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미국, 최장기 전쟁 ‘아프간전’

입력 2010.06.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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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며칠 후면 우리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게 되지만 지금 지구상에는 한국전 기간의 세 배 가까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와도 무관치 않은 아프가니스탄이죠?

네..2001년 9.11사태 다음달부터 전쟁이 시작됐으니까 만 8년 8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침내 베트남 전을 넘어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출구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아프간전 상황을 이춘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워싱턴 교외의 한 야구장. 힘찬 군가 합창에 맞춰 미군 기수단이 입장하고 낙하산 묘기까지 펼쳐집니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전역한 군인들을 환영하는 행사입니다.

<녹취> 에릭 신세키(미국 보훈장관):"우리는 항상 임무가 최우선입니다. 패배를 수용하지도 쓰러진 동료를 내버려두지도 않을 겁니다."

참전군인 귀환 환영 행사가 처음 시작된 것은 4년전. 워싱턴 국립 보훈병원이 참전 전역 군인들의 사회복귀를 돕기위해 개최한것이 계기가 됐고 이제는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지역마다 돌아가며 열립니다.

이 행사에서는 단순히 참전용사들에 대한 환영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지식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30곳이 넘는 대기업과 대학들이 현장에 상담소를 차려놓고 참전군인들의 취업과 진학 안내를 도왔습니다. 건강보험과 연금 수령 질병과 부상 치료 등 참전에 따른 각종 혜택도 자세하게 안내해줍니다.

<인터뷰> 로버트 피어슨(참전 군인):"동료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더 많은 정보도 얻고 집에 갑니다."

<인터뷰> 브랜든 앨런(참전 군인):"전투에서 부상당했을때 언제라도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큰 혜택입니다."

아프간전이라는 수렁에 빠져있는 미국 정부는 이같은 행사로 애국 분위기를 고취하고 참전 군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에릭 신세키(미국 보훈장관):"참전군인들이 임무를 마치면 그들을 돌봐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150개가 넘는 보훈병원을 두고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합니다."

현재 아프간 전쟁은 오바마 정부의 가장 큰 골치꺼리입니다. 이라크전과는 달리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7일로 아프간전은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을 제치고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란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다보니 미국의 부담도 엄청납니다. 벌써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이 9만 4천명을 넘었습니다. 이라크 주둔 병력이 현재 9만 2천명에서 내년에 4만 3천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드는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전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올해 아프간전 비용으로 1050억 달러를 사용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1170억 달러를 책정했습니다.

<인터뷰> 스테파니 새넉(미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미국이 증원군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는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나 패배가 없을 겁니다."

인명피해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군 전사자가 천백명을 훌쩍 넘었고 영국 등 연합군까지 포함하면 2천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전 희생자만 묻히는 알링턴 국립묘지 60호 묘역.

지난해부터 아프간 전쟁상황이 다시 격화되면서 이곳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아프간 희생자들의 묘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백명의 아프간 희생자들이 이곳에 잠들어있습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이곳 60호 묘역을 방문해 미군의 희생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반면 아프간전 전사자의 유해가 운구된 공항에 직접 나가 거수 경례까지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올 현충일에는 알링턴을 찾지 않았습니다. 다른 국립묘지 일정때문이라는게 백악관의 설명이었지만 아프간 전쟁과 전몰 장병들을 경시한다는 보수진영의 공격까지 받았습니다.

워싱턴 시내의 한 주택가에는 커다란 별 깃발이 걸려있는 3층짜리 건물이 있습니다. 미국 전몰장병 어머니회로 회원 대부분이 이라크와 아프간전 희생자들의 어머니입니다. 이 단체 회장도 아들 크리스를 아프간전에서 잃었습니다.

<인터뷰> 루스 스톤사이퍼(금성 어머니회 회장):"지금 살아 있더라도 참전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을것 같아요. 아들 자신의 결정이니까요. 엄마로서 탯줄을 끊고나면 자식이 품을 떠난겁니다."

이 단체가 매년 9월에 주관하는 전몰장병 어머니의 날은 지난해부터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민들의 아프간전 여론이 점차 회의적으로 변하는데다 지난해부터 아프간전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논란이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폴 브래드쇼(전사자 아버지):"아프간 전을 왜 시작하고 왜 그렇게 오래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정당화시키기도 힘듭니다."

