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격려금 잔치?

입력 2010.09.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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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저희 <취재파일 4321> 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서울대 전임 총장이 퇴임을 앞두고 교수들과 직원들에게 '격려금' 으로 수 십만 원에서 수 백만 원씩 지급했단 겁니다.

제보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수준이었고, 취재결과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 교직원들의 돈 잔치 논란,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익명의 제보자가 언급한 이른바 '격려금'이 지급된 시점은 지난 4월, 이장무 전 총장의 퇴임을 석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이장무 총장 자신이 임기 4년 무사히 마치게 되니까 교수하고 직원들한테 고맙다는 마음으로 돈을 지급한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들한테는 2백~6백만 원 정도 주고요, 직원들한테는 70~100만 정도, 개인통장으로 지급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 만일 지급됐다면 명목은 무엇일까?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서울대를 찾았습니다.

대학의 예산 지출을 관장하는 부서 담당자는 처음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교직원 분들한테 좀 고맙다 격려금 내지, 하사금이 지급된 적이 있나요?) 교수분들은 잘 모르겠고…4,5월 달에는 없는데 지급한 게. (그 전에는 있었어요?) 그 전에도 없고 전 직원들 대상으로 해서 한다는 것이 그때는 4,5월 달에 지급한 게 있으신가..."

대화가 오간 지 10여분 뒤, 이 관계자는 살짝 말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 "글쎄 그건 뭐가 있던가 얘기가 돌았던 건데. (얘기가 돌긴 돌았어요?) 아니 얘기가 한참 이전부터 교수님들 뭐 주셨다 이런 얘기들 있었거든요. 연구비로 연구 목적으로 주셨단 얘기 있던 것 같은데. (돈이 지급된 적은 있는 것 같네요?) 비슷하게 그런 것 같은데..."

취재팀은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또 다른 서울대 관계자 한 명을 만나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정황을 보다 분명히 기억했습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어느날 갑자기 예산담당관실에서도 잘 몰랐었는데 갑자기 결재가 나서 한 두 사람만 알고 총장님하고 그렇게 했다는 거죠. 그래서 교수님들한테 연구 성과급으로 몇 백 만원씩 쫙 돌렸단 거에요" (재무 담당하시는 쪽에서는 준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올해 시행한 걸 준 것 같기도 하고... 자기도 받았을 텐데 말이 안 되죠."

돈이 지급됐다는 제보가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제보자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지급 혜택을 받은 것은 교수와 직원들이었습니다.

우선 교육 공무원과 기성회 직원 천여 명, 이들에게 지급된 돈의 액수는 8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혜택의 대상인 서울대 조교수 이상 전임교원은 2천여 명, 이들에게 지급된 돈의 예산은 직원들 액수의 3 배 이상으로 추정됐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지급될 때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서울대 수뇌부는 교수들에게만 주려고 했지만,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직원들에게까지 주게 됐다는 겁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총장 격려금 지급 문제에 직원들이 관여할 수 밖에 없어서 직원들이 알게 된 거죠. 그 문제를 직원들이 따지고 나서니까 교수랑 직원 전체에게 주게 된 겁니다"

취재과정에서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올해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이장무 전 총장이 거의 모든 교수들을 상대로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작년에도 이런 일 있었어요. 교수님들 연구프로젝트 따 온 거에서 내시는 돈이 있거든요. 거기서 교수님들한테 성과급조로 일률적으로 쫙 한 번에 돈이 나갔었어요. 작년하고 올해 교수님들 봉급이 동결되다 보니까 성과급이라고 몇 백만 원 씩 드린 거에요"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교직원들에게 수 십억 원의 돈이 지급됐다면 대체 그 출처는 어디였을까요?

이를 위해선 먼저 서울대의 재정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같은 국립대학 재정은 크게 국고와 비국고 회계로 구분됩니다.

비국고 회계는 기성회비, 발전기금, 연구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고는 주로 국립대학 운영에 필요한 공무원의 인건비와 대학운영비, 그리고 기본적 시설비로 쓰입니다.

때문에 교육과학부와 기획예산처 등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기성회 예산의 경우, 국립대학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의 적용을 받고는 있지만, 집행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울대측은 이번 격려금이 기성회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 "(기성회비에서는 올해까지 관련해 가지고 예산 잡혀 있던 거 외 항목으로 지급된 건 없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네, 기성회비하고 국고에서 나온 건 없다 그 말씀 뿐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돈의 출처는 어디였을까? 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 "발전기금이라든지 아니면 연구 교수님들 연구비니까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에 선례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런 부분에서는 제가 자신있게 말씀 못 드리는 거죠."

