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술 때문에 패혈증에 자살까지…
입력 2011.02.21 (09:00)
수정 2011.02.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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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부 알코올 중독,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알콜의존증 때문에 심지어 패혈증까지 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주부들이 술에 빠져드는 이유가 뭔가요?
<리포트>
이른바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하죠.
온갖 정성으로 뒷바라지하던 자녀들이 직장이나 결혼 때문에 집을 떠나고 나면 유독 허탈감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한두 잔 마시기 시작한 술은 금세 한 병 두 병으로 급격히 늘어나곤 합니다.
나는 아니겠지, 가족들도 쉬쉬하다 보면 치료 시기를 놓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져듭니다.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부마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11월, 주부 41살 김모 씨는 알코올의존증 치료병원에 입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하루에 소주 2병꼴로 술을 마신 끝에 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고 패혈증까지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전용준(박사/내과 전문의) : “간경화를 가지고 계신 분이셨기 때문에 간경화의 합병증 유무를 검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2009년도에 패혈증을 앓으셨는데 알코올에 의해 간경화가 오면 몸의 면역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되어 패혈증이 오기 쉬운 상태가 되는 거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김 씨는 술은 입에도 댈 줄 모르던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남편이 직장 일 때문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텅 빈 집에 홀로 남은 김 씨는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아들도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였어요). 그 시기가 사춘기라서 많이 힘들었었고, 저 또한 (힘들어서)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는 것도 마시는 그 순간뿐이었고 한 잔, 두 잔 홀짝이던 주량은 3병, 4병으로 걷잡을 수 없이 늘었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아침에 일어나서 술기운이 좀 빠지고 나면 온몸이 떨리고 땀이 나고 불안하고 그러니까 술을 사다가 마실 수밖에 없는 그런 지경까지 됐는데 술을 안 먹을 때는 그냥 혼자 뭘 할 수가 없고 우선은 불안하니까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뒤늦게 아내가 술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황달 증세까지 나타나자 황급히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남편이 (저에게서) 술 냄새가 약간 난다고 하고 제가 행동이 조금 흔들리거나 말이 좀 어눌하거나 그럴 때 (의심스러운)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렇게 저를 믿은 거죠."
알코올의존증을 겪는 주부 환자들 가운데는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도 또다시 술에 빠져드는 악순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47살 주부 최모 씨는 지난 2009년 이후 두 차례나 병원에 입원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퇴원하기가 무섭게 또다시 술에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시댁과의 갈등이라든지, 남편과 성격적으로 안 맞는 문제로 갈등을 상당히 많이 하시다가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불면증이 찾아왔습니다. 불면증이 찾아왔을 때 일반적으로 남편 분들이 ‘술 한 잔 먹어봐라, 그럼 잠이 잘 온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이 분 같은 경우에도 남편이 남겨놓은 술을 한 잔 두 잔 먹으면서 불면증을 이겨내다가 결국엔 알코올 중독이 되어서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경우입니다.”
처음엔 최 씨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 적극적이었지만 퇴원 뒤에도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자 가족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유지형(지부장/전국 응급환자 이송단 영등포 지부) : “저희도 단골이 있죠. 퇴원해서 하루 이틀 있다가 또 술 먹고 그러니까 한 10일, 아니면 1주일 이런 식으로 입원을 했다가 퇴원하고 그런 일이 다반사가 되는데 그러다 보면 가족하고의 관계가 완전히 결여되더라고요.”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아도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에 최 씨는 우울증마저 앓게 됐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나중에 재발을 했는데 가족 분들이 굉장히 비난만 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나중에는 그 분이 술을 많이 드시고 우울증이 심각해져서 자살에 이르게 된 그런 케이스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주부를 포함해 알코올의존증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는 여성은 지난 2005년 9600명에서 2009년 만3천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4, 50대 주부들이라고 전문의와 상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주부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결혼해서 내보내게 되면 (집에) 혼자 남게 됩니다. 남편은 직장으로 출근하게 되고 주부가 혼자 있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을 ‘빈 둥지 증후군’이라 합니다.”
주부들은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에 빠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유독 많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대개 남성이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 모든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그 남성을 치료해 주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 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부가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는 쉬쉬하고 감추고 또는 창피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료받는 시기가 상당히 늦어지고 적당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술을 마시게 된 동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를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는 한 주부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주부 알코올 중독,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알콜의존증 때문에 심지어 패혈증까지 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주부들이 술에 빠져드는 이유가 뭔가요?
