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책임질 ‘정예 농군’ 육성 시급

입력 2010.10.16 (07: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업농 15만명 육성, 농경지 3분의 2 맡겨야"
각종 교육기관 체계화해야..귀농인ㆍ이주여성도 중요

경북도에는 '경북농민 사관학교'라는 곳이 있다. 육군사관학교나 공군사관학교는 들어봤지만 '농민 사관학교'라니 다소 생소하다.

사관학교란 명칭에서 얼추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다름 아닌 정예 농업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2007년에 경북도가 경북대와 대구대 등 지역 내 8개 대학, 농업단체와 함께 설립했으니 올해로 개설 4년째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자유무역협정(FTA) 파고에 맞서고자 경영 능력을 갖춘 농민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농민사관학교는 지난해까지 3천3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국벤처농업대학'.

이 대학도 민승규 농촌진흥청장이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주도해서 만든 농업전문 인력을 키우는 곳이다. 민 청장이 1990년대 중반부터 운영해온 주말농장이 모태가 됐다.

2001년 충남 금산군의 폐교에 설립된 한국벤처농업대학은 같은 해 온라인 교육장(vaf21.com)도 개설했다. 유료 대학인 이곳을 나온 졸업생은 지금까지 800여명.

이곳의 좌우명은 '정부에 의존하는 농업이 아니라 농업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 개개인의 창의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육'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연간 90만원이란 적지 않은 수업료를 받는다. 돈을 내야 농민들이 욕심을 갖고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학측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농군'을 탄생시키는 곳이다.

이처럼 21세기 무한 경쟁시대 속에서 농업 개방화의 파도를 헤치고 나갈 지역 농군들이 곳곳에서 양성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2년부터 각종 재정 지원을 통해 전국 시·도별로 후계농민을 양성해오고 있다.

실제로 2004년 1천125명, 2005년과 2006년에는 1천50명과 1천44명, 2008년 1천705명, 2009년 1천438명 등 매년 1천여명 가량의 후계농업인이 뽑혀 정부의 지원으로 육성되고 있는 것이다.

육성 분야도 수도작과 원예 과수 특작 복합 한(육)우 낙농 기타 축산 등으로 비교적 세분화돼 있다.

농림부 방도혁 주무관은 "2004년 수립된 정예농민 육성종합대책에 따라 후계 농업인을 집중적으로 육성, 올해까지 모두 13만여명에 이른다"면서 "이외에 쌀 전업농 7만호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꾸준히 육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빚더미에 교육시설 등 부족..농촌공동화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후계 농업인 수치에 허수가 적지 않은데다 농촌의 현실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후계농업인과 쌀 전업농 등 20만명의 농업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영농의욕 저하와 중도포기, 자연 사망, 도시로의 탈출 등 농촌의 현실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얼마나 농촌에 남아 농업에 전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촌의 고령화'가 국가의 당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농산어촌 인구 비율은 18.6%로, 도시의 7.2%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농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북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농촌 노인은 7만7천700여명으로, 전체 농촌인구의 28%를 차지할 정도다.

반대로 농촌 지역의 젊은이들은 교육과 직장을 위해 도시로 탈출하면서 요즘 농촌에서는 20∼30대 청년 농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농자재 값 상승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따른 매출 감소 등 여건은 갈수록 악화돼 농민을 더욱 사지로 내몰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농부들의 탄식이 결코 과장만은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간다면 실제 농촌의 수명은 길어봤자 10∼2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극단적으로 2020년대부터는 농사지을 인력이 없어 땅을 놀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 농촌 전문가는 "지금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병원ㆍ학교 등 교육ㆍ문화ㆍ복지시설 부족, 투입노동 대비 미미한 소득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업농 15만명 육성만이 살 길"

2008년 기준으로 전국 논과 밭을 합친 총 경지 면적은 178만2천ha에 달한다. 산림개발과 도시팽창으로 매년 0.5%에서 1%가량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농경지가 전 국토의 2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매년 농업 인구는 고령화와 자연 사망, 도시 유입 등으로 급속히 주는 추세다.

