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결혼 8일 만에 끝난 베트남 신부의 꿈

입력 2010.07.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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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결혼 8일 째, 아직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런 꿈같은 신혼 생활을 하던 40대 남성이 스무살의 베트남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재환 기자, 어떻게 이런 잔인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리포트>

갑자기 남편의 귀에서 ‘죽여라’하는 환청이 들려왔습니다.

그 때문에 갑자기 아내를 살해했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지만, 알고 보니 이 남편, 8년 째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베트남 여성은 남편의 정신질환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돈만 주면 국제결혼을 시켜주는 대행업체의 허술한 체계 때문에, 병을 감추고 결혼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스무살 베트남 신부의 꿈이 처참히 무너진 것입니다.

지난 8일, 부산의 한 치안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김철식(경사/부산 신평치안센터) : "112가 아닌 일반 신고로 해서, '내가 정신질환자인데, 사람을 죽였다' 그런 횡설수설하고 일정치 않은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횡설수설하는 신고자의 목소리에 장난전화로 느꼈지만, 경찰은 일단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골목길 안쪽의 주택에는 심하게 다툰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철식(경사/부산 신평치안센터) : "사람은 방에 쓰러진 상태로 복부에 흉기에 찔린 채로 피를 흘리고 누워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물으니까 부부싸움 끝에 집 사람을 죽였다고..."

숨진 여성은 20살의 베트남 여성으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건 남성의 아내였습니다.

결혼생활을 시작한지 불과 8일 만에 벌어진 참변이었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여성 티 모 씨에게 한국 결혼업체로부터 선자리가 들어왔습니다.

상대는 한국인 47살의 장 모 씨.

27살 차이가 났지만, 첫 인상도 괜찮았고, 한국인과 결혼하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이주 여성들이 꿈꾸는 코리안 드림이었겠죠.

그리고 지난 1일, 이 여성은 한국 땅을 처음 밟았습니다.

결혼 수속 문제로 여섯달 늦게 한국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 "(장 모 씨가) 베트남 여자를 데려왔다고 하더라고요. (결혼한다고) 냉장고를 들여오더라고요. 그 방에 새 냉장고도 하나 보이고, 침대도 하나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지난 8일, 저녁식사를 하던 중 다정하던 남편 장 씨가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주먹과 발로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흉기로 아내를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 "밤에 싸움을 하고, 여자가 울고 고함을 지르고... 남자는 무언가를 쾅쾅 치기만 하고... 그러더니 기척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싸우더니만, 이제 안하나보다 이렇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사람이 죽었어요."

결혼생활 일주일 만에 벌어진 참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어이없게도 아내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장 씨는 황당한 말만 늘어놨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장 모 씨 : "귀에서 '죽여라, 죽여라' 이런 소리가 났어요. 환청이 다 시켰어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만 늘어놓던 장 씨.

이상하게 느낀 경찰은 장 씨의 병력을 조사했고, 놀랍게도 장 씨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형사/부산 사하경찰서) : "우리가 부산 정신병원에 의사소견서를 받아보니까, 7~8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병원에 입원도 하고 계속 약을 먹던 상태입니다."

8년간 앓아온 정신질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베트남 아내는 남편의 정신질환 병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결혼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형사/부산 사하경찰서) : "말이 안 통해서 (정신질환이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피의자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실을 (피해자가) 알았다면, 시집을 안 왔겠죠."

그런데 남편 장 씨, 지난 2005년에도 환청 소리에 친부모를 폭행해 문제가 됐었는데요.

마흔이 넘도록 뚜렷한 직업 없이 우울증 증세를 앓았다는 장씨.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국제결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형사/부산 사하경찰서) : "금액은 상당히 많이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천 만 원 가량을 국제결혼중개업체에게 지불한 것으로..."