<리포트>
이른바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하죠.
온갖 정성으로 뒷바라지하던 자녀들이 직장이나 결혼 때문에 집을 떠나고 나면 유독 허탈감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한두 잔 마시기 시작한 술은 금세 한 병 두 병으로 급격히 늘어나곤 합니다.
나는 아니겠지, 가족들도 쉬쉬하다 보면 치료 시기를 놓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져듭니다.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부마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11월, 주부 41살 김모 씨는 알코올의존증 치료병원에 입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하루에 소주 2병꼴로 술을 마신 끝에 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고 패혈증까지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전용준(박사/내과 전문의) : “간경화를 가지고 계신 분이셨기 때문에 간경화의 합병증 유무를 검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2009년도에 패혈증을 앓으셨는데 알코올에 의해 간경화가 오면 몸의 면역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되어 패혈증이 오기 쉬운 상태가 되는 거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김 씨는 술은 입에도 댈 줄 모르던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남편이 직장 일 때문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텅 빈 집에 홀로 남은 김 씨는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아들도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였어요). 그 시기가 사춘기라서 많이 힘들었었고, 저 또한 (힘들어서)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는 것도 마시는 그 순간뿐이었고 한 잔, 두 잔 홀짝이던 주량은 3병, 4병으로 걷잡을 수 없이 늘었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아침에 일어나서 술기운이 좀 빠지고 나면 온몸이 떨리고 땀이 나고 불안하고 그러니까 술을 사다가 마실 수밖에 없는 그런 지경까지 됐는데 술을 안 먹을 때는 그냥 혼자 뭘 할 수가 없고 우선은 불안하니까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뒤늦게 아내가 술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황달 증세까지 나타나자 황급히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남편이 (저에게서) 술 냄새가 약간 난다고 하고 제가 행동이 조금 흔들리거나 말이 좀 어눌하거나 그럴 때 (의심스러운)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렇게 저를 믿은 거죠."
알코올의존증을 겪는 주부 환자들 가운데는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도 또다시 술에 빠져드는 악순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47살 주부 최모 씨는 지난 2009년 이후 두 차례나 병원에 입원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퇴원하기가 무섭게 또다시 술에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시댁과의 갈등이라든지, 남편과 성격적으로 안 맞는 문제로 갈등을 상당히 많이 하시다가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불면증이 찾아왔습니다. 불면증이 찾아왔을 때 일반적으로 남편 분들이 ‘술 한 잔 먹어봐라, 그럼 잠이 잘 온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이 분 같은 경우에도 남편이 남겨놓은 술을 한 잔 두 잔 먹으면서 불면증을 이겨내다가 결국엔 알코올 중독이 되어서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경우입니다.”
처음엔 최 씨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 적극적이었지만 퇴원 뒤에도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자 가족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유지형(지부장/전국 응급환자 이송단 영등포 지부) : “저희도 단골이 있죠. 퇴원해서 하루 이틀 있다가 또 술 먹고 그러니까 한 10일, 아니면 1주일 이런 식으로 입원을 했다가 퇴원하고 그런 일이 다반사가 되는데 그러다 보면 가족하고의 관계가 완전히 결여되더라고요.”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아도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에 최 씨는 우울증마저 앓게 됐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나중에 재발을 했는데 가족 분들이 굉장히 비난만 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나중에는 그 분이 술을 많이 드시고 우울증이 심각해져서 자살에 이르게 된 그런 케이스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주부를 포함해 알코올의존증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는 여성은 지난 2005년 9600명에서 2009년 만3천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4, 50대 주부들이라고 전문의와 상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주부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결혼해서 내보내게 되면 (집에) 혼자 남게 됩니다. 남편은 직장으로 출근하게 되고 주부가 혼자 있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을 ‘빈 둥지 증후군’이라 합니다.”
주부들은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에 빠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유독 많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대개 남성이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 모든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그 남성을 치료해 주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 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부가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는 쉬쉬하고 감추고 또는 창피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료받는 시기가 상당히 늦어지고 적당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술을 마시게 된 동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를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는 한 주부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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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술 때문에 패혈증에 자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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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02-21 09:00:18
- 수정2011-02-21 09:41:36
<앵커 멘트>
주부 알코올 중독,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알콜의존증 때문에 심지어 패혈증까지 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주부들이 술에 빠져드는 이유가 뭔가요?
