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피겨 금’ 의병장 후손 “한국 감사”

입력 2011.02.05 (07:40) 수정 2011.02.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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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부 묘소에서 가져온 돌이 행운의 상징"



 "저는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카자흐스탄인입니다. 두 나라 모두에 자랑스럽습니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니스 텐(18.카자흐스탄)은 '한국에서 왔다'며 축하를 건네자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한국말을 꺼내며 반가워했다.



텐은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閔肯鎬.?∼1908) 선생의 고손자다.



1907년 8월 일제가 원주진위대를 해산하려 하자 이에 저항해 3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킨 민 선생은 충주지방 탈환 전투를 벌이는 등 홍천과 춘천, 횡성, 원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전공을 세웠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텐의 할머니이다.



벌써 4대를 거쳐 내려오는 동안 뿌리에 대한 생각은 잊혔을 법도 하지만, 텐은 먼저 "나는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카자흐스탄인"이라면서 뚜렷한 자의식을 드러냈다.



이미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던 텐은 당시 한국 팬들이 보내줬던 뜨거운 성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텐은 "한국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한국 팬들도 내 금메달을 따뜻하게 축하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으로 불릴 정도로 기대받는 유망주인 텐은 이번 대회에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3~4일 열린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208.89점으로 우승하면서 카자흐스탄 역사상 첫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남자 싱글에서 일본과 중국 외의 선수가 우승한 것은 25년 역사상 처음이다.



텐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팬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웃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텐은 오른 발목을 다쳐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려웠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76.22의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둘째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여러 차례 착지가 흔들렸고 한번은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는 등 체력 부담을 드러내 2.0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우승했다.



텐은 고조부의 묘소에서 가져온 '행운의 돌'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전주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원주에 있는 고조부 묘소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돌을 하나 가져와 늘 지니고 다니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습니다"



텐은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나는 '하프코리언'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을 찾아 좋은 연기를 보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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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피겨 금’ 의병장 후손 “한국 감사”
    • 입력 2011-02-05 07:40:12
    • 수정2011-02-05 08:35:28
    연합뉴스
"고조부 묘소에서 가져온 돌이 행운의 상징"

 "저는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카자흐스탄인입니다. 두 나라 모두에 자랑스럽습니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니스 텐(18.카자흐스탄)은 '한국에서 왔다'며 축하를 건네자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한국말을 꺼내며 반가워했다.

텐은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閔肯鎬.?∼1908) 선생의 고손자다.

1907년 8월 일제가 원주진위대를 해산하려 하자 이에 저항해 3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킨 민 선생은 충주지방 탈환 전투를 벌이는 등 홍천과 춘천, 횡성, 원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전공을 세웠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텐의 할머니이다.

벌써 4대를 거쳐 내려오는 동안 뿌리에 대한 생각은 잊혔을 법도 하지만, 텐은 먼저 "나는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카자흐스탄인"이라면서 뚜렷한 자의식을 드러냈다.

이미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던 텐은 당시 한국 팬들이 보내줬던 뜨거운 성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텐은 "한국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한국 팬들도 내 금메달을 따뜻하게 축하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으로 불릴 정도로 기대받는 유망주인 텐은 이번 대회에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3~4일 열린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208.89점으로 우승하면서 카자흐스탄 역사상 첫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남자 싱글에서 일본과 중국 외의 선수가 우승한 것은 25년 역사상 처음이다.

텐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팬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웃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텐은 오른 발목을 다쳐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려웠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76.22의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둘째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여러 차례 착지가 흔들렸고 한번은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는 등 체력 부담을 드러내 2.0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우승했다.

텐은 고조부의 묘소에서 가져온 '행운의 돌'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전주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원주에 있는 고조부 묘소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돌을 하나 가져와 늘 지니고 다니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습니다"

텐은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나는 '하프코리언'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을 찾아 좋은 연기를 보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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