따라서 이제는 농업의 기계화와 규모화를 통한 선진국형 영농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한 정예 농업인 육성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농업 전문인력은 1천500여명에서 2천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한국 농수산대학과 축산계열 중심의 천안연암대학 등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농과계열 졸업자를 합친 숫자다.

매년 농민의 자연사망과 인구유출 등에 따른 감소 등 농촌의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할 때 연간 4천∼5천여명의 전업농 육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박사는 "정부가 매년 1천∼1천500여명 가량의 후계 농업인을 육성하고 있지만, 이들을 더욱 정예화하고 그 규모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연간 4천에서 5천여명의 전문 농업인을 확보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이제는 1세대 농민들의 뒤를 이을 농업주체 양성을 위한 범국가적인 준비와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영농에만 매진할 수 있는 15만명의 정예화된 농민을 길러 그들에게 농경지의 3분의 2를 맡겨야 쓰러져 가는 농촌을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림부 방도혁 주무관은 "이들의 양적인 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 향상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계농업인이 일이 힘들어 중도에 탈락하거나 농자재 값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일과성 재정지원보다는 컨설팅과 현장지도, 추가자금 지원 등 사후 관리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경북의 농민사관학교나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전업농 육성사례는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자치단체, 사회단체 등에서 일반 농민과 농산물 유통업자를 재교육해 정예 농군으로 키워내는 작업도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족노동을 통해 농사를 짓던 시대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높은 작물을 발굴하고 새로운 기술과 트랜드를 받아들이는 '미래형 농군'의 확보가 절실한 것이다.

지난 70년대부터 운영해온 '농업인력개발원'의 명칭을 지난 7월 '농식품사관학교'로 바꾸고, 단순히 농업기술 전수 뿐만아니라 농식품 가공과 판매, 수출 노하우까지 지도할 수 있도록 개편한 전북도의 사례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귀농ㆍ귀촌자, 이주여성 역할도 중요

농촌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방안으로 귀농·귀촌 인력과 이주여성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4천80가구로, 2008년 2천218가구보다 83.9%나 늘었다.

시·도별로 상황은 약간씩 다르지만 9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도시민의 농촌으로의 유턴이 가시화하면서 요즘 농촌에서는 귀농ㆍ귀촌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전북 진안군 동향면 학선리 면덕봉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새울 터'도 귀농인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에는 귀농한 31가구, 어린이와 어른 1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전직 펀드매니저부터 방송인, 만화가, 편집 디자이너, 영화감독, 교사, 한식 요리사, 동시 통역가 등 귀농한 전문직 출신들로만 이뤄진 작은 마을인 셈이다.

이들은 지역에서 각종 농사를 지으며 새로운 농촌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견기업 CEO출신으로 귀농 7년차를 맞고 있는 함승종 블루베리 코리아 사장은 블루베리 농장을 일궈 새로운 성공담을 만들었다.

또한, 이주여성이 4천300여명에 달하는 전북지역에서는 이주여성의 영농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장수와 정읍 등 산간지역과 평야지역 할 것 없이 농촌 마을 논밭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 태국 등에서 온 이주여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장수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오인선 팀장은 "장수지역 200여명의 이주여성 중 7∼8년 이상 된 여성은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에다, 농사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면서 "갈수록 농촌 인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주력 일꾼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농촌의 인력난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웃 일본도 80-90년대 우리보다 농업이 발달하고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10여년만 지나면 노인들이 모두 은퇴해 농사지을 인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지만, 실상은 달랐다.

