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무관심에 또 운다

입력 2010.07.1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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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강직성 척추염, 일명 대나무 척추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아십니까?

척추에 염증이 생겨 대나무 마디처럼 굳어버리는 병인데요.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2~30대 남성이 주로 걸리는 만성 질환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극심한 고통에 모든 일을 그만두게 되고 비싼 약 값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부족한 지원이 고통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리포트>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50대 김 모 씨의 모습이 어딘지 불편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만성질환을 30년 동안 앓고 있습니다.

김 씨의 뼈마디 어디에도 성한 곳이 없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고관절하고 무릎 뼈하고 두 군데 인공 관절했죠. (그 전에 운동 안됐어요?) 전혀 안 됐지. 안 굽혀지는데... 빳빳한데..."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를 비롯한 관절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염증이 생깁니다.

급기야 관절이 굳어서 대나무 마디처럼 붙어버리는 질환입니다.

누우면 어깨 부분이 바닥에 붙지 않고 떠 있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굳었으니까 허리가 안 닿지."

김 씨가 어디를 가든 꼭 챙기는 물건은 효자손입니다.

등을 긁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이렇게 하면 탁 젖히고 그러면 이렇게 입고."

효자손에 집게까지 손수 달아 만능도구로 만들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신발도 안 들어가니까 남한테 이게 있어서 남한테 부탁하는 게 없지. 때 밀 때도 때밀이 수건 집어서 돌돌 말아. (다용도시네요?) 이게 머리도..."

20대 젊은 나이에 공장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았던 김 씨는 발병 뒤 30년 동안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한 달 집에 들어와서 그 길로 못 나갔지 공장 그대로 폐기, 자동으로 썩어서 문 닫고..."

44살 문인혁 씨는 운전대 앞에서 사이드 미러를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곁눈질을 해야 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을 앓은 지 25년 된 문 씨는 목뼈가 굳어 고개를 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리와 목을 굽힐 수 없어 스스로 발톱조차 제대로 깎을 수 없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발톱이 깎는 게 많이 힘들거든요. 아무래도 아래쪽에 가면 힘드니까."

새끼발가락엔 일어서서야 간신히 닿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혼자 쇼를 합니다. 쇼를 해 아무래도 잘 안 잡히지요."

문 씨는 갈비 벼까지 굳으면서 폐기능까지 크게 떨어졌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건강한 사람 같으면 공이 3개 다 올라가야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심폐 기능 나쁘니까."

하지만 앉아서 일하는 데는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문 씨는 영어 문서 편집에도 능수능란합니다.

지난 2007년 4년마다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땄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그 때 참 좋았죠. 그때 지도했던 선생님하고 엉엉 울고 그랬죠."

그렇지만 장애인에 대한 높은 장벽 앞에 좌절해야 했습니다. 내는 이력서마다 거절당했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면접 가면 참 경력이 좋으십니다. 올림픽까지 나가서 메달 따셨네요. 그리고 끝입니다. 그게 다란 얘기죠."

이런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문 씨는 포기하지 않고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년 전 평생 살던 부모 슬하에서 떠나 임대 아파트를 얻어 독립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정부에서 받는 30만원으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하고 저하고 둘이 살았는데 저 나갈 때 엄마가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너 엄마 두고 혼자 나갈래? 하면서..."

문 씨는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걱정돼 자주 찾아갑니다.

홀로된 76살 노모는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데 이어 막내까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녹취>박생이(76살) : "큰 아들이 한 2년 전에 가버렸고 (막내아들) 내보내고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부모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참고 견디고 사람 사는 게 목숨이 참!"

자기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문 씨가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합니다.

<녹취> 박생이 : "이 몸으로 어떻게 형 노릇하겠습니까?"

<녹취> 문인혁 : "형 노릇 못해도 남들 할 만큼 합니다."

<녹취> 박생이 : "진짜 자랑이 아니고 우리 큰 아들 진짜 잘했어요."

문 씨는 형 몫까지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최근 운동 강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배영을 거쳐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가장 힘들다는 자유형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안돌아갑니다 아이고!"

