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비밀 엿보다

입력 2011.01.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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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보지 못한 우주에는 어떤 별들이 있을까요? 지구에서 수십 억광년 떨어진 어두운 별빛을 지상에서도 잡아내는 천체망원경. 지난 400년 동안 아름다운 성운과 은하를 촬영하며 우주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해왔습니다.



망원경의 발달은 우주를 더 가깝게, 또 자세하게 관측할 수 있게 해서 우주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바라본 기억들은 모두 갖고 계실텐데요. 망원경이 클수록 우주의 신비를 더 많이 밝혀 낼 수 있습니다. 지금 천문학자들은 지름 20미터가 넘는 거대망원경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망원경의 현황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봤습니다.



하얀 눈에 뒤 덮힌 경북 영천의 보현산.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은 건물이 바로 보현산 정상의 천문대입니다. 천문대 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 있습니다.



<녹취> "부경(副鏡)에서 반사된 빛이 다시 이쪽으로..."



약 34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6년 완공된 이 망원경은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 천문학의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인터뷰>전영범(보현산천문대장) : "120개 정도의 소행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름을 붙인 것만도 11개가 있고 앞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도 20개 이상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해와 달을 숭상하고 세계 최초의 석각 천문도를 만들 정도로 하늘의 이치를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에야 첫 번째 관측용 망원경을 갖게 됐을 정도로 근대 천문학의 발전은 느렸습니다.



<인터뷰>박석재(한국천문연구원장) : "한국천문연구원이 1973년 출범함과 동시에 세워진 천문대가 소백산천문대입니다. 소백산 천문대에 가시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지름 61센티미터짜리 반사 망원경이 있습니다."



소백산망원경이 완공되고 20년 만에 지은 보현산망원경도 세계 100대 망원경에 들지 못하는 실정. 천문학의 연구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몇 걸음 뒤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 보현산 천문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 망원경을 건설할 당시 이미 선진국들은 8미터가 넘는 대형 망원경 시대로 접어 들었습니다.



남미 대륙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칠레 안데스 산맥.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는 키 작은 선인장만 군데군데 보일 뿐 삭막한 사막이 계속됩니다. 모래 바람이 그치지 않는 칠레 고원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고, 맑은 날이 1년에 10개월 이상 계속돼 천문 관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칠레에 진출해 경쟁적으로 대형 망원경을 설치해 왔습니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자리잡은 큰 천문대는 모두 5개. 유럽과 미국이 각각 2개씩, 나머지 하나는 칠레 등 여러 나라가 함께 세운 것입니다.



이곳의 크고 작은 망원경들을 합하면 40개가 넘어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관측단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미겔 로스(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장) : "(이곳 칠레는) 대기가 매우 안정되어서 관측 영상의 질이 아주 좋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석양이 물들고 태양이 서서히 수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추면 돔의 문이 열리며 망원경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크고 작은 돔들은 서로 다른 크기, 다른 모양의 망원경을 갖고 있어 전 세계 천문학자들을 유혹하는 꿈의 관측장이 됩니다. 천문학자들은 이곳에서 며칠 동안 밤을 새면서 오로지 별을 관측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터뷰>알린 스미스(미국 천문학자) : "이 산에 있는 모든 망원경을 최소한 한번 씩은 사용해본 것 같습니다. 보통 1년에 2~3차례 오는데 어떤 해에는 더 자주 오고 어떤 해에는 덜 오죠."



지난 2000년 완공된 이 마젤란 망원경은 남반구 칠레 지역의 대표적인 관측 장비입니다. 지름 6.5미터의 거울로 별빛을 잡아내 우주의 수수께끼였던 감마선 폭발과 별이 죽어가면서 내는 어마어마한 폭발, 즉 초신성을 관측해왔습니다.



<인터뷰>미겔 로스(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장) : "’1a형’ 초신성(超新星)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천문학자들은 이를 가지고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400년 전 갈릴레오는 인류 최초로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했습니다. 목성이 위성을 가졌고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포함한 행성이 태양을 돌고 있다는 획기적인 발견을 했습니다. 천문학과 신학 등 학문과 인류의 모든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대변혁은 바로 망원경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웬디 프리드만(카네기천문대장) : "갈릴레오 시대부터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면서 망원경이 없을 때보다 우주를 더 멀리까지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세기 초는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의 황금기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이 휘어질 수 있다는 개념을 내놓았고,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가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 즉 우주의 팽창을 처음으로 관측했습니다. 이러한 발견에 자극받은 천문학자들은 더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더 큰 망원경을 가지고 더욱 높은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망원경은 거대한 거울, 즉 주경과 작은 거울, 즉 부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늘에서 날아온 빛을 아래쪽에 있는 큰 거울이 반사를 해서 중앙으로 모아주면,작은 거울이 한번 더 반사를 해서 카메라로 빛을 보내게 됩니다.



