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체내림’ 시술받다 식도 손상

입력 2011.02.07 (08:55) 수정 2011.02.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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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과식을 하거나 좀 상한 음식을 먹고 체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으시죠?

그런데 체한 속을 한번에 낫게 해준다는 이른바 체내림 시술이 은밀하게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법 의료 행위로, 건강도 해칠 수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얼핏 체내림이라니 좀 생소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리포트>

체한 사람으로 하여금 강제로 구토를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음식물 덩어리를 보여줍니다.

체하게 만든 원인이 바로 이 음식물 때문이었다, 이제 다 나았다고 말합니다.

속이 시원해진다며 10번이 넘게 즐겨 찾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전문의들은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큰 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 길을 막는다고 경고합니다.

서울 한 주택가 골목, 평범해 보이는 단독주택으로 다가서자 이른바 ‘체내는 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띕니다.

취재진이 접근하자 한 60대 남성이 건물 안으로 안내합니다.

<녹취> “(체 내리는 집 찾아 왔는데, 맞아요?) 네. 체 내리러 오셨어요?”

<녹취> “손님 오셨다. 손님 오셨어.”

건물에 딸린 반지하 방으로 내려가자 한 60대 여성이 맞이합니다.

<녹취> “(가격이 얼마에요?) 4만 원”

잠시 증상을 물어보는가 싶더니 이내 방 안쪽으로 이끕니다.

잠시 후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녹취> 체내림 시술자 (음성변조) : “이것 봐, 이렇게 많이 나오네.”

구토 소리가 끊이질 않지만 다른 손님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체내림 시술 경험자 : “대야에다가 물을 떠서 옆에다 놓더라고요. 그러더니 여기를, 등을 막 두들겨요.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그리고 고개를 뒤로 하라고 해서.. (그럴 땐) 대부분 눈을 감고 있잖아요. 근데 손을 (목구멍에) 집어 넣어요...”

55살 정모 씨는 지난해 10월 부침개를 먹은 뒤 배탈이 났습니다.

체한 속 탓에 며칠째 고생하던 정 씨 귀에 솔깃한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얹힌 속을 단번에 풀어준다는 이른바 체내림 시술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약물 치료를 하다가 도저히 낫지 않으니까 주변 상인들의 말을 듣고 인근에서 체내림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체내림집에선 한 5~60대 여성이 정 씨의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습니다.

체한 원인이 되는 음식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씨가 헛구역질을 하느라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이 여성은 재빠른 손동작으로 대야에 무언가를 집어 던졌습니다.

작은 고깃덩어리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그 덩어리를 보고 나서 본인은 좀 편안해졌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3,4일 있다가 또 체증이 생기고 반복적으로 계속됐다고 하고... 그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10회 정도 치료를(체내림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체내림집 들락거리기를 반복했지만 체한 속은 좀처럼 낫지 않았고 급기야 정 씨는 목구멍에서 출혈을 일으켰습니다.

부랴부랴 뒤늦게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정 씨의 몸은 망가질 만큼 망가진 뒤였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식도에 염증이 너무 심해서 식도협착 증상을 보였던 환자입니다. (식도에 염증이 생겼다가) 불완전하게 치료를 받고 나서 또 염증이 생기고 불완전한 치료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자극을 통해서 식도협착 같은 중한 병이 생겼을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성업중인 체내림집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5곳에 이릅니다.

의료 지식에 어두운 50~60대 장년층 가운데 체내림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변 상인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체내림 시술소가 생긴 지) 굉장히 오래됐어요. 60,70년대 그때부터...”

<인터뷰>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체 내리는 건 아주 일등이에요. 서울, 부산에서도 오고 일본에서도 와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로 환자들에게 체내림 효과를 설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체내림 시술 경험자 (음성변조) : “원래 육식을 안 좋아해요. (그런데도 목구멍 속에서) 고기를 세 덩어리나 꺼내는 거예요. 그래서 ‘어머 무슨 고기예요? 나는 고기 안 먹었는데’라고 해도 옛날에 먹었던 게 걸렸던 걸 빼내는 거래요. 옛날에, 10년 전에 먹었던 것도 (소화가 안돼서) 안 내려가고 여기(위장에) 붙어있으면 그걸 꺼내는 거래요.”

과연 체내림 시술이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전문의들은 구토를 통해 체하게 만든 음식물을 꺼내 눈앞에 보여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보통 체내림 시술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체하게 만든 음식을 목구멍으로 빼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있을 수가 없고, 혹여 위 무력증이 아주 심한 환자들 중에서 음식물이 위 내에 오랜 시간 정체될 수는 있지만 ‘덩어리’로 빼낸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체내림 시술을 반복할 경우 소화기관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합니다.