<리포트>
이른바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하죠.
온갖 정성으로 뒷바라지하던 자녀들이 직장이나 결혼 때문에 집을 떠나고 나면 유독 허탈감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한두 잔 마시기 시작한 술은 금세 한 병 두 병으로 급격히 늘어나곤 합니다.
나는 아니겠지, 가족들도 쉬쉬하다 보면 치료 시기를 놓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져듭니다.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부마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11월, 주부 41살 김모 씨는 알코올의존증 치료병원에 입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하루에 소주 2병꼴로 술을 마신 끝에 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고 패혈증까지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전용준(박사/내과 전문의) : “간경화를 가지고 계신 분이셨기 때문에 간경화의 합병증 유무를 검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2009년도에 패혈증을 앓으셨는데 알코올에 의해 간경화가 오면 몸의 면역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되어 패혈증이 오기 쉬운 상태가 되는 거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김 씨는 술은 입에도 댈 줄 모르던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남편이 직장 일 때문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텅 빈 집에 홀로 남은 김 씨는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아들도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였어요). 그 시기가 사춘기라서 많이 힘들었었고, 저 또한 (힘들어서)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는 것도 마시는 그 순간뿐이었고 한 잔, 두 잔 홀짝이던 주량은 3병, 4병으로 걷잡을 수 없이 늘었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아침에 일어나서 술기운이 좀 빠지고 나면 온몸이 떨리고 땀이 나고 불안하고 그러니까 술을 사다가 마실 수밖에 없는 그런 지경까지 됐는데 술을 안 먹을 때는 그냥 혼자 뭘 할 수가 없고 우선은 불안하니까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뒤늦게 아내가 술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황달 증세까지 나타나자 황급히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인터뷰>김모 씨(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 : "남편이 (저에게서) 술 냄새가 약간 난다고 하고 제가 행동이 조금 흔들리거나 말이 좀 어눌하거나 그럴 때 (의심스러운)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렇게 저를 믿은 거죠."
알코올의존증을 겪는 주부 환자들 가운데는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도 또다시 술에 빠져드는 악순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47살 주부 최모 씨는 지난 2009년 이후 두 차례나 병원에 입원해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퇴원하기가 무섭게 또다시 술에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시댁과의 갈등이라든지, 남편과 성격적으로 안 맞는 문제로 갈등을 상당히 많이 하시다가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불면증이 찾아왔습니다. 불면증이 찾아왔을 때 일반적으로 남편 분들이 ‘술 한 잔 먹어봐라, 그럼 잠이 잘 온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이 분 같은 경우에도 남편이 남겨놓은 술을 한 잔 두 잔 먹으면서 불면증을 이겨내다가 결국엔 알코올 중독이 되어서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경우입니다.”
처음엔 최 씨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알코올 의존증 치료에 적극적이었지만 퇴원 뒤에도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자 가족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유지형(지부장/전국 응급환자 이송단 영등포 지부) : “저희도 단골이 있죠. 퇴원해서 하루 이틀 있다가 또 술 먹고 그러니까 한 10일, 아니면 1주일 이런 식으로 입원을 했다가 퇴원하고 그런 일이 다반사가 되는데 그러다 보면 가족하고의 관계가 완전히 결여되더라고요.”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아도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에 최 씨는 우울증마저 앓게 됐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나중에 재발을 했는데 가족 분들이 굉장히 비난만 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나중에는 그 분이 술을 많이 드시고 우울증이 심각해져서 자살에 이르게 된 그런 케이스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주부를 포함해 알코올의존증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는 여성은 지난 2005년 9600명에서 2009년 만3천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4, 50대 주부들이라고 전문의와 상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주부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결혼해서 내보내게 되면 (집에) 혼자 남게 됩니다. 남편은 직장으로 출근하게 되고 주부가 혼자 있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을 ‘빈 둥지 증후군’이라 합니다.”
주부들은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에 빠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유독 많습니다.
<인터뷰>이종섭(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대개 남성이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 모든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그 남성을 치료해 주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 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부가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는 쉬쉬하고 감추고 또는 창피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료받는 시기가 상당히 늦어지고 적당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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