언급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엔 서울대 발전기금을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한 임원은 발전기금에서 교직원들에게 돈이 지급됐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서울대 발전기금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로선 그런 내용을 전혀 처음 듣는 얘기고. 집행상 문제는 대학본부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고, 저희로선 그런 내용은 알 수도 없고. 왜 그러냐면 아시다시피 예산은 전부다 총괄적으로 사업비를 주기 때문에 집행까지 저희가 관여할 필요는 없는 거 아녜요."

바로 그 무렵, 취재진은 익명의 한 서울대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정확한 돈의 출처는 이 때부터 나왔습니다.

이 관계자는 교수들에게 지급된 돈은 이른바 '연구비 오버헤드', 즉 교수들이 연구 프로젝트를 따 왔을 때 학교에서 거둬들이는 돈에서 지급됐고, 직원들의 경우는 발전기금에서 돈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종의 격려금 성격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교직원 연봉이 2년째 동결되고, 그동안 편법논란이 된 기성회비를 통한 보전마저 더 이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육지책의 결과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가 본격 시작된 지 사흘째인 지난 8일, 서울대측에서는 취재진에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지급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올해 교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내역과 액수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수들은 연구역량이 우수한 전임교원을 선정해 올 2월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1,819명에게 모두 40억 6천4백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또 직원들에게는 법인화에 대비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무역량개발비란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돼 있습니다.

시기는 지난 6월, 천30명에게 모두 8억 원이 나갔습니다.

지급시기는 최초 제보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액수는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가 보내준 자료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수 교원을 선정해 지급했다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등급만 나눠서 지급했을 뿐 조교수 이상 거의 모든 교수에게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또 직원들에게 지급된 돈의 재원은 당초 발전기금측 얘기와는 달랐습니다.

기금 관계자는 발전기금에서 돈이 나갔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대학본부측은 서면을 통해 출처가 발전기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돈 지급 명목이었던 역량강화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이 없고, 추후 증빙서류 제출 의무 등도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보다 정확한 이유와 과정을 듣기 위해 서울대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보내주신 내용만 가지고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시는 거, 그러니까 서면으로 하신다고 하시네요. 전반적으로 인터뷰 자체를 하시는 거는 어려우실 거 같고..."

이번엔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 당사자이기도 한 이장무 전 총장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먼저 이 전 총장이 퇴임 후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모 재단을 찾았습니다.

<녹취> OO재단 관계자 (음성변조) : "(이 전 총장님하고 연락을 좀 해 봤으면 해서요.) 네, 하게 해 드릴게요. 여쭤보고 그 다음에 전화번호를 드려라든지 확인한 다음에..."

그러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학교측에도 이 전 총장과의 면담 주선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 전 총장님한테 면담을 부탁드렸잖아요, 뭐라고 하십니까?) 저희가 이장무 전 총장님을 저기 말씀하신 자리를 마련하기는 좀... (그럼 힘들다고 말씀하셨어요?) 네네네.”

