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납북자 가족, 김정일 고소 추진

입력 2010.09.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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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가족들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우리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나아가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도 검토 중입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하루빨리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납북자 가족들.

이들이 김정일을 고소하려는 사연은 무엇일까요?

또, 이러한 움직임이 북한 당국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우리 정부와 사회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남북의 창>에서 취재했습니다.

납북자 10여 명의 가족들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고문피해자들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납치와 감금 등 반인도 범죄에 따른 죗값을 치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한변호사협회,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소속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소송을 준비해왔는데요.

다음달 중,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최성용(납북자가족모임 대표):“납북자 운동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한테 책임을 좀 물어야겠다. 한편으로는 국가의 책무도 물어야겠다...“

김정일 고소를 주도하고 있는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최성용 씨는 아버지 최원모 씨의 ‘납북사건 관리카드’를 증거물로 검찰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납북사건 관리카드는 지난 2007년 전후납북자법 시행에 앞서 납북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통일부가 작성한 것인데요.

최성용 대표가 입수한 관리카드에는 아버지 최원모 씨의 납북 당시 상황과 북한에 억류된 이유 등이 밝혀져 있습니다.

납북어부 최원모 씨는 지난 1967년 6월, 서해 연평도에서 조기잡이배 ‘풍복호’를타고 출항했다가 북으로 끌려갔습니다.

<녹취>최성용(납북자 최원모 씨 아들):“우리 배들이 안 들어와요. 그 배가. 물어봤는데 어머님이 곧 온다, 곧 온다... 그러다 그냥 안 오네. 저야 15살 때니 막 놀러 다니고 그럴 때 아니에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수군수군 대고...”

정부의 납북 관리카드에 따르면 최 씨는 6.25 전쟁 당시 좌익분자를 살해한 것이 발각돼 억류됐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아들 최성용 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당시 아버지와 함께 납북됐다가 간첩으로 남파된 납북자로부터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녹취>최성용(납북자 최원모 씨 아들):“그 사람이 67년도에 잡혀가서 우리 배 타고. 3년 동안의 근황을 쭉 얘기하면서 아버지가 공개처형 당했다. 그런 얘기를 내 앞에서 어머니한테 한 거야.”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최 씨 가족은 지난 2002년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에 아버지의 생사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적십자사는 ‘확인불가’ 통지만 보내왔습니다.

<인터뷰>“확인불가라고 하지 말고. 언제, 몇 월 며칠에 죽었다 우선 그거라도 보내면 제사라도 (지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이산가족상봉 당시 남편 사진을 손에 들고 통곡했던 어머니는 5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최성용(납북자가족모임 대표/최원모 씨 아들):“아버지 뼈를 찾아오는 것이 내 소원이다. 이것이 아버님한테 내가 약속하고 싶고,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한테 약속을 한 거지.”

아직 북한에 살고 있는 납북자들은 중국을 통해 이곳으로 소식을 전해오기도 하는데요.

북한에서 보낸 수십 년의 세월만큼 돌아올 수 없는 조국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깊습니다.

휴전 협정 이후 납북된 사람은 3천 8백여 명.

이중 3천 3백여 명은 남한으로 돌아왔지만, 최성용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517명은
아직도 송환되지 못한 채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남겨진 가족들은 이들의 생사확인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김정일 고소가 남북 당국 모두에게 메시지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에 대한 기소중지를 이끌어냄으로써북한 정권에게는 압박을, 또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는 겁니다.


<인터뷰>이재원(‘김정일 고소’ 담당 변호사):“처벌의 단계까지 나갈 수 있다고 저희가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해자들이 북쪽에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저희가 기대하는 것은 상당한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의미 있는 수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이죠.”

검찰이 김정일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02년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는 대량학살 등 반인륜범죄에 연루된 개인의 형사책임 문제를 다루는 기관인데요.

과거 유고내전 당시 이른바 ‘인종청소’ 혐의로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을 체포한 바 있고, 다르푸르 내전 때 민간인 3만5천 명을 살해한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처벌 또한 전혀 불가능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이재원(‘김정일 고소’ 담당 변호사):“여러 가지 국제 정치학적인 여러 가지문제가 있어서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런 일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7년부터 ‘전후 납북자법’을 시행하고 납북자 가족들에게 피해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이전보다는 일진보된 대응을 하고 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납북자 송환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곧바로 이끌어내기란 힘든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다 무작정 북한을 자극해서 반드시 좋을 것만은 없다는 ‘신중한 접근론‘도 존재합니다.

<인터뷰>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납북자 문제에 대한 접근은 상징적인 충격 요법을 쓰는 것보다는 오히려 좀 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쪽으로 갈 필요가 있다.”

반면, 가족과 생이별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부와 각계, 그리고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이조원(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 재산 및 신체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해결돼야 할 문제를 제기했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고소가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지만,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의 실상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납북자 가족들의 제소에 대해 우리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데요.