도시 퇴직자와 귀농자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그런대로 농촌을 꾸려 나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농촌 인구 감소와 이상기후 등 예측할 수 없는 각종 환경에 대비한 중장기적인 농업정책을 수립하고 미래 농촌을 책임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미래 책임질 ‘정예 농군’ 육성 시급
    • 입력 2010-10-16 07:25:12
    연합뉴스
"전업농 15만명 육성, 농경지 3분의 2 맡겨야" 각종 교육기관 체계화해야..귀농인ㆍ이주여성도 중요 경북도에는 '경북농민 사관학교'라는 곳이 있다. 육군사관학교나 공군사관학교는 들어봤지만 '농민 사관학교'라니 다소 생소하다. 사관학교란 명칭에서 얼추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다름 아닌 정예 농업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2007년에 경북도가 경북대와 대구대 등 지역 내 8개 대학, 농업단체와 함께 설립했으니 올해로 개설 4년째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자유무역협정(FTA) 파고에 맞서고자 경영 능력을 갖춘 농민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농민사관학교는 지난해까지 3천3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국벤처농업대학'. 이 대학도 민승규 농촌진흥청장이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주도해서 만든 농업전문 인력을 키우는 곳이다. 민 청장이 1990년대 중반부터 운영해온 주말농장이 모태가 됐다. 2001년 충남 금산군의 폐교에 설립된 한국벤처농업대학은 같은 해 온라인 교육장(vaf21.com)도 개설했다. 유료 대학인 이곳을 나온 졸업생은 지금까지 800여명. 이곳의 좌우명은 '정부에 의존하는 농업이 아니라 농업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 개개인의 창의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육'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연간 90만원이란 적지 않은 수업료를 받는다. 돈을 내야 농민들이 욕심을 갖고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학측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농군'을 탄생시키는 곳이다. 이처럼 21세기 무한 경쟁시대 속에서 농업 개방화의 파도를 헤치고 나갈 지역 농군들이 곳곳에서 양성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2년부터 각종 재정 지원을 통해 전국 시·도별로 후계농민을 양성해오고 있다. 실제로 2004년 1천125명, 2005년과 2006년에는 1천50명과 1천44명, 2008년 1천705명, 2009년 1천438명 등 매년 1천여명 가량의 후계농업인이 뽑혀 정부의 지원으로 육성되고 있는 것이다. 육성 분야도 수도작과 원예 과수 특작 복합 한(육)우 낙농 기타 축산 등으로 비교적 세분화돼 있다. 농림부 방도혁 주무관은 "2004년 수립된 정예농민 육성종합대책에 따라 후계 농업인을 집중적으로 육성, 올해까지 모두 13만여명에 이른다"면서 "이외에 쌀 전업농 7만호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꾸준히 육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빚더미에 교육시설 등 부족..농촌공동화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후계 농업인 수치에 허수가 적지 않은데다 농촌의 현실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후계농업인과 쌀 전업농 등 20만명의 농업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영농의욕 저하와 중도포기, 자연 사망, 도시로의 탈출 등 농촌의 현실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얼마나 농촌에 남아 농업에 전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촌의 고령화'가 국가의 당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농산어촌 인구 비율은 18.6%로, 도시의 7.2%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농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북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농촌 노인은 7만7천700여명으로, 전체 농촌인구의 28%를 차지할 정도다. 반대로 농촌 지역의 젊은이들은 교육과 직장을 위해 도시로 탈출하면서 요즘 농촌에서는 20∼30대 청년 농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농자재 값 상승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따른 매출 감소 등 여건은 갈수록 악화돼 농민을 더욱 사지로 내몰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농부들의 탄식이 결코 과장만은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간다면 실제 농촌의 수명은 길어봤자 10∼2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극단적으로 2020년대부터는 농사지을 인력이 없어 땅을 놀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 농촌 전문가는 "지금 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병원ㆍ학교 등 교육ㆍ문화ㆍ복지시설 부족, 투입노동 대비 미미한 소득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업농 15만명 육성만이 살 길" 2008년 기준으로 전국 논과 밭을 합친 총 경지 면적은 178만2천ha에 달한다. 산림개발과 도시팽창으로 매년 0.5%에서 1%가량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농경지가 전 국토의 2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매년 농업 인구는 고령화와 자연 사망, 도시 유입 등으로 급속히 주는 추세다. 