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 기행

입력 2010.06.21 (07:20) 수정 2010.06.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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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비무장지대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비무장지대, DMZ는 남과 북의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정된 완충지대로 군대의 주둔과 무기의 배치가 금지된 곳입니다.

전쟁의 상흔이자 분단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

전쟁이 끝난지 57년, 비무장지대가 생명과 평화의 배움터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리포트>

<녹취> “우리 軍은 추후 나타나는 북한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 필요한 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녹취>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 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위협적인 성명이 발표된 날, 취재진은 서부전선 전방지역을 찾았습니다.

최전방 비무장지대가 눈 앞에 보이는 곳, 천안함 사건 이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병사들은 경계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근화(이병/1사단 장병) : “이런 민감한 상태에서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근무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철조망 너머 비무장지대는 적막함 속에서도 팽팽한 긴장이 흐릅니다.

지난 달 26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는 세 가지 가능성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서해상에서 남북한 해군이 재충돌할 경웁니다.

두 번째는 DMZ에서의 대북심리전 재개로 인해 교전이 발생할 가능성, 세 번째는 비무장지대에서의 통제되지 않은 우발적 충돌이 교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이처럼 남북한의 국지전을 유발시키는 한반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전쟁의 가능성이 언제든지 현실이 될 수 있는 곳.

남북의 군사력이 집중된 비무장지대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지역이자 지구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생태계의 寶庫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도순(가톨릭대 생명과학부) : “생물다양성적인 가치가 다른 어느 곳보다 뛰어나고 원시성을 가진 지역도 많고 그래서 종합적으로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취재진은 한 환경단체가 주관한 서부전선 DMZ 생태 탐방에 동행했습니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 안 생태계를 보기 위해선 반드시 군 초소를 통과해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출입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졌습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통과해 달린 지 20여분만에 도착한 곳은 임진강 하구 초평도 지역.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고 개발이 제한된 이 곳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가랑비를 맞으며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은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식물의 38%가 서식할 정도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호(DMZ생태연구소 소장) : “멸종 위기종도 8종 정도가 서식해요. 멸종 1급 8종이 서식한다는 건 정말로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 중 하나에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이렇게 우수한 생물종들이 사는 지역이 없어요.”

습지에서 숲으로의 천이과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귀룽나무 군락지.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 겨우살이덩굴로도 불리는 인동초 논가에 흐드러지게 핀 노랑 꽃창포도 아름다운 자태를 뽑냅니다.

저지대와 평야가 많은 서부전선 DMZ는 습지 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작은 물웅덩이인 둠벙에는 새들의 먹이인 고둥이 많아 철새들의 하위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습니다.

<녹취> 인솔 교사 : “이런 것들은 좀 큰데,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돼요.”

<인터뷰> 학생 : “저는 진짜로 군인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와 보니까 실제적으로 정말 본 적도 없는 동화속에서만 나올 법한 자연도 있고 숲도 있고 그런 거 볼 때마다 이런 곳이 정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또 다른 둠벙에는 식충식물인 통발도 발견됩니다.

통발은 물벼룩 등 아주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희귀식물입니다.

<인터뷰> 김승호(DMZ생태연구소 소장) : “DMZ 일원에 있는 둠벙들은 법적 보호종 식물들이나 금개구리같이 법적 보호종 동물들이 다수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비극의 결과물로 생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이 곳의 다양한 생태계를 통해 참가자들은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평화로운 통일을 통해서 이런 DMZ라는 공간도 보호가 됐으면 좋겠고 우리 인간도 보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3년 1개월동안 62만명이 넘는 한국군 사상자를 포함해 남북한 민간인 600만명에게 피해를 남긴 한국전쟁.

비무장지대는 이런 비극적인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 탄생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폭 4km, 길이 248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는 군대의 주둔과 무기 배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곳입니다.

남방한계선 밑으로는 군사적 필요에 따라 다시 민간인 출입통제선이 그어졌습니다.

<인터뷰>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 “한국전쟁 발발 이전 38도선에서 대치했을땐 비무장지대라는게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수백건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요.”

이념과 체제 대결이 극심하던 냉전시대, 비무장지대는 전쟁 위기를 불러 일으키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76년에 발생한 북한의 도끼만행사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작업중이던 미군을 북한군이 공격해 미군 장교2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항공모함과 전폭기를 급파하고 북한이 전군에 전투태세를 하달하면서 한반도는 전쟁 일보 직전으로 치달았습니다.

전쟁과 분단은 민통선 지역 주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사진작가 이시우씨. 그는 17년 동안 민통선 지역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인터뷰> 이시우(사진작가) : “눈이 잔뜩 내린 평야에 철새가 북쪽을 향해서 날아가는 거예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친구 카메라 뺏어서 그 장면을 찍었는데...”

전쟁때 뭍거나 뿌려진 비무장지대의 대인지뢰들.

