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돈내코 계곡 재난경보체계 허술

입력 2010.08.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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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제주도 서귀포시 돈내코 계곡의 재난경보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오후 3시2분께 서귀포시 상효동 돈내코 계곡의 원앙폭포 주변에서 물놀이하던 한모(40.제주시)씨 부부와 자녀 2명, 하모(24)씨 등 직장 동료 9명 등 모두 13명이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고립돼 119구조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계곡의 상류 3개소에 설치된 재난경보용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다만, 한씨 등이 구조요청을 하고 난 뒤 47분만인 오후 3시49분에야 돈내코 계곡보다 하류에 있는 효례교의 수위국이 100㎝ 이상 올라가 그제야 경고방송이 울렸을 뿐이다.

돈내코 계곡의 상류인 등반로 대피소와 남국선원, 미악산 뒤쪽 등 3개소에 각각 재난경보용 우량국이 설치돼 있으나 이들 우량국에 설정해 놓은 강우량에 도달하지 않아 경보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물놀이객들이 자칫 큰 화를 당할 뻔했다.

하씨는 "물놀이를 하다가 잠깐 밖으로 나와 쉬고 있는데 위쪽에서 갑자기 물이 확 쏟아졌다"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으면 피할 틈도 없이 쓸려 갔을 것"이라고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서귀포소방서 119구조대의 백만옥 소방사는 "성인이 서 있으면 가슴 높이까지 올라갈 정도로 물이 찼다"며 "물살이 너무 세 계곡을 건널 수가 없어 밧줄을 걸어 피서객들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돈내코 계곡의 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계곡 상류의 강우량을 측정하는 우량국이 물놀이 장소와 직선거리로 불과 1㎞가량 떨어진 곳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돈내코 등반로 대피소와 남국선원의 우량국에서는 최소 20분간 강우량이 14㎜ 이상일 때 경고방송을 하고, 16㎜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1회, 18㎜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2회가 울리게 되어 있다.

또 미악산 뒤쪽 우량국의 경우 강우량이 20㎜ 이상일 때 경고방송을 하고, 30㎜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1회, 40㎜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2회가 울리도록 설정됐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께 이들 3개 우량국의 강우량은 겨우 1㎜ 정도였다.

이날 상황은 현재 설치된 우량국 만으로는 돈내코 계곡의 피서객들을 결코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은 "돈내코 계곡의 발원지는 계곡에서 8㎞ 정도 떨어진 백록담 서남벽으로 봐야 한다"며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말고 하천의 유역권을 정확하게 조사해 하천 곳곳에 관련 장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순 서귀포시 재난관리담당은 "상류 쪽으로 우량국이나 수위국 등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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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 돈내코 계곡 재난경보체계 허술
    • 입력 2010-08-25 19:34:29
    연합뉴스
여름철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제주도 서귀포시 돈내코 계곡의 재난경보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오후 3시2분께 서귀포시 상효동 돈내코 계곡의 원앙폭포 주변에서 물놀이하던 한모(40.제주시)씨 부부와 자녀 2명, 하모(24)씨 등 직장 동료 9명 등 모두 13명이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고립돼 119구조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계곡의 상류 3개소에 설치된 재난경보용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다만, 한씨 등이 구조요청을 하고 난 뒤 47분만인 오후 3시49분에야 돈내코 계곡보다 하류에 있는 효례교의 수위국이 100㎝ 이상 올라가 그제야 경고방송이 울렸을 뿐이다. 돈내코 계곡의 상류인 등반로 대피소와 남국선원, 미악산 뒤쪽 등 3개소에 각각 재난경보용 우량국이 설치돼 있으나 이들 우량국에 설정해 놓은 강우량에 도달하지 않아 경보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물놀이객들이 자칫 큰 화를 당할 뻔했다. 하씨는 "물놀이를 하다가 잠깐 밖으로 나와 쉬고 있는데 위쪽에서 갑자기 물이 확 쏟아졌다"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으면 피할 틈도 없이 쓸려 갔을 것"이라고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서귀포소방서 119구조대의 백만옥 소방사는 "성인이 서 있으면 가슴 높이까지 올라갈 정도로 물이 찼다"며 "물살이 너무 세 계곡을 건널 수가 없어 밧줄을 걸어 피서객들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돈내코 계곡의 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계곡 상류의 강우량을 측정하는 우량국이 물놀이 장소와 직선거리로 불과 1㎞가량 떨어진 곳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돈내코 등반로 대피소와 남국선원의 우량국에서는 최소 20분간 강우량이 14㎜ 이상일 때 경고방송을 하고, 16㎜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1회, 18㎜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2회가 울리게 되어 있다. 또 미악산 뒤쪽 우량국의 경우 강우량이 20㎜ 이상일 때 경고방송을 하고, 30㎜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1회, 40㎜ 이상일 때 대피 사이렌 2회가 울리도록 설정됐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께 이들 3개 우량국의 강우량은 겨우 1㎜ 정도였다. 이날 상황은 현재 설치된 우량국 만으로는 돈내코 계곡의 피서객들을 결코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은 "돈내코 계곡의 발원지는 계곡에서 8㎞ 정도 떨어진 백록담 서남벽으로 봐야 한다"며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말고 하천의 유역권을 정확하게 조사해 하천 곳곳에 관련 장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순 서귀포시 재난관리담당은 "상류 쪽으로 우량국이나 수위국 등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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