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위주 올해 150만여명 무더기로 응시
"한자관심 계기"vs"부모심리 이용한 장삿속"
6살 민준이 어머니 김미현(34) 씨는 지난 9월 민준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안내장 한 장을 받았다.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한자시험에 응시할 예정이니, 희망하면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김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자를 배워왔고 관심도 있는듯했다"면서 "벌써 시험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신청한다고 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민준이는 한 민간업체에서 시행하는 8급 시험에 합격했다. 한자 50개를 대상으로 치러진 시험이었다.
김씨는 "합격 소식에 아이가 좋아하고 성취감도 느끼는 것 같아 좋았다"면서 "대학 입시와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이가 좋아하면 계속 한자 공부를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인기 끄는 민간 한자검정시험
한자를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취학 전 아동까지도 한자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는 이들이 많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다 취업과 입시에도 가산점이 붙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초등학생이나 취학 전 아동 대상의 한자 학습지와 만화 한자책 시장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한자 수업을 하고 단체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초등학교는 대다수가 한자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한자 수업을 하는 학교는 전체(6천449개)의 78%인 5천69개교에 달한다. 내년부터는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교육과정기획과 김승익 연구관은 "'한자교육을 관련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해 체계적인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교육과정 고시문이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과부에서 공인을 받은 한자시험은 총 13개.
2001년 한국어문회의 한자능력검정시험이 처음으로 공인을 받은 이래 2004년 3개, 2006년 2개, 2007년 1개, 2009년 3개 등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이달 초 3개의 한자시험이 추가로 공인받아 조만간 시행에 들어간다.
올해 각종 한자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50만명 안팎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이 중 초등학생 응시자가 절반 정도인 70만∼80만명에 달하며, 취학 전 아동도 10만명이 넘게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한자자격검정' 시험을 시행해 온 한자교육진흥회 관계자는 "응시인원의 60% 정도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업체들 돈벌이용 시험"
유치원생까지 한자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한자어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말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이 크다.
7살 아들이 한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민경(33) 씨는 "입시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늘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기 싫은데 억지로 시키는 것은 아니며 아이가 스스로 한자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를 해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합격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학 전 아동들의 한자시험 응시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대부분 취학 전 아동들은 한자 50∼100개만을 대상으로 단순히 뜻과 음을 물어보는 객관식 시험에 응시하는데, 한자공부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진재교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낱글자만 외워 시험 보는 방식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멋모르고 배우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문에 대해 굉장히 싫증을 내게 만드는 형태"라면서 "업체들이 돈벌이 때문에 시행하는 시험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정식으로 한자를 배우게 해야지, 지금의 한자교육은 교육 효과 등은 따지지 않고 민간의 한자시험에 종속돼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은 한자시험에 단체로 응시하게 하면서 학교를 시험장소로 제공, 뒷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진 교수는 전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좋아해서 한자공부를 시키고 시험에 응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이 칭찬해주니까 자신이 무엇을 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나중에는 흥미를 잃을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한자관심 계기"vs"부모심리 이용한 장삿속"
6살 민준이 어머니 김미현(34) 씨는 지난 9월 민준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안내장 한 장을 받았다.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한자시험에 응시할 예정이니, 희망하면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김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자를 배워왔고 관심도 있는듯했다"면서 "벌써 시험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신청한다고 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민준이는 한 민간업체에서 시행하는 8급 시험에 합격했다. 한자 50개를 대상으로 치러진 시험이었다.
김씨는 "합격 소식에 아이가 좋아하고 성취감도 느끼는 것 같아 좋았다"면서 "대학 입시와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이가 좋아하면 계속 한자 공부를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인기 끄는 민간 한자검정시험
한자를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취학 전 아동까지도 한자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는 이들이 많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다 취업과 입시에도 가산점이 붙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초등학생이나 취학 전 아동 대상의 한자 학습지와 만화 한자책 시장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한자 수업을 하고 단체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초등학교는 대다수가 한자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한자 수업을 하는 학교는 전체(6천449개)의 78%인 5천69개교에 달한다. 내년부터는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교육과정기획과 김승익 연구관은 "'한자교육을 관련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해 체계적인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교육과정 고시문이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과부에서 공인을 받은 한자시험은 총 13개.
2001년 한국어문회의 한자능력검정시험이 처음으로 공인을 받은 이래 2004년 3개, 2006년 2개, 2007년 1개, 2009년 3개 등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이달 초 3개의 한자시험이 추가로 공인받아 조만간 시행에 들어간다.