전사자 증가 못지않게 병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도 미군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참전 군인들이 전장의 충격으로 자살충동, 우울증, 정서불안 기억상실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증상입니다. 32살의 이 여군도 아프간 참전후 심각한 PTSD 증후군에 시달려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커티샤 스키타(참전군인):"과음을 하기 시작했고 항상 화가 나고 매우 우울했어요. 잠을 못자고 악몽을 꾸고 했는데 제 자신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몰랐어요."

<인터뷰> 크리스 모리스(정신과의사):"개인마다 구체적 증상이 있습니다. 인지 치료와 지속노출 치료 두 방법을 사용하는데 보통 8단계에서 12단계가 걸립니다."

미국 정부는 미군의 자살률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참전군인 3명중 1명꼴로 PTSD 증세가 나타나자 재활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텍사스 군기지에서 발생한 최악의 미군 총기 난사 사건이 PTSD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현실적인 고민은 출구전략입니다. 올해안에 탈레반을 축출하고 아프간 치안을 확보한 후 내년 7월부터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대국민 약속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에따라 지금까지의 현상유지 주력 정책에서 벗어나 올 3월부터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지상공격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3월말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사전 예고없이 카불을 깜짝 방문해 미군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탈레반의 남부거점인 헬만드를 장악하는데 성공한 미군은 올여름 아프간전의 성패를 판가름할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탈레반의 성지이자 핵심 근거지인 칸다하르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스탠리 맥크리스탈(아프간 미군 사령관):"우리는 아프간 국민에게 자신들의 삶을 선택할 자유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전하게 진전이 이뤄진건 아니지만 우리는 탈레반의 저항 상황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미군은 칸다하르 대공세를 위해 대규모 지상군 투입은 물론 현대전의 양상까지 바꾸는 첨단 무기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UAV라 불리는 무인정찰 공격기 프레더터와 리퍼의 본격적인 투입입니다. 밤낮, 악천후를 가리지 않고 미 본토에서 조종하는 무인 공격기가 무려 7천대나 이라크와 아프간전에 투입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더 늘어난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프간 34개주가운데 11개주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도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미 핵심지역인 바그람 공군기지에 차량 폭탄테러를 시도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미군 차량에 대한 자살 폭탄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지 주민들이 미군에 동조하지 못하도록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폭탄테러로 주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굴랍 만갈(아프간 헬만드주 지사):"주민들을 협박하고 탄압하는 탈레반을 지역에 들이지 말도록 얘기하고 있습니다. 부족 원로들이 단결해 탈레반을 쫓아내야 합니다."

탈레반 격퇴를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집권 2기에 들어선 카르자이 정부는 고질적인 부패와 무능함으로 아프간 국민의 마음은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마저 잃고 있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우려한 미국이 부패척결 압력을 넣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오히려 탈레반 협상 카드로 저항했고 미국은 울며 겨자먹기로 카르자이를 워싱턴으로 초청해 다독일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하미드 카르자이(아프간 대통령):"미국과 동맹국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아프간의 자유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프간은 이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미국의 도움으로 반드시 성공할것입니다."

미국이 어쨋든 내년 7월이라는 철군 일정을 거듭 확인하면서 국제사회는 벌써부터 전쟁 이후의 이권 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아프간전 와중에 각종 광물개발권을 휩쓴것을 두고 아프간 전쟁의 승자는 미국도 탈레반도 아닌 중국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아프간에서 천 2백조원어치의 각종 희귀 광물들을 발견했다며 들뜬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스테파니 새넉(미국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미국의 정책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 오바마 정부는 이 광물들을 채굴하는데 필요한 아프간 인프라 구축에 지원의 초점을 맞출겁니다."