<인터뷰>로버트 굿 리치(켁천문대 관측지원실장) : "대형 망원경이 제작된 80년대 후반과 90년대는 천문학계 장비의 르네상스 시대였습니다. 주경(主鏡)이 크면 희미한 천체에서도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고 그 빛을 받아서 초점을 맞춥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잡은 미국 하와이주. 8개의 섬 중에서 가장 큰 빅 아일랜드, 하와이 섬에는 해발 4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화산이 있습니다. 바로 이 화산 한가운데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망원경들이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발 3000미터에 있는 할레 포하쿠’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한 시간 이상 머물러 고산병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은 조금이라도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듭니다.



1993년 완공된 켁 망원경은 한 장의 거울이 아니라 육각형 거울 36개를 이어붙인 특이한 구조입니다. 지름 10미터로 현존하는 가장 큰 거울을 만들기 위해 거울 여러 장을 붙이는 기술이 시도된 것입니다. 두 대의 망원경은 지난 15년 동안 은하 중심부를 관측해 왔고, 지난해에는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지구형 행성, 즉 골디락스 행성을 세계 최초로 찾아내 천문학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인터뷰>마라 살바토(독일 천문학자) : "제가 연구 중인 은하의 블랙홀은 매우 밝은 빛을 방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왜 빛을 내고 활동하는지 은하와 활동성은하핵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대형 망원경 시대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하와이에 지름 8.2미터의 수바루망원경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터뷰>히데키 타카미(수바루천문대장) : "1970년대 말과 80년대에 새 망원경 제작을 계획하고 있을 때 그 망원경은 20년이나 지난 것이었죠. 우리는 좀 더 막강한 망원경을 일본 이외의 지역에 보유하고 싶었습니다."



1999년 완공된 수바루망원경은 지구에서 128억 광년 떨어진 가장 먼 은하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곧바로 일본의 관련 산업 기술력을 발전시키고 국가의 위상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인터뷰>표태수(박사/수바루천문대 관측기기실장) : "수바루망원경 자체가 천문학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 전체, 일본 과학 전체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일본 과학 교과서에 표지로 나올 정도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뿌듯한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 우주가 탄생할 때 나타난 최초의 빛을 잡아낸다면 우리는 우주의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1917년 지름 2.5미터의 윌슨산 천문대가 30년간 천문학을 지배하며 우주팽창론을 이끌었다면1948년 완공된 헤일 망원경은 우주 전체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켁망원경, 제미니, 마젤란 등이 완공되면서 우리는 우주의 기원과 외계 생명체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형망원경도 더 깊은 우주를 보는 데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전 세계는 거울 지름 20미터가 넘는 거대 망원경 건설에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습니다.



<인터뷰>웬디 프리드만(미국 카네기천문대장) : "새로운 거대망원경을 만들면 아주 먼 우주를 볼 수 있고 매우 희미한 우주물질을 연구할 수 있으며 이들을 더 미세하게 관찰할 수 있겠죠. 천체망원경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 근처에 들어설 거대마젤란망원경 프로젝트에 약 900억원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곱 개의 대형 거울을 연결한 거대 마젤란망원경은 거울 지름만 25미터에 달해 현존하는 최대 망원경, 켁보다 2.5배나 큰 규모입니다.



해발 2500미터가 넘는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이 들어설 곳입니다. 앞으로 8년 뒤 차세대 망원경이 완성되면 우리나라 천문학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장비를 보유하게 됩니다.



망원경의 발달로 천문학은 여러 나라가 협력해야 하는 국제 프로젝트가 됐고 국가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거대 과학이 되고 있습니다. 천문학의 변방국에 불과했던 우리나라도 거대마젤란망원경이 완공되면 천문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인터뷰>박병곤(한국천문연구원 거대마젤란사업실장) : 우리나라의 천문학의 역사가 거대마젤란망원경 사업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는 선이 2019년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거대망원경이 속속 완성되면 인류의 천문학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습니다. 우주가 탄생할 때 나타난 최초의 빛은 무엇인지, 우주를 채우고 있는 암흑에너지는 정말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는지, 아직 인류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우주 어딘가 생명체가 살고 있을 외계 행성을 찾기 위한 연구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터뷰>박석재(한국천문연구원장) : "이런 모든 것들, 즉 현대 기초과학에서 인류가 알고자 하는 궁극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우리 한국 학자가 답하게 됩니다.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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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의 비밀 엿보다
    • 입력 2011-01-10 08:33:37
    취재파일K
인간이 가보지 못한 우주에는 어떤 별들이 있을까요? 지구에서 수십 억광년 떨어진 어두운 별빛을 지상에서도 잡아내는 천체망원경. 지난 400년 동안 아름다운 성운과 은하를 촬영하며 우주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해왔습니다.

