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새 아파트

입력 2010.10.18 (07: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전 재산으로 마련한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전부터 물이 세고 곰팡이가 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경기도의 일부 아파트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부실 공사는 물론 법이 정한 최소한의 안전시설조차 갖추지 않았어도 관련 지자체는 준공까지 내줬습니다.

무늬만 새 것 일 뿐, 안에는 부실 덩어리인 아파트를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9백여 세대 아파트의 거실 천장이 커다랗게 뚫려 있고 마룻바닥도 뜯겨져 있습니다.

지난 4월 임시사용승인이 나고 입주를 기다리는 시점에 계약자들이 찍은 화면입니다.

다른 집은 마룻바닥을 여기저기 뜯어냈습니다.

뜯겨진 벽면 안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습니다.

일부 다른 집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벽에는 심한 곰팡이가 피어 있고 장판을 걷어 말리기에 바쁩니다.

모두 어디선가 물이 나오면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인터뷰> 홍순기(분양 계약자) : "우리가 와서 발견했을 때 5월 21일 날이었는데 그래서 여기 양평 군청 과장님도 우리가 하자 사진 찍어간 걸 보고 이건 너무 심하다. 임시 사용승인을 어떻게 봐야 되겠다 그래 가지고..."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 바닥도 어디서 물이 샜는지 흥건합니다.

여기저기 물이 고여 있습니다.

심지어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도 물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누전 위험 때문에 엘리베이터도 사용 중지됐습니다.

건설사는 대형 선풍기 등을 동원해 물기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녹취> 건설사 직원 : "입주민인데 뭐하시는 거예요? 결로 없애는 거예요. 결로 없애는 거요. 허락받고 찍는 거예요? 내 집인데 왜 허락받아야 해요. 내집 이라니요? 내 집이죠."

아파트 옥상에도 배수가 잘 안돼 물이 고여 있습니다.

<녹취> 계약자 : "그럼 지금 배수구가 저거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이런 부실 때문에 계약자들은 임시사용승인을 정지시키기 위한 행정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경기도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8월 현장 실사를 통해 임시사용승인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군청은 이를 통보받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정식 준공을 내줬습니다.

<인터뷰> 군청 관계자 : "8월 26일 날 오전에 저희가 결재를 받았는데 8월 26일 오후 5시에 그 집행정지 처분이 왔다는 걸 그 때 안 겁니다. 저희는..."

그렇다면 정식 준공을 받은 지 40여일이 지난 현재, 문제가 되었던 부실 현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취재진은 직접 계약자들과 함께 아파트를 찾아가봤습니다.

아파트 상태는 준공까지 난 새 아파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돕니다.

한 집의 출입구 천장에서 물이 새면서 천장이 뜯겨져 있습니다.

다른 집들도 벽지가 다 뜯겨져 있고 말리기 위해 장판도 걷어 놓았습니다.

<녹취> 이상옥(분양 계약자) : "지난번에 왔을 때 이걸 발견 못 했었고요. 이건 이번에 발견한 거예요."

벽지를 뜯어내자 곰팡이가 이내 나옵니다. 벽 자체가 곰팡이로 검게 변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녹취> "곰팡이 어떻게 이렇게 피냐?"

천장 벽지에도 물이 스민 흔적이 역력합니다.

벽지를 뜯어내자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심지어 최고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에도 벽지가 뜯겨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옥 : "첫 번에 5월 달에 왔을 적에 한 번 두 번 뜯었던 거고 보수를 세 번 한 거고 지금 약 5개월 (보수)했어도 되려 원위치로 되는 거야. 하나도 고친 게 없이..."

지하 2층 주차장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지하 주차장 출입로에서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천장도 뚫어져 있습니다.

천장이 이미 물을 잔뜩 머금은 상태여서 쉽게 부스러집니다.

주차장 벽에서도 물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성무(분양 계약자) : "저는 새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처음부터 저희 집이 문제가 많았고 다 뜯어 논 상태고 곰팡이에 누수에 심하기 때문에 10년은 된 그런 아파트라고 생각을 해요."

건설사는 이에 대해 일부 배관에서 누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환기가 안돼 곰팡이가 생겼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송근(벽산 양평 벽산 현장 소장) : "사람이 살면 곰팡이 발생 확률이 확 떨어져버리거든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환기가 안되다보니까 곰팡이가 많이 생겨버린거예요."

