰> 홍길표(철새연구센터 흑산도분소 팀장) : '그냥 떠들고 장난치고 웃고 그렇게 흘려 넘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뒤 다시 교육을 할 때는 굉장히 우리가 알려준 것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게 그 증거가 될 것 같습니다."

사람보다 체온이 따뜻한 새, 만져보고 가까이서 보다 보면 생명과 자연에 대한 애정도 함께 길러집니다.

철새 1번지 홍도, 하지만 여길 거쳐간 새들이 한반도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번식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철새를 관찰하는 연구센터가 전국에서 홍도에 한 곳만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채희영(철새연구센터 수의사) : "여러 곳에 연구 센터가 설립이 돼서 네트웍에 의해서 우리 한반도를 철새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철새연구센터가 60곳이나 있고 중국은 70 곳에 이르는 것에 비교하면 우리의 철새 연구는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입니다.

해마다 먼 길을 날아 우리 곁에 찾아 온 철새들, 우리가 너무 무심한 건 아닌지, 새들의 비밀을 밝혀내는 한 단계 높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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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새 1번지 홍도
    • 입력 2010-06-07 08:35:21
    취재파일K
방금 보신 화면은 모두 여기 홍도와 흑산도에서 촬영한 새들입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 여든 가지가 넘는 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 때문에 여기 홍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여기가 새들에게 항상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홍도의 철새를 취재했습니다. 목포에서 115킬로미터, 다도해 서쪽 끝자락에 홍도가 있습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폭이 1킬로미터에 길이 6.4킬로미터로 여의도의 두 배 정도로 작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홍도는 다른 어떤 섬보다도 특별합니다. 바로 새들 때문입니다. 홍도에서는 어디서든 새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흰눈썹붉은배지빠귀, 눈썹 선이 하얀 게 특징입니다.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나그네 샙니다. 촉샙니다. 경박한 사람을 촉새 같다고 하지만 실제 촉새는 다만 동작이 민첩할 뿐입니다. 동글동글 콩처럼 귀여운 콩새가 줄 위에 앉았습니다. 얼룩덜룩한 날개가 호랑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호랑지빠귀입니다. 뺨이 붉은 쇠붉은뺨멧새가 쉼 없이 주위를 살핍니다. 곤충을 잡아먹는 쇠솔딱새도 사냥감을 찾고 있습니다. 되새는 밭에 버려진 음식쓰레기를 뒤집니다. 주황색 부리가 예쁜 밀화부리, 요즘에는 점점 보기 힘든 새입니다. 바다직박구리가 지붕 위에서 쉬고 있습니다. 흔히 텃새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5백여 가지 새들 중에 85%가 철새입니다. 멀리 동남아나 중국에서 겨울을 지낸 뒤 봄이면 한반도로 날아옵니다. 최소한 500km가 넘는 바다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이 바로 홍도입니다. <인터뷰> 채희용(철새연구센터소장) : "중국 상하이 쪽에서 날아오게 되는데 최단코스의 한반도에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에서 잠시 휴식이라든가 채식을 하기 위해서,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잠시 내려앉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새들이 관찰되는 거죠." 산기슭에 중대백로가 서 있습니다. 평소 물가를 좋아하지만 여기선 먹이를 찾기 위해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홍도에는 지렁이나 곤충 같은 동물성뿐만 아니라 식물성 먹거리도 풍부합니다. 섬 곳곳에서 자생하는 보리밥나무 열매는 새들에게 천연 피로회복젭니다. <인터뷰> 채희용(철새연구센터소장) : "이 안에 보면 굉장히 당분도 많고 그리고 수분도 굉장히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새들이 조속한, 짧은 기간 내에 에너지를 획득하는 데 굉장한 도움을 주는 식물이죠." 