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파문 어디까지?

입력 2010.07.19 (07:54) 수정 2010.07.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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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검찰까지 수사에 나서면서 그 배후가 누군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은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며, 여권내 권력투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무슨 내막이 있었는 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검찰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수사의뢰서가 접수되자마자 곧바로 특별수사팀을 꾸렸습니다.



수사 의뢰된 사람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이인규 전 지원관과 김 모 점검1팀장, 원 모 조사관, 이 모 조사관 등 4명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출국금지한 데 이어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 이틀 만에 사찰 파문의 진앙지격인 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 씨를 소환 조사했습니다.



김 씨는 검찰청사에 들어서면서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녹취>김종익(민간인 사찰 피해자):"멀쩡한 한 개인, 국민이 권력에 의해서 국가기구에 의해서 삶이 완전히 파괴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회복하고 보상을 하겠다는 거에 대해서 하나도 얘기하는 곳이 없습니다."



검찰은 총리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급파했습니다.



사상 첫 총리실 압수수색이었습니다.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수사 대상자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개인 파일 등이 확보됐습니다.



압수물 분석 과정에선 뜻밖의 수확이 나왔습니다.



50여 건의 민간인 사찰 정황이 드러났고, 수사 대상자들의 증거 인멸 시도도 포착됐습니다.



내사 자료들이 외부로 전달된 흔적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김 모 팀장과 원 모 조사관 등 수사 대상자와 참고인들을 줄소환했고, 이인규 전 지원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권 실세에게 이른바 ‘비선’ 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 수사의 칼끝은 점점 ‘윗선’을 향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여름.



김종익 씨는 인터넷에 떠돌던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석달 뒤 김 씨 회사의 회계자료 등을 불법 압수수색하고, 김 씨 거래처에게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게 김 씨 주장입니다.



<녹취>김종익(민간인 사찰 피해자):"국무총리실에서 국민은행 부행장을 불러서 조치하라는 것, 대표 이사직을 사임하고 지분을 이전시키라는 것, 회사에 대해 세무 조사를 하겠다는 압력,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는 사찰 파문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부 직제상 국무총리실장 밑에 있지만, 그 안에서 민간인 사찰까지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총리실장 조차 몰랐습니다.



<녹취>신건(지난 달 21일, 국회 정무위) :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일개 국민에 대해 조사하고 압력가했다는 거 보고받았어요?”



<녹취>권태신(지난 달 21일, 국회 정무위) : “국회 대비 과정에서 와서 보고를 해서 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몰랐구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원래 역할은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부조리 취약 분야 등을 점검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식 보고 라인을 무시한 채 장.차관 업무 평가는 물론 고위공직자에 대한 암행 감찰 업무까지 맡으면서 ’공직사회의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민간인 사찰에까지 손을 댔습니다.



총리실은 자체 조사 결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복무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시인했습니다.



<녹취>조원동(국무총리실 사무차장):“피조사 대상기관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자료를 징부받을 경우에 조사 대상 적격 여부에 대한 확인이 보다 엄중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이것은 복무 규정에 대해서 현저히 위배를 했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총리실은 문제가 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직과 인력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명칭을 ’공직복무관리관실’로 바꾸고 국무총리실장 대신 사무차장의 지휘를 받도록 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녹취>권태신(국무총리실장/지난 14일) : “인적 쇄신을 대폭하겠습니다. 이에 따라서 우선 신임 공직복무관리관은 총리실 공무원 중에서 공직기강 관련 업무 경험이 제일 많고, 공직관이 투철한 인물로 엄선을 했습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을 계기로 ‘영포 라인’과 ‘선진국민연대’출신 인사들의 권력 전횡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민주당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박지원(민주당 원내대표/지난 13일) : "박영준 차장은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과 모든 공직자들의 원성의 대상인 국정농단의 주동자인 박영준 차장이 아직도 영포라인의 뒷선을 믿고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박 차장은 경북 칠곡 출신으로, 영일.포항 출신 중앙 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회’ 소속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을 10년 넘게 지낸 점, 선진국민연대를 창설해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뒤 청와대 ‘왕비서관’으로 불린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영포 라인’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박 차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선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과정에 개입한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박영준(국무총리실 국무차장) :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에 대해서는 제가 알 수도 없었고 관여할 수도 없었던 그런 상황이었고, 당시야 뭐 제가 야인이 되서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공무원들 내 전화 받는 것 조차 꺼려할 상황인데.”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영포회 회원은 아니지만 영포 라인으로 분류됩니다.