더 큰 문제는 48억 원이란 돈이 교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데 있어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개적 절차나 합리적 설명 없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날로 오르는 등록금이 큰 부담인데다,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반대하는 대다수 학생들로선 학교측의 예산 집행이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오준규(서울대 법과대학 학생회장) : "학내 구성원으로서 공적 정보를 공개받을 민주적 권리가 있는만큼 학교 재정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면 상당히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침해당하는 그런 느낌이 있구요, 실제로 장기적으로 공적 정보는 공적으로 공개하라는 요구를 관철시켜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교직원에 대한 48억 돈 잔치 논란. 정당한 성과급이냐, 아니면 전임 총장의 선심성 베풀기냐에 대해선 시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모 학교 관계자는 사립대에 비해 낮은 교수들 처우, 그리고 서울대가 추진중인 법인화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이유도 이번 성과금 지급 배경 중의 하나였다고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대규모 성과급 지급 과정에 대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 도약을 꿈꾸는 서울대, 우수 교직원 확보를 위해 지원이 절실하다면, 그 해법은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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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격려금 잔치?
    • 입력 2010-09-13 10:47:12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최근 저희 <취재파일 4321> 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서울대 전임 총장이 퇴임을 앞두고 교수들과 직원들에게 '격려금' 으로 수 십만 원에서 수 백만 원씩 지급했단 겁니다. 제보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수준이었고, 취재결과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 교직원들의 돈 잔치 논란,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익명의 제보자가 언급한 이른바 '격려금'이 지급된 시점은 지난 4월, 이장무 전 총장의 퇴임을 석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이장무 총장 자신이 임기 4년 무사히 마치게 되니까 교수하고 직원들한테 고맙다는 마음으로 돈을 지급한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들한테는 2백~6백만 원 정도 주고요, 직원들한테는 70~100만 정도, 개인통장으로 지급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 만일 지급됐다면 명목은 무엇일까?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서울대를 찾았습니다. 대학의 예산 지출을 관장하는 부서 담당자는 처음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교직원 분들한테 좀 고맙다 격려금 내지, 하사금이 지급된 적이 있나요?) 교수분들은 잘 모르겠고…4,5월 달에는 없는데 지급한 게. (그 전에는 있었어요?) 그 전에도 없고 전 직원들 대상으로 해서 한다는 것이 그때는 4,5월 달에 지급한 게 있으신가..." 대화가 오간 지 10여분 뒤, 이 관계자는 살짝 말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 "글쎄 그건 뭐가 있던가 얘기가 돌았던 건데. (얘기가 돌긴 돌았어요?) 아니 얘기가 한참 이전부터 교수님들 뭐 주셨다 이런 얘기들 있었거든요. 연구비로 연구 목적으로 주셨단 얘기 있던 것 같은데. (돈이 지급된 적은 있는 것 같네요?) 비슷하게 그런 것 같은데..." 취재팀은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또 다른 서울대 관계자 한 명을 만나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정황을 보다 분명히 기억했습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어느날 갑자기 예산담당관실에서도 잘 몰랐었는데 갑자기 결재가 나서 한 두 사람만 알고 총장님하고 그렇게 했다는 거죠. 그래서 교수님들한테 연구 성과급으로 몇 백 만원씩 쫙 돌렸단 거에요" (재무 담당하시는 쪽에서는 준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올해 시행한 걸 준 것 같기도 하고... 자기도 받았을 텐데 말이 안 되죠." 돈이 지급됐다는 제보가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제보자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지급 혜택을 받은 것은 교수와 직원들이었습니다. 우선 교육 공무원과 기성회 직원 천여 명, 이들에게 지급된 돈의 액수는 8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혜택의 대상인 서울대 조교수 이상 전임교원은 2천여 명, 이들에게 지급된 돈의 예산은 직원들 액수의 3 배 이상으로 추정됐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지급될 때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서울대 수뇌부는 교수들에게만 주려고 했지만,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직원들에게까지 주게 됐다는 겁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총장 격려금 지급 문제에 직원들이 관여할 수 밖에 없어서 직원들이 알게 된 거죠. 그 문제를 직원들이 따지고 나서니까 교수랑 직원 전체에게 주게 된 겁니다" 취재과정에서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올해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이장무 전 총장이 거의 모든 교수들을 상대로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관계자 (음성대역) : "작년에도 이런 일 있었어요. 교수님들 연구프로젝트 따 온 거에서 내시는 돈이 있거든요. 거기서 교수님들한테 성과급조로 일률적으로 쫙 한 번에 돈이 나갔었어요. 작년하고 올해 교수님들 봉급이 동결되다 보니까 성과급이라고 몇 백만 원 씩 드린 거에요"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교직원들에게 수 십억 원의 돈이 지급됐다면 대체 그 출처는 어디였을까요? 이를 위해선 먼저 서울대의 재정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같은 국립대학 재정은 크게 국고와 비국고 회계로 구분됩니다. 비국고 회계는 기성회비, 발전기금, 연구비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고는 주로 국립대학 운영에 필요한 공무원의 인건비와 대학운영비, 그리고 기본적 시설비로 쓰입니다. 때문에 교육과학부와 기획예산처 등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기성회 예산의 경우, 국립대학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의 적용을 받고는 있지만, 집행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울대측은 이번 격려금이 기성회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 "(기성회비에서는 올해까지 관련해 가지고 예산 잡혀 있던 거 외 항목으로 지급된 건 없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네, 기성회비하고 국고에서 나온 건 없다 그 말씀 뿐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돈의 출처는 어디였을까? 