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보도’ 언론 역할 다 했나?

입력 2010.12.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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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연일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한이 대치하고 실제 포격까지 오고 간 준전시 상황에서 언론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또 어떤 보도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국익과 국민의 알권리, 그리고 언론의 취재권 등 여러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연평도 도발 보도의 문제점을 구영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한 것이 지난달 23일이었는데, 당시 방송사들은 속보를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이 소식을 전했죠?

<답변> 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일단은 국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빠르게 알리는 것이가장 중요합니다.

방송 3사는 포격 도발 후 30여분만에 특보를시작했습니다.

이날 특보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질문>

정확한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속보는 빠르게 이뤄졌는데 그렇다면 이후 보도 내용은 어떠했습니까?

<답변>

네. 물론 신속한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심리적인 동요를 막기 위해서인데, 하지만 일부 보도는 현장상황을 오히려 과장해 더 불안감을 줬다는 지적입니다.

지난달 23일, 방송 3사 주요 뉴스는 상당부분이 포격장면과 폭음으로 채워졌습니다.

북한이 포를 발사하는 장면이 나오고 뒤이어 연평도가 포격을 받아 불이 난 장면이 TV화면으로 방송됐습니다.

<녹취> 11월 23일 MBC 뉴스데스크 : “북한은 해안포 수십발을 포함해 130밀리와 170밀리 곡사포로 우리 군 부대가 있는 산을 넘겨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시간대별로 재구성을 해가며 마치 당시 상황을 기자가 모두 목격한 듯 묘사했습니다.

<녹취> 11월 23일 SBS 8뉴스 : “북한군이 처음으로 포격을 시작한 지 정확히 1시간 7분 만인 3시 41분에야 양측의 교전은 멈췄습니다.“

그런데 이날 뉴스에서 북한이 포를 발사하는 장면은 당시 실제상황이 아닌, 자료 화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화면 어디에도 자료화면이라는 자막은 없었습니다.

KBS는, 9시 뉴스에서 북한의 포 공격을 받는 면사무소의 화면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녹취> 11월 23일 KBS 뉴스9 : “직원 3명이 건물 뒤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납니다.”

이 화면은 CCTV화면으로 실제로 폭발음은 녹음돼 있지 않았지만, 방송에서는 폭발 효과음을 덧입혀 보도했습니다.

일부 신문 사진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달 24일 신문 1면에는 거의 같은 구도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독자가 제공한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문에 따라 사진의 색감은 달랐습니다.

특히 조선과 중앙일보는 연기가 검붉은 빛으로 더 두드러집니다.

일부 독자들은 과도한 사진 보정으로 공포감을 부추긴 것 아니냐며 조작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신문윤리실천요강에는 사진의 조작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부득이하게 최소한의 조작기법을 쓸 때도 그 사실을 밝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질문>

신속하고 믿을만한 뉴스를 전해야 하는게 준 전시상황에서 언론의임무인데요, 심층 보도도 있었지만 흥밋거리 위주의 보도도 적지 않았죠?

<답변>

네. 시청자나 독자는 단지 무슨일이 일어난것인지에 대한 정보뿐아니라 왜 이런일이 생겼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정보를 원하는데요.

하지만 단순히 상황을 전달하거나 눈길을 끌기 위한 보도가 많았다는 지적입니다.

이번에도 방송 3사의 뉴스에는 매일같이 컴퓨터 입체 그래픽 화면이 등장했습니다.

방송사들은, 그래픽을 통해 전투장면을 실감나게 보이는데 집중했습니다.

<녹취> 11월 24일 SBS 8 뉴스 : “북한군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70여 발의 포탄을 발사했습니다. 먼저 12분 동안의 1차 포격, 150여 발이 날아왔고 이 가운데 60여 발이 연평도 내륙을 강타했습니다. “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한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송 3사가 지난달 28일과 29일, 저녁 주요 뉴스시간에 방송한 한미 연합훈련 관련 기사는 25건이나 됐습니다.

기사의 대부분은, 첨단 무기의 위력과 전술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 기사에는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됐습니다.

<녹취> 11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 “항공모함에서 이륙한대잠 시호크 헬기가 헬파이어 미사일로 적 잠수함을 침몰시키고 정찰기가 알려준 좌표에 맞춰, 이지스함의 순항미사일도 일제히 불을 뿜습니다.“

하지만, 전시를 가정한 훈련을 마치 컴퓨터 게임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데 그쳤을 뿐, 정작 이 훈련의 의미와 예상되는 파장, 문제점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부족했습니다.

