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김해진, 부상 딛고 ‘성숙한 연기로’

입력 2010.09.12 (07:47) 수정 2010.09.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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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높아진 하늘이 어느덧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한 지난 7일 과천 시민회관 빙상장.



1년 내내 한겨울인 링크 한가운데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훈련을 거듭하는 '피겨 기대주' 김해진(13.과천중)의 외모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빙판의 냉기에 달아오른 양 볼에서는 여전히 어린 티가 났지만, 훌쩍 자란 키와 한층 또렷해진 이목구비에서는 어느새 '소녀'의 분위기가 조금씩 묻어났다.



김해진은 "7개월 사이에 4㎝ 정도 자랐다. 아직도 너무 작아 보이기 때문에 10㎝ 이상 더 자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포스트 김연아' 선두주자에게 다가온 시련

김해진은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의 뒤를 이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간판으로 자라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지난 1월 치러진 전국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 곽민정(16.수리고)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1위를 휩쓸어 왔다.



4월에는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만 13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김연아가 그랬듯 어린 나이에 트리플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모두 뛴데다 표현력도 수준급이어서 '될성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주니어 무대에 첫발을 내밀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려던 김해진에게 첫 시련이 다가왔다.



김해진은 오는 23일 시작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를 2주도 남기지 않고 발목을 다쳤다.



9일 빙상 훈련을 하다가 다른 선수의 스케이트날에 왼쪽 다리를 찍힌 것이다.



전용 훈련장이 없다 보니 선수와 동호인 등이 뒤섞인 경기장에서 아슬아슬한 훈련을 해 온 탓이다.



다행히 근육이나 신경은 다치지 않았고, 수술도 잘 끝나 무난히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첫 그랑프리 출전은 10월로 미뤄야 했다.



무리한다면 출전을 강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한 만큼 마음 편히 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전 이후 무릎 통증이 심해져 열흘 가까이 제대로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다 이번 주에야 본격적인 훈련을 재개한 터였다.



주변에서는 특별한 부상이 찾아왔다기보다는 성장통이 겹쳐 아픔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자기 키가 큰데다 무릎까지 아프다 보니 아무래도 균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7일 훈련 때 김해진은 여러 차례 점프를 시도했지만 자주 실패했다.



김해진은 "통증은 많이 줄었는데, 오래 쉬었다가 연습을 하다 보니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대회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부담감도 자꾸 쌓여만 갔다.



김해진은 "처음으로 큰 국제무대에 서는 만큼, 경험을 쌓고 하는 데까지 하고 오는 게 목표"라면서도 "벼락치기로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스트레스가 크다"고 털어놓았다.



◆좌절보단 보완의 계기로.."성숙한 연기 펼치고파"

당장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실력을 펼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움을 겪어 왔던 김해진이 이번 부상만 잘 극복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여유 있게 신체 균형을 되찾으면서 기량을 발전시킨다면 자신이 바라던 '성숙한 스케이터'로 성장할 수 있다.



김해진은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목표로 새 시즌을 준비해 왔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찰리 채플린 메들리'를 배경음악으로 세부 구성만 살짝 바꿔 경쾌한 연기를 펼치지만, 프리스케이팅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 단조'를 주제곡으로 정해 한층 우아하면서도 격정적인 모습을 보일 계획이었다.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은 지난 5~6월 미국 전지훈련 때 만난 외국인 코치로부터 받은 곡이다. 여러 종류의 음악을 제안받았는데, 그중 가장 색다른 느낌의 음악을 골랐다. 중학생이 된 만큼 더 성숙한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훈련할 때도 더욱 성숙한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했다.



어린 나이부터 표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확실히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것이다.



김해진은 "스텝 시퀀스 등에서 스케이트 날을 조금 더 깊게 사용해 눈에 띄는 스케이팅을 펼치려 노력했다. 또 스트로킹(점프 등을 하기 전에 스케이트를 밀고 나가는 동작)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일 훈련에서 김해진이 시험 삼아 펼쳐보인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예전보다 강렬하고 힘이 넘쳤다.



시간을 두고 아직 실수가 많은 루프 점프 등까지 더 세밀히 다듬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다.



7일 훈련을 마치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링크를 떠나던 김해진은 어머니의 팔을 잡아끌며 "새 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는다. 매번 들어가는 책값만 해도 만만찮다"던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받는 동안 김해진은 바라던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호기심을 채우면서, 그렇게 시련을 견뎌내면서 아직 어린 중학교 1학년생 스케이터는 더 성숙한 선수로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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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9-12 07:47:35
    • 수정2010-09-12 08:21:12
    연합뉴스
부쩍 높아진 하늘이 어느덧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한 지난 7일 과천 시민회관 빙상장.

