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DOC “악동보다는 딴따라 풍류쟁이죠”

입력 2010.08.01 (09:02) 수정 2010.08.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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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DJ.DOC는 16년 간 ’악동’, ’스트리트 파이터’로 불렸다. 직설적인 랩, 공연 중 내뱉는 반말과 욕설, 잊을 만하면 ’사건.사고’ 뉴스를 장식하는 기행(奇行) 탓이다.



그런데 세 멤버가 이런 이미지를 깨고 요즘 ’훈남’ 캐릭터로 바뀌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빈틈을 보인 이하늘(39)은 ’귀여운 늙은 사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2일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는 김창렬(37)은 ’가정적인 아빠’, 케이블채널 ’재용이의 순결한 19’를 진행했던 정재용(37)은 졸지에 ’순결남’으로 불린다.



"착해진 게 아니라, 우리의 감춰진 모습일 뿐"이라는 이들.



그러나 밝은 기운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들이 약 6년 만에 발표한 7집 ’풍류(風流)’는 30일 각종 온ㆍ오프라인 음악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1위에 오른 날 가요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인터뷰한 이들은 "’런 투 유(Run To You)’ 히트 이후 대중의 기대가 부담됐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는데, 이제 그 부담을 조금은 털어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유행 안 타는 음악 하고파"



왜 6년 간 이들의 음악은 침묵했을까.



"빚도 많았고 먹고 살기 바빴어요. 녹음하려면 업소, 행사, 방송 스케줄이 이어졌죠. 음반 작업은 오래 했는데 시간이 흐르니 만든 곡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계속 됐고요. ’유행을 좇느냐, 안 좇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행 안 타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거든요."(이하늘)



구수한 운치가 느껴지는 음반 제목 ’風流’는 그룹 색깔과 동떨어져 의외성이 다분하다.



"우린 그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흐르는 ’딴따라’라는 의미죠. 하하하."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이하늘은 "어린 시절 각설이 타령인 ’품바’ LP를 샀는데 ’난 천하 제일의 풍류쟁이’로 시작하는 대목을 잊을 수 없다"며 "우린 멋쟁이, 꽃미남도 아니다. 이젠 악동 그룹보다 ’풍류쟁이’로 불리고 싶다. 또 바람을 일으키고 싶고, 고여 썩지 않으며 계속 흐르고 싶다"고 말했다.



세 멤버의 ’착해진’ 이미지처럼 수록곡들도 꽤 온순해졌다. 세상을 향한 독설을 줄였고 16년을 함께 하며 ’지지고 볶은’ 그들만의 독백이 더 짙다.



"가사에 누군가를 ’디스(diss:랩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것)’하면 사람들이 거기에만 집중하는 게 싫었어요. 랩에 정치와 사회 비판이 빠지면 ’얘네들 변했네’라고들 하죠. 그렇다고 그런 노래를 억지로 넣는 것도 웃기잖아요. 물론 욕해줄 애들이 있으면 ’안티’가 생기더라도 ’디스’해요."(정재용, 이하늘)



싸이와 유건형이 공동 작곡한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는 ’대박 나든 쪽박 차든 쏠리는 대로 사니까, 아닌 걸 보고 아니라고 하니까,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노랫말처럼 DJ.DOC만의 거친 입담이 흥을 돋운다. 착해 보이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불행하게 살지 말자는 메시지다.



"트렌드를 이끄는 작곡가와 우리 색깔의 균형을 맞춘 노래"라고 소개한 ’투게더’는 용감한형제가 작곡한 디스코 풍 곡으로 신난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결코 가볍지 않다. 김장훈, 이승환 등 연륜있는 보컬 피처링과 타이거JK, 양동근 등 실력파 랩 피처링 진용이 수록곡들의 중량감을 더했다.



물론 특유의 악동 기질은 여전히 꿈틀댄다. 다른 동료 가수를 비판한 가사로 인터넷을 시끄럽게 한 ’부치지 못한 편지’, 김창렬이 부른 트로트곡 ’오빠 그런 사람 아니다’가 그렇다.



멤버 추천 트랙은 이하늘이 이끄는 부다사운드 소속 후배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두곡. 이하늘이 온전히 보컬에 도전한 ’아이 빌리브(I Believe)’는 레드락, 여러 래퍼들이 함께 부른 ’이리로’는 그룹 45RPM이 발표한 원곡이 있다.



이하늘은 "실력있는 언더그라운드 후배들이 무척 많은데 사람들은 그저 명품만 좋아한다"며 "이 곡들을 통해 부다사운드 후배 뮤지션들이 재조명되는 발판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정재용은 "모범답안"이라고 맞장구쳤다.