언론들은 또 감성에 호소하거나, 극적인 이야기들을 찾는데 주력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이 있지도 않았던 기자가 두 눈으로 본 것처럼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성우 멘트> 11월 26일 동아일보 : "철모불타는 줄도모르고 대응포격 방아쇄 당겼다. 폭발로 인한 뜨거운 화마도 임무를 완수해야한다는 생각뿐인 임 상병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군 포격이 빚어낸 화염은 임상병을 휘감았고 철모 외피에 불이 붙어 철모는 타들어갔다. “

언론들은 또, 보다 넓은 시각에서 원인과 문제점 등을 분석하기보다, 그때 그때 상황을 중계하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교전 때 서로 몇 발을 주고 받았고, 당시 우리 자주포가 몇 문이나 작동했는지 등, 당시 상황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이후 보다 넓은 시각에서 우리 군의 대응 체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김용찬(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뭐가 발생했느냐에 대해서도 사실은 정확한 정보를주지 못했고
그다음에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전황 보도에만 집중함으로써 왜? 라는 질문에 대해서 언론이 사람들의 의문점을 충실하게 풀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게 사실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질문>

포격 초기에는 정보가 통제돼 있어 사실 취재가 어려웠는데요, 이 때문에 언론보도가 혼란을 빚기도 했죠 ?

<답변>

네.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의 경우, 대부분의 기사가 정부측의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발표 내용이 오락가락하면서, 언론들의 보도가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의 첫 지시였습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3시 50분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6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확전 자제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날 혼란은 다음날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에까지 이어졌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부 장관/11월 2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 (이번에 최초 지시가 뭐였나?) “그와 같이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는걸 겸용해서 말씀하셨는데”

그러나 오후에는 말이 달라졌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부 장관/11월 2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발언은 저도 듣지를 못했던 건데...대통령께서 그 말씀을 하셨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군의 발표가 오락가락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발표 자체가 혼선을 빚은 것이 일차적인 문제였지만, 언론들도 문제였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군 역시 이해당사자의 하나인 만큼, 정보의 통제와 왜곡 전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때문에, 군의 발표를 보도하더라도 군이 이렇게 밝혔다고 인용보도를 해야 하지만 인용 형식으로 보도하지 않고, 그 자체를 사실로 보도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당초, 북한이 도발하기 전 우리 군이 호국훈련의 하나로 연평도 근처에서 포 사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가 다시 연평도 훈련은 호국훈련과 관계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최초 발표를 '사실'처럼 보도해 결국 오보를 했습니다.

또, 군은 대응 사격을 한 K-9 자주포도 처음에는 6문이라고 했다가, 다음에는 4문, 3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언론들은 이것도 그때마다 '군의 발표'가 아닌 '사실'로 보도하면서 더 혼란을 줬습니다.

<녹취> 11월 24일 MBC 뉴스데스크 : “자주포 2문이 고장을 일으키면서 결국 우리군은 연평도에서 네문의 자주포만으로 맞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11월 25일 KBS 뉴스 9 : “최초 사격엔 3대만 작동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질문>

군이나 정부의 발표를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결국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 것인데요, 군 발표를 믿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자체적인 오보도 많았죠?

<답변>

네. 특히 초기에 정확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사는 대량으로 쏟아 놓다 보니 사실과는 다른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도발 직후 특보에 들어간 방송사들은 관련 화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트위터에 연평도의 포격상황이라는 위성사진이 올라왔습니다.

KBS와 SBS는 검은 연기가 치솟는 이 사진을 그대로 방송했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까지 이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포격을 받은 바그다드의 사진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또, 북한이 몇발의 포격을 했는지,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언론들은 나름대로 추측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11월 23일 MBC 뉴스데스크 : “한시간여동안 북한은 모두 2백여발의 포격을 가했는데, 140여발이 연평도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녹취> 11월 23일 SBS 뉴스8 : “북한군이 쏜 100여발의 포탄가운데 일부는 섬안으로 떨어져 민가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군이 다음날 공식적으로 발표한 북한의 포격은 170여발이었습니다.

국방장관 교체와 관련한 오보도 있었습니다.

방송사들은 지난달 26일 새 국방장관에 이희원 안보특보가 내정됐다고 속보 자막과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홍보수석은 복수의 후보자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내정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결국 국방장관 내정자는 김관진 전 합참의장이었습니다.

미국 CNN도 잇단 오보를 냈습니다.

CNN은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긴급 속보 방송까지 내보냈습니다.

<녹취> 스탠 그랜트(미국 CNN 기자/11월 28일 CNN 방송) : “한국의 군 관계자는 북한이 남한의 전투기를 향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엉뚱한 오보로,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기상황은 실제보다 더욱더 부풀려 알려지게 됐습니다.