집중 호우가 잦았던 올해 발코니 새시가 없는 일부 가정은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발코니 쪽으로 들이친 물이 거실로 넘어온 것입니다.

<녹취> 이성무(분양 계약자) : "물이 이만큼 들어와서 여기가 다 바꾼 거예요. 여기도 바꾸고..."

분양 계약서상에는 발코니 새시가 선택 사항으로 돼 있었습니다.

계약자들은 건설사에 추가 비용을 내고 새시를 달거나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서 설치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3백여 세대는 새시 설치를 하지 않았고 일부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분양 계약서와는 다르게 군청에서 승인받은 설계도상에는 새시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성무 : "하자가 너무 많아서 하자를 찾다 보니까 새시 문제가 나왔고 새시 문제가 나오다 보니까 누수가 나왔고..."

계약자들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항의하자 건설사는 새시가 설치돼 있지 않은 가정에 새시를 무료로 설치해줬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3~4백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 새시를 설치한 입주자들이 억울해졌습니다.

건설사는 이미 돈을 내고 설치한 가정에 대해서는 환불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인터뷰> 분양 계약자 : "새시를 개인적으로 했는데 그게 원래는 회사에서 해주는 거였더라고요. 근데 아직 그 비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건설사는 이에 대해 군청에서 승인받은 설계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민원 해소 차원에서 추가 설치를 해준 것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현승엽(벽산건설 홍보파트장) : "군청에서 승인난 도면 아니예요? 잘못되었다는걸 저희가 인정하지 않습니까 도면은. 계약은 공정한 절차에서 이뤄진 거예요."

더구나 발코니에 제대로 된 배수구가 없어서 침수 피해를 더욱 키웠습니다.

새시가 없었다고 해도 발코니에 제대로 된 배수구만 있었으면 물이 바로 빠지면서 침수까지 되지는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분양 계약자 : "비가 오는데 베란다가 자꾸 물이 들이치는 거예요. 그런데 배수구도 없고요."

이 때문에 법에도 발코니에는 반드시 배수구를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군청은 배수구도 없는 설계도를 그냥 승인해줬습니다.

<인터뷰> 정진환(양평군청 담당자) : "(인가할 때도 이쪽 담당자였나요?) 네. 제가 다 했어요. (선생님 처리한 게 잘못된 거네요?) 아까도 말씀을 드렸잖아요. 뭐 기술적이나 행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지는 거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부산 고층 아파트 화재에서 보듯이 공동 주택들은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른바 전실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최고 19층 높이인 이 아파트에도 현관 앞에 전실이 마련돼 있습니다.

대피를 위한 필수 공간입니다.

<인터뷰> 김갑순(분양 계약자) : "불길이 바람에 의해서 확 쏠렸을 때 이 공간으로 쑥 들어가버리면 그 화재를 피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전체 920여 세대 가운데 130여 세대가 공용공간인 전실을 현관문으로 막아놓고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때 대피 공간이 없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분양 계약자 : "자전거를 세워둘 데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집에서 전실 확장을 해서 자전거도 두고 이것저것 활용을 해서 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해도 되는 건지 알고 했죠."

더구나 일부 층에는 4가구 모두 전실을 확장한 곳도 있습니다.

만약 불이 나 정전이 된다면 완전 암흑이 됩니다.

출입구를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화재시 탈출 통로로 사용될 수 있는 창문들도 모두 차단돼 탈출 공간도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불법 확장이 이미 준공 전부터 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갑순 : "여러 번에 걸쳐서 양평구청에다 민원을 넣고 경기도청에 민원을 넣고 했었을 때 이게 시정 조치 지시 내렸다 지시 내렸다 이렇게만 되고 실제로 시정 조치는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군청은 불법 확장된 전실을 그대로 놔둔 채 준공을 내줘버렸습니다.

군청 담당자는 전실 확장 복구에 대한 근거로 감리가 제출한 보고서를 취재진에 제시했습니다.

2곳의 감리기관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그야말로 엉터리입니다.

애초부터 확장되지 않은 세대를 복구한 것처럼 사진을 붙여놨습니다.