1년 내내 한겨울인 링크 한가운데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훈련을 거듭하는 '피겨 기대주' 김해진(13.과천중)의 외모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빙판의 냉기에 달아오른 양 볼에서는 여전히 어린 티가 났지만, 훌쩍 자란 키와 한층 또렷해진 이목구비에서는 어느새 '소녀'의 분위기가 조금씩 묻어났다.

김해진은 "7개월 사이에 4㎝ 정도 자랐다. 아직도 너무 작아 보이기 때문에 10㎝ 이상 더 자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포스트 김연아' 선두주자에게 다가온 시련
김해진은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의 뒤를 이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간판으로 자라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지난 1월 치러진 전국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 곽민정(16.수리고)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1위를 휩쓸어 왔다.

4월에는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만 13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김연아가 그랬듯 어린 나이에 트리플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모두 뛴데다 표현력도 수준급이어서 '될성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주니어 무대에 첫발을 내밀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려던 김해진에게 첫 시련이 다가왔다.

김해진은 오는 23일 시작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를 2주도 남기지 않고 발목을 다쳤다.

9일 빙상 훈련을 하다가 다른 선수의 스케이트날에 왼쪽 다리를 찍힌 것이다.

전용 훈련장이 없다 보니 선수와 동호인 등이 뒤섞인 경기장에서 아슬아슬한 훈련을 해 온 탓이다.

다행히 근육이나 신경은 다치지 않았고, 수술도 잘 끝나 무난히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첫 그랑프리 출전은 10월로 미뤄야 했다.

무리한다면 출전을 강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한 만큼 마음 편히 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전 이후 무릎 통증이 심해져 열흘 가까이 제대로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다 이번 주에야 본격적인 훈련을 재개한 터였다.

주변에서는 특별한 부상이 찾아왔다기보다는 성장통이 겹쳐 아픔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자기 키가 큰데다 무릎까지 아프다 보니 아무래도 균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7일 훈련 때 김해진은 여러 차례 점프를 시도했지만 자주 실패했다.

김해진은 "통증은 많이 줄었는데, 오래 쉬었다가 연습을 하다 보니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대회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부담감도 자꾸 쌓여만 갔다.

김해진은 "처음으로 큰 국제무대에 서는 만큼, 경험을 쌓고 하는 데까지 하고 오는 게 목표"라면서도 "벼락치기로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스트레스가 크다"고 털어놓았다.

◆좌절보단 보완의 계기로.."성숙한 연기 펼치고파"
당장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실력을 펼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움을 겪어 왔던 김해진이 이번 부상만 잘 극복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여유 있게 신체 균형을 되찾으면서 기량을 발전시킨다면 자신이 바라던 '성숙한 스케이터'로 성장할 수 있다.

김해진은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목표로 새 시즌을 준비해 왔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찰리 채플린 메들리'를 배경음악으로 세부 구성만 살짝 바꿔 경쾌한 연기를 펼치지만, 프리스케이팅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 단조'를 주제곡으로 정해 한층 우아하면서도 격정적인 모습을 보일 계획이었다.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은 지난 5~6월 미국 전지훈련 때 만난 외국인 코치로부터 받은 곡이다. 여러 종류의 음악을 제안받았는데, 그중 가장 색다른 느낌의 음악을 골랐다. 중학생이 된 만큼 더 성숙한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훈련할 때도 더욱 성숙한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했다.

어린 나이부터 표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확실히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것이다.

김해진은 "스텝 시퀀스 등에서 스케이트 날을 조금 더 깊게 사용해 눈에 띄는 스케이팅을 펼치려 노력했다. 또 스트로킹(점프 등을 하기 전에 스케이트를 밀고 나가는 동작)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일 훈련에서 김해진이 시험 삼아 펼쳐보인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예전보다 강렬하고 힘이 넘쳤다.

시간을 두고 아직 실수가 많은 루프 점프 등까지 더 세밀히 다듬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다.

7일 훈련을 마치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링크를 떠나던 김해진은 어머니의 팔을 잡아끌며 "새 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는다. 매번 들어가는 책값만 해도 만만찮다"던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받는 동안 김해진은 바라던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호기심을 채우면서, 그렇게 시련을 견뎌내면서 아직 어린 중학교 1학년생 스케이터는 더 성숙한 선수로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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