<질문>

또 하나 짚어볼 것이,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취재가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연평도 취재를 놓고, 군과 기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죠?

<답변>

네. 군은 도발이 일어난 직후 이틀동안 취재진이 연평도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과도한 통제라며 반발했습니다.

연평도 도발 직후, 언론사들의 관심은 연평도로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군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접근 자체를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인천시의원이나 국회의원 등도 연평도를 가는 상황에서 언론만 통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연평도 취재를 계속 시도했습니다.

특히, 군의 발표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현지에 가야한다는 게 언론사들의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KBS 와 한겨레신문이 24일 연평도에 잠입했고 군은 25일부터는 모든 언론사에게 취재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흘 뿐, 국방부는 28일 연평도를 출입과 통행이 제한되는 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취재진의 철수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아직도 주민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거나 군에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니나며 일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성우 멘트> 11월 30일 국민일보 : "연평도 군 통제지역 설정. 일각에서는 해병대 부대장이 북한의 포사격에 대한 현장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군부대에 대한 언론 접근을 막기 위해 비상 수단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 끝에, 방송사들은 공동 취재단을 구성했고, 신문사들도 최소인력만을 남겨놓고 철수했습니다.

이번 연평도 도발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 때 언론의 취재를 무조건 통제하는 대신 종군기자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6백여 명의 종군기자들에게 일정 기간 훈련을 통해 전쟁 현장에서 직접 취재할 수 있도록 협조한 것입니다.

