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장들의 마지막 월드컵

입력 2010.06.28 (08:46) 수정 2010.06.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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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월드컵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정말 행복한 6월을 보냈죠?



네,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성과는 정말 짜맀했습니다.



그래도 8강, 4강까지 갔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민우 기자, 이번 월드컵에서 유독 아쉬움이 더한 선수들이 있다죠?



아마도 이 선수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듯 싶습니다.



거미손 이운재. 반지의 제왕 안정환. 라이온킹 이동국. 꾀돌이 이영표. 진공청소기 김남일. 한국 축구에 희망을 심어준 자랑스런 이름들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죠. 이제 월드컵과 작별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 마지막 모습이 더 쓸쓸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들의 열정 덕분에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6일 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붉은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굵은 빗줄기도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진 못했는데요.



<인터뷰> 김상준(시민) : “태극전사를 위해서라면 비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극전사, 파이팅!”



우루과이에게 먼저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2분 이청용의 짜릿한 동점골이 나오는 순간, 뜨거운 함성이 터집니다.



하지만 또 다시, 통한의 골을 내주며, 결국 2대1의 안타까운 패배를 맛봐야 했습니다.



<인터뷰> 최민아(시민) : “부상당하지 않고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8강은 못 갔지만 열심히 하셨으니까... 정말 수고하셨어요.”



종료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90분 내내 쉴 새 없이 뛰어 다니며 투혼을 불사르던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습니다.



그라운드는 어느새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로봇 차두리 선수의 눈에서도 너무도 인간적인, 뜨거운 눈물을 흘러내렸습니다.



<인터뷰> 고아라(시민) :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나 누구보다도 아쉬워하는 선수들이 있죠. 이번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마지막이 된 고참 선수들입니다.



눈물 흘리는 후배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반지의 제왕’ 안정환 선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4강 신화를 완성했던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뒤늦게 부름을 받았지만, 한 경기도 뛰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꿈의 무대를 밟지 못하고, 쓸쓸히 월드컵과의 인연을 마감하게 됐는데요.



<인터뷰> 박신인(시민) : “이번에도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어서 반지 세리머니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웠어요. 이번엔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원정 사상 첫 16강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전했던 ‘거미손’ 이운재 선수.



<인터뷰> 이운재 선수 : “모든 선수들이 지금까지 훈련을 잘 마무리하면서 조직력을 많이 올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주전경쟁에 밀려,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야 했습니다.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이었던 그도, 이제 더는 월드컵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월드컵과 유독 인연이 없던 ‘비운의 스타’ 이동국 선수.



<인터뷰> 이동국 선수 : “재활훈련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12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절호의 득점기회. 하지만 빗맞은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골대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기다린 무대였는데, 너무도 허무하게 끝났다.’ 마지막 월드컵과 작별을 고한 통한의 한마였습니다.



<인터뷰> 김건웅(시민) : “2002년에도 뛰지 못하고, (이번) 월드컵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많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고...”



사상 첫 원정 16강이 확정되자, ‘오늘만큼은 팬들의 비난을 거부하고 싶다’며 기쁨을 표시했던 이영표 선수.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을 보여줬는데요. 그의 투혼은 이제 사실상 끝이 났지만, 못다 이룬 꿈은 후배들에게 넘겼습니다.



‘우리는 가지 못했지만, 후배들은 8강 이상을 꼭 이뤄냈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는데요.



나이지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김남일 선수. 이번 월드컵은 그에게 너무도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 월드컵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건웅(시민) : “(실책이) 아쉽기는 했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줬으니까,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표팀의 주장, 박지성 선수도 스스로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내 월드컵이 끝났다는 생각에 아쉽고, 후회가 된다’, ‘팬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더 이상의 월드컵 출전은 없을 것이란 뜻을 밝혔는데요.



<인터뷰> 김민지(시민) :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말이) 거짓말인 줄 알고 믿지 않았는데, 진짜라니까 섭섭하고 ‘한 번만 더 뛰어줬으면 좋을 텐데...’라는 바람이 있어요.”



이제 월드컵과 작별을 고하게 되는 한국 축구 신화의 주역들. 그들의 땀과 열정은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이어져, 한국 축구의 희망의 미래를 열었습니다.