<녹취> 윤영환(대구달구벌종합복지관 수영강사) : "인혁씨 같은 경우 목하고 어깨하고 완전 같이 움직이세요. 자기가 자유형 하게 되고 그렇게 하면서 생각하는 거에서 많이 바뀌었죠. 자신감 같은 거나 그런 거에서 많이 좋아졌죠."

문 씨는 다리가 불편한 수영 친구 박경숙 씨의 아들 노릇까지 톡톡히 해냅니다.

<녹취>박경숙(문 씨 수영 친구) : "우리 가족들보다 더 가까이 있죠. 제가 병원에 입원해도 도움 좀 많이 받고 보호자처럼 큰 아들이래요."

<녹취>문인혁 : "동네에서 큰 아들로 소문났습니다. 병원 같이 가면 의사 선생님이 저보고 맨 날 아들이래요. 병원가면."

<녹취> 박경숙 : "저의 보호자."

15년 동안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이명은 씨는 최근 노인요양원을 열었습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어르신 바쁘시네."

아픈 노인들을 돌보면서 자신이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다시 돌려주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녹취> 이명은(가족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 다시 사회나 주위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생각하다보니 사회복지 전공하게 됐어요."

하지만 현재 이 씨의 몸 상태도 온전치 못합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이게 최대한 올린 거예요. (이게 최대한 올린 거예요?) 네."

허리와 어깨 관절 등이 이미 굳어 있지만 오히려 요즘은 삶에 활기를 느낍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바쁘다 보니까 도리어 어느 정도 통증이나 병을 조금 극복할 수 있는 그게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이 씨도 처음에는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 편견 때문에 6년 동안 일했던 대기업까지 관두고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죽고 싶다. 차라리 이렇게 사느니 남한테 짐이 되느니 죽는 게 낫다 이런 생각 한 적도 있어요."

강직성 척추염은 인구 천명에 1,2명이 걸리는 희귀 난치성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엔 4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직까지는 치료법과 병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염증을 막을 수 있는 ‘엠브렐’이라는 신약이 개발됐습니다.

이미 뼈가 굳어버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초기 환자 치료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당뇨병처럼 조기 진단과 평생 관리만 잘한다면 얼마든지 정상 생활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녹취> 김태환(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교수) : "길게 한 10년, 20년, 30년을 보면서 뼈가 망가지지 않고 척추가 강직되는 걸 막아가면서 생활하는 거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병 자체가 치료를 해서 좋아지는 병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켜놓고 유지할 기회를 주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좋겠죠."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정말 아파서 운 적이 있어요. 그때 저도 놀랐어요. 진짜 많이 아프면 눈물 나는구나.

새로운 치료제와 운동 덕분에 고통은 사라졌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약 먹고 일주일인가 지나서부터 통증이 거의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져서 통증이 없었어요."

지금은 복학해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대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한 이군의 마음에도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학교에서 주관하는 해외 자원봉사 활동에 지원했다가 강직성 척추염 환자라는 이유로 탈락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이 병 때문에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게 생긴 게 이 일이 가장 첫 번째였던 거 같아요. 많이 속상했었죠."

이 군은 졸업 뒤 남들처럼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좋은 대기업 들어가도 초반에 10,11시까지 야근을 한다고 하는데 제 몸이 그거 견딜 수 있을까도 모르겠고 미국 이런 나라처럼 아픈 사람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 최대의 걱정거리는 약값입니다.

이 군은 그 동안 건강보험의 지원으로 약값을 10여만 원만 부담했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은 4년이 최대이기 때문에 내년 초면 보험 혜택을 못 봅니다.

내년부터는 한 달에 120만 원의 약값을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그 금액이 워낙 큰 금액이다 보니까 주사 계속 맞지 않을 거 같아요."

더구나 이 약은 완벽한 치료제가 아닌 만큼 약을 끊으면 병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일주일 정도를 걸렀는데 약간 정말 아파지더라고요. 그래서 아파서 다시 약을 찾게 돼요."

사회적으로 활동이 가장 왕성한 2~30대 남성들이 이유도 모른 채 걸리는 강직성 척추염.