지뢰로 인해 고통받는 민통선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애환이 그의 렌즈에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이시우(사진작가) : “비무장지대 민통선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가장 큰 분단의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것조차 그런 피해조차도 알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라는 걸 드러내 보이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통행을 막아온 철책, 생명을 위협하는 지뢰. 지난 시기 비무장지대가 우리에게 남긴 이미지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10년전 남과 북의 정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습니다.

정상회담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의문의 총격사건 뒤에 숨겨진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그린공동경비구역 JSA.

분단현실 속에서도 남북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한 이 영화는 정상회담 직후에 개봉됐습니다.

전쟁을 모르는 동막골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이념을 초월한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한 웰컴투동막골.

월드컵 관람을 소재로 비무장지대에서 대립하고 있는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과 화합을 그린 영화도 지난 달 개봉됐습니다.

<인터뷰> 강유정(영화평론가) : “점점 이런 영화들을 거치면서 DMZ라는 공간을 이렇게 보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최종적 전선이 아니라 남북이 지금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점이지대로서의 다른 어떤 해석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가르치는 민간교육기관입니다.

오늘은 멀리 남해에서 온 교사와 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먼저 학생들이 방문한 곳은 동부전선 최전방 을지전망대.

육안으로도 북방한계선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녹취> 안내원 : “지금 앞에 보이시는 곳은 다 북한지역입니다. 좌우측에 보이는 황토색깔 길이 북한의 북방한계선입니다.”

전쟁 당시 동부전선 최대의 격전지였던 펀치볼 지역.

여기서 북한군 초소와의 거리는 불과 2km도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영일(남해중학교 3학년) : “이렇게 한눈에 봐도 바로 북한이 보이는데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에 의해서 한민족이 갈라져서 살아야된다는 게 너무 슬프죠.”

민통선을 지나 금강산 향로봉으로 향하는 길목, 동서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와 남북으로 뻗은 백두대간이 만나는 이 곳은 남북의 식물종이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비무장지대 근처의 숲에서는 전쟁의 흔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녹취> 임기혁(숲해설가) : “이 일대 산에 다니다보면 M1탄피, 칼빈 탄피, 105mm 박격포 포탄, 구멍뚫린 철모 그런게 많이 보여요.”

전쟁으로 사람의 발길이 통제된 동부전선 민통선 지역, 분단의 결과 이 곳은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지대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조도순(가톨릭대 생명과학부 교수) : “비무장지대가 전쟁의 결과로 생겼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면 전쟁으로부터 평화로 승화가 돼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 전쟁의 비극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비무장지대 DMZ.