평화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당 선대위 노동총괄단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에 앞장섰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대통령과 독대를 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던 인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비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11일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의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은 서울 모 호텔에서 은행장과 공기업 CEO들을 만나 인사 민원을 부탁하거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SK로부터 한국콘텐츠산업협회 후원금으로 수억 원을 받아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정 전 비서관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지난 12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은 경북 영덕 출신입니다.



그러나 포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실상 포항 인맥으로 분류됩니다.



이 전 지원관은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직접 지시한 적이 없고, 결재만 해줬을 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지원관을 조사한 뒤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 파문을 여권내 권력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 박영준 국무차장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박지원(민주당 원내대표/지난 7일) : “제가 거듭 말하지만 이건 권력 투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미 박영준 차장이 청와대 개편안을 작성해서 박영준 차장이 청와대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여권 일부에서) 그것을 막자고 하는 것입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 내부에서 민주당으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한나라당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이 뒷받침했습니다.



이성헌 의원은 바로 그 제보자가 정두언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김유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실장이 국정원에 같이 근무했던 신건 민주당 영포게이트특위 위원장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이성헌 의원도 권력투쟁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녹취> 이성헌(한나라당 의원/친박계/지난 12일) : “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해 온 세력간의 세력 싸움입니다. 파벌 싸움이죠.”



김유환 실장과 신건 위원장이 이성헌 의원의 주장을 즉각 부인한 가운데, 정두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울먹였습니다.



<녹취> 정두언(한나라당 의원/친이계/지난 12일) : “이런 사태에 대해서 저를 자꾸 권력 투쟁의 당사자로 몰고 가는 건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아니죠. 이 정부 들어와서 한나라당에서 외롭게 희생해 왔는데 그걸 이해해 주셔야죠.”



정 의원의 주장에는 포항 출신과 선진국민연대, 이상득 의원 라인의 권력 전횡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은 지난 주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맞물려 후보들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됐습니다.



<녹취>이성헌(한나라당 의원/친박계) : “이 문제에 대해서 불을 지른 사람이 이제 조용히 하고 같이 불을 끄자고 하면 사람들이 동의하겠습니까?”



<녹취>정두언(한나라당 의원/친이계) : “불을 지른 사람은 제가 아니고, 자꾸 저를 불을 지른 사람 취급하지 마시고.”



민간인 사찰 문제를 야당은 권력형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권력투쟁 양상을 보이며 내부 분열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이번 사건은 조만간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누가 왜 사찰을 지시했는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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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인 사찰 파문 어디까지?
    • 입력 2010-07-19 07:54:35
    • 수정2010-07-19 09:23:27
    취재파일K
<앵커 멘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검찰까지 수사에 나서면서 그 배후가 누군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은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며, 여권내 권력투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무슨 내막이 있었는 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검찰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수사의뢰서가 접수되자마자 곧바로 특별수사팀을 꾸렸습니다.

수사 의뢰된 사람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이인규 전 지원관과 김 모 점검1팀장, 원 모 조사관, 이 모 조사관 등 4명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출국금지한 데 이어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 이틀 만에 사찰 파문의 진앙지격인 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 씨를 소환 조사했습니다.

김 씨는 검찰청사에 들어서면서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녹취>김종익(민간인 사찰 피해자):"멀쩡한 한 개인, 국민이 권력에 의해서 국가기구에 의해서 삶이 완전히 파괴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회복하고 보상을 하겠다는 거에 대해서 하나도 얘기하는 곳이 없습니다."

검찰은 총리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급파했습니다.

사상 첫 총리실 압수수색이었습니다.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수사 대상자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개인 파일 등이 확보됐습니다.

압수물 분석 과정에선 뜻밖의 수확이 나왔습니다.

50여 건의 민간인 사찰 정황이 드러났고, 수사 대상자들의 증거 인멸 시도도 포착됐습니다.

내사 자료들이 외부로 전달된 흔적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김 모 팀장과 원 모 조사관 등 수사 대상자와 참고인들을 줄소환했고, 이인규 전 지원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권 실세에게 이른바 ‘비선’ 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 수사의 칼끝은 점점 ‘윗선’을 향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여름.

김종익 씨는 인터넷에 떠돌던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석달 뒤 김 씨 회사의 회계자료 등을 불법 압수수색하고, 김 씨 거래처에게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게 김 씨 주장입니다.

<녹취>김종익(민간인 사찰 피해자):"국무총리실에서 국민은행 부행장을 불러서 조치하라는 것, 대표 이사직을 사임하고 지분을 이전시키라는 것, 회사에 대해 세무 조사를 하겠다는 압력,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는 사찰 파문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부 직제상 국무총리실장 밑에 있지만, 그 안에서 민간인 사찰까지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총리실장 조차 몰랐습니다.

<녹취>신건(지난 달 21일, 국회 정무위) :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일개 국민에 대해 조사하고 압력가했다는 거 보고받았어요?”