대신, 보도가 가능한 내용과 불가능한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보다 생생한 전쟁 장면을 보도할 수는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동행취재에 파묻혀 편향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현장에 있을 때 조차도 언론들은 지금 보고 듣는 것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창룡(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정확한 상황을 알려줄 책무가 언론에 있는것이죠.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고 또 과장이나 왜곡된 보도는 오히려 상황을 그르치고 국민의 정서를 다른 쪽으로 왜곡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언론이 더욱 신중하고 책임있는 보도를 해야될 그런 당위성을 갖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전쟁보도 가이드라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들은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언론들도, 국민들에게 과연 확신할 수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또 언제든 연평도 도발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인만큼 국내 언론도 BBC처럼 구체적인 전쟁보도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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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도 보도’ 언론 역할 다 했나?
    • 입력 2010-12-04 1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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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연일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한이 대치하고 실제 포격까지 오고 간 준전시 상황에서 언론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또 어떤 보도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국익과 국민의 알권리, 그리고 언론의 취재권 등 여러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연평도 도발 보도의 문제점을 구영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한 것이 지난달 23일이었는데, 당시 방송사들은 속보를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이 소식을 전했죠? <답변> 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일단은 국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빠르게 알리는 것이가장 중요합니다. 방송 3사는 포격 도발 후 30여분만에 특보를시작했습니다. 이날 특보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질문> 정확한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속보는 빠르게 이뤄졌는데 그렇다면 이후 보도 내용은 어떠했습니까? <답변> 네. 물론 신속한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심리적인 동요를 막기 위해서인데, 하지만 일부 보도는 현장상황을 오히려 과장해 더 불안감을 줬다는 지적입니다. 지난달 23일, 방송 3사 주요 뉴스는 상당부분이 포격장면과 폭음으로 채워졌습니다. 북한이 포를 발사하는 장면이 나오고 뒤이어 연평도가 포격을 받아 불이 난 장면이 TV화면으로 방송됐습니다. <녹취> 11월 23일 MBC 뉴스데스크 : “북한은 해안포 수십발을 포함해 130밀리와 170밀리 곡사포로 우리 군 부대가 있는 산을 넘겨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시간대별로 재구성을 해가며 마치 당시 상황을 기자가 모두 목격한 듯 묘사했습니다. <녹취> 11월 23일 SBS 8뉴스 : “북한군이 처음으로 포격을 시작한 지 정확히 1시간 7분 만인 3시 41분에야 양측의 교전은 멈췄습니다.“ 그런데 이날 뉴스에서 북한이 포를 발사하는 장면은 당시 실제상황이 아닌, 자료 화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화면 어디에도 자료화면이라는 자막은 없었습니다. KBS는, 9시 뉴스에서 북한의 포 공격을 받는 면사무소의 화면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녹취> 11월 23일 KBS 뉴스9 : “직원 3명이 건물 뒤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납니다.” 이 화면은 CCTV화면으로 실제로 폭발음은 녹음돼 있지 않았지만, 방송에서는 폭발 효과음을 덧입혀 보도했습니다. 일부 신문 사진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달 24일 신문 1면에는 거의 같은 구도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독자가 제공한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문에 따라 사진의 색감은 달랐습니다. 특히 조선과 중앙일보는 연기가 검붉은 빛으로 더 두드러집니다. 일부 독자들은 과도한 사진 보정으로 공포감을 부추긴 것 아니냐며 조작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신문윤리실천요강에는 사진의 조작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부득이하게 최소한의 조작기법을 쓸 때도 그 사실을 밝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질문> 신속하고 믿을만한 뉴스를 전해야 하는게 준 전시상황에서 언론의임무인데요, 심층 보도도 있었지만 흥밋거리 위주의 보도도 적지 않았죠? <답변> 네. 시청자나 독자는 단지 무슨일이 일어난것인지에 대한 정보뿐아니라 왜 이런일이 생겼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정보를 원하는데요. 하지만 단순히 상황을 전달하거나 눈길을 끌기 위한 보도가 많았다는 지적입니다. 이번에도 방송 3사의 뉴스에는 매일같이 컴퓨터 입체 그래픽 화면이 등장했습니다. 방송사들은, 그래픽을 통해 전투장면을 실감나게 보이는데 집중했습니다. <녹취> 11월 24일 SBS 8 뉴스 : “북한군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70여 발의 포탄을 발사했습니다. 먼저 12분 동안의 1차 포격, 150여 발이 날아왔고 이 가운데 60여 발이 연평도 내륙을 강타했습니다. “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한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송 3사가 지난달 28일과 29일, 저녁 주요 뉴스시간에 방송한 한미 연합훈련 관련 기사는 25건이나 됐습니다. 기사의 대부분은, 첨단 무기의 위력과 전술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 기사에는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됐습니다. <녹취> 11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 “항공모함에서 이륙한대잠 시호크 헬기가 헬파이어 미사일로 적 잠수함을 침몰시키고 정찰기가 알려준 좌표에 맞춰, 이지스함의 순항미사일도 일제히 불을 뿜습니다.“ 하지만, 전시를 가정한 훈련을 마치 컴퓨터 게임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데 그쳤을 뿐, 정작 이 훈련의 의미와 예상되는 파장, 문제점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부족했습니다. 언론들은 또 감성에 호소하거나, 극적인 이야기들을 찾는데 주력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이 있지도 않았던 기자가 두 눈으로 본 것처럼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성우 멘트> 11월 26일 동아일보 : "철모불타는 줄도모르고 대응포격 방아쇄 당겼다. 폭발로 인한 뜨거운 화마도 임무를 완수해야한다는 생각뿐인 임 상병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군 포격이 빚어낸 화염은 임상병을 휘감았고 철모 외피에 불이 붙어 철모는 타들어갔다. “ 언론들은 또, 보다 넓은 시각에서 원인과 문제점 등을 분석하기보다, 그때 그때 상황을 중계하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교전 때 서로 몇 발을 주고 받았고, 당시 우리 자주포가 몇 문이나 작동했는지 등, 당시 상황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이후 보다 넓은 시각에서 우리 군의 대응 체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김용찬(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뭐가 발생했느냐에 대해서도 사실은 정확한 정보를주지 못했고 그다음에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전황 보도에만 집중함으로써 왜? 라는 질문에 대해서 언론이 사람들의 의문점을 충실하게 풀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게 사실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질문> 포격 초기에는 정보가 통제돼 있어 사실 취재가 어려웠는데요, 이 때문에 언론보도가 혼란을 빚기도 했죠 ? <답변> 네.