그러나 아프간의 풍부한 광물자원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많습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본격적인 광물개발에 나설 경우 해당 지역을 장악한 탈레반과의 충돌이 불가피할뿐더러 아프간이 강대국들의 자원 각축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역사적으로 외세들의 무덤이라는 아프가니스탄. 테러와의 전쟁 승리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이 베트남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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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리포트] 미국, 최장기 전쟁 ‘아프간전’
    • 입력 2010-06-20 08:50: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며칠 후면 우리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게 되지만 지금 지구상에는 한국전 기간의 세 배 가까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와도 무관치 않은 아프가니스탄이죠? 네..2001년 9.11사태 다음달부터 전쟁이 시작됐으니까 만 8년 8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침내 베트남 전을 넘어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출구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아프간전 상황을 이춘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워싱턴 교외의 한 야구장. 힘찬 군가 합창에 맞춰 미군 기수단이 입장하고 낙하산 묘기까지 펼쳐집니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전역한 군인들을 환영하는 행사입니다. <녹취> 에릭 신세키(미국 보훈장관):"우리는 항상 임무가 최우선입니다. 패배를 수용하지도 쓰러진 동료를 내버려두지도 않을 겁니다." 참전군인 귀환 환영 행사가 처음 시작된 것은 4년전. 워싱턴 국립 보훈병원이 참전 전역 군인들의 사회복귀를 돕기위해 개최한것이 계기가 됐고 이제는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지역마다 돌아가며 열립니다. 이 행사에서는 단순히 참전용사들에 대한 환영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지식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30곳이 넘는 대기업과 대학들이 현장에 상담소를 차려놓고 참전군인들의 취업과 진학 안내를 도왔습니다. 건강보험과 연금 수령 질병과 부상 치료 등 참전에 따른 각종 혜택도 자세하게 안내해줍니다. <인터뷰> 로버트 피어슨(참전 군인):"동료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더 많은 정보도 얻고 집에 갑니다." <인터뷰> 브랜든 앨런(참전 군인):"전투에서 부상당했을때 언제라도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큰 혜택입니다." 아프간전이라는 수렁에 빠져있는 미국 정부는 이같은 행사로 애국 분위기를 고취하고 참전 군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에릭 신세키(미국 보훈장관):"참전군인들이 임무를 마치면 그들을 돌봐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150개가 넘는 보훈병원을 두고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합니다." 현재 아프간 전쟁은 오바마 정부의 가장 큰 골치꺼리입니다. 이라크전과는 달리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7일로 아프간전은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을 제치고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란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다보니 미국의 부담도 엄청납니다. 벌써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이 9만 4천명을 넘었습니다. 이라크 주둔 병력이 현재 9만 2천명에서 내년에 4만 3천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드는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전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올해 아프간전 비용으로 1050억 달러를 사용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1170억 달러를 책정했습니다. <인터뷰> 스테파니 새넉(미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미국이 증원군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는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나 패배가 없을 겁니다." 인명피해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군 전사자가 천백명을 훌쩍 넘었고 영국 등 연합군까지 포함하면 2천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전 희생자만 묻히는 알링턴 국립묘지 60호 묘역. 지난해부터 아프간 전쟁상황이 다시 격화되면서 이곳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아프간 희생자들의 묘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백명의 아프간 희생자들이 이곳에 잠들어있습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이곳 60호 묘역을 방문해 미군의 희생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반면 아프간전 전사자의 유해가 운구된 공항에 직접 나가 거수 경례까지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올 현충일에는 알링턴을 찾지 않았습니다. 다른 국립묘지 일정때문이라는게 백악관의 설명이었지만 아프간 전쟁과 전몰 장병들을 경시한다는 보수진영의 공격까지 받았습니다. 워싱턴 시내의 한 주택가에는 커다란 별 깃발이 걸려있는 3층짜리 건물이 있습니다. 미국 전몰장병 어머니회로 회원 대부분이 이라크와 아프간전 희생자들의 어머니입니다. 이 단체 회장도 아들 크리스를 아프간전에서 잃었습니다. <인터뷰> 루스 스톤사이퍼(금성 어머니회 회장):"지금 살아 있더라도 참전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을것 같아요. 아들 자신의 결정이니까요. 엄마로서 탯줄을 끊고나면 자식이 품을 떠난겁니다." 이 단체가 매년 9월에 주관하는 전몰장병 어머니의 날은 지난해부터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민들의 아프간전 여론이 점차 회의적으로 변하는데다 지난해부터 아프간전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논란이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폴 브래드쇼(전사자 아버지):"아프간 전을 왜 시작하고 왜 그렇게 오래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정당화시키기도 힘듭니다." 