◇"우리 셋만 있으면 돼"



이하늘은 최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방송 첫 무대에 오르며 눈물이 났다고 했다. 첫 곡을 부른 후 ’어쩌면 우리 셋이 노래할 날이 길지 않을 것 같다’는 노파심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것이다.



이번 음반 첫 트랙으로 넣은 ’기억해 뜨거웠던 무대, 우리 셋만 있으면 돼’라는 가사의 ’인 투 더 레인(In To The Rain)’이 이들의 가슴 속에 새긴 문신 같은 곡이다.



물론 그룹이 깨질 위기도 있었다.



"16년 간 참 사건이 많았어요. 우린 헤어질 위기 때마다 개인의 이익보다 현명한 선택을 했죠. ’돈 못 벌면 어때, 우리 셋만 있으면 돼’ 이런 마음이요."



김창렬은 "최대 고비는 1998년 내가 솔로 음반을 냈을 때"라며 "셋이 있던 소속사를 나올 때, 누군가를 도와주고자 솔로 음반을 냈는데 생각이 얕았다. 내 돈도 들어갔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은 후회한다. 그때 재용이가 진짜 화를 냈는데 술잔 부딪히며 풀었다. 우린 늘 그렇다"고 웃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하는 세 멤버는 6년 공백기를 메워준 것이 방송 활동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김창렬은 "난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잃은 게 없다"며 "오히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고 좋은 동료들도 만났다. 특히 방송 출연 덕택에 공백기 동안 DJ.DOC가 잊혀지지 않았다. 또 나의 활발한 트위터 활동도 도움이 좀 된 것 같고"라고 웃었다.



이하늘은 "음악하는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를 던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2년 방송을 해보니 긍정적인 선택이었다. 이번에 방송사 음반 심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PD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세 멤버는 불혹을 바라본다. 이 중 김창렬만이 유부남이다.



"결혼하니 무척 안정적이에요. 형들을 보면 곁에서 관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 사람들 결혼하면 더 좋을텐데. 하하하."(김창렬)



인터뷰가 끝난 직후 김창렬은 곧 있을 고졸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서울대학교 1학년생의 도움을 받아 바로 국사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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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DOC “악동보다는 딴따라 풍류쟁이죠”
    • 입력 2010-08-01 09:02:47
    • 수정2010-08-01 13:18:04
    연합뉴스
그룹 DJ.DOC는 16년 간 ’악동’, ’스트리트 파이터’로 불렸다. 직설적인 랩, 공연 중 내뱉는 반말과 욕설, 잊을 만하면 ’사건.사고’ 뉴스를 장식하는 기행(奇行) 탓이다.

그런데 세 멤버가 이런 이미지를 깨고 요즘 ’훈남’ 캐릭터로 바뀌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빈틈을 보인 이하늘(39)은 ’귀여운 늙은 사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2일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는 김창렬(37)은 ’가정적인 아빠’, 케이블채널 ’재용이의 순결한 19’를 진행했던 정재용(37)은 졸지에 ’순결남’으로 불린다.

"착해진 게 아니라, 우리의 감춰진 모습일 뿐"이라는 이들.

그러나 밝은 기운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들이 약 6년 만에 발표한 7집 ’풍류(風流)’는 30일 각종 온ㆍ오프라인 음악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1위에 오른 날 가요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인터뷰한 이들은 "’런 투 유(Run To You)’ 히트 이후 대중의 기대가 부담됐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는데, 이제 그 부담을 조금은 털어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유행 안 타는 음악 하고파"

왜 6년 간 이들의 음악은 침묵했을까.

"빚도 많았고 먹고 살기 바빴어요. 녹음하려면 업소, 행사, 방송 스케줄이 이어졌죠. 음반 작업은 오래 했는데 시간이 흐르니 만든 곡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계속 됐고요. ’유행을 좇느냐, 안 좇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행 안 타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거든요."(이하늘)

구수한 운치가 느껴지는 음반 제목 ’風流’는 그룹 색깔과 동떨어져 의외성이 다분하다.

"우린 그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흐르는 ’딴따라’라는 의미죠. 하하하."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이하늘은 "어린 시절 각설이 타령인 ’품바’ LP를 샀는데 ’난 천하 제일의 풍류쟁이’로 시작하는 대목을 잊을 수 없다"며 "우린 멋쟁이, 꽃미남도 아니다. 이젠 악동 그룹보다 ’풍류쟁이’로 불리고 싶다. 또 바람을 일으키고 싶고, 고여 썩지 않으며 계속 흐르고 싶다"고 말했다.

