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고층 건물 화재 무방비…대책은?

입력 2010.10.08 (23: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고층건물 화재,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삽시간에 꼭대기층까지 불길이 번져갔지만 소방장비는 15층 이상 높이에서는 제대로 진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화재에 취약한 고층 건물의 문제와 대책을 알아보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김민경기자!

<질문> 요즘은 3~40층은 초고층 축에도 못들죠 높은 건물이 하도 많아서?

<답변>

네, 저희 취재팀이 헬기에서 직접 수도권 일대의 건물들을 살펴봤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초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요, 화면을 통해 보시죠.

네, 먼저 제2의 두바이로 변신을 꿈꾸는 인천 송도 신도십니다, 지난해 준공한 지상 64층, 높이 250미터의 초고층 아파트 4동이 나란히 하늘로 치솟아 있습니다.

그 뒤로 30에서 4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가 논에 모를 심듯 들어서 있고, 국내 최고인 68층 건물도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도곡동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50층이 넘는 초고층 건축물 7동이 빼곡히 들어서서 20층 아파트가 오히려 왜소해 보일 정돕니다.

소방차 고가 사다리가 닿을 수 없는 16층 이상의 고층 건물은 전국에 3만 8천여 동.

이 중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39동에 이르는데요, 지금도 계속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이어서 2016년쯤엔 그 수가 세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질문> 고층 건물엔 사람도 그만큼 만잖아요 화재대비가 더 잘돼야 할텐데 왜 화재에 취약한 거예요?

<답변>

지난주 불이 난 부산 해운대 38층 오피스텔의 경우, 화염과 유독가스가 옥상까지 확산되는데 30분도 채 안될 만큼 무척 빨랐습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이 빠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순식간에 꼭대기인 38층까지 번졌습니다.

건물 외벽에 사용한 알루미늄 패널에 가연성 물질이 있었고, 화염을 차단해 줄 발코니도 없어 확산 속도가 빨랐습니다.

고층 건물의 경우 대부분 엘리베이터 승강로나 계단을 비롯한 좁은 수직공간이 굴뚝 같은 역할을 하면서 불길이 번져나가는 통로가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고층 건물에서는 화재에 대비한 신속한 대피 체계가 필요합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초고층건물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요, 건물 중간에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가 위로 솟구치면서 불과 5분 만에 건물 상층까지 도달합니다,

그러나 건물 중간에 피난구역을 만들 경우 건물 안의 사람들이 5분 내에 모두 안전하게 대피에 성공했습니다.

<질문> 돈 많이 든다고 피난구역 안 만든 거 아닙니까 실태가 어때요?

<답변>

네, 사실 제대로된 대피구역은 커녕 대부분 발코니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사실 발코니만 있어도 화재가 확산되는 시간을 어느 정도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험결과를 살펴볼까요, 왼쪽의 발코니가 있는 건물에선 발코니가 불길이 위층을 향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모습이 보이고요, 발코니가 없을 경우 불길이 곧장 벽을 타고 올라갑니다.

하지만 고층건물의 경우 대부분 외벽을 유리로 장식한 밀폐된 구조입니다, 피난이 가능한 공간도 물론 대부분 없습니다.

고층건물 일부 층에 대피가 가능한 공간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대피 공간은 아닙니다.

출입문이 방화문이 아닌 일반문이고, 옥상이나 지상으로 연결된 통로도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본적인 대책조차 없는건 현행법상 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한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50층 이상 건물에 30층마다 피난구역으로 만들도록 하는 특별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특별법이 발효돼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특별법이 적용 안되는 50층 이하, 소방 장비가 닿지 않는 15층 이상의 고층건물은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경민대 소방학과 이용재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이용재교수(경민대 소방학과): "50층 미만 건물도 수가 많고 대부분 주거용이므로 대피공간이라든지 발코니를 유지한다든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또 고층 건물 화재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화재 진압 장비와 기술은 건물이 높아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외국은 어때요? 피난구역들을 다 갖추고 있나요?

<답변>

네, 외국에서는 고층건물에는 피난구역을 반드시 갖추도록 의무화한 곳이 많습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를 점검했습니다.

부르즈 칼리파는 우리나라 63빌딩의 세 배가 넘는 무려 162층의 건물입니다.

모두 162층인 이 건물엔 4개 층에 피난 구역이 설치돼 있습니다.

42층에 6곳 등,모두 11곳에 분산돼 한번에 3천5백 명이 피신할 수 있습니다.

피난 구역은 특수 내연재로 마감돼 있어 불이 직접 닿아도 2시간 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내부는 유독가스에 질식되지 않도록 화재 연기도 막도록 설계됐습니다.

특수 내연재를 사용해 완벽하게 시공했다는 제3기관의 인증 표시도 붙어있었습니다.