초기에 정부 지원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면 중증 환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회적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보험 적용 시한 등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질환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서히 굳어가는 몸,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에 환자들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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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견과 무관심에 또 운다
    • 입력 2010-07-19 07:54:36
    취재파일K
<앵커 멘트> 강직성 척추염, 일명 대나무 척추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아십니까? 척추에 염증이 생겨 대나무 마디처럼 굳어버리는 병인데요.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2~30대 남성이 주로 걸리는 만성 질환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극심한 고통에 모든 일을 그만두게 되고 비싼 약 값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부족한 지원이 고통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리포트>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50대 김 모 씨의 모습이 어딘지 불편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만성질환을 30년 동안 앓고 있습니다. 김 씨의 뼈마디 어디에도 성한 곳이 없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고관절하고 무릎 뼈하고 두 군데 인공 관절했죠. (그 전에 운동 안됐어요?) 전혀 안 됐지. 안 굽혀지는데... 빳빳한데..."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를 비롯한 관절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염증이 생깁니다. 급기야 관절이 굳어서 대나무 마디처럼 붙어버리는 질환입니다. 누우면 어깨 부분이 바닥에 붙지 않고 떠 있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굳었으니까 허리가 안 닿지." 김 씨가 어디를 가든 꼭 챙기는 물건은 효자손입니다. 등을 긁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이렇게 하면 탁 젖히고 그러면 이렇게 입고." 효자손에 집게까지 손수 달아 만능도구로 만들었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신발도 안 들어가니까 남한테 이게 있어서 남한테 부탁하는 게 없지. 때 밀 때도 때밀이 수건 집어서 돌돌 말아. (다용도시네요?) 이게 머리도..." 20대 젊은 나이에 공장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았던 김 씨는 발병 뒤 30년 동안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 모 씨(강직성 척추염 환자) : "한 달 집에 들어와서 그 길로 못 나갔지 공장 그대로 폐기, 자동으로 썩어서 문 닫고..." 44살 문인혁 씨는 운전대 앞에서 사이드 미러를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곁눈질을 해야 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을 앓은 지 25년 된 문 씨는 목뼈가 굳어 고개를 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리와 목을 굽힐 수 없어 스스로 발톱조차 제대로 깎을 수 없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발톱이 깎는 게 많이 힘들거든요. 아무래도 아래쪽에 가면 힘드니까." 새끼발가락엔 일어서서야 간신히 닿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혼자 쇼를 합니다. 쇼를 해 아무래도 잘 안 잡히지요." 문 씨는 갈비 벼까지 굳으면서 폐기능까지 크게 떨어졌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건강한 사람 같으면 공이 3개 다 올라가야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심폐 기능 나쁘니까." 하지만 앉아서 일하는 데는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문 씨는 영어 문서 편집에도 능수능란합니다. 지난 2007년 4년마다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땄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그 때 참 좋았죠. 그때 지도했던 선생님하고 엉엉 울고 그랬죠." 그렇지만 장애인에 대한 높은 장벽 앞에 좌절해야 했습니다. 내는 이력서마다 거절당했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면접 가면 참 경력이 좋으십니다. 올림픽까지 나가서 메달 따셨네요. 그리고 끝입니다. 그게 다란 얘기죠." 이런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문 씨는 포기하지 않고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년 전 평생 살던 부모 슬하에서 떠나 임대 아파트를 얻어 독립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정부에서 받는 30만원으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하고 저하고 둘이 살았는데 저 나갈 때 엄마가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너 엄마 두고 혼자 나갈래? 하면서..." 문 씨는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걱정돼 자주 찾아갑니다. 홀로된 76살 노모는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데 이어 막내까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녹취>박생이(76살) : "큰 아들이 한 2년 전에 가버렸고 (막내아들) 내보내고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부모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참고 견디고 사람 사는 게 목숨이 참!" 자기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문 씨가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합니다. <녹취> 박생이 : "이 몸으로 어떻게 형 노릇하겠습니까?" <녹취> 문인혁 : "형 노릇 못해도 남들 할 만큼 합니다." <녹취> 박생이 : "진짜 자랑이 아니고 우리 큰 아들 진짜 잘했어요." 