또 복구하지 않은 세대를 원상 복귀한 것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복구공사 사진도 전혀 관련 없는 공사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그나마 실제로 확장된 세대는 130여 세대인데 복구됐다고 보고된 것은 15세대가 전부입니다.

<인터뷰> 이주진(경기도 양평군청 주택관리팀장) : "(이것하고 저것하고 확인도 안해보셨어요?) 그거까지 확인은 저희 못했고요. 왜 못해? 민원이 그 전에 제기가 됐는데 동호수를 저희가 제기를 했는데 확인을 안하다니요."

건설 현장 소장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인터뷰> 김송근(양평 벽산 현장 소장) : "(혹시 감리 서류는 확인해보셨어요?) 네 봤습니다. (그건 조작된 거라고 아셨을 거 아니예요?) 네. (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잘못된겁니다."

같은 건설사가 짓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2천여 세대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이곳의 아파트도 벽지가 뜯겨져 있습니다.

역시 곰팡이 때문입니다.

준공을 앞둔 집이지만 습기와 곰팡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계약자 : "여기가 굉장히 심했어요. 여기를 써야 될 우리 아이가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그게 걱정이죠. 엄마 입장에선..."

또 이곳도 역시 발코니에 배수구가 없긴 마찬가집니다.

법적으로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발코니 확장 전 설계도에도 아예 제대로 된 배수구가 없습니다.

이곳도 해당 지자체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황승희(분양 계약자) : "요즘 1450하는 데가 어디 있어요. 저희는 명품이라는 그 말 하나 듣고 믿고 정말 저희가 쾌적한 환경에서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애들 공부 시켜보겠다고...."

부실공사에 감리나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 아파트는 하자 투성이가 돼버렸습니다.

부품 꿈을 안고 새 아파트를 마련한 입주자들은 허탈할 뿐입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건설현장,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믿고 분양받았던 유명 건설사의 이 같은 부실공사에 주민들은 분노합니다.

또 관리감독기관에 대한 불신도 높아집니다.

