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버려지는 아기들…‘천륜’ 끊는 이유?

입력 2010.08.24 (22:15) 수정 2010.08.2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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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어나자마자 버림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슈앤 뉴스, 오늘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영야유기 그 실태를 짚어 보겠습니다.



사회부 강민수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강기자! 아기를 낳자마자 버리는 ’비정한 엄마’.



그 충격적인 현장이 CCTV에 잡혔죠.



<답변>



네,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에서 녹화된 CCTV 화면인데요, 30대 여성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아파트 밖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물건을 싸서 들고가는 듯한 모습인데요.



이 봉지 안에 갓 나은 아기가 들어있었습니다.



<질문>



아니, 그렇다면 자기 자식을 비닐봉지에 ’싸서’ 버렸단 얘기입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아기는 다음날 동네 주민에 의해 풀숲에서 발견됐습니다.



<질문>



사람 탈을 쓰고 그럴 수 있을까, 믿을 수가 없네요.



아기는 살아 있었습니까?



<답변>



아기는 극적으로 살아있었습니다.



그러나 폭염 속에 탯줄도 제대로 자르지 않고 비닐 봉투 속에 방치됐던 아기의 당시 모습은 처참했다고 당시 경찰관은 증언합니다.



<인터뷰>임희경(경사) : "더운 날씨에 땀 냄새와 피비린내가 올라와 (아기가) 너무 힘들어하는 얼굴이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산소를 공급해주고 이렇게 안정시켜주니까 많이 나아졌고…"



아기를 버린 30대 엄마는 취재진과의 통화 에서 연신 죄송하다면서도 아기는 키울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박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집에서 태어난 지 불과 4시간 만에 버려진 아기는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18시간을 보냈습니다.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서 아기는 괴롭게 울고 있었고 다음날 아침, 이웃 주민이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마트에 갔다 오는 길에 봤더니, 무슨 소리가 났대요. 아기 우는 소리가 나더래요."



경찰은 수소문 끝에 아기를 버린 30대 여성을 찾았습니다.



이 여성은 죄송하다면서도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다며, 아기를 다시 키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아기 엄마 :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제가 큰 죄를 진 것 같고 죄송합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에도 여전히 엄마 에게 버림받은 아기는 지난 1주일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인터뷰>박선옥(김해시청 여성가족과) : "내일 퇴원할 예정이고, 지금 건강하고요. 퇴원하고 나서는 관내에 있는 영유아 시설에 입소될 겁니다."



경찰은 낳자마자 아기를 버린 비정한 엄마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질문>



태어나자마자 처참하게 버림 받는 아기들, 도대체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집계된 것만 해도 한해에 전국적으로 수십 건에 이릅니다.



경찰 통계를 보면 해마다 영아 유기 사건이 50건 이상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영아를 그냥 버리지 않고 살해하는 경우 도 한해 10여 건씩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수도 문제지만 아이를 버리는 장소나 방법이 예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과연 부모로서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부모의 마음까지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인데, 그 실태를 최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모텔 주차장으로 손에 뭔가를 든 젊은 남녀가 들어갑니다.



잠시 후 다시 나온 남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습니다.



모텔 주차장에 옷으로 싼 아기를 버리고 나온 것입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 실에서 생후 26일 된 아기가 발견됐습니다.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 키우기 부담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최초 발견자 :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아이 우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또 이달 초 인천에선 16살 여고생이 아기를 낳자마자 아파트 화단에 버려 결국, 아기가 숨졌습니다.



과거에도 아기를 버리는 부모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기가 잘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처럼 화장실이나 화단 등 아무 곳에나 내다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뷰>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이건 살인행위..."



최근 두 달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영아 유기 사건은 모두 10여 건. 이 가운데 3명의 아기가 결국 숨졌습니다.



<기자 멘트>



아기를 버리더라도 예전에 먹고살기 힘들어 부잣집 현관에 갓난아기를 뉘어 놓고 잘 키워달라며 눈물을 훔치던 그때와는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요즘 부모들이 아이를 버리는 이유를, 우한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길거리에 버려진 영아들을 맡아 보호하는 시설입니다.



아기를 버린 엄마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들입니다.



성의식은 개방되는 데 비해 제대로 성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경우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을 한 젊은 미혼모들은 모성에 앞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걱정이 더 큽니다.



<녹취>이기영(서울시 아동복지센터) : "10대 미혼모들은 아이를 낳고, 계속 공부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인생의 걸림돌로 생각을 해요."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돼 있는 가운데 아기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신동원(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 "아이한테 화풀이하는 거죠. 이런 세상에 아이가 살아도 이 아기도 좋을 거라고 생각을 안 하는…그런 절망감들이"



입양기관과 연계된 미혼모 지원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아기를 내다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질문>



실태를 짚어볼 수록 더 안타까워지네요.



부모 개인 탓으로만 돌리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데 이제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변>



네 우선 현행 형법상 영아유기, 영아살해죄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유기나 살인죄와 동일한 수준 으로 형량을 높이자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다만 처벌과 별도로 당장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사회적 제도 마련도 시급합니다.



