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국정원 직원이 인니 특사단 숙소 침입”

입력 2011.02.2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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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정원이 또 사고를 친 듯 합니다. 인도네시아 특사의 호텔방에 침입한 괴한은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적 망신은 물론 외교적 분쟁도 우려됩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송영석 기자, 국정원 첩보활동이 리비아에서 문제가 된게 얼마전인데 이번일 국정원이 한 일이라기엔 너무 어설퍼서 믿기지가 않는군요?

<답변>
네, 그렇죠.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괴한들이 침입한 사건에 국정원 직원들이 연루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에 이어서 여권의 한 관계자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여권 관계자는 이들이 수집하려던 정보가 국산 고등훈련기인 T 50 등, 방산 관련 정보였다.

단순 정보를 취득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도 당시, 침입자들이 방산 분야 정보를 노렸다고 보고, 국방부와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방부는 기무사 등 군당국은 이번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같은 사실이 인도네시아 측에 설명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이 터진 후에 참고로 알고는 있었다고 했습니다.

<질문>
의혹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 사실 무근이라면 발끈해야할 일인데, 어떻습니까?

<답변>
국정원은 "현 단계에서는 공표할 내용이 없다"며 공개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공보 분야 실무자들을 통해 "현재로서는 국정원 직원이 루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업스파이 사건 경우, 통상적으로 정보기관은 대응하지 않는다는 관례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최종적인 사실관계 규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질문>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부실 수사 논란도 있어왔는데 국정원 연루설이 터지면서부턴 아주 난감해하고 있죠?

<답변>
네,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은 경찰 수사 초기부터 포착이 됐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7일 새벽에 국정원 직원 1명이 수사를 맡은 남대문경찰서를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남대문경찰서 상황실장:"국정원직원은 그런 내용을 듣고 중요한 내용이니 보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서 수사는 뒷북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어왔습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나서 호텔 측에 CCTV를 요청했고, 닷새가 지난 오늘에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질 복원을 의뢰했습니다.

게다가 CCTV로는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경찰 설명과 달리,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의 화질이 아주 좋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입니다.

<녹취> 호텔 관계자(음성변조):"(인물과 카메라가)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까 엘리베이터가 좁은 공간이라 누군지 알아 볼 정도로 (화 면에)보이는데…"

경찰은 또 사건 목격자인 호텔 직원들을 상대로 아직까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오늘 국정원 직원이 국익을 위해 침입했다면 처벌할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수사에 매우 난감한 입장임을 드러냈습니다.

<질문>
이번에 빼돌리려던 정보들이 우리 정부의 현안인 방위산업과 관련된 것들인데 정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네, 정부는 이번 일이 현안인 방산 수출 협상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산 고등훈련기 수출 건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간 방위산업 협력의 최대 현안입니다.

인도네시아 측이 조만간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정할 예정인데 우리나라의 T-50과 러시아의 야크 130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이 2백40억 원에 이르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은 올해 우리나라 전체 방산 수출 목표의 1/4을 차지하는 전략 품목 가운데 하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음달 감찰위원회를 열어 고등 훈련기 도입 사업의 공정한 진행 여부와 평가방법 등을 점검할 계획인데, 이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건도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우리 외교부에 사실관계를 정보기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해놓은 상탭니다.

정부 내에서는 특사단이 기분 좋게 한국을 떠나 외교적 파장이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들이 계속 드러난다면, 얼마든지 상황은 달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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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국정원 직원이 인니 특사단 숙소 침입”
    • 입력 2011-02-21 23: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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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정원이 또 사고를 친 듯 합니다. 인도네시아 특사의 호텔방에 침입한 괴한은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적 망신은 물론 외교적 분쟁도 우려됩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송영석 기자, 국정원 첩보활동이 리비아에서 문제가 된게 얼마전인데 이번일 국정원이 한 일이라기엔 너무 어설퍼서 믿기지가 않는군요? <답변> 네, 그렇죠.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괴한들이 침입한 사건에 국정원 직원들이 연루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에 이어서 여권의 한 관계자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여권 관계자는 이들이 수집하려던 정보가 국산 고등훈련기인 T 50 등, 방산 관련 정보였다. 단순 정보를 취득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도 당시, 침입자들이 방산 분야 정보를 노렸다고 보고, 국방부와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방부는 기무사 등 군당국은 이번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같은 사실이 인도네시아 측에 설명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이 터진 후에 참고로 알고는 있었다고 했습니다. <질문> 의혹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 사실 무근이라면 발끈해야할 일인데, 어떻습니까? <답변> 국정원은 "현 단계에서는 공표할 내용이 없다"며 공개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공보 분야 실무자들을 통해 "현재로서는 국정원 직원이 루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업스파이 사건 경우, 통상적으로 정보기관은 대응하지 않는다는 관례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최종적인 사실관계 규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질문>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부실 수사 논란도 있어왔는데 국정원 연루설이 터지면서부턴 아주 난감해하고 있죠? <답변> 네,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은 경찰 수사 초기부터 포착이 됐습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7일 새벽에 국정원 직원 1명이 수사를 맡은 남대문경찰서를 찾았다고 합니다. <녹취>남대문경찰서 상황실장:"국정원직원은 그런 내용을 듣고 중요한 내용이니 보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서 수사는 뒷북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어왔습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나서 호텔 측에 CCTV를 요청했고, 닷새가 지난 오늘에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질 복원을 의뢰했습니다. 게다가 CCTV로는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경찰 설명과 달리,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의 화질이 아주 좋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입니다. <녹취> 호텔 관계자(음성변조):"(인물과 카메라가)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까 엘리베이터가 좁은 공간이라 누군지 알아 볼 정도로 (화 면에)보이는데…" 경찰은 또 사건 목격자인 호텔 직원들을 상대로 아직까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오늘 국정원 직원이 국익을 위해 침입했다면 처벌할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수사에 매우 난감한 입장임을 드러냈습니다. <질문> 이번에 빼돌리려던 정보들이 우리 정부의 현안인 방위산업과 관련된 것들인데 정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네, 정부는 이번 일이 현안인 방산 수출 협상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산 고등훈련기 수출 건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간 방위산업 협력의 최대 현안입니다. 인도네시아 측이 조만간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정할 예정인데 우리나라의 T-50과 러시아의 야크 130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이 2백40억 원에 이르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은 올해 우리나라 전체 방산 수출 목표의 1/4을 차지하는 전략 품목 가운데 하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음달 감찰위원회를 열어 고등 훈련기 도입 사업의 공정한 진행 여부와 평가방법 등을 점검할 계획인데, 이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건도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우리 외교부에 사실관계를 정보기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해놓은 상탭니다. 정부 내에서는 특사단이 기분 좋게 한국을 떠나 외교적 파장이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들이 계속 드러난다면, 얼마든지 상황은 달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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