건설현장의 부실 고리, 언제나 끊일 수 있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무늬만 새 아파트
    • 입력 2010-10-18 07:33:1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전 재산으로 마련한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전부터 물이 세고 곰팡이가 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경기도의 일부 아파트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부실 공사는 물론 법이 정한 최소한의 안전시설조차 갖추지 않았어도 관련 지자체는 준공까지 내줬습니다. 무늬만 새 것 일 뿐, 안에는 부실 덩어리인 아파트를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9백여 세대 아파트의 거실 천장이 커다랗게 뚫려 있고 마룻바닥도 뜯겨져 있습니다. 지난 4월 임시사용승인이 나고 입주를 기다리는 시점에 계약자들이 찍은 화면입니다. 다른 집은 마룻바닥을 여기저기 뜯어냈습니다. 뜯겨진 벽면 안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습니다. 일부 다른 집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벽에는 심한 곰팡이가 피어 있고 장판을 걷어 말리기에 바쁩니다. 모두 어디선가 물이 나오면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인터뷰> 홍순기(분양 계약자) : "우리가 와서 발견했을 때 5월 21일 날이었는데 그래서 여기 양평 군청 과장님도 우리가 하자 사진 찍어간 걸 보고 이건 너무 심하다. 임시 사용승인을 어떻게 봐야 되겠다 그래 가지고..."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 바닥도 어디서 물이 샜는지 흥건합니다. 여기저기 물이 고여 있습니다. 심지어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도 물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누전 위험 때문에 엘리베이터도 사용 중지됐습니다. 건설사는 대형 선풍기 등을 동원해 물기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녹취> 건설사 직원 : "입주민인데 뭐하시는 거예요? 결로 없애는 거예요. 결로 없애는 거요. 허락받고 찍는 거예요? 내 집인데 왜 허락받아야 해요. 내집 이라니요? 내 집이죠." 아파트 옥상에도 배수가 잘 안돼 물이 고여 있습니다. <녹취> 계약자 : "그럼 지금 배수구가 저거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이런 부실 때문에 계약자들은 임시사용승인을 정지시키기 위한 행정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경기도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8월 현장 실사를 통해 임시사용승인에 대한 효력집행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군청은 이를 통보받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정식 준공을 내줬습니다. <인터뷰> 군청 관계자 : "8월 26일 날 오전에 저희가 결재를 받았는데 8월 26일 오후 5시에 그 집행정지 처분이 왔다는 걸 그 때 안 겁니다. 저희는..." 그렇다면 정식 준공을 받은 지 40여일이 지난 현재, 문제가 되었던 부실 현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취재진은 직접 계약자들과 함께 아파트를 찾아가봤습니다. 아파트 상태는 준공까지 난 새 아파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돕니다. 한 집의 출입구 천장에서 물이 새면서 천장이 뜯겨져 있습니다. 다른 집들도 벽지가 다 뜯겨져 있고 말리기 위해 장판도 걷어 놓았습니다. <녹취> 이상옥(분양 계약자) : "지난번에 왔을 때 이걸 발견 못 했었고요. 이건 이번에 발견한 거예요." 벽지를 뜯어내자 곰팡이가 이내 나옵니다. 벽 자체가 곰팡이로 검게 변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녹취> "곰팡이 어떻게 이렇게 피냐?" 천장 벽지에도 물이 스민 흔적이 역력합니다. 벽지를 뜯어내자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심지어 최고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에도 벽지가 뜯겨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옥 : "첫 번에 5월 달에 왔을 적에 한 번 두 번 뜯었던 거고 보수를 세 번 한 거고 지금 약 5개월 (보수)했어도 되려 원위치로 되는 거야. 하나도 고친 게 없이..." 지하 2층 주차장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지하 주차장 출입로에서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천장도 뚫어져 있습니다. 천장이 이미 물을 잔뜩 머금은 상태여서 쉽게 부스러집니다. 주차장 벽에서도 물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성무(분양 계약자) : "저는 새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처음부터 저희 집이 문제가 많았고 다 뜯어 논 상태고 곰팡이에 누수에 심하기 때문에 10년은 된 그런 아파트라고 생각을 해요." 건설사는 이에 대해 일부 배관에서 누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환기가 안돼 곰팡이가 생겼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송근(벽산 양평 벽산 현장 소장) : "사람이 살면 곰팡이 발생 확률이 확 떨어져버리거든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환기가 안되다보니까 곰팡이가 많이 생겨버린거예요." 집중 호우가 잦았던 올해 발코니 새시가 없는 일부 가정은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발코니 쪽으로 들이친 물이 거실로 넘어온 것입니다. <녹취> 이성무(분양 계약자) : "물이 이만큼 들어와서 여기가 다 바꾼 거예요. 여기도 바꾸고..." 분양 계약서상에는 발코니 새시가 선택 사항으로 돼 있었습니다. 계약자들은 건설사에 추가 비용을 내고 새시를 달거나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서 설치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3백여 세대는 새시 설치를 하지 않았고 일부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분양 계약서와는 다르게 군청에서 승인받은 설계도상에는 새시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성무 : "하자가 너무 많아서 하자를 찾다 보니까 새시 문제가 나왔고 새시 문제가 나오다 보니까 누수가 나왔고..." 