독일과 일본 등은 병원 건물 밖에 신생아를 넣을 수 있는 베이비 박스를 만들어 사정상 신생아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안전하게 자식을 입양되게 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고 하는데, 참고할 만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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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버려지는 아기들…‘천륜’ 끊는 이유?
    • 입력 2010-08-24 22:15:45
    • 수정2010-08-24 22:45:36
    뉴스 9
<앵커 멘트>

태어나자마자 버림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슈앤 뉴스, 오늘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영야유기 그 실태를 짚어 보겠습니다.

사회부 강민수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강기자! 아기를 낳자마자 버리는 ’비정한 엄마’.

그 충격적인 현장이 CCTV에 잡혔죠.

<답변>

네,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에서 녹화된 CCTV 화면인데요, 30대 여성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아파트 밖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물건을 싸서 들고가는 듯한 모습인데요.

이 봉지 안에 갓 나은 아기가 들어있었습니다.

<질문>

아니, 그렇다면 자기 자식을 비닐봉지에 ’싸서’ 버렸단 얘기입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아기는 다음날 동네 주민에 의해 풀숲에서 발견됐습니다.

<질문>

사람 탈을 쓰고 그럴 수 있을까, 믿을 수가 없네요.

아기는 살아 있었습니까?

<답변>

아기는 극적으로 살아있었습니다.

그러나 폭염 속에 탯줄도 제대로 자르지 않고 비닐 봉투 속에 방치됐던 아기의 당시 모습은 처참했다고 당시 경찰관은 증언합니다.

<인터뷰>임희경(경사) : "더운 날씨에 땀 냄새와 피비린내가 올라와 (아기가) 너무 힘들어하는 얼굴이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산소를 공급해주고 이렇게 안정시켜주니까 많이 나아졌고…"

아기를 버린 30대 엄마는 취재진과의 통화 에서 연신 죄송하다면서도 아기는 키울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박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집에서 태어난 지 불과 4시간 만에 버려진 아기는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18시간을 보냈습니다.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서 아기는 괴롭게 울고 있었고 다음날 아침, 이웃 주민이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마트에 갔다 오는 길에 봤더니, 무슨 소리가 났대요. 아기 우는 소리가 나더래요."

경찰은 수소문 끝에 아기를 버린 30대 여성을 찾았습니다.

이 여성은 죄송하다면서도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다며, 아기를 다시 키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아기 엄마 :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제가 큰 죄를 진 것 같고 죄송합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에도 여전히 엄마 에게 버림받은 아기는 지난 1주일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인터뷰>박선옥(김해시청 여성가족과) : "내일 퇴원할 예정이고, 지금 건강하고요. 퇴원하고 나서는 관내에 있는 영유아 시설에 입소될 겁니다."

경찰은 낳자마자 아기를 버린 비정한 엄마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질문>

태어나자마자 처참하게 버림 받는 아기들, 도대체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집계된 것만 해도 한해에 전국적으로 수십 건에 이릅니다.

경찰 통계를 보면 해마다 영아 유기 사건이 50건 이상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영아를 그냥 버리지 않고 살해하는 경우 도 한해 10여 건씩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수도 문제지만 아이를 버리는 장소나 방법이 예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과연 부모로서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부모의 마음까지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인데, 그 실태를 최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모텔 주차장으로 손에 뭔가를 든 젊은 남녀가 들어갑니다.

잠시 후 다시 나온 남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습니다.

모텔 주차장에 옷으로 싼 아기를 버리고 나온 것입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 실에서 생후 26일 된 아기가 발견됐습니다.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 키우기 부담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최초 발견자 :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아이 우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또 이달 초 인천에선 16살 여고생이 아기를 낳자마자 아파트 화단에 버려 결국, 아기가 숨졌습니다.

과거에도 아기를 버리는 부모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기가 잘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처럼 화장실이나 화단 등 아무 곳에나 내다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뷰>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이건 살인행위..."

최근 두 달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영아 유기 사건은 모두 10여 건. 이 가운데 3명의 아기가 결국 숨졌습니다.

<기자 멘트>

아기를 버리더라도 예전에 먹고살기 힘들어 부잣집 현관에 갓난아기를 뉘어 놓고 잘 키워달라며 눈물을 훔치던 그때와는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요즘 부모들이 아이를 버리는 이유를, 우한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길거리에 버려진 영아들을 맡아 보호하는 시설입니다.

아기를 버린 엄마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들입니다.

성의식은 개방되는 데 비해 제대로 성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경우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을 한 젊은 미혼모들은 모성에 앞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걱정이 더 큽니다.

<녹취>이기영(서울시 아동복지센터) : "10대 미혼모들은 아이를 낳고, 계속 공부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인생의 걸림돌로 생각을 해요."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돼 있는 가운데 아기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신동원(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 "아이한테 화풀이하는 거죠. 이런 세상에 아이가 살아도 이 아기도 좋을 거라고 생각을 안 하는…그런 절망감들이"

입양기관과 연계된 미혼모 지원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아기를 내다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질문>

실태를 짚어볼 수록 더 안타까워지네요.

부모 개인 탓으로만 돌리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데 이제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변>

네 우선 현행 형법상 영아유기, 영아살해죄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유기나 살인죄와 동일한 수준 으로 형량을 높이자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다만 처벌과 별도로 당장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사회적 제도 마련도 시급합니다.

독일과 일본 등은 병원 건물 밖에 신생아를 넣을 수 있는 베이비 박스를 만들어 사정상 신생아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안전하게 자식을 입양되게 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고 하는데, 참고할 만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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