망원경의 발달은 우주를 더 가깝게, 또 자세하게 관측할 수 있게 해서 우주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바라본 기억들은 모두 갖고 계실텐데요. 망원경이 클수록 우주의 신비를 더 많이 밝혀 낼 수 있습니다. 지금 천문학자들은 지름 20미터가 넘는 거대망원경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망원경의 현황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봤습니다.

하얀 눈에 뒤 덮힌 경북 영천의 보현산.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은 건물이 바로 보현산 정상의 천문대입니다. 천문대 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 있습니다.

<녹취> "부경(副鏡)에서 반사된 빛이 다시 이쪽으로..."

약 34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6년 완공된 이 망원경은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 천문학의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인터뷰>전영범(보현산천문대장) : "120개 정도의 소행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름을 붙인 것만도 11개가 있고 앞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도 20개 이상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해와 달을 숭상하고 세계 최초의 석각 천문도를 만들 정도로 하늘의 이치를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에야 첫 번째 관측용 망원경을 갖게 됐을 정도로 근대 천문학의 발전은 느렸습니다.

<인터뷰>박석재(한국천문연구원장) : "한국천문연구원이 1973년 출범함과 동시에 세워진 천문대가 소백산천문대입니다. 소백산 천문대에 가시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지름 61센티미터짜리 반사 망원경이 있습니다."

소백산망원경이 완공되고 20년 만에 지은 보현산망원경도 세계 100대 망원경에 들지 못하는 실정. 천문학의 연구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몇 걸음 뒤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 보현산 천문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 망원경을 건설할 당시 이미 선진국들은 8미터가 넘는 대형 망원경 시대로 접어 들었습니다.

남미 대륙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칠레 안데스 산맥.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는 키 작은 선인장만 군데군데 보일 뿐 삭막한 사막이 계속됩니다. 모래 바람이 그치지 않는 칠레 고원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고, 맑은 날이 1년에 10개월 이상 계속돼 천문 관측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칠레에 진출해 경쟁적으로 대형 망원경을 설치해 왔습니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자리잡은 큰 천문대는 모두 5개. 유럽과 미국이 각각 2개씩, 나머지 하나는 칠레 등 여러 나라가 함께 세운 것입니다.

이곳의 크고 작은 망원경들을 합하면 40개가 넘어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관측단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미겔 로스(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장) : "(이곳 칠레는) 대기가 매우 안정되어서 관측 영상의 질이 아주 좋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석양이 물들고 태양이 서서히 수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추면 돔의 문이 열리며 망원경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크고 작은 돔들은 서로 다른 크기, 다른 모양의 망원경을 갖고 있어 전 세계 천문학자들을 유혹하는 꿈의 관측장이 됩니다. 천문학자들은 이곳에서 며칠 동안 밤을 새면서 오로지 별을 관측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터뷰>알린 스미스(미국 천문학자) : "이 산에 있는 모든 망원경을 최소한 한번 씩은 사용해본 것 같습니다. 보통 1년에 2~3차례 오는데 어떤 해에는 더 자주 오고 어떤 해에는 덜 오죠."

지난 2000년 완공된 이 마젤란 망원경은 남반구 칠레 지역의 대표적인 관측 장비입니다. 지름 6.5미터의 거울로 별빛을 잡아내 우주의 수수께끼였던 감마선 폭발과 별이 죽어가면서 내는 어마어마한 폭발, 즉 초신성을 관측해왔습니다.

<인터뷰>미겔 로스(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장) : "’1a형’ 초신성(超新星)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천문학자들은 이를 가지고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400년 전 갈릴레오는 인류 최초로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측했습니다. 목성이 위성을 가졌고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포함한 행성이 태양을 돌고 있다는 획기적인 발견을 했습니다. 천문학과 신학 등 학문과 인류의 모든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대변혁은 바로 망원경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웬디 프리드만(카네기천문대장) : "갈릴레오 시대부터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면서 망원경이 없을 때보다 우주를 더 멀리까지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세기 초는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의 황금기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이 휘어질 수 있다는 개념을 내놓았고,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가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 즉 우주의 팽창을 처음으로 관측했습니다. 이러한 발견에 자극받은 천문학자들은 더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더 큰 망원경을 가지고 더욱 높은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망원경은 거대한 거울, 즉 주경과 작은 거울, 즉 부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늘에서 날아온 빛을 아래쪽에 있는 큰 거울이 반사를 해서 중앙으로 모아주면,작은 거울이 한번 더 반사를 해서 카메라로 빛을 보내게 됩니다.