문 씨는 형 몫까지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최근 운동 강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배영을 거쳐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가장 힘들다는 자유형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문인혁(44살) : "안돌아갑니다 아이고!" <녹취> 윤영환(대구달구벌종합복지관 수영강사) : "인혁씨 같은 경우 목하고 어깨하고 완전 같이 움직이세요. 자기가 자유형 하게 되고 그렇게 하면서 생각하는 거에서 많이 바뀌었죠. 자신감 같은 거나 그런 거에서 많이 좋아졌죠." 문 씨는 다리가 불편한 수영 친구 박경숙 씨의 아들 노릇까지 톡톡히 해냅니다. <녹취>박경숙(문 씨 수영 친구) : "우리 가족들보다 더 가까이 있죠. 제가 병원에 입원해도 도움 좀 많이 받고 보호자처럼 큰 아들이래요." <녹취>문인혁 : "동네에서 큰 아들로 소문났습니다. 병원 같이 가면 의사 선생님이 저보고 맨 날 아들이래요. 병원가면." <녹취> 박경숙 : "저의 보호자." 15년 동안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이명은 씨는 최근 노인요양원을 열었습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어르신 바쁘시네." 아픈 노인들을 돌보면서 자신이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다시 돌려주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녹취> 이명은(가족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 다시 사회나 주위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생각하다보니 사회복지 전공하게 됐어요." 하지만 현재 이 씨의 몸 상태도 온전치 못합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이게 최대한 올린 거예요. (이게 최대한 올린 거예요?) 네." 허리와 어깨 관절 등이 이미 굳어 있지만 오히려 요즘은 삶에 활기를 느낍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바쁘다 보니까 도리어 어느 정도 통증이나 병을 조금 극복할 수 있는 그게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이 씨도 처음에는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 편견 때문에 6년 동안 일했던 대기업까지 관두고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녹취> 이명은(가족 공감 노인요양원 대표) : "죽고 싶다. 차라리 이렇게 사느니 남한테 짐이 되느니 죽는 게 낫다 이런 생각 한 적도 있어요." 강직성 척추염은 인구 천명에 1,2명이 걸리는 희귀 난치성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엔 4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직까지는 치료법과 병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염증을 막을 수 있는 ‘엠브렐’이라는 신약이 개발됐습니다. 이미 뼈가 굳어버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초기 환자 치료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당뇨병처럼 조기 진단과 평생 관리만 잘한다면 얼마든지 정상 생활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녹취> 김태환(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교수) : "길게 한 10년, 20년, 30년을 보면서 뼈가 망가지지 않고 척추가 강직되는 걸 막아가면서 생활하는 거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병 자체가 치료를 해서 좋아지는 병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켜놓고 유지할 기회를 주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좋겠죠."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정말 아파서 운 적이 있어요. 그때 저도 놀랐어요. 진짜 많이 아프면 눈물 나는구나. 새로운 치료제와 운동 덕분에 고통은 사라졌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약 먹고 일주일인가 지나서부터 통증이 거의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져서 통증이 없었어요." 지금은 복학해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대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한 이군의 마음에도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학교에서 주관하는 해외 자원봉사 활동에 지원했다가 강직성 척추염 환자라는 이유로 탈락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이 병 때문에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게 생긴 게 이 일이 가장 첫 번째였던 거 같아요. 많이 속상했었죠." 이 군은 졸업 뒤 남들처럼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좋은 대기업 들어가도 초반에 10,11시까지 야근을 한다고 하는데 제 몸이 그거 견딜 수 있을까도 모르겠고 미국 이런 나라처럼 아픈 사람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 최대의 걱정거리는 약값입니다. 이 군은 그 동안 건강보험의 지원으로 약값을 10여만 원만 부담했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은 4년이 최대이기 때문에 내년 초면 보험 혜택을 못 봅니다. 내년부터는 한 달에 120만 원의 약값을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그 금액이 워낙 큰 금액이다 보니까 주사 계속 맞지 않을 거 같아요." 더구나 이 약은 완벽한 치료제가 아닌 만큼 약을 끊으면 병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녹취> 이 모 군(대학교 3학년) : "일주일 정도를 걸렀는데 약간 정말 아파지더라고요. 그래서 아파서 다시 약을 찾게 돼요." 사회적으로 활동이 가장 왕성한 2~30대 남성들이 이유도 모른 채 걸리는 강직성 척추염. 초기에 정부 지원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면 중증 환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회적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보험 적용 시한 등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질환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서히 굳어가는 몸,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에 환자들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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