<녹취>권태신(지난 달 21일, 국회 정무위) : “국회 대비 과정에서 와서 보고를 해서 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몰랐구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원래 역할은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부조리 취약 분야 등을 점검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식 보고 라인을 무시한 채 장.차관 업무 평가는 물론 고위공직자에 대한 암행 감찰 업무까지 맡으면서 ’공직사회의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민간인 사찰에까지 손을 댔습니다.

총리실은 자체 조사 결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복무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시인했습니다.

<녹취>조원동(국무총리실 사무차장):“피조사 대상기관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자료를 징부받을 경우에 조사 대상 적격 여부에 대한 확인이 보다 엄중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이것은 복무 규정에 대해서 현저히 위배를 했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총리실은 문제가 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직과 인력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명칭을 ’공직복무관리관실’로 바꾸고 국무총리실장 대신 사무차장의 지휘를 받도록 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녹취>권태신(국무총리실장/지난 14일) : “인적 쇄신을 대폭하겠습니다. 이에 따라서 우선 신임 공직복무관리관은 총리실 공무원 중에서 공직기강 관련 업무 경험이 제일 많고, 공직관이 투철한 인물로 엄선을 했습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을 계기로 ‘영포 라인’과 ‘선진국민연대’출신 인사들의 권력 전횡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민주당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박지원(민주당 원내대표/지난 13일) : "박영준 차장은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과 모든 공직자들의 원성의 대상인 국정농단의 주동자인 박영준 차장이 아직도 영포라인의 뒷선을 믿고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박 차장은 경북 칠곡 출신으로, 영일.포항 출신 중앙 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회’ 소속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을 10년 넘게 지낸 점, 선진국민연대를 창설해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뒤 청와대 ‘왕비서관’으로 불린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영포 라인’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박 차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선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과정에 개입한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박영준(국무총리실 국무차장) :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에 대해서는 제가 알 수도 없었고 관여할 수도 없었던 그런 상황이었고, 당시야 뭐 제가 야인이 되서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공무원들 내 전화 받는 것 조차 꺼려할 상황인데.”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영포회 회원은 아니지만 영포 라인으로 분류됩니다.

평화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당 선대위 노동총괄단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에 앞장섰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대통령과 독대를 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던 인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비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11일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의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은 서울 모 호텔에서 은행장과 공기업 CEO들을 만나 인사 민원을 부탁하거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SK로부터 한국콘텐츠산업협회 후원금으로 수억 원을 받아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정 전 비서관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지난 12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은 경북 영덕 출신입니다.

그러나 포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실상 포항 인맥으로 분류됩니다.

이 전 지원관은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직접 지시한 적이 없고, 결재만 해줬을 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지원관을 조사한 뒤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 파문을 여권내 권력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 박영준 국무차장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박지원(민주당 원내대표/지난 7일) : “제가 거듭 말하지만 이건 권력 투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미 박영준 차장이 청와대 개편안을 작성해서 박영준 차장이 청와대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여권 일부에서) 그것을 막자고 하는 것입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 내부에서 민주당으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한나라당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이 뒷받침했습니다.

이성헌 의원은 바로 그 제보자가 정두언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김유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실장이 국정원에 같이 근무했던 신건 민주당 영포게이트특위 위원장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이성헌 의원도 권력투쟁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녹취> 이성헌(한나라당 의원/친박계/지난 12일) : “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해 온 세력간의 세력 싸움입니다. 파벌 싸움이죠.”

김유환 실장과 신건 위원장이 이성헌 의원의 주장을 즉각 부인한 가운데, 정두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울먹였습니다.

<녹취> 정두언(한나라당 의원/친이계/지난 12일) : “이런 사태에 대해서 저를 자꾸 권력 투쟁의 당사자로 몰고 가는 건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아니죠. 이 정부 들어와서 한나라당에서 외롭게 희생해 왔는데 그걸 이해해 주셔야죠.”

정 의원의 주장에는 포항 출신과 선진국민연대, 이상득 의원 라인의 권력 전횡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은 지난 주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맞물려 후보들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됐습니다.

<녹취>이성헌(한나라당 의원/친박계) : “이 문제에 대해서 불을 지른 사람이 이제 조용히 하고 같이 불을 끄자고 하면 사람들이 동의하겠습니까?”

<녹취>정두언(한나라당 의원/친이계) : “불을 지른 사람은 제가 아니고, 자꾸 저를 불을 지른 사람 취급하지 마시고.”

민간인 사찰 문제를 야당은 권력형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권력투쟁 양상을 보이며 내부 분열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이번 사건은 조만간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누가 왜 사찰을 지시했는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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