<인터뷰>로버트 굿 리치(켁천문대 관측지원실장) : "대형 망원경이 제작된 80년대 후반과 90년대는 천문학계 장비의 르네상스 시대였습니다. 주경(主鏡)이 크면 희미한 천체에서도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고 그 빛을 받아서 초점을 맞춥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잡은 미국 하와이주. 8개의 섬 중에서 가장 큰 빅 아일랜드, 하와이 섬에는 해발 4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화산이 있습니다. 바로 이 화산 한가운데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망원경들이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발 3000미터에 있는 할레 포하쿠’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한 시간 이상 머물러 고산병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은 조금이라도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듭니다.

1993년 완공된 켁 망원경은 한 장의 거울이 아니라 육각형 거울 36개를 이어붙인 특이한 구조입니다. 지름 10미터로 현존하는 가장 큰 거울을 만들기 위해 거울 여러 장을 붙이는 기술이 시도된 것입니다. 두 대의 망원경은 지난 15년 동안 은하 중심부를 관측해 왔고, 지난해에는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지구형 행성, 즉 골디락스 행성을 세계 최초로 찾아내 천문학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인터뷰>마라 살바토(독일 천문학자) : "제가 연구 중인 은하의 블랙홀은 매우 밝은 빛을 방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왜 빛을 내고 활동하는지 은하와 활동성은하핵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대형 망원경 시대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하와이에 지름 8.2미터의 수바루망원경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터뷰>히데키 타카미(수바루천문대장) : "1970년대 말과 80년대에 새 망원경 제작을 계획하고 있을 때 그 망원경은 20년이나 지난 것이었죠. 우리는 좀 더 막강한 망원경을 일본 이외의 지역에 보유하고 싶었습니다."

1999년 완공된 수바루망원경은 지구에서 128억 광년 떨어진 가장 먼 은하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곧바로 일본의 관련 산업 기술력을 발전시키고 국가의 위상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인터뷰>표태수(박사/수바루천문대 관측기기실장) : "수바루망원경 자체가 천문학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 전체, 일본 과학 전체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일본 과학 교과서에 표지로 나올 정도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뿌듯한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 우주가 탄생할 때 나타난 최초의 빛을 잡아낸다면 우리는 우주의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1917년 지름 2.5미터의 윌슨산 천문대가 30년간 천문학을 지배하며 우주팽창론을 이끌었다면1948년 완공된 헤일 망원경은 우주 전체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켁망원경, 제미니, 마젤란 등이 완공되면서 우리는 우주의 기원과 외계 생명체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형망원경도 더 깊은 우주를 보는 데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전 세계는 거울 지름 20미터가 넘는 거대 망원경 건설에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습니다.

<인터뷰>웬디 프리드만(미국 카네기천문대장) : "새로운 거대망원경을 만들면 아주 먼 우주를 볼 수 있고 매우 희미한 우주물질을 연구할 수 있으며 이들을 더 미세하게 관찰할 수 있겠죠. 천체망원경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 근처에 들어설 거대마젤란망원경 프로젝트에 약 900억원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곱 개의 대형 거울을 연결한 거대 마젤란망원경은 거울 지름만 25미터에 달해 현존하는 최대 망원경, 켁보다 2.5배나 큰 규모입니다.

해발 2500미터가 넘는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이 들어설 곳입니다. 앞으로 8년 뒤 차세대 망원경이 완성되면 우리나라 천문학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장비를 보유하게 됩니다.

망원경의 발달로 천문학은 여러 나라가 협력해야 하는 국제 프로젝트가 됐고 국가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거대 과학이 되고 있습니다. 천문학의 변방국에 불과했던 우리나라도 거대마젤란망원경이 완공되면 천문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인터뷰>박병곤(한국천문연구원 거대마젤란사업실장) : 우리나라의 천문학의 역사가 거대마젤란망원경 사업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는 선이 2019년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거대망원경이 속속 완성되면 인류의 천문학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습니다. 우주가 탄생할 때 나타난 최초의 빛은 무엇인지, 우주를 채우고 있는 암흑에너지는 정말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는지, 아직 인류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우주 어딘가 생명체가 살고 있을 외계 행성을 찾기 위한 연구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터뷰>박석재(한국천문연구원장) : "이런 모든 것들, 즉 현대 기초과학에서 인류가 알고자 하는 궁극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우리 한국 학자가 답하게 됩니다.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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