문제는 장 씨의 정신질환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결혼 중개에 나선 국제결혼업체의 허술한 체계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국제결혼업체들 가운데 일부가 배우자가 될 상대의 전과이력이나 병력 등을 확인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국제결혼중개업체 관계자 : "(국제결혼에 필요한 서류는 없습니까?) 왜 없어요. 혼인관계 증명, 가족관계 증명, 기본증명, 그리고 가입신청서... (그것들로 병력 같은 걸 알 수 있나요?) 그런 건 본인이 말 안하면 모르죠. (병을) 알면서 속였다고 하면 결혼상담소에 책임이 있는 거고, 본인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면 모르는 거죠."

'결혼 중개업 관리법' 상 결혼중개업체들은 결혼할 배우자의 학력과 직업, 소득과 병력 등을 결혼 전 상대방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알리는 의무는 사라지고, 업체를 찾는 미혼남성들의 양심에만 맡기다 보니,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한 필리핀 여성도 남편의 정신질환을 모르고 결혼한 뒤,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나현(한국 거주 15년 베트남 여성) : "(아는) 필리핀 여성도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되었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아이를 만지지 말라고... 알고 보니까 남편이 조금 정상인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시댁 쪽에서는 아이만 원하고, 아이 낳고 나면 (여성은) 필요 없다는 거죠."

이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결혼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주여성들은 약 20만 명!