전사자 증가 못지않게 병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도 미군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참전 군인들이 전장의 충격으로 자살충동, 우울증, 정서불안 기억상실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증상입니다. 32살의 이 여군도 아프간 참전후 심각한 PTSD 증후군에 시달려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커티샤 스키타(참전군인):"과음을 하기 시작했고 항상 화가 나고 매우 우울했어요. 잠을 못자고 악몽을 꾸고 했는데 제 자신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몰랐어요." <인터뷰> 크리스 모리스(정신과의사):"개인마다 구체적 증상이 있습니다. 인지 치료와 지속노출 치료 두 방법을 사용하는데 보통 8단계에서 12단계가 걸립니다." 미국 정부는 미군의 자살률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참전군인 3명중 1명꼴로 PTSD 증세가 나타나자 재활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텍사스 군기지에서 발생한 최악의 미군 총기 난사 사건이 PTSD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현실적인 고민은 출구전략입니다. 올해안에 탈레반을 축출하고 아프간 치안을 확보한 후 내년 7월부터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대국민 약속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에따라 지금까지의 현상유지 주력 정책에서 벗어나 올 3월부터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지상공격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3월말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사전 예고없이 카불을 깜짝 방문해 미군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탈레반의 남부거점인 헬만드를 장악하는데 성공한 미군은 올여름 아프간전의 성패를 판가름할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탈레반의 성지이자 핵심 근거지인 칸다하르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스탠리 맥크리스탈(아프간 미군 사령관):"우리는 아프간 국민에게 자신들의 삶을 선택할 자유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전하게 진전이 이뤄진건 아니지만 우리는 탈레반의 저항 상황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미군은 칸다하르 대공세를 위해 대규모 지상군 투입은 물론 현대전의 양상까지 바꾸는 첨단 무기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UAV라 불리는 무인정찰 공격기 프레더터와 리퍼의 본격적인 투입입니다. 밤낮, 악천후를 가리지 않고 미 본토에서 조종하는 무인 공격기가 무려 7천대나 이라크와 아프간전에 투입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더 늘어난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프간 34개주가운데 11개주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도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미 핵심지역인 바그람 공군기지에 차량 폭탄테러를 시도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미군 차량에 대한 자살 폭탄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지 주민들이 미군에 동조하지 못하도록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폭탄테러로 주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굴랍 만갈(아프간 헬만드주 지사):"주민들을 협박하고 탄압하는 탈레반을 지역에 들이지 말도록 얘기하고 있습니다. 부족 원로들이 단결해 탈레반을 쫓아내야 합니다." 탈레반 격퇴를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집권 2기에 들어선 카르자이 정부는 고질적인 부패와 무능함으로 아프간 국민의 마음은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마저 잃고 있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우려한 미국이 부패척결 압력을 넣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오히려 탈레반 협상 카드로 저항했고 미국은 울며 겨자먹기로 카르자이를 워싱턴으로 초청해 다독일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하미드 카르자이(아프간 대통령):"미국과 동맹국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아프간의 자유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프간은 이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미국의 도움으로 반드시 성공할것입니다." 미국이 어쨋든 내년 7월이라는 철군 일정을 거듭 확인하면서 국제사회는 벌써부터 전쟁 이후의 이권 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아프간전 와중에 각종 광물개발권을 휩쓴것을 두고 아프간 전쟁의 승자는 미국도 탈레반도 아닌 중국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아프간에서 천 2백조원어치의 각종 희귀 광물들을 발견했다며 들뜬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스테파니 새넉(미국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미국의 정책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 오바마 정부는 이 광물들을 채굴하는데 필요한 아프간 인프라 구축에 지원의 초점을 맞출겁니다." 그러나 아프간의 풍부한 광물자원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많습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본격적인 광물개발에 나설 경우 해당 지역을 장악한 탈레반과의 충돌이 불가피할뿐더러 아프간이 강대국들의 자원 각축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역사적으로 외세들의 무덤이라는 아프가니스탄. 테러와의 전쟁 승리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이 베트남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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