계약자들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항의하자 건설사는 새시가 설치돼 있지 않은 가정에 새시를 무료로 설치해줬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3~4백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 새시를 설치한 입주자들이 억울해졌습니다. 건설사는 이미 돈을 내고 설치한 가정에 대해서는 환불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인터뷰> 분양 계약자 : "새시를 개인적으로 했는데 그게 원래는 회사에서 해주는 거였더라고요. 근데 아직 그 비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건설사는 이에 대해 군청에서 승인받은 설계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민원 해소 차원에서 추가 설치를 해준 것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현승엽(벽산건설 홍보파트장) : "군청에서 승인난 도면 아니예요? 잘못되었다는걸 저희가 인정하지 않습니까 도면은. 계약은 공정한 절차에서 이뤄진 거예요." 더구나 발코니에 제대로 된 배수구가 없어서 침수 피해를 더욱 키웠습니다. 새시가 없었다고 해도 발코니에 제대로 된 배수구만 있었으면 물이 바로 빠지면서 침수까지 되지는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분양 계약자 : "비가 오는데 베란다가 자꾸 물이 들이치는 거예요. 그런데 배수구도 없고요." 이 때문에 법에도 발코니에는 반드시 배수구를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군청은 배수구도 없는 설계도를 그냥 승인해줬습니다. <인터뷰> 정진환(양평군청 담당자) : "(인가할 때도 이쪽 담당자였나요?) 네. 제가 다 했어요. (선생님 처리한 게 잘못된 거네요?) 아까도 말씀을 드렸잖아요. 뭐 기술적이나 행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지는 거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부산 고층 아파트 화재에서 보듯이 공동 주택들은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른바 전실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최고 19층 높이인 이 아파트에도 현관 앞에 전실이 마련돼 있습니다. 대피를 위한 필수 공간입니다. <인터뷰> 김갑순(분양 계약자) : "불길이 바람에 의해서 확 쏠렸을 때 이 공간으로 쑥 들어가버리면 그 화재를 피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전체 920여 세대 가운데 130여 세대가 공용공간인 전실을 현관문으로 막아놓고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때 대피 공간이 없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분양 계약자 : "자전거를 세워둘 데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집에서 전실 확장을 해서 자전거도 두고 이것저것 활용을 해서 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해도 되는 건지 알고 했죠." 더구나 일부 층에는 4가구 모두 전실을 확장한 곳도 있습니다. 만약 불이 나 정전이 된다면 완전 암흑이 됩니다. 출입구를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화재시 탈출 통로로 사용될 수 있는 창문들도 모두 차단돼 탈출 공간도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불법 확장이 이미 준공 전부터 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갑순 : "여러 번에 걸쳐서 양평구청에다 민원을 넣고 경기도청에 민원을 넣고 했었을 때 이게 시정 조치 지시 내렸다 지시 내렸다 이렇게만 되고 실제로 시정 조치는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군청은 불법 확장된 전실을 그대로 놔둔 채 준공을 내줘버렸습니다. 군청 담당자는 전실 확장 복구에 대한 근거로 감리가 제출한 보고서를 취재진에 제시했습니다. 2곳의 감리기관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그야말로 엉터리입니다. 애초부터 확장되지 않은 세대를 복구한 것처럼 사진을 붙여놨습니다. 또 복구하지 않은 세대를 원상 복귀한 것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복구공사 사진도 전혀 관련 없는 공사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그나마 실제로 확장된 세대는 130여 세대인데 복구됐다고 보고된 것은 15세대가 전부입니다. <인터뷰> 이주진(경기도 양평군청 주택관리팀장) : "(이것하고 저것하고 확인도 안해보셨어요?) 그거까지 확인은 저희 못했고요. 왜 못해? 민원이 그 전에 제기가 됐는데 동호수를 저희가 제기를 했는데 확인을 안하다니요." 건설 현장 소장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인터뷰> 김송근(양평 벽산 현장 소장) : "(혹시 감리 서류는 확인해보셨어요?) 네 봤습니다. (그건 조작된 거라고 아셨을 거 아니예요?) 네. (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잘못된겁니다." 같은 건설사가 짓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2천여 세대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이곳의 아파트도 벽지가 뜯겨져 있습니다. 역시 곰팡이 때문입니다. 준공을 앞둔 집이지만 습기와 곰팡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계약자 : "여기가 굉장히 심했어요. 여기를 써야 될 우리 아이가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그게 걱정이죠. 엄마 입장에선..." 또 이곳도 역시 발코니에 배수구가 없긴 마찬가집니다. 법적으로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발코니 확장 전 설계도에도 아예 제대로 된 배수구가 없습니다. 이곳도 해당 지자체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황승희(분양 계약자) : "요즘 1450하는 데가 어디 있어요. 저희는 명품이라는 그 말 하나 듣고 믿고 정말 저희가 쾌적한 환경에서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애들 공부 시켜보겠다고...." 부실공사에 감리나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 아파트는 하자 투성이가 돼버렸습니다. 부품 꿈을 안고 새 아파트를 마련한 입주자들은 허탈할 뿐입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건설현장,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믿고 분양받았던 유명 건설사의 이 같은 부실공사에 주민들은 분노합니다. 또 관리감독기관에 대한 불신도 높아집니다. 건설현장의 부실 고리, 언제나 끊일 수 있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