<인터뷰> 송치욱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일단 비위생적이죠. 그리고 구강이나 식도에 과도한 자극을 주다 보면 상처가 날 수 있고요. 또 심하면 출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이 뭐냐 하면, 조기에 치료가 필요한 원인 질환을 간과함으로써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의들은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사라지지 않거나 헛구역질이 반복될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송치욱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위 내시경이나 식도 조영술, 위 조영술을 해서 이상이 없다고 판정이 되면 기능성 위장질환으로 간주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학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체내림 시술이 은밀히 성행하면서 가뜩이나 소화기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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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2-07 08:55:50
    • 수정2011-02-07 10: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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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과식을 하거나 좀 상한 음식을 먹고 체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으시죠? 그런데 체한 속을 한번에 낫게 해준다는 이른바 체내림 시술이 은밀하게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법 의료 행위로, 건강도 해칠 수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얼핏 체내림이라니 좀 생소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리포트> 체한 사람으로 하여금 강제로 구토를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음식물 덩어리를 보여줍니다. 체하게 만든 원인이 바로 이 음식물 때문이었다, 이제 다 나았다고 말합니다. 속이 시원해진다며 10번이 넘게 즐겨 찾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전문의들은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큰 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 길을 막는다고 경고합니다. 서울 한 주택가 골목, 평범해 보이는 단독주택으로 다가서자 이른바 ‘체내는 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띕니다. 취재진이 접근하자 한 60대 남성이 건물 안으로 안내합니다. <녹취> “(체 내리는 집 찾아 왔는데, 맞아요?) 네. 체 내리러 오셨어요?” <녹취> “손님 오셨다. 손님 오셨어.” 건물에 딸린 반지하 방으로 내려가자 한 60대 여성이 맞이합니다. <녹취> “(가격이 얼마에요?) 4만 원” 잠시 증상을 물어보는가 싶더니 이내 방 안쪽으로 이끕니다. 잠시 후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녹취> 체내림 시술자 (음성변조) : “이것 봐, 이렇게 많이 나오네.” 구토 소리가 끊이질 않지만 다른 손님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체내림 시술 경험자 : “대야에다가 물을 떠서 옆에다 놓더라고요. 그러더니 여기를, 등을 막 두들겨요.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그리고 고개를 뒤로 하라고 해서.. (그럴 땐) 대부분 눈을 감고 있잖아요. 근데 손을 (목구멍에) 집어 넣어요...” 55살 정모 씨는 지난해 10월 부침개를 먹은 뒤 배탈이 났습니다. 체한 속 탓에 며칠째 고생하던 정 씨 귀에 솔깃한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얹힌 속을 단번에 풀어준다는 이른바 체내림 시술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약물 치료를 하다가 도저히 낫지 않으니까 주변 상인들의 말을 듣고 인근에서 체내림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체내림집에선 한 5~60대 여성이 정 씨의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습니다. 체한 원인이 되는 음식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씨가 헛구역질을 하느라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이 여성은 재빠른 손동작으로 대야에 무언가를 집어 던졌습니다. 작은 고깃덩어리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그 덩어리를 보고 나서 본인은 좀 편안해졌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3,4일 있다가 또 체증이 생기고 반복적으로 계속됐다고 하고... 그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10회 정도 치료를(체내림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체내림집 들락거리기를 반복했지만 체한 속은 좀처럼 낫지 않았고 급기야 정 씨는 목구멍에서 출혈을 일으켰습니다. 부랴부랴 뒤늦게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정 씨의 몸은 망가질 만큼 망가진 뒤였습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식도에 염증이 너무 심해서 식도협착 증상을 보였던 환자입니다. (식도에 염증이 생겼다가) 불완전하게 치료를 받고 나서 또 염증이 생기고 불완전한 치료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자극을 통해서 식도협착 같은 중한 병이 생겼을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성업중인 체내림집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5곳에 이릅니다. 의료 지식에 어두운 50~60대 장년층 가운데 체내림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변 상인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체내림 시술소가 생긴 지) 굉장히 오래됐어요. 60,70년대 그때부터...” <인터뷰>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체 내리는 건 아주 일등이에요. 서울, 부산에서도 오고 일본에서도 와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로 환자들에게 체내림 효과를 설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체내림 시술 경험자 (음성변조) : “원래 육식을 안 좋아해요. (그런데도 목구멍 속에서) 고기를 세 덩어리나 꺼내는 거예요. 그래서 ‘어머 무슨 고기예요? 나는 고기 안 먹었는데’라고 해도 옛날에 먹었던 게 걸렸던 걸 빼내는 거래요. 옛날에, 10년 전에 먹었던 것도 (소화가 안돼서) 안 내려가고 여기(위장에) 붙어있으면 그걸 꺼내는 거래요.” 과연 체내림 시술이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전문의들은 구토를 통해 체하게 만든 음식물을 꺼내 눈앞에 보여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상현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보통 체내림 시술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체하게 만든 음식을 목구멍으로 빼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있을 수가 없고, 혹여 위 무력증이 아주 심한 환자들 중에서 음식물이 위 내에 오랜 시간 정체될 수는 있지만 ‘덩어리’로 빼낸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체내림 시술을 반복할 경우 소화기관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합니다. <인터뷰> 송치욱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일단 비위생적이죠. 그리고 구강이나 식도에 과도한 자극을 주다 보면 상처가 날 수 있고요. 또 심하면 출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이 뭐냐 하면, 조기에 치료가 필요한 원인 질환을 간과함으로써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의들은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사라지지 않거나 헛구역질이 반복될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송치욱 박사(소화기 내과 전문의) : “위 내시경이나 식도 조영술, 위 조영술을 해서 이상이 없다고 판정이 되면 기능성 위장질환으로 간주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학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체내림 시술이 은밀히 성행하면서 가뜩이나 소화기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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