이주여성전문센터에 따르면, 직업과 병력 등 남성의 잘못된 정보에 따른 피해를 비롯해, 기타 생활 상담이 전체 상담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임인경(소장/이주여성?다문화가족센터'어울림') : "상업적 결혼 알선업 자체가 근절되었으면 합니다. 사람을 마치 사고 파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이주여성들이) 너무 많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결혼 알선 업체는 현실적으로 이득을 보지만, 이주 여성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든가 본인들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을 찾는 이주여성은 매년 3-4만 명 씩 늘고 있지만,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들은 뚜렷한 대책 없이 원점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아내를 살해한 장 씨는 살인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또, 결혼 알선업체의 위법한 사항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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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결혼 8일 만에 끝난 베트남 신부의 꿈
    • 입력 2010-07-12 08: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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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결혼 8일 째, 아직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런 꿈같은 신혼 생활을 하던 40대 남성이 스무살의 베트남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재환 기자, 어떻게 이런 잔인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리포트> 갑자기 남편의 귀에서 ‘죽여라’하는 환청이 들려왔습니다. 그 때문에 갑자기 아내를 살해했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지만, 알고 보니 이 남편, 8년 째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베트남 여성은 남편의 정신질환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돈만 주면 국제결혼을 시켜주는 대행업체의 허술한 체계 때문에, 병을 감추고 결혼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스무살 베트남 신부의 꿈이 처참히 무너진 것입니다. 지난 8일, 부산의 한 치안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김철식(경사/부산 신평치안센터) : "112가 아닌 일반 신고로 해서, '내가 정신질환자인데, 사람을 죽였다' 그런 횡설수설하고 일정치 않은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횡설수설하는 신고자의 목소리에 장난전화로 느꼈지만, 경찰은 일단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골목길 안쪽의 주택에는 심하게 다툰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철식(경사/부산 신평치안센터) : "사람은 방에 쓰러진 상태로 복부에 흉기에 찔린 채로 피를 흘리고 누워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물으니까 부부싸움 끝에 집 사람을 죽였다고..." 숨진 여성은 20살의 베트남 여성으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건 남성의 아내였습니다. 결혼생활을 시작한지 불과 8일 만에 벌어진 참변이었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여성 티 모 씨에게 한국 결혼업체로부터 선자리가 들어왔습니다. 상대는 한국인 47살의 장 모 씨. 27살 차이가 났지만, 첫 인상도 괜찮았고, 한국인과 결혼하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이주 여성들이 꿈꾸는 코리안 드림이었겠죠. 그리고 지난 1일, 이 여성은 한국 땅을 처음 밟았습니다. 결혼 수속 문제로 여섯달 늦게 한국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 "(장 모 씨가) 베트남 여자를 데려왔다고 하더라고요. (결혼한다고) 냉장고를 들여오더라고요. 그 방에 새 냉장고도 하나 보이고, 침대도 하나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지난 8일, 저녁식사를 하던 중 다정하던 남편 장 씨가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주먹과 발로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흉기로 아내를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 "밤에 싸움을 하고, 여자가 울고 고함을 지르고... 남자는 무언가를 쾅쾅 치기만 하고... 그러더니 기척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싸우더니만, 이제 안하나보다 이렇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사람이 죽었어요." 결혼생활 일주일 만에 벌어진 참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어이없게도 아내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장 씨는 황당한 말만 늘어놨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장 모 씨 : "귀에서 '죽여라, 죽여라' 이런 소리가 났어요. 환청이 다 시켰어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만 늘어놓던 장 씨. 이상하게 느낀 경찰은 장 씨의 병력을 조사했고, 놀랍게도 장 씨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형사/부산 사하경찰서) : "우리가 부산 정신병원에 의사소견서를 받아보니까, 7~8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병원에 입원도 하고 계속 약을 먹던 상태입니다." 8년간 앓아온 정신질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베트남 아내는 남편의 정신질환 병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결혼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형사/부산 사하경찰서) : "말이 안 통해서 (정신질환이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피의자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실을 (피해자가) 알았다면, 시집을 안 왔겠죠." 그런데 남편 장 씨, 지난 2005년에도 환청 소리에 친부모를 폭행해 문제가 됐었는데요. 마흔이 넘도록 뚜렷한 직업 없이 우울증 증세를 앓았다는 장씨.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국제결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형사/부산 사하경찰서) : "금액은 상당히 많이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천 만 원 가량을 국제결혼중개업체에게 지불한 것으로..." 문제는 장 씨의 정신질환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결혼 중개에 나선 국제결혼업체의 허술한 체계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국제결혼업체들 가운데 일부가 배우자가 될 상대의 전과이력이나 병력 등을 확인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국제결혼중개업체 관계자 : "(국제결혼에 필요한 서류는 없습니까?) 왜 없어요. 혼인관계 증명, 가족관계 증명, 기본증명, 그리고 가입신청서... (그것들로 병력 같은 걸 알 수 있나요?) 그런 건 본인이 말 안하면 모르죠. (병을) 알면서 속였다고 하면 결혼상담소에 책임이 있는 거고, 본인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면 모르는 거죠." '결혼 중개업 관리법' 상 결혼중개업체들은 결혼할 배우자의 학력과 직업, 소득과 병력 등을 결혼 전 상대방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알리는 의무는 사라지고, 업체를 찾는 미혼남성들의 양심에만 맡기다 보니,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한 필리핀 여성도 남편의 정신질환을 모르고 결혼한 뒤,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나현(한국 거주 15년 베트남 여성) : "(아는) 필리핀 여성도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되었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아이를 만지지 말라고... 알고 보니까 남편이 조금 정상인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시댁 쪽에서는 아이만 원하고, 아이 낳고 나면 (여성은) 필요 없다는 거죠." 이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결혼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주여성들은 약 20만 명! 이주여성전문센터에 따르면, 직업과 병력 등 남성의 잘못된 정보에 따른 피해를 비롯해, 기타 생활 상담이 전체 상담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임인경(소장/이주여성?다문화가족센터'어울림') : "상업적 결혼 알선업 자체가 근절되었으면 합니다. 사람을 마치 사고 파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이주여성들이) 너무 많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결혼 알선 업체는 현실적으로 이득을 보지만, 이주 여성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든가 본인들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을 찾는 이주여성은 매년 3-4만 명 씩 늘고 있지만,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들은 뚜렷한 대책 없이 원점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아내를 살해한 장 씨는 살인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또, 결혼 알선업체의 위법한 사항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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