화재 때는 소방관용 비상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고, 구역마다 방화벽도 촘촘이 설치됐는데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피난 구역을 일본은 60미터 이상, 중국은 100미터 이상 건물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 화재로 초고층뿐 아니라 16층 이상 50층 이하의 고층건물의 화재 위험성이 현실화된 만큼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현장] 고층 건물 화재 무방비…대책은?
    • 입력 2010-10-08 23:35:11
    뉴스라인 W
<앵커 멘트> 지난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고층건물 화재,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삽시간에 꼭대기층까지 불길이 번져갔지만 소방장비는 15층 이상 높이에서는 제대로 진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화재에 취약한 고층 건물의 문제와 대책을 알아보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김민경기자! <질문> 요즘은 3~40층은 초고층 축에도 못들죠 높은 건물이 하도 많아서? <답변> 네, 저희 취재팀이 헬기에서 직접 수도권 일대의 건물들을 살펴봤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초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요, 화면을 통해 보시죠. 네, 먼저 제2의 두바이로 변신을 꿈꾸는 인천 송도 신도십니다, 지난해 준공한 지상 64층, 높이 250미터의 초고층 아파트 4동이 나란히 하늘로 치솟아 있습니다. 그 뒤로 30에서 4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가 논에 모를 심듯 들어서 있고, 국내 최고인 68층 건물도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도곡동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50층이 넘는 초고층 건축물 7동이 빼곡히 들어서서 20층 아파트가 오히려 왜소해 보일 정돕니다. 소방차 고가 사다리가 닿을 수 없는 16층 이상의 고층 건물은 전국에 3만 8천여 동. 이 중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39동에 이르는데요, 지금도 계속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이어서 2016년쯤엔 그 수가 세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질문> 고층 건물엔 사람도 그만큼 만잖아요 화재대비가 더 잘돼야 할텐데 왜 화재에 취약한 거예요? <답변> 지난주 불이 난 부산 해운대 38층 오피스텔의 경우, 화염과 유독가스가 옥상까지 확산되는데 30분도 채 안될 만큼 무척 빨랐습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이 빠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순식간에 꼭대기인 38층까지 번졌습니다. 건물 외벽에 사용한 알루미늄 패널에 가연성 물질이 있었고, 화염을 차단해 줄 발코니도 없어 확산 속도가 빨랐습니다. 고층 건물의 경우 대부분 엘리베이터 승강로나 계단을 비롯한 좁은 수직공간이 굴뚝 같은 역할을 하면서 불길이 번져나가는 통로가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고층 건물에서는 화재에 대비한 신속한 대피 체계가 필요합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초고층건물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요, 건물 중간에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가 위로 솟구치면서 불과 5분 만에 건물 상층까지 도달합니다, 그러나 건물 중간에 피난구역을 만들 경우 건물 안의 사람들이 5분 내에 모두 안전하게 대피에 성공했습니다. <질문> 돈 많이 든다고 피난구역 안 만든 거 아닙니까 실태가 어때요? <답변> 네, 사실 제대로된 대피구역은 커녕 대부분 발코니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사실 발코니만 있어도 화재가 확산되는 시간을 어느 정도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험결과를 살펴볼까요, 왼쪽의 발코니가 있는 건물에선 발코니가 불길이 위층을 향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모습이 보이고요, 발코니가 없을 경우 불길이 곧장 벽을 타고 올라갑니다. 하지만 고층건물의 경우 대부분 외벽을 유리로 장식한 밀폐된 구조입니다, 피난이 가능한 공간도 물론 대부분 없습니다. 고층건물 일부 층에 대피가 가능한 공간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대피 공간은 아닙니다. 출입문이 방화문이 아닌 일반문이고, 옥상이나 지상으로 연결된 통로도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본적인 대책조차 없는건 현행법상 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한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50층 이상 건물에 30층마다 피난구역으로 만들도록 하는 특별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특별법이 발효돼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특별법이 적용 안되는 50층 이하, 소방 장비가 닿지 않는 15층 이상의 고층건물은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경민대 소방학과 이용재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이용재교수(경민대 소방학과): "50층 미만 건물도 수가 많고 대부분 주거용이므로 대피공간이라든지 발코니를 유지한다든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또 고층 건물 화재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화재 진압 장비와 기술은 건물이 높아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외국은 어때요? 피난구역들을 다 갖추고 있나요? <답변> 네, 외국에서는 고층건물에는 피난구역을 반드시 갖추도록 의무화한 곳이 많습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를 점검했습니다. 부르즈 칼리파는 우리나라 63빌딩의 세 배가 넘는 무려 162층의 건물입니다. 모두 162층인 이 건물엔 4개 층에 피난 구역이 설치돼 있습니다. 42층에 6곳 등,모두 11곳에 분산돼 한번에 3천5백 명이 피신할 수 있습니다. 피난 구역은 특수 내연재로 마감돼 있어 불이 직접 닿아도 2시간 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내부는 유독가스에 질식되지 않도록 화재 연기도 막도록 설계됐습니다. 특수 내연재를 사용해 완벽하게 시공했다는 제3기관의 인증 표시도 붙어있었습니다. 화재 때는 소방관용 비상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고, 구역마다 방화벽도 촘촘이 설치됐는데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피난 구역을 일본은 60미터 이상, 중국은 100미터 이상 건물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 화재로 초고층뿐 아니라 16층 이상 50층 이하의 고층건물의 화재 위험성이 현실화된 만큼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