장거리 이동에 지친 새들이 쉬어 가는 곳, 그래서 홍도는 철새 휴게소로도 불립니다. 홍도에서 22km 떨어진 흑산도에도 새들이 찾아 옵니다. 흑산도에는 특히 섬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습지가 있어 새들에겐 중요한 쉼터입니다. 경계심이 강해서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흰배뜸부기가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쇠물닭도 여기가 아니면 보기 어렵습니다. 무당새, 요즘엔 보기 드문 귀한 샙니다. 노란 배에 눈썹이 하얀 흰눈썹긴발톱할미새도 부지런히 먹이를 찾습니다. 초록빛이 화려한 파랑새도 모습을 보입니다. 흰눈썹황금새, 하얀눈썹과 검은 날개 그리고 노란 배가 예쁜 귀한 샙니다. <인터뷰> 김성진(철새연구센터 흑산도분소) : "홍도에서는 도요나 기타 오리류들이 채식할 수 있는, 먹이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적지만 이곳 배낭기미 습지에서는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고 따라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는 겁니다." 먹거리와 쉼터를 갖춘 홍도와 흑산도가 있기에 다양한 새들이 한반도를 오고 갈 수 있는 셈입니다. 홍도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철새연구센터가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새그물을 점검합니다. 그물에 걸린 새들은 최대한 빨리 풀어줘야 합니다. 방금 홍도에 도착한 새들은 홀쭉합니다. <녹취> 채희영 : "지방이 목 부위하고 배 부위에 이렇게 낍니다. 그런데 지방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물에 걸린 새들에게 가락지를 끼우고 크기와 몸무게 등을 측정하는 작업은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납니다. 이번엔 맹금류인 붉은배새매가 그물에 걸렸습니다. <녹취>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이 새에 대한 모든 정보가 이 번호 안에 다 들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 번호만 다 추적하면이 새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 수가 있습니다." 자칫 새가 다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합니다. 맹금류를 다룰 때는 사람이 다치기도 합니다. 발톱이 날카로워서 피부가 찢기거나 손가락에 구멍이 뚫립니다. <인터뷰>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쉽게 뚫립니다. 저희가 이거 할 때도 조심하고 손이 떨리는 게 괜히 떨리는 게 아닙니다." 암수 성별과 나이, 몸무게 그리고 날개와 부리, 발가락 등을 측정하고 기록합니다. 새가 많이 잡힐 땐 하루에도 백 마리 넘게 이런 작업을 반복합니다. 측정이 끝나면 곧바로 날려 보내줍니다. 지난 5년 동안 여기서만 만5천 마리에게 가락지를 끼웠습니다. 가락지 부착은 번식이나 이동 실태를 파악해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입니다. 홍도에서 가락지와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 동남아에서 홍도를 거쳐 동북아를 오고 가는 철새들의 이동경로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슴새가 4천km 넘게 날아 심지어 호주 근처에서도 월동한다는 것을처음 밝혀냈습니다. 이렇게 홍도에서 파악되는 철새의 실태는 한반도 전체 생태계의 변화를 판단하는 척도가 됩니다. <인터뷰> 채희영 : "새들 같은 경우는 자유롭게 날개를 갖고 서식지 환경을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이 악화되고 나빠진다고 하면 다른 나라로 가버리겠죠." 특히 최근 들어 잇따라 발견되는 아열대지역 새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새들의 서식지 변화도 보여줍니다. 홍도 둘레를 따라 파도가 빚어낸 기암괴석의 절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갖가지 모양의 바위와 동굴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탑니다. 관광객은 무심코 지나치지만 해안 절벽 한쪽에 희귀한 새 한 마리가 서 있습니다. 흰꼬리수리, 멸종위기1급이자 천연기념물입니다. 홍도 선착장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노랑부리백로 역시 멸종위기1급입니다. 멸종위기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과거 보이지 않았던 새들도 홍도에서 16종이나 관찰됐습니다. 