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핸드볼 일으킨 한국인 감독

입력 2010.11.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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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올림픽 출전' 노리고 황경영 감독 영입

25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완파한 일본의 사령탑은 한국인 황경영(41) 감독이다.

황 감독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체대에서 남자 핸드볼 감독을 맡았으며 1995년에는 남자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그러던 황 감독이 일본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대비해 일본핸드볼협회가 황 감독을 영입했다. 2003년까지 일본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았고 이어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23세 이하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서 성인 대표팀의 사령탑에 앉았다.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때부터 지도해온 '황 감독의 아이들'이다.

황 감독은 "조국과 경기를 해서 기분이 복잡하다"며 "하지만 승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내년 예선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꼭 따라는 임무를 나에게 맡겼는데 본격적 도전이 시작되기 전에 한국을 이긴 것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 여자 핸드볼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출전한 뒤로 지금까지 한 차례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해 갈증이 심하다. 해갈하려면 지역별 쿼터제에서 꼭 제압해야 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황 감독은 한국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언제라도 풀어놓을 얘기 보따리가 있었다. 사령탑이 된 뒤로 한국과 맞대결에서 나온 세부 결과를 암송하듯 줄줄 말하는 모습에서 강한 의욕과 자신감이 풍겼다.

"200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0점 차로 지고 2009년도 도토로키에서 했던 한일교류전에서 32-27로 이기고 올해 6월 일본컵에서 29-23으로 지고, 또 오늘은 29-28로 한 점 차로 이기고..."
황 감독은 한국 핸드볼이 화려한 개인기를 구사하는 남미축구라면 일본 핸드볼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유럽축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개개인의 스피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단순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일단 공을 잡으면 페인트로 돌파부터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공을 잡으면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패스로 기회를 엿보이면 개인돌파를 시도하는 유럽 스타일에 가깝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핸드볼이 유럽식도 한국식도 아니라면서 한국과 유럽, 일본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을 모두 접목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한국은 결국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였다"며 "서로 골이 많이 나오는 경기로는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수비를 탄탄히 해서 득점 수준을 낮춘 게 주효했다"고 뒤돌아봤다.

그러면서 "한국이 득점을 못하니까 당황한 것 같다"며 "수비와 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롱슛이 안 되고 파고들다가 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실책이 나오면서 계속 불리하게 끌려갔다"고 말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예상했던 결과를 나중에 풀어놓는 듯한 모습 앞에 한국은 내년 올림픽 예선에서 고생깨나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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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핸드볼 일으킨 한국인 감독
    • 입력 2010-11-25 17:07:03
    연합뉴스
`40년 만의 올림픽 출전' 노리고 황경영 감독 영입 25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완파한 일본의 사령탑은 한국인 황경영(41) 감독이다. 황 감독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체대에서 남자 핸드볼 감독을 맡았으며 1995년에는 남자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그러던 황 감독이 일본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대비해 일본핸드볼협회가 황 감독을 영입했다. 2003년까지 일본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았고 이어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23세 이하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서 성인 대표팀의 사령탑에 앉았다.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때부터 지도해온 '황 감독의 아이들'이다. 황 감독은 "조국과 경기를 해서 기분이 복잡하다"며 "하지만 승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내년 예선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꼭 따라는 임무를 나에게 맡겼는데 본격적 도전이 시작되기 전에 한국을 이긴 것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 여자 핸드볼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출전한 뒤로 지금까지 한 차례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해 갈증이 심하다. 해갈하려면 지역별 쿼터제에서 꼭 제압해야 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황 감독은 한국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언제라도 풀어놓을 얘기 보따리가 있었다. 사령탑이 된 뒤로 한국과 맞대결에서 나온 세부 결과를 암송하듯 줄줄 말하는 모습에서 강한 의욕과 자신감이 풍겼다. "200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0점 차로 지고 2009년도 도토로키에서 했던 한일교류전에서 32-27로 이기고 올해 6월 일본컵에서 29-23으로 지고, 또 오늘은 29-28로 한 점 차로 이기고..." 황 감독은 한국 핸드볼이 화려한 개인기를 구사하는 남미축구라면 일본 핸드볼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유럽축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개개인의 스피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단순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일단 공을 잡으면 페인트로 돌파부터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공을 잡으면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패스로 기회를 엿보이면 개인돌파를 시도하는 유럽 스타일에 가깝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핸드볼이 유럽식도 한국식도 아니라면서 한국과 유럽, 일본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을 모두 접목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한국은 결국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였다"며 "서로 골이 많이 나오는 경기로는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수비를 탄탄히 해서 득점 수준을 낮춘 게 주효했다"고 뒤돌아봤다. 그러면서 "한국이 득점을 못하니까 당황한 것 같다"며 "수비와 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롱슛이 안 되고 파고들다가 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실책이 나오면서 계속 불리하게 끌려갔다"고 말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예상했던 결과를 나중에 풀어놓는 듯한 모습 앞에 한국은 내년 올림픽 예선에서 고생깨나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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