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김정철, 싱가포르에 나타나다

입력 2011.02.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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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방문한 모습을 KBS가 단독취재했습니다.

김정철은 영국 출신 팝스타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습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최문종 기자! (네, 싱가포르입니다.)

<질문>

최 기자, 직접 본 김정철의 모습, 어땠습니까?

<답변>

네, 김정철은 어젯밤 에릭 클랩튼의 콘서트가 있었던 싱가포르 실내 스타디움을 찾았습니다.

김정철은 일행 20여 명에 둘러싸여 공연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철은 검은색 바지와 깃 없는 반 팔 티셔츠를 입은 간소한 차림새였습니다.

일행 가운데는 붉은 꽃을 든 여성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촬영을 시작하며, 김정철인지를 직접 물었는데요.

일행 중에 경호 담당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영어로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김정철을 몸으로 가리고 접근을 막았습니다.

이들은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는가 하면, 촬영을 하지 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김정철은 이 틈을 타 곧바로 선글라스를 쓰고 공연장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재빠르게 올라가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질문>

이렇게 김정철이 모습을 드러낸 것, 상당히 오랜만 아닙니까?

어떻게 언론에 포착된 거죠?

<답변>

네, 김정철이 이렇게 공개 석상에서 언론 앞에 나타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입니다.

당시에도 독일에서 있었던 에릭 클랩튼 공연을 보러 왔다가 언론에 노출됐는데요.

취재진은 이번 주에 아시아 지역에서 에릭 클랩튼 콘서트가 열린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열성팬인 김정철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건데, 현지 소식통을 통해 그런 첩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싱가포르로 향했습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김정철이 나타나면서 사실이 됐고요.

김정철은 공연장에서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친구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평범한 젊은이의 모습으로 공연을 즐겼습니다.

김정철은 2007년에는 에릭 클랩튼의 평양 공연을 추진하기도 하는 등, 서구의 팝 음악, 특히 에릭 클랩튼에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문>

김정철은 북한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형 아닙니까?

정치보다는 음악에 훨씬 관심이 있어 보이네요.

<답변>

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은 올해 31살입니다.

김 위원장과 셋째 부인인 고영희 사이에 낳은 아들로 후계자로 지정된 김정은의 바로 위 형입니다.

지난 1993년부터 98년까지 박철이란 가명으로 스위스 베른에서 김정은과 유학했고요.

성격이 다소 내성적인데다가, 이번처럼 유명 팝 가수의 공연을 찾아다니는 등 정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후계자인 동생 김정은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 바로 내일 아닙니까?

게다가 북한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번 콘서트 관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변>

김정은으로의 후계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된 것 아닌가,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우상화에 열중하고 있고, 김정은 후계체제를 한껏 다져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 만큼, 이런 중요한 시기에 김정철이 외유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동생의 후계작업을 지원해온 김정철의 역할이 다급한 단계를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철이 서방의 자본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외유에 나섰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경우 타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난 2006년, 에릭 클랩튼 콘서트를 보러 베를린을 갔다가 일본 방송에 노출된 것이 후계자 후보에서 탈락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반 북한 주민과 지도층 사이에 위화감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 KBS 뉴스 최문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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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김정철, 싱가포르에 나타나다
    • 입력 2011-02-16 0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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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방문한 모습을 KBS가 단독취재했습니다. 김정철은 영국 출신 팝스타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습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최문종 기자! (네, 싱가포르입니다.) <질문> 최 기자, 직접 본 김정철의 모습, 어땠습니까? <답변> 네, 김정철은 어젯밤 에릭 클랩튼의 콘서트가 있었던 싱가포르 실내 스타디움을 찾았습니다. 김정철은 일행 20여 명에 둘러싸여 공연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철은 검은색 바지와 깃 없는 반 팔 티셔츠를 입은 간소한 차림새였습니다. 일행 가운데는 붉은 꽃을 든 여성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촬영을 시작하며, 김정철인지를 직접 물었는데요. 일행 중에 경호 담당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영어로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김정철을 몸으로 가리고 접근을 막았습니다. 이들은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는가 하면, 촬영을 하지 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김정철은 이 틈을 타 곧바로 선글라스를 쓰고 공연장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재빠르게 올라가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질문> 이렇게 김정철이 모습을 드러낸 것, 상당히 오랜만 아닙니까? 어떻게 언론에 포착된 거죠? <답변> 네, 김정철이 이렇게 공개 석상에서 언론 앞에 나타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입니다. 당시에도 독일에서 있었던 에릭 클랩튼 공연을 보러 왔다가 언론에 노출됐는데요. 취재진은 이번 주에 아시아 지역에서 에릭 클랩튼 콘서트가 열린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열성팬인 김정철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건데, 현지 소식통을 통해 그런 첩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싱가포르로 향했습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김정철이 나타나면서 사실이 됐고요. 김정철은 공연장에서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친구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평범한 젊은이의 모습으로 공연을 즐겼습니다. 김정철은 2007년에는 에릭 클랩튼의 평양 공연을 추진하기도 하는 등, 서구의 팝 음악, 특히 에릭 클랩튼에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문> 김정철은 북한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형 아닙니까? 정치보다는 음악에 훨씬 관심이 있어 보이네요. <답변> 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은 올해 31살입니다. 김 위원장과 셋째 부인인 고영희 사이에 낳은 아들로 후계자로 지정된 김정은의 바로 위 형입니다. 지난 1993년부터 98년까지 박철이란 가명으로 스위스 베른에서 김정은과 유학했고요. 성격이 다소 내성적인데다가, 이번처럼 유명 팝 가수의 공연을 찾아다니는 등 정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후계자인 동생 김정은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 바로 내일 아닙니까? 게다가 북한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번 콘서트 관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변> 김정은으로의 후계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된 것 아닌가,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우상화에 열중하고 있고, 김정은 후계체제를 한껏 다져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 만큼, 이런 중요한 시기에 김정철이 외유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동생의 후계작업을 지원해온 김정철의 역할이 다급한 단계를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철이 서방의 자본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외유에 나섰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경우 타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난 2006년, 에릭 클랩튼 콘서트를 보러 베를린을 갔다가 일본 방송에 노출된 것이 후계자 후보에서 탈락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반 북한 주민과 지도층 사이에 위화감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 KBS 뉴스 최문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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