알락뜸부기(75년 만에 관찰)+꼬까울새(미기록종) + 붉은머리멧새(미기록종) + 부채꼬리바위딱새(미기록종) + 귤빛지빠귀(미기록종) 홍도에 철새연구센터가 생긴지 5년 동안 관찰된 새는 모두 350여 종, 국내 전체 새 5백여 종의 70%에 이릅니다. 이렇게 온갖 새들의 휴게소인 홍도, 하지만 휴게소라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닙니다. 고양이가 뭔가를 먹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곧바로 달아납니다. 섬 곳곳에서는 날개만 남겨진 새들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인터뷰>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새의 잔 깃털이 없고 굉장히 깨끗한 걸로 봐서는 고양이가 먹은 걸로 판단됩니다." 고양이가 새들을 잡아먹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들여온 고양이가 야생화된 뒤 홍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긴 여행에 지친 새들은 날쌘 고양이를 쉽게 피할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섬 곳곳에 고양이 덫을 놓았습니다. 미끼도 다양한 종류로 바꾸고 덫의 종류도 교체해보지만 영리한 고양이는 쉽게 잡히질 않습니다. <인터뷰> 빙기창(철새연구센터 연구원) : "일단 저희보다 빠르고 민첩하고 경계심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접근할 수가 없죠." 새들에게 또 다른 위험은 유리창입니다. 건물 유리는 맞은편 산을 그대로 반사합니다. <인터뷰> 채희영 : "유리창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으로 인식하는 거죠. 그래서 이 환경을 뚫고 가기 위해서 지나가기 위해서 통과를 하는 게 결과적으로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그런 결과를 낳는 겁니다." 홍도에는 늘어나는 관광객을 따라 숙박업소와 식당 등 높은 건물도 많아집니다. 전망을 위해 유리창을 크게 만들어 새들이 부딪힐 위험도 점점 커집니다. 다친 새가 발견되면 철새연구센터에서 치료합니다. 얼마 전에 다리가 부러진 채 발견된 큰유리새입니다. <인터뷰> 김희종(철새연구센터 수의사) : "유리창에 부딪혔을 때 순간적으로 몸을 왼쪽으로 틀어서 이쪽 면이 부딪힌 것 같습니다. 이쪽 면이 부딪히는 바람에 여기 왼쪽 날개와 다리에 손상을 입었는데..." 냉동실에는 새들의 사체가 보관돼 있습니다. 해마다 2,3백 마리의 새들이 죽은 채 발견됩니다. 조사 결과 고양이에 의한 죽음이 45%로 가장 많았고 유리창 충돌 20%, 그리고 탈진과 기름오염 등이었습니다. 결국 숨진 새들의 70% 가량이 사람의 간섭이 숨진 원인이 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철새 탐방에 나섰습니다. 그물에 어떤 새들이 걸렸나 관찰하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녹취> "깃털 한 번씩 만져봐." <녹취> "이쪽도 와 주세요, 이쪽도." <녹취> "부드러워." 새들을 측정하고 가락지를 끼우는 작업도 함께 합니다. <녹취> "이거 가락지 절대 안 빠져요?" <녹취> "네, 안 빠져요." 측정이 끝난 새들은 학생들이 직접 날려보냅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난 학생들은 저절로 관심이 생겨 스스로 새에 대해 공부하게 됩니다. <인터뷰> 홍길표(철새연구센터 흑산도분소 팀장) : '그냥 떠들고 장난치고 웃고 그렇게 흘려 넘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뒤 다시 교육을 할 때는 굉장히 우리가 알려준 것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게 그 증거가 될 것 같습니다." 사람보다 체온이 따뜻한 새, 만져보고 가까이서 보다 보면 생명과 자연에 대한 애정도 함께 길러집니다. 철새 1번지 홍도, 하지만 여길 거쳐간 새들이 한반도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번식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철새를 관찰하는 연구센터가 전국에서 홍도에 한 곳만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채희영(철새연구센터 수의사) : "여러 곳에 연구 센터가 설립이 돼서 네트웍에 의해서 우리 한반도를 철새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철새연구센터가 60곳이나 있고 중국은 70 곳에 이르는 것에 비교하면 우리의 철새 연구는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입니다. 해마다 먼 길을 날아 우리 곁에 찾아 온 철새들, 우리가 너무 무심한 건 아닌지, 새들의 비밀을 밝혀내는 한 단계 높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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