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의 경우, 대부분의 기사가 정부측의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발표 내용이 오락가락하면서, 언론들의 보도가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의 첫 지시였습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3시 50분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6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확전 자제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이날 혼란은 다음날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에까지 이어졌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부 장관/11월 2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 (이번에 최초 지시가 뭐였나?) “그와 같이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는걸 겸용해서 말씀하셨는데” 그러나 오후에는 말이 달라졌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부 장관/11월 24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발언은 저도 듣지를 못했던 건데...대통령께서 그 말씀을 하셨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군의 발표가 오락가락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발표 자체가 혼선을 빚은 것이 일차적인 문제였지만, 언론들도 문제였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군 역시 이해당사자의 하나인 만큼, 정보의 통제와 왜곡 전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때문에, 군의 발표를 보도하더라도 군이 이렇게 밝혔다고 인용보도를 해야 하지만 인용 형식으로 보도하지 않고, 그 자체를 사실로 보도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당초, 북한이 도발하기 전 우리 군이 호국훈련의 하나로 연평도 근처에서 포 사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가 다시 연평도 훈련은 호국훈련과 관계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최초 발표를 '사실'처럼 보도해 결국 오보를 했습니다. 또, 군은 대응 사격을 한 K-9 자주포도 처음에는 6문이라고 했다가, 다음에는 4문, 3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언론들은 이것도 그때마다 '군의 발표'가 아닌 '사실'로 보도하면서 더 혼란을 줬습니다. <녹취> 11월 24일 MBC 뉴스데스크 : “자주포 2문이 고장을 일으키면서 결국 우리군은 연평도에서 네문의 자주포만으로 맞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11월 25일 KBS 뉴스 9 : “최초 사격엔 3대만 작동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질문> 군이나 정부의 발표를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결국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 것인데요, 군 발표를 믿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자체적인 오보도 많았죠? <답변> 네. 특히 초기에 정확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사는 대량으로 쏟아 놓다 보니 사실과는 다른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도발 직후 특보에 들어간 방송사들은 관련 화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트위터에 연평도의 포격상황이라는 위성사진이 올라왔습니다. KBS와 SBS는 검은 연기가 치솟는 이 사진을 그대로 방송했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까지 이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포격을 받은 바그다드의 사진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또, 북한이 몇발의 포격을 했는지,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언론들은 나름대로 추측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11월 23일 MBC 뉴스데스크 : “한시간여동안 북한은 모두 2백여발의 포격을 가했는데, 140여발이 연평도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녹취> 11월 23일 SBS 뉴스8 : “북한군이 쏜 100여발의 포탄가운데 일부는 섬안으로 떨어져 민가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군이 다음날 공식적으로 발표한 북한의 포격은 170여발이었습니다. 국방장관 교체와 관련한 오보도 있었습니다. 방송사들은 지난달 26일 새 국방장관에 이희원 안보특보가 내정됐다고 속보 자막과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홍보수석은 복수의 후보자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내정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결국 국방장관 내정자는 김관진 전 합참의장이었습니다. 미국 CNN도 잇단 오보를 냈습니다. CNN은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긴급 속보 방송까지 내보냈습니다. <녹취> 스탠 그랜트(미국 CNN 기자/11월 28일 CNN 방송) : “한국의 군 관계자는 북한이 남한의 전투기를 향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엉뚱한 오보로,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기상황은 실제보다 더욱더 부풀려 알려지게 됐습니다. <질문> 또 하나 짚어볼 것이,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취재가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연평도 취재를 놓고, 군과 기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죠? <답변> 네. 군은 도발이 일어난 직후 이틀동안 취재진이 연평도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과도한 통제라며 반발했습니다. 연평도 도발 직후, 언론사들의 관심은 연평도로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군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접근 자체를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인천시의원이나 국회의원 등도 연평도를 가는 상황에서 언론만 통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연평도 취재를 계속 시도했습니다. 특히, 군의 발표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현지에 가야한다는 게 언론사들의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KBS 와 한겨레신문이 24일 연평도에 잠입했고 군은 25일부터는 모든 언론사에게 취재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흘 뿐, 국방부는 28일 연평도를 출입과 통행이 제한되는 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취재진의 철수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아직도 주민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거나 군에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니나며 일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성우 멘트> 11월 30일 국민일보 : "연평도 군 통제지역 설정. 일각에서는 해병대 부대장이 북한의 포사격에 대한 현장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군부대에 대한 언론 접근을 막기 위해 비상 수단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 끝에, 방송사들은 공동 취재단을 구성했고, 신문사들도 최소인력만을 남겨놓고 철수했습니다. 이번 연평도 도발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 때 언론의 취재를 무조건 통제하는 대신 종군기자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6백여 명의 종군기자들에게 일정 기간 훈련을 통해 전쟁 현장에서 직접 취재할 수 있도록 협조한 것입니다. 대신, 보도가 가능한 내용과 불가능한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보다 생생한 전쟁 장면을 보도할 수는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동행취재에 파묻혀 편향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현장에 있을 때 조차도 언론들은 지금 보고 듣는 것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창룡(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정확한 상황을 알려줄 책무가 언론에 있는것이죠.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고 또 과장이나 왜곡된 보도는 오히려 상황을 그르치고 국민의 정서를 다른 쪽으로 왜곡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언론이 더욱 신중하고 책임있는 보도를 해야될 그런 당위성을 갖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전쟁보도 가이드라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들은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언론들도, 국민들에게 과연 확신할 수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또 언제든 연평도 도발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인만큼 국내 언론도 BBC처럼 구체적인 전쟁보도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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