납북자들을 북한이 하루속히 송환하도록 하고, 그들을 기다리는 수 천 명의 가족들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우선과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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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납북자 가족, 김정일 고소 추진
    • 입력 2010-09-04 09: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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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가족들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우리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나아가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도 검토 중입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하루빨리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납북자 가족들. 이들이 김정일을 고소하려는 사연은 무엇일까요? 또, 이러한 움직임이 북한 당국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우리 정부와 사회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남북의 창>에서 취재했습니다. 납북자 10여 명의 가족들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고문피해자들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납치와 감금 등 반인도 범죄에 따른 죗값을 치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한변호사협회,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소속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소송을 준비해왔는데요. 다음달 중,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최성용(납북자가족모임 대표):“납북자 운동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한테 책임을 좀 물어야겠다. 한편으로는 국가의 책무도 물어야겠다...“ 김정일 고소를 주도하고 있는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최성용 씨는 아버지 최원모 씨의 ‘납북사건 관리카드’를 증거물로 검찰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납북사건 관리카드는 지난 2007년 전후납북자법 시행에 앞서 납북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통일부가 작성한 것인데요. 최성용 대표가 입수한 관리카드에는 아버지 최원모 씨의 납북 당시 상황과 북한에 억류된 이유 등이 밝혀져 있습니다. 납북어부 최원모 씨는 지난 1967년 6월, 서해 연평도에서 조기잡이배 ‘풍복호’를타고 출항했다가 북으로 끌려갔습니다. <녹취>최성용(납북자 최원모 씨 아들):“우리 배들이 안 들어와요. 그 배가. 물어봤는데 어머님이 곧 온다, 곧 온다... 그러다 그냥 안 오네. 저야 15살 때니 막 놀러 다니고 그럴 때 아니에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수군수군 대고...” 정부의 납북 관리카드에 따르면 최 씨는 6.25 전쟁 당시 좌익분자를 살해한 것이 발각돼 억류됐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아들 최성용 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당시 아버지와 함께 납북됐다가 간첩으로 남파된 납북자로부터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녹취>최성용(납북자 최원모 씨 아들):“그 사람이 67년도에 잡혀가서 우리 배 타고. 3년 동안의 근황을 쭉 얘기하면서 아버지가 공개처형 당했다. 그런 얘기를 내 앞에서 어머니한테 한 거야.”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최 씨 가족은 지난 2002년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에 아버지의 생사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적십자사는 ‘확인불가’ 통지만 보내왔습니다. <인터뷰>“확인불가라고 하지 말고. 언제, 몇 월 며칠에 죽었다 우선 그거라도 보내면 제사라도 (지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이산가족상봉 당시 남편 사진을 손에 들고 통곡했던 어머니는 5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최성용(납북자가족모임 대표/최원모 씨 아들):“아버지 뼈를 찾아오는 것이 내 소원이다. 이것이 아버님한테 내가 약속하고 싶고,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한테 약속을 한 거지.” 아직 북한에 살고 있는 납북자들은 중국을 통해 이곳으로 소식을 전해오기도 하는데요. 북한에서 보낸 수십 년의 세월만큼 돌아올 수 없는 조국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깊습니다. 휴전 협정 이후 납북된 사람은 3천 8백여 명. 이중 3천 3백여 명은 남한으로 돌아왔지만, 최성용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517명은 아직도 송환되지 못한 채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남겨진 가족들은 이들의 생사확인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김정일 고소가 남북 당국 모두에게 메시지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에 대한 기소중지를 이끌어냄으로써북한 정권에게는 압박을, 또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는 겁니다. <인터뷰>이재원(‘김정일 고소’ 담당 변호사):“처벌의 단계까지 나갈 수 있다고 저희가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해자들이 북쪽에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저희가 기대하는 것은 상당한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의미 있는 수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이죠.” 검찰이 김정일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02년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는 대량학살 등 반인륜범죄에 연루된 개인의 형사책임 문제를 다루는 기관인데요. 과거 유고내전 당시 이른바 ‘인종청소’ 혐의로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을 체포한 바 있고, 다르푸르 내전 때 민간인 3만5천 명을 살해한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처벌 또한 전혀 불가능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이재원(‘김정일 고소’ 담당 변호사):“여러 가지 국제 정치학적인 여러 가지문제가 있어서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런 일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7년부터 ‘전후 납북자법’을 시행하고 납북자 가족들에게 피해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이전보다는 일진보된 대응을 하고 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납북자 송환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곧바로 이끌어내기란 힘든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다 무작정 북한을 자극해서 반드시 좋을 것만은 없다는 ‘신중한 접근론‘도 존재합니다. <인터뷰>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납북자 문제에 대한 접근은 상징적인 충격 요법을 쓰는 것보다는 오히려 좀 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쪽으로 갈 필요가 있다.” 반면, 가족과 생이별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부와 각계, 그리고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이조원(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 재산 및 신체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해결돼야 할 문제를 제기했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고소가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지만,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의 실상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납북자 가족들의 제소에 대해 우리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데요. 납북자들을 북한이 하루속히 송환하도록 하고, 그들을 기다리는 수 천 명의 가족들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우선과제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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