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빨리 피냄새서 벗어나고 싶어요”

입력 2010.08.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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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피 냄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아주 이상한 작품이 아닌 이상 하루빨리 다음 영화에 들어가고 싶네요."



배우 최민식이 돌아왔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서다.



작년 전수일 감독의 독립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컴백했지만 상업영화로는 '주먹이 운다'(2005) 이후 5년 만의 복귀다.



최민식의 연기는 활화산 같은 감정을 뿜어내는 표현주의적 스타일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연쇄살인마로 분한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은 그에게는 안성맞춤인 셈.



실제로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논란을 떠나 최민식의 연기는 최소한 현재까지 호평 일색이다. 일각에서는 '최민식 필모그래피의 정점'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감정을 뿜어내는) 이런 캐릭터는 배우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연기의 정점이라고요? 제가 말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저 욕심 많은 배우예요." (웃음)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최민식의 말이다.



영화에서 경철은 위험한 인물이다. 마치 정육점 주인이 고기를 썰듯, 살아있는 인간을 난도질한다.



이러한 경철의 캐릭터 때문일까. 최민식은 메소드연기(극중인물에 몰입하는 사실주의적 연기)에 정통한 배우지만 이번만큼은 그러한 연기법으로부터 멀어지려 했다고 한다.



"한창 이 작품에 집중할 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저보다 3-4살가량 많아 보이는 분이 '어디 최씨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평소대로라면 '전주 최씨입니다'라고 공손히 대답했을 텐데, 그날따라 저도 모르게 정지버튼을 누르고 왜 반말하느냐고 대꾸하고 싶더라고요. 실제로 그렇게는 못했지만 한 10초간 그분을 빤히 쳐다본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깜짝 놀랐죠. (이런 감정상태로는) '잘못하면 구설에 오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될 수 있는 대로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최민식은 난처한 질문에도 에둘러가는 법이 없었다.



영화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찍은 저도 깜짝깜짝 놀랐는데, 보시는 분들은 오죽할까요"라며 "찍으면서도 끔찍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역겹게 느끼는 분들도 계시죠. 자연스런 현상인 것 같아요. 영화의 폭력성에 동의하는 사람도, 반발하는 관객도 있다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죠. 왜 몸 안에 세균이 침입하면 백혈구가 나서잖아요.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모방범죄의 영향력 때문에 벌벌 떠는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의 품질이 좋은가 나쁜가에 관한 영화적 비판은 수용하지만, 영화가 가지는 과도한 사회적 파급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곁들였다.



'악마를 보았다'는 최민식이 박훈정 작가의 시나리오를 보고 김지운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최민식이 없었다면 영화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왜 김지운 감독이었을까.



"전작들을 보면 스타일이 도드라지면서도 어떤 영화들은 섬칫함이 있어요. 딱 떠오른 게 김지운 감독이었죠.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김 감독이 나중에 '아직도 유효하냐'라고 물어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시작됐죠."



최민식은 2006년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에 항의하며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하기도 했다. 투사로서 싸웠지만 남는 건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그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자의반 타의반 지난 5년간 연극무대와 저예산 영화를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여행을 하기도 했고 연극도 매일 보러 다녔어요. 전 좋았어요. 베짱이 체질인가 봐요. 제가 성격이 낙천적이라서 잘 견뎠던 것 같아요. 쉬는 기간에 생각을 정리정돈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밑천을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일 안 나가냐? 집에서 노는 것도 지겹다'는 아내의 핀잔은 들었죠."



그는 당분간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아주 이상한 작품이 아닌 이상 빨리 차기작을 하고 싶네요. 그간 연기에 굶주려 있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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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식 “빨리 피냄새서 벗어나고 싶어요”
    • 입력 2010-08-14 11:20:09
    연합뉴스
"빨리 피 냄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아주 이상한 작품이 아닌 이상 하루빨리 다음 영화에 들어가고 싶네요."

배우 최민식이 돌아왔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서다.

작년 전수일 감독의 독립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으로 컴백했지만 상업영화로는 '주먹이 운다'(2005) 이후 5년 만의 복귀다.

최민식의 연기는 활화산 같은 감정을 뿜어내는 표현주의적 스타일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연쇄살인마로 분한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은 그에게는 안성맞춤인 셈.

실제로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논란을 떠나 최민식의 연기는 최소한 현재까지 호평 일색이다. 일각에서는 '최민식 필모그래피의 정점'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감정을 뿜어내는) 이런 캐릭터는 배우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연기의 정점이라고요? 제가 말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저 욕심 많은 배우예요." (웃음)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최민식의 말이다.

영화에서 경철은 위험한 인물이다. 마치 정육점 주인이 고기를 썰듯, 살아있는 인간을 난도질한다.

이러한 경철의 캐릭터 때문일까. 최민식은 메소드연기(극중인물에 몰입하는 사실주의적 연기)에 정통한 배우지만 이번만큼은 그러한 연기법으로부터 멀어지려 했다고 한다.

"한창 이 작품에 집중할 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저보다 3-4살가량 많아 보이는 분이 '어디 최씨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평소대로라면 '전주 최씨입니다'라고 공손히 대답했을 텐데, 그날따라 저도 모르게 정지버튼을 누르고 왜 반말하느냐고 대꾸하고 싶더라고요. 실제로 그렇게는 못했지만 한 10초간 그분을 빤히 쳐다본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깜짝 놀랐죠. (이런 감정상태로는) '잘못하면 구설에 오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될 수 있는 대로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최민식은 난처한 질문에도 에둘러가는 법이 없었다.

영화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찍은 저도 깜짝깜짝 놀랐는데, 보시는 분들은 오죽할까요"라며 "찍으면서도 끔찍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역겹게 느끼는 분들도 계시죠. 자연스런 현상인 것 같아요. 영화의 폭력성에 동의하는 사람도, 반발하는 관객도 있다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죠. 왜 몸 안에 세균이 침입하면 백혈구가 나서잖아요.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모방범죄의 영향력 때문에 벌벌 떠는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의 품질이 좋은가 나쁜가에 관한 영화적 비판은 수용하지만, 영화가 가지는 과도한 사회적 파급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곁들였다.

'악마를 보았다'는 최민식이 박훈정 작가의 시나리오를 보고 김지운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최민식이 없었다면 영화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왜 김지운 감독이었을까.

"전작들을 보면 스타일이 도드라지면서도 어떤 영화들은 섬칫함이 있어요. 딱 떠오른 게 김지운 감독이었죠.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김 감독이 나중에 '아직도 유효하냐'라고 물어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시작됐죠."

최민식은 2006년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에 항의하며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하기도 했다. 투사로서 싸웠지만 남는 건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그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자의반 타의반 지난 5년간 연극무대와 저예산 영화를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여행을 하기도 했고 연극도 매일 보러 다녔어요. 전 좋았어요. 베짱이 체질인가 봐요. 제가 성격이 낙천적이라서 잘 견뎠던 것 같아요. 쉬는 기간에 생각을 정리정돈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밑천을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일 안 나가냐? 집에서 노는 것도 지겹다'는 아내의 핀잔은 들었죠."

그는 당분간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아주 이상한 작품이 아닌 이상 빨리 차기작을 하고 싶네요. 그간 연기에 굶주려 있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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