세 멤버의 ’착해진’ 이미지처럼 수록곡들도 꽤 온순해졌다. 세상을 향한 독설을 줄였고 16년을 함께 하며 ’지지고 볶은’ 그들만의 독백이 더 짙다.

"가사에 누군가를 ’디스(diss:랩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것)’하면 사람들이 거기에만 집중하는 게 싫었어요. 랩에 정치와 사회 비판이 빠지면 ’얘네들 변했네’라고들 하죠. 그렇다고 그런 노래를 억지로 넣는 것도 웃기잖아요. 물론 욕해줄 애들이 있으면 ’안티’가 생기더라도 ’디스’해요."(정재용, 이하늘)

싸이와 유건형이 공동 작곡한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는 ’대박 나든 쪽박 차든 쏠리는 대로 사니까, 아닌 걸 보고 아니라고 하니까,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노랫말처럼 DJ.DOC만의 거친 입담이 흥을 돋운다. 착해 보이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불행하게 살지 말자는 메시지다.

"트렌드를 이끄는 작곡가와 우리 색깔의 균형을 맞춘 노래"라고 소개한 ’투게더’는 용감한형제가 작곡한 디스코 풍 곡으로 신난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결코 가볍지 않다. 김장훈, 이승환 등 연륜있는 보컬 피처링과 타이거JK, 양동근 등 실력파 랩 피처링 진용이 수록곡들의 중량감을 더했다.

물론 특유의 악동 기질은 여전히 꿈틀댄다. 다른 동료 가수를 비판한 가사로 인터넷을 시끄럽게 한 ’부치지 못한 편지’, 김창렬이 부른 트로트곡 ’오빠 그런 사람 아니다’가 그렇다.

멤버 추천 트랙은 이하늘이 이끄는 부다사운드 소속 후배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두곡. 이하늘이 온전히 보컬에 도전한 ’아이 빌리브(I Believe)’는 레드락, 여러 래퍼들이 함께 부른 ’이리로’는 그룹 45RPM이 발표한 원곡이 있다.

이하늘은 "실력있는 언더그라운드 후배들이 무척 많은데 사람들은 그저 명품만 좋아한다"며 "이 곡들을 통해 부다사운드 후배 뮤지션들이 재조명되는 발판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정재용은 "모범답안"이라고 맞장구쳤다.

◇"우리 셋만 있으면 돼"

이하늘은 최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방송 첫 무대에 오르며 눈물이 났다고 했다. 첫 곡을 부른 후 ’어쩌면 우리 셋이 노래할 날이 길지 않을 것 같다’는 노파심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것이다.

이번 음반 첫 트랙으로 넣은 ’기억해 뜨거웠던 무대, 우리 셋만 있으면 돼’라는 가사의 ’인 투 더 레인(In To The Rain)’이 이들의 가슴 속에 새긴 문신 같은 곡이다.

물론 그룹이 깨질 위기도 있었다.

"16년 간 참 사건이 많았어요. 우린 헤어질 위기 때마다 개인의 이익보다 현명한 선택을 했죠. ’돈 못 벌면 어때, 우리 셋만 있으면 돼’ 이런 마음이요."

김창렬은 "최대 고비는 1998년 내가 솔로 음반을 냈을 때"라며 "셋이 있던 소속사를 나올 때, 누군가를 도와주고자 솔로 음반을 냈는데 생각이 얕았다. 내 돈도 들어갔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은 후회한다. 그때 재용이가 진짜 화를 냈는데 술잔 부딪히며 풀었다. 우린 늘 그렇다"고 웃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하는 세 멤버는 6년 공백기를 메워준 것이 방송 활동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김창렬은 "난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잃은 게 없다"며 "오히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고 좋은 동료들도 만났다. 특히 방송 출연 덕택에 공백기 동안 DJ.DOC가 잊혀지지 않았다. 또 나의 활발한 트위터 활동도 도움이 좀 된 것 같고"라고 웃었다.

이하늘은 "음악하는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를 던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2년 방송을 해보니 긍정적인 선택이었다. 이번에 방송사 음반 심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PD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세 멤버는 불혹을 바라본다. 이 중 김창렬만이 유부남이다.

"결혼하니 무척 안정적이에요. 형들을 보면 곁에서 관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 사람들 결혼하면 더 좋을텐데. 하하하."(김창렬)

인터뷰가 끝난 직후 김창렬은 곧 있을 고졸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서울대학교 1학년생의 도움을 받아 바로 국사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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