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곳곳 ‘난장판’

입력 2010.11.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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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요와 여유, 명상을 위한 지리산 둘레길이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는 '술판'에 여기저기 버려지는 쓰레기까지 둘레길 본연의 취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말 오후 지리산 둘레길.

삼삼오오 짝을 이룬 탐방객들이 여유를 즐기는 그 순간, 한쪽에선 먹자판이 벌어집니다.

커다란 솥에서 김이 펄펄 나는 돼지고기 수육을 꺼냅니다.

잠시 뒤 '왁자지껄' 술판이 이어집니다.

<녹취> "위하여"

계속되는 난장을 견뎌야 하는 주민들은 한숨만 늡니다.

<녹취> 마을 주민 : "한번 밤에 난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음악이 쿵짝쿵짝 하는거에요. 내가 얘기 안했으면 계속 할 사람들이라.."

탐방객들이 남긴 쓰레기 처리도 주민들의 몫입니다.

<녹취> 마을 주민 : "그냥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먹고 비닐봉지에 싸가지고 던져놓고 가버리고 그래요"

등산복을 입은 한 여성이 텃밭에서 상추를 뽑아들고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둘레길 주민들이 정성껏 키운 농산물도 남아나지 않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실제로도 그렇게 뽑아가요?)예 뽑아가는 사람 뽑아가고 하여튼 문제가 좀 있어요."

과수원도 계절마다 수난을 당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커브 내려오는데 보면 감밭이 있어. 그라마 뛰내리와가지고 따내는데, 그람 사람 와가지고 감 따면 안된다카고"

지리산 둘레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한 달 평균 15만 명 정도가 찾습니다.

여행사의 테마 상품, 산악회의 단체 행사가 급증하면서 둘레길은 놀기좋고 먹기 좋은 행락지가 됐습니다.

<녹취> 안내센터 : "처음에는 걷고 명상하는 길이었습니다. 근데 그런 것은 거의 없다시피 됐죠. 마을에 차가 들어갈 수 있으면 거기까지 전부 다 버스 단체로 이렇게 들어가서.."

민박과 식당이 번성하다 보니 마을 인심도 금이 가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이권이 개입된거죠. 민박 쉼터 이런걸로 해가지고. 그것땜에 사이가 많이 안좋아졌어요. 지금 곪아가지고 터질 때가 된 데가 엄청 많습니다."

지금까지 조성되고 있는 둘레길은 전국 25군데, 2400km.

무분별한 일부 탐방객들, 여기에다 관광객 유치에 급급한 자치단체들의 욕심으로 둘레길이 농촌의 문화마저 훼손하는 길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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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둘레길 곳곳 ‘난장판’
    • 입력 2010-11-28 22:17:49
    뉴스 9
<앵커 멘트> 고요와 여유, 명상을 위한 지리산 둘레길이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는 '술판'에 여기저기 버려지는 쓰레기까지 둘레길 본연의 취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말 오후 지리산 둘레길. 삼삼오오 짝을 이룬 탐방객들이 여유를 즐기는 그 순간, 한쪽에선 먹자판이 벌어집니다. 커다란 솥에서 김이 펄펄 나는 돼지고기 수육을 꺼냅니다. 잠시 뒤 '왁자지껄' 술판이 이어집니다. <녹취> "위하여" 계속되는 난장을 견뎌야 하는 주민들은 한숨만 늡니다. <녹취> 마을 주민 : "한번 밤에 난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음악이 쿵짝쿵짝 하는거에요. 내가 얘기 안했으면 계속 할 사람들이라.." 탐방객들이 남긴 쓰레기 처리도 주민들의 몫입니다. <녹취> 마을 주민 : "그냥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먹고 비닐봉지에 싸가지고 던져놓고 가버리고 그래요" 등산복을 입은 한 여성이 텃밭에서 상추를 뽑아들고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둘레길 주민들이 정성껏 키운 농산물도 남아나지 않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실제로도 그렇게 뽑아가요?)예 뽑아가는 사람 뽑아가고 하여튼 문제가 좀 있어요." 과수원도 계절마다 수난을 당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커브 내려오는데 보면 감밭이 있어. 그라마 뛰내리와가지고 따내는데, 그람 사람 와가지고 감 따면 안된다카고" 지리산 둘레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한 달 평균 15만 명 정도가 찾습니다. 여행사의 테마 상품, 산악회의 단체 행사가 급증하면서 둘레길은 놀기좋고 먹기 좋은 행락지가 됐습니다. <녹취> 안내센터 : "처음에는 걷고 명상하는 길이었습니다. 근데 그런 것은 거의 없다시피 됐죠. 마을에 차가 들어갈 수 있으면 거기까지 전부 다 버스 단체로 이렇게 들어가서.." 민박과 식당이 번성하다 보니 마을 인심도 금이 가고 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이권이 개입된거죠. 민박 쉼터 이런걸로 해가지고. 그것땜에 사이가 많이 안좋아졌어요. 지금 곪아가지고 터질 때가 된 데가 엄청 많습니다." 지금까지 조성되고 있는 둘레길은 전국 25군데, 2400km. 무분별한 일부 탐방객들, 여기에다 관광객 유치에 급급한 자치단체들의 욕심으로 둘레길이 농촌의 문화마저 훼손하는 길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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