올해 각종 한자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50만명 안팎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이 중 초등학생 응시자가 절반 정도인 70만∼80만명에 달하며, 취학 전 아동도 10만명이 넘게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한자자격검정' 시험을 시행해 온 한자교육진흥회 관계자는 "응시인원의 60% 정도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업체들 돈벌이용 시험"
유치원생까지 한자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한자어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말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이 크다.
7살 아들이 한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민경(33) 씨는 "입시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늘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기 싫은데 억지로 시키는 것은 아니며 아이가 스스로 한자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를 해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합격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학 전 아동들의 한자시험 응시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대부분 취학 전 아동들은 한자 50∼100개만을 대상으로 단순히 뜻과 음을 물어보는 객관식 시험에 응시하는데, 한자공부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진재교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낱글자만 외워 시험 보는 방식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멋모르고 배우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문에 대해 굉장히 싫증을 내게 만드는 형태"라면서 "업체들이 돈벌이 때문에 시행하는 시험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정식으로 한자를 배우게 해야지, 지금의 한자교육은 교육 효과 등은 따지지 않고 민간의 한자시험에 종속돼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은 한자시험에 단체로 응시하게 하면서 학교를 시험장소로 제공, 뒷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진 교수는 전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좋아해서 한자공부를 시키고 시험에 응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이 칭찬해주니까 자신이 무엇을 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나중에는 흥미를 잃을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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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풍 부는 한자능력검정시험…유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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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0-11-25 09:35:59
어린이 위주 올해 150만여명 무더기로 응시
"한자관심 계기"vs"부모심리 이용한 장삿속"
6살 민준이 어머니 김미현(34) 씨는 지난 9월 민준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안내장 한 장을 받았다.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한자시험에 응시할 예정이니, 희망하면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김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자를 배워왔고 관심도 있는듯했다"면서 "벌써 시험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신청한다고 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민준이는 한 민간업체에서 시행하는 8급 시험에 합격했다. 한자 50개를 대상으로 치러진 시험이었다.
김씨는 "합격 소식에 아이가 좋아하고 성취감도 느끼는 것 같아 좋았다"면서 "대학 입시와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이가 좋아하면 계속 한자 공부를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인기 끄는 민간 한자검정시험
한자를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취학 전 아동까지도 한자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는 이들이 많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다 취업과 입시에도 가산점이 붙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초등학생이나 취학 전 아동 대상의 한자 학습지와 만화 한자책 시장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한자 수업을 하고 단체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초등학교는 대다수가 한자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한자 수업을 하는 학교는 전체(6천449개)의 78%인 5천69개교에 달한다. 내년부터는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교육과정기획과 김승익 연구관은 "'한자교육을 관련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해 체계적인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교육과정 고시문이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과부에서 공인을 받은 한자시험은 총 13개.
2001년 한국어문회의 한자능력검정시험이 처음으로 공인을 받은 이래 2004년 3개, 2006년 2개, 2007년 1개, 2009년 3개 등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이달 초 3개의 한자시험이 추가로 공인받아 조만간 시행에 들어간다.
올해 각종 한자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50만명 안팎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이 중 초등학생 응시자가 절반 정도인 70만∼80만명에 달하며, 취학 전 아동도 10만명이 넘게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한자자격검정' 시험을 시행해 온 한자교육진흥회 관계자는 "응시인원의 60% 정도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업체들 돈벌이용 시험"
유치원생까지 한자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한자어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말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이 크다.
7살 아들이 한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민경(33) 씨는 "입시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늘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기 싫은데 억지로 시키는 것은 아니며 아이가 스스로 한자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를 해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합격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학 전 아동들의 한자시험 응시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대부분 취학 전 아동들은 한자 50∼100개만을 대상으로 단순히 뜻과 음을 물어보는 객관식 시험에 응시하는데, 한자공부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진재교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낱글자만 외워 시험 보는 방식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멋모르고 배우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문에 대해 굉장히 싫증을 내게 만드는 형태"라면서 "업체들이 돈벌이 때문에 시행하는 시험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정식으로 한자를 배우게 해야지, 지금의 한자교육은 교육 효과 등은 따지지 않고 민간의 한자시험에 종속돼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은 한자시험에 단체로 응시하게 하면서 학교를 시험장소로 제공, 뒷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진 교수는 전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좋아해서 한자공부를 시키고 시험에 응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이 칭찬해주니까 자신이 무엇을 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나중에는 흥미를 잃을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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