후배들이 걸어갈 길을 닦아놓고 떠나는 노장들.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진심어린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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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0-06-28 08: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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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정말 행복한 6월을 보냈죠?

네,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성과는 정말 짜맀했습니다.

그래도 8강, 4강까지 갔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민우 기자, 이번 월드컵에서 유독 아쉬움이 더한 선수들이 있다죠?

아마도 이 선수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듯 싶습니다.

거미손 이운재. 반지의 제왕 안정환. 라이온킹 이동국. 꾀돌이 이영표. 진공청소기 김남일. 한국 축구에 희망을 심어준 자랑스런 이름들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죠. 이제 월드컵과 작별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 마지막 모습이 더 쓸쓸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들의 열정 덕분에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6일 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붉은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굵은 빗줄기도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진 못했는데요.

<인터뷰> 김상준(시민) : “태극전사를 위해서라면 비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극전사, 파이팅!”

우루과이에게 먼저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2분 이청용의 짜릿한 동점골이 나오는 순간, 뜨거운 함성이 터집니다.

하지만 또 다시, 통한의 골을 내주며, 결국 2대1의 안타까운 패배를 맛봐야 했습니다.

<인터뷰> 최민아(시민) : “부상당하지 않고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8강은 못 갔지만 열심히 하셨으니까... 정말 수고하셨어요.”

종료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90분 내내 쉴 새 없이 뛰어 다니며 투혼을 불사르던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습니다.

그라운드는 어느새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로봇 차두리 선수의 눈에서도 너무도 인간적인, 뜨거운 눈물을 흘러내렸습니다.

<인터뷰> 고아라(시민) :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나 누구보다도 아쉬워하는 선수들이 있죠. 이번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마지막이 된 고참 선수들입니다.

눈물 흘리는 후배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반지의 제왕’ 안정환 선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4강 신화를 완성했던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뒤늦게 부름을 받았지만, 한 경기도 뛰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꿈의 무대를 밟지 못하고, 쓸쓸히 월드컵과의 인연을 마감하게 됐는데요.

<인터뷰> 박신인(시민) : “이번에도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어서 반지 세리머니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웠어요. 이번엔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원정 사상 첫 16강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전했던 ‘거미손’ 이운재 선수.

<인터뷰> 이운재 선수 : “모든 선수들이 지금까지 훈련을 잘 마무리하면서 조직력을 많이 올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주전경쟁에 밀려,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야 했습니다.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이었던 그도, 이제 더는 월드컵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월드컵과 유독 인연이 없던 ‘비운의 스타’ 이동국 선수.

<인터뷰> 이동국 선수 : “재활훈련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12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절호의 득점기회. 하지만 빗맞은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골대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기다린 무대였는데, 너무도 허무하게 끝났다.’ 마지막 월드컵과 작별을 고한 통한의 한마였습니다.

<인터뷰> 김건웅(시민) : “2002년에도 뛰지 못하고, (이번) 월드컵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많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고...”

사상 첫 원정 16강이 확정되자, ‘오늘만큼은 팬들의 비난을 거부하고 싶다’며 기쁨을 표시했던 이영표 선수.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을 보여줬는데요. 그의 투혼은 이제 사실상 끝이 났지만, 못다 이룬 꿈은 후배들에게 넘겼습니다.

‘우리는 가지 못했지만, 후배들은 8강 이상을 꼭 이뤄냈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는데요.

나이지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김남일 선수. 이번 월드컵은 그에게 너무도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 월드컵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건웅(시민) : “(실책이) 아쉽기는 했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줬으니까,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표팀의 주장, 박지성 선수도 스스로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내 월드컵이 끝났다는 생각에 아쉽고, 후회가 된다’, ‘팬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더 이상의 월드컵 출전은 없을 것이란 뜻을 밝혔는데요.

<인터뷰> 김민지(시민) :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말이) 거짓말인 줄 알고 믿지 않았는데, 진짜라니까 섭섭하고 ‘한 번만 더 뛰어줬으면 좋을 텐데...’라는 바람이 있어요.”

이제 월드컵과 작별을 고하게 되는 한국 축구 신화의 주역들. 그들의 땀과 열정은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이어져, 한국 축구의 희망의 미래를 열었습니다.

후배들이 걸어갈 길을 닦아놓고 떠나는 노장들.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진심어린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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