그 속에서 생명과 평화에 대한 열망이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피어오르는 그 열망이 한반도 전체로 확산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황진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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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MZ 평화 기행
    • 입력 2010-06-21 07:20:11
    • 수정2010-06-21 09:11:1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비무장지대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비무장지대, DMZ는 남과 북의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정된 완충지대로 군대의 주둔과 무기의 배치가 금지된 곳입니다. 전쟁의 상흔이자 분단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 전쟁이 끝난지 57년, 비무장지대가 생명과 평화의 배움터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리포트> <녹취> “우리 軍은 추후 나타나는 북한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 필요한 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녹취>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 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위협적인 성명이 발표된 날, 취재진은 서부전선 전방지역을 찾았습니다. 최전방 비무장지대가 눈 앞에 보이는 곳, 천안함 사건 이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병사들은 경계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근화(이병/1사단 장병) : “이런 민감한 상태에서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근무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철조망 너머 비무장지대는 적막함 속에서도 팽팽한 긴장이 흐릅니다. 지난 달 26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는 세 가지 가능성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서해상에서 남북한 해군이 재충돌할 경웁니다. 두 번째는 DMZ에서의 대북심리전 재개로 인해 교전이 발생할 가능성, 세 번째는 비무장지대에서의 통제되지 않은 우발적 충돌이 교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이처럼 남북한의 국지전을 유발시키는 한반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전쟁의 가능성이 언제든지 현실이 될 수 있는 곳. 남북의 군사력이 집중된 비무장지대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지역이자 지구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생태계의 寶庫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도순(가톨릭대 생명과학부) : “생물다양성적인 가치가 다른 어느 곳보다 뛰어나고 원시성을 가진 지역도 많고 그래서 종합적으로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취재진은 한 환경단체가 주관한 서부전선 DMZ 생태 탐방에 동행했습니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 안 생태계를 보기 위해선 반드시 군 초소를 통과해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출입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졌습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통과해 달린 지 20여분만에 도착한 곳은 임진강 하구 초평도 지역.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고 개발이 제한된 이 곳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가랑비를 맞으며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은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식물의 38%가 서식할 정도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호(DMZ생태연구소 소장) : “멸종 위기종도 8종 정도가 서식해요. 멸종 1급 8종이 서식한다는 건 정말로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 중 하나에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이렇게 우수한 생물종들이 사는 지역이 없어요.” 습지에서 숲으로의 천이과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귀룽나무 군락지.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 겨우살이덩굴로도 불리는 인동초 논가에 흐드러지게 핀 노랑 꽃창포도 아름다운 자태를 뽑냅니다. 저지대와 평야가 많은 서부전선 DMZ는 습지 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작은 물웅덩이인 둠벙에는 새들의 먹이인 고둥이 많아 철새들의 하위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습니다. <녹취> 인솔 교사 : “이런 것들은 좀 큰데,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돼요.” <인터뷰> 학생 : “저는 진짜로 군인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와 보니까 실제적으로 정말 본 적도 없는 동화속에서만 나올 법한 자연도 있고 숲도 있고 그런 거 볼 때마다 이런 곳이 정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또 다른 둠벙에는 식충식물인 통발도 발견됩니다. 통발은 물벼룩 등 아주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희귀식물입니다. <인터뷰> 김승호(DMZ생태연구소 소장) : “DMZ 일원에 있는 둠벙들은 법적 보호종 식물들이나 금개구리같이 법적 보호종 동물들이 다수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비극의 결과물로 생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이 곳의 다양한 생태계를 통해 참가자들은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평화로운 통일을 통해서 이런 DMZ라는 공간도 보호가 됐으면 좋겠고 우리 인간도 보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3년 1개월동안 62만명이 넘는 한국군 사상자를 포함해 남북한 민간인 600만명에게 피해를 남긴 한국전쟁. 비무장지대는 이런 비극적인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 탄생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폭 4km, 길이 248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는 군대의 주둔과 무기 배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곳입니다. 남방한계선 밑으로는 군사적 필요에 따라 다시 민간인 출입통제선이 그어졌습니다. <인터뷰>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 “한국전쟁 발발 이전 38도선에서 대치했을땐 비무장지대라는게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수백건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요.” 이념과 체제 대결이 극심하던 냉전시대, 비무장지대는 전쟁 위기를 불러 일으키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76년에 발생한 북한의 도끼만행사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작업중이던 미군을 북한군이 공격해 미군 장교2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항공모함과 전폭기를 급파하고 북한이 전군에 전투태세를 하달하면서 한반도는 전쟁 일보 직전으로 치달았습니다. 전쟁과 분단은 민통선 지역 주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사진작가 이시우씨. 그는 17년 동안 민통선 지역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인터뷰> 이시우(사진작가) : “눈이 잔뜩 내린 평야에 철새가 북쪽을 향해서 날아가는 거예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친구 카메라 뺏어서 그 장면을 찍었는데...” 전쟁때 뭍거나 뿌려진 비무장지대의 대인지뢰들. 지뢰로 인해 고통받는 민통선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애환이 그의 렌즈에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이시우(사진작가) : “비무장지대 민통선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가장 큰 분단의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것조차 그런 피해조차도 알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라는 걸 드러내 보이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통행을 막아온 철책, 생명을 위협하는 지뢰. 지난 시기 비무장지대가 우리에게 남긴 이미지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10년전 남과 북의 정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습니다. 정상회담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의문의 총격사건 뒤에 숨겨진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그린공동경비구역 JSA. 분단현실 속에서도 남북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한 이 영화는 정상회담 직후에 개봉됐습니다. 전쟁을 모르는 동막골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이념을 초월한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한 웰컴투동막골. 월드컵 관람을 소재로 비무장지대에서 대립하고 있는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과 화합을 그린 영화도 지난 달 개봉됐습니다. <인터뷰> 강유정(영화평론가) : “점점 이런 영화들을 거치면서 DMZ라는 공간을 이렇게 보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최종적 전선이 아니라 남북이 지금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점이지대로서의 다른 어떤 해석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가르치는 민간교육기관입니다. 오늘은 멀리 남해에서 온 교사와 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먼저 학생들이 방문한 곳은 동부전선 최전방 을지전망대. 육안으로도 북방한계선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녹취> 안내원 : “지금 앞에 보이시는 곳은 다 북한지역입니다. 좌우측에 보이는 황토색깔 길이 북한의 북방한계선입니다.” 전쟁 당시 동부전선 최대의 격전지였던 펀치볼 지역. 여기서 북한군 초소와의 거리는 불과 2km도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영일(남해중학교 3학년) : “이렇게 한눈에 봐도 바로 북한이 보이는데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에 의해서 한민족이 갈라져서 살아야된다는 게 너무 슬프죠.” 민통선을 지나 금강산 향로봉으로 향하는 길목, 동서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와 남북으로 뻗은 백두대간이 만나는 이 곳은 남북의 식물종이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비무장지대 근처의 숲에서는 전쟁의 흔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녹취> 임기혁(숲해설가) : “이 일대 산에 다니다보면 M1탄피, 칼빈 탄피, 105mm 박격포 포탄, 구멍뚫린 철모 그런게 많이 보여요.” 전쟁으로 사람의 발길이 통제된 동부전선 민통선 지역, 분단의 결과 이 곳은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지대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조도순(가톨릭대 생명과학부 교수) : “비무장지대가 전쟁의 결과로 생겼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면 전쟁으로부터 평화로 승화가 돼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 전쟁의 비극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비무장지대 DMZ. 그 속에서 생명과 평화에 대한 열망이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피어오르는 그 열망이 한반도 전체로 확산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황진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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