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농심 울리는 ‘중도매상 횡포’

입력 2010.09.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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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농산물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그렇다고 농민들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닙니다. 도매상들이 챙기는 중간마진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취재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장덕수 기자, 이번에 취재한 곳은 어디인가요?

<답변>
네, 국내 최대 농축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경매 품목이 아닌, 상장 예외 품목이라는 위탁 판매 품목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올려 보낸 쪽파가 화물차마다 가득합니다.

이 쪽파들은 농민들이 판매를 대신 맡긴 중도매상들에 의해 소매상인들에게 팔려나가게 되는데요.

쪽파를 손수레로 옮기는 상인들로 분주합니다.

취재진도 이들 사이에서 쪽파를 구입해봤습니다.

<녹취> 쪽파 위탁판매 중도매상:"(저쪽에 계속 안 팔리고 있는 것 저건 얼마에요?) 3천5백 원"

그러나 중도매상들이 이 돈을 모두 농민에게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취재진은 3천5백 원에 쪽파 한 단을 샀지만, 농민이 받은 정산서에는 최고가 2천 원에 팔린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6백 단은 한 단에 50원씩, 3만 원에 팔린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한 단에 최소 천5백 원은 중도매상이 중간에서 가로챈 것인데, 이처럼 중도매상들이 판매대금 일부를 떼어가는 것을 시장에서는 '칼질'이라고 합니다.

<질문>
그 칼질이라는 게 얼마나 심한가요?

<답변>
네, 취재진은 쪽파 외에도 여러 품목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칼질이 있었습니다.

<녹취> 솔잎 위탁판매 중도매상:"(이게 한 관이에요?) 5만 원 (5만 원요?) 며칠 있으면 더 비싸!"

취재 당시 추석을 맞아 가격이 폭등했던 솔잎입니다.

그러나 판매를 맡긴 농민들이 받은 돈은 2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2만 원에 팔았을 경우 중도매상들은 판매금액의 7%, 즉 1,400원만 수수료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중도매상들은 솔잎 한 관을 5만 원에 판 뒤 2만 원에 팔았다고 속여 수수료 외에 3만 원이나 더 챙긴 것입니다.

콩과 고춧잎 등 취재진이 구매한 다른 품목에서도 칼질이 없는 곳은 없었습니다.

<질문>
심각한 것 같은데요.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는 전혀 모르고 있던가요?

<답변>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도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관계자: "일정부분 (칼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 니다. 일일이 우리 직원이 가서 지켰다가 산지 따라가고…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가락시장에서 위탁판매에 종사하는 중도매상은 모두 백3십여 명.

직원까지 합치면 거의 천 명에 가깝지만, 공사의 담당 직원은 2명에 불과합니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불가능한데요.

반년에 한 번 장부 조사를 해도, 실제 판매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공사는 위탁 판매 품목 상당수가 거래액이 작아 경매로 전환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는데요.

결국, 인원도 부족하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이유로 불법을 알면서도 용인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질문>
농민들은 어떻습니까? 올해 비 피해로 수확도 좋지 않은데, 상당히 허탈할 것 같습니다.

<답변>
네, 실제로 농민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최모 씨(피해 농민):"태풍피해 때문에 속상해 죽겠는데, 어렵게 수확한 것을 이런 식으로 하면 농민은 다 죽으라는 말이죠"

태풍 곤파스 때문에 올해 농사를 망친 최 씨.

침수 피해를 입었던 쪽파 밭에는 뿌리까지 썩은 쪽파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출하한 쪽파마저도 중도매상들의 '칼질'로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가락시장에서 농민들이 위탁판매 금액은 신고된 것만 약 3천6백억 원, 하지만, 중도매상이 '칼질'한 돈이 얼마인지는 추정하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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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현장] 농심 울리는 ‘중도매상 횡포’
    • 입력 2010-09-27 23: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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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농산물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그렇다고 농민들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닙니다. 도매상들이 챙기는 중간마진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취재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장덕수 기자, 이번에 취재한 곳은 어디인가요? <답변> 네, 국내 최대 농축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경매 품목이 아닌, 상장 예외 품목이라는 위탁 판매 품목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올려 보낸 쪽파가 화물차마다 가득합니다. 이 쪽파들은 농민들이 판매를 대신 맡긴 중도매상들에 의해 소매상인들에게 팔려나가게 되는데요. 쪽파를 손수레로 옮기는 상인들로 분주합니다. 취재진도 이들 사이에서 쪽파를 구입해봤습니다. <녹취> 쪽파 위탁판매 중도매상:"(저쪽에 계속 안 팔리고 있는 것 저건 얼마에요?) 3천5백 원" 그러나 중도매상들이 이 돈을 모두 농민에게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취재진은 3천5백 원에 쪽파 한 단을 샀지만, 농민이 받은 정산서에는 최고가 2천 원에 팔린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6백 단은 한 단에 50원씩, 3만 원에 팔린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한 단에 최소 천5백 원은 중도매상이 중간에서 가로챈 것인데, 이처럼 중도매상들이 판매대금 일부를 떼어가는 것을 시장에서는 '칼질'이라고 합니다. <질문> 그 칼질이라는 게 얼마나 심한가요? <답변> 네, 취재진은 쪽파 외에도 여러 품목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칼질이 있었습니다. <녹취> 솔잎 위탁판매 중도매상:"(이게 한 관이에요?) 5만 원 (5만 원요?) 며칠 있으면 더 비싸!" 취재 당시 추석을 맞아 가격이 폭등했던 솔잎입니다. 그러나 판매를 맡긴 농민들이 받은 돈은 2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2만 원에 팔았을 경우 중도매상들은 판매금액의 7%, 즉 1,400원만 수수료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중도매상들은 솔잎 한 관을 5만 원에 판 뒤 2만 원에 팔았다고 속여 수수료 외에 3만 원이나 더 챙긴 것입니다. 콩과 고춧잎 등 취재진이 구매한 다른 품목에서도 칼질이 없는 곳은 없었습니다. <질문> 심각한 것 같은데요.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는 전혀 모르고 있던가요? <답변>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도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관계자: "일정부분 (칼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 니다. 일일이 우리 직원이 가서 지켰다가 산지 따라가고…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가락시장에서 위탁판매에 종사하는 중도매상은 모두 백3십여 명. 직원까지 합치면 거의 천 명에 가깝지만, 공사의 담당 직원은 2명에 불과합니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불가능한데요. 반년에 한 번 장부 조사를 해도, 실제 판매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공사는 위탁 판매 품목 상당수가 거래액이 작아 경매로 전환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는데요. 결국, 인원도 부족하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이유로 불법을 알면서도 용인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질문> 농민들은 어떻습니까? 올해 비 피해로 수확도 좋지 않은데, 상당히 허탈할 것 같습니다. <답변> 네, 실제로 농민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최모 씨(피해 농민):"태풍피해 때문에 속상해 죽겠는데, 어렵게 수확한 것을 이런 식으로 하면 농민은 다 죽으라는 말이죠" 태풍 곤파스 때문에 올해 농사를 망친 최 씨. 침수 피해를 입었던 쪽파 밭에는 뿌리까지 썩은 쪽파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출하한 쪽파마저도 중도매상들의 '칼질'로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가락시장에서 농민들이 위탁판매 금액은 신고된 것만 약 3천6백억 원, 하지만, 중도매상이 '칼질'한 돈이 얼마인지는 추정하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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