따라서 이제는 농업의 기계화와 규모화를 통한 선진국형 영농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한 정예 농업인 육성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농업 전문인력은 1천500여명에서 2천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한국 농수산대학과 축산계열 중심의 천안연암대학 등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농과계열 졸업자를 합친 숫자다. 매년 농민의 자연사망과 인구유출 등에 따른 감소 등 농촌의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할 때 연간 4천∼5천여명의 전업농 육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박사는 "정부가 매년 1천∼1천500여명 가량의 후계 농업인을 육성하고 있지만, 이들을 더욱 정예화하고 그 규모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연간 4천에서 5천여명의 전문 농업인을 확보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이제는 1세대 농민들의 뒤를 이을 농업주체 양성을 위한 범국가적인 준비와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영농에만 매진할 수 있는 15만명의 정예화된 농민을 길러 그들에게 농경지의 3분의 2를 맡겨야 쓰러져 가는 농촌을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림부 방도혁 주무관은 "이들의 양적인 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 향상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계농업인이 일이 힘들어 중도에 탈락하거나 농자재 값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일과성 재정지원보다는 컨설팅과 현장지도, 추가자금 지원 등 사후 관리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경북의 농민사관학교나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전업농 육성사례는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자치단체, 사회단체 등에서 일반 농민과 농산물 유통업자를 재교육해 정예 농군으로 키워내는 작업도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족노동을 통해 농사를 짓던 시대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높은 작물을 발굴하고 새로운 기술과 트랜드를 받아들이는 '미래형 농군'의 확보가 절실한 것이다. 지난 70년대부터 운영해온 '농업인력개발원'의 명칭을 지난 7월 '농식품사관학교'로 바꾸고, 단순히 농업기술 전수 뿐만아니라 농식품 가공과 판매, 수출 노하우까지 지도할 수 있도록 개편한 전북도의 사례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귀농ㆍ귀촌자, 이주여성 역할도 중요 농촌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방안으로 귀농·귀촌 인력과 이주여성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4천80가구로, 2008년 2천218가구보다 83.9%나 늘었다. 시·도별로 상황은 약간씩 다르지만 9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도시민의 농촌으로의 유턴이 가시화하면서 요즘 농촌에서는 귀농ㆍ귀촌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전북 진안군 동향면 학선리 면덕봉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새울 터'도 귀농인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에는 귀농한 31가구, 어린이와 어른 1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전직 펀드매니저부터 방송인, 만화가, 편집 디자이너, 영화감독, 교사, 한식 요리사, 동시 통역가 등 귀농한 전문직 출신들로만 이뤄진 작은 마을인 셈이다. 이들은 지역에서 각종 농사를 지으며 새로운 농촌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견기업 CEO출신으로 귀농 7년차를 맞고 있는 함승종 블루베리 코리아 사장은 블루베리 농장을 일궈 새로운 성공담을 만들었다. 또한, 이주여성이 4천300여명에 달하는 전북지역에서는 이주여성의 영농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장수와 정읍 등 산간지역과 평야지역 할 것 없이 농촌 마을 논밭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 태국 등에서 온 이주여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장수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오인선 팀장은 "장수지역 200여명의 이주여성 중 7∼8년 이상 된 여성은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에다, 농사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면서 "갈수록 농촌 인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주력 일꾼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농촌의 인력난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웃 일본도 80-90년대 우리보다 농업이 발달하고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10여년만 지나면 노인들이 모두 은퇴해 농사지을 인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지만, 실상은 달랐다. 도시 퇴직자와 귀농자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그런대로 농촌을 꾸려 나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농촌 인구 감소와 이상기후 등 예측할 수 없는 각종 환경에 대비한 중장기적인 농업정책을 수립하고 미래 농촌을 책임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