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 "발전기금이라든지 아니면 연구 교수님들 연구비니까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에 선례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런 부분에서는 제가 자신있게 말씀 못 드리는 거죠." 언급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엔 서울대 발전기금을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한 임원은 발전기금에서 교직원들에게 돈이 지급됐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서울대 발전기금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로선 그런 내용을 전혀 처음 듣는 얘기고. 집행상 문제는 대학본부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고, 저희로선 그런 내용은 알 수도 없고. 왜 그러냐면 아시다시피 예산은 전부다 총괄적으로 사업비를 주기 때문에 집행까지 저희가 관여할 필요는 없는 거 아녜요." 바로 그 무렵, 취재진은 익명의 한 서울대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정확한 돈의 출처는 이 때부터 나왔습니다. 이 관계자는 교수들에게 지급된 돈은 이른바 '연구비 오버헤드', 즉 교수들이 연구 프로젝트를 따 왔을 때 학교에서 거둬들이는 돈에서 지급됐고, 직원들의 경우는 발전기금에서 돈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종의 격려금 성격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교직원 연봉이 2년째 동결되고, 그동안 편법논란이 된 기성회비를 통한 보전마저 더 이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육지책의 결과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가 본격 시작된 지 사흘째인 지난 8일, 서울대측에서는 취재진에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지급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올해 교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내역과 액수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수들은 연구역량이 우수한 전임교원을 선정해 올 2월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1,819명에게 모두 40억 6천4백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또 직원들에게는 법인화에 대비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무역량개발비란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돼 있습니다. 시기는 지난 6월, 천30명에게 모두 8억 원이 나갔습니다. 지급시기는 최초 제보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액수는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가 보내준 자료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수 교원을 선정해 지급했다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등급만 나눠서 지급했을 뿐 조교수 이상 거의 모든 교수에게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또 직원들에게 지급된 돈의 재원은 당초 발전기금측 얘기와는 달랐습니다. 기금 관계자는 발전기금에서 돈이 나갔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대학본부측은 서면을 통해 출처가 발전기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돈 지급 명목이었던 역량강화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이 없고, 추후 증빙서류 제출 의무 등도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보다 정확한 이유와 과정을 듣기 위해 서울대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보내주신 내용만 가지고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시는 거, 그러니까 서면으로 하신다고 하시네요. 전반적으로 인터뷰 자체를 하시는 거는 어려우실 거 같고..." 이번엔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 당사자이기도 한 이장무 전 총장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먼저 이 전 총장이 퇴임 후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모 재단을 찾았습니다. <녹취> OO재단 관계자 (음성변조) : "(이 전 총장님하고 연락을 좀 해 봤으면 해서요.) 네, 하게 해 드릴게요. 여쭤보고 그 다음에 전화번호를 드려라든지 확인한 다음에..." 그러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학교측에도 이 전 총장과의 면담 주선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서울대 대학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 전 총장님한테 면담을 부탁드렸잖아요, 뭐라고 하십니까?) 저희가 이장무 전 총장님을 저기 말씀하신 자리를 마련하기는 좀... (그럼 힘들다고 말씀하셨어요?) 네네네.” 더 큰 문제는 48억 원이란 돈이 교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데 있어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개적 절차나 합리적 설명 없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날로 오르는 등록금이 큰 부담인데다,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반대하는 대다수 학생들로선 학교측의 예산 집행이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오준규(서울대 법과대학 학생회장) : "학내 구성원으로서 공적 정보를 공개받을 민주적 권리가 있는만큼 학교 재정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면 상당히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침해당하는 그런 느낌이 있구요, 실제로 장기적으로 공적 정보는 공적으로 공개하라는 요구를 관철시켜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교직원에 대한 48억 돈 잔치 논란. 정당한 성과급이냐, 아니면 전임 총장의 선심성 베풀기냐에 대해선 시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모 학교 관계자는 사립대에 비해 낮은 교수들 처우, 그리고 서울대가 추진중인 법인화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이유도 이번 성과금 지급 배경 중의 하나였다고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대규모 성과급 지급 과정에 대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 도약을 꿈꾸는 서울대, 우수 교직원 확보를 위해 지원이 절실하다면, 그 해법은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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