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마이너스’…대출금리 ‘되돌림’

입력 2010.11.2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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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인상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1일 한은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1년 만기)는 지난달 말~이달 초 연 3%대 중반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 `슈퍼 정기예금'이 3.40%, 우리은행 `키위 정기예금'이 3.45%, 신한은행 `월 복리 정기예금'이 3.55%, 하나은행 `3.6.9 정기예금'이 3.60% 등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였던 점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0.55~-0.70%로 계산된다.

이들 정기예금 상품은 지난 19일에도 변동이 없거나 0.1~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번 달 물가 상승률이 3% 중반만 기록해도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7개월 만에 인상하기 직전인 지난 7월 초 같은 상품의 금리가 3.70~4.00%였던 것과 견주면 하반기 들어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린 결과가 된다.

은행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저축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집계를 보면 전국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말 4.21%로 물가 상승률에 가까웠다. 일부 저축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금리를 제시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잠시 오르다가 다시 내리는 `되돌림' 현상이 생겼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는 지난 7월 3.76~5.16%에서 지난 9월 3.91~5.31%로 올랐다가 3.76~5.16%로 하락,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도 이 기간 4.01~5.01%와 4.02~5.52%에서 4.16~5.16%와 4.17~5.67%로 올랐다가 7월과 같은 4.01~5.01%와 4.02~5.52%로 하락했다.

결국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상되는 동안 시중금리는 하락하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률만 2.6%에서 4.1%로 1.5%포인트 높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나라 밖에서 자금 유입이 늘고 저금리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넘친 결과"라며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이 물가와 금리로 연결되는 경로가 이처럼 `기형적'으로 작동하면서 가계의 이자수입은 줄고, 저금리에 따른 대출 증가로 이자비용은 늘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가구의 재산소득(이자소득) 실질 증가율은 올해 1분기 3.2%, 2분기 -1.6%를 기록했다가 3분기에 -32.2%로 급락했다.

반대로 이자비용 증가율은 1분기 13.9%에서 2분기 15.6%로 높아졌다가 3분기에 10.9%를 기록했다.

금리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예금 투자자는 단기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에서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 비중은 지난 7월부터 3개월째 16%였다. 이는 2002년 7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단기예금의 만기가 올해 4분기에 집중돼 있어 금융권 자금 흐름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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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금금리 ‘마이너스’…대출금리 ‘되돌림’
    • 입력 2010-11-21 07:58:08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인상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1일 한은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1년 만기)는 지난달 말~이달 초 연 3%대 중반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 `슈퍼 정기예금'이 3.40%, 우리은행 `키위 정기예금'이 3.45%, 신한은행 `월 복리 정기예금'이 3.55%, 하나은행 `3.6.9 정기예금'이 3.60% 등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였던 점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0.55~-0.70%로 계산된다. 이들 정기예금 상품은 지난 19일에도 변동이 없거나 0.1~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번 달 물가 상승률이 3% 중반만 기록해도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7개월 만에 인상하기 직전인 지난 7월 초 같은 상품의 금리가 3.70~4.00%였던 것과 견주면 하반기 들어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린 결과가 된다. 은행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저축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집계를 보면 전국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말 4.21%로 물가 상승률에 가까웠다. 일부 저축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금리를 제시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잠시 오르다가 다시 내리는 `되돌림' 현상이 생겼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는 지난 7월 3.76~5.16%에서 지난 9월 3.91~5.31%로 올랐다가 3.76~5.16%로 하락,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도 이 기간 4.01~5.01%와 4.02~5.52%에서 4.16~5.16%와 4.17~5.67%로 올랐다가 7월과 같은 4.01~5.01%와 4.02~5.52%로 하락했다. 결국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상되는 동안 시중금리는 하락하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률만 2.6%에서 4.1%로 1.5%포인트 높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나라 밖에서 자금 유입이 늘고 저금리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넘친 결과"라며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이 물가와 금리로 연결되는 경로가 이처럼 `기형적'으로 작동하면서 가계의 이자수입은 줄고, 저금리에 따른 대출 증가로 이자비용은 늘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가구의 재산소득(이자소득) 실질 증가율은 올해 1분기 3.2%, 2분기 -1.6%를 기록했다가 3분기에 -32.2%로 급락했다. 반대로 이자비용 증가율은 1분기 13.9%에서 2분기 15.6%로 높아졌다가 3분기에 10.9%를 기록했다. 금리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예금 투자자는 단기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에서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 비중은 지난 7월부터 3개월째 16%였다. 이는 2002년 7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단기예금의 만기가 올해 4분기에 집중돼 있어 금융권 자금 흐름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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