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리비아 사태 종착점은

입력 2011.02.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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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반(反) 정부 시위 사태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진영과 반군 세력 간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으로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는 지난 15일 제2도시 벵가지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반 정부 시위를 벌이면서 촉발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앞서 11일, 30년 간의 철권 통치를 끝으로 반 정부 시위에 굴복하고 권좌에서 물러나자 리비아에서도 카다피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위대는 초기에는 정예부대와 민병대를 총동원한 카다피 진영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42년째 정권을 장악하며 세계에서 최장기간 집권하고 있는 카다피는 지난 18일부터 정예부대인 카미스 여단 및 아프리카 용병이 포함된 민병대를 동원, 무자비하게 시위를 진압했다.

AK소총과 칼, 심지어 대공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한 카다피 친위대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무차별 난사했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시위 5일 만에 이미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인권단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카다피는 지난 22일에는 대 국민 연설을 통해, 권좌에서 물러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정면 거부하고 "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시위대와) 싸울 것"이라며 정권 수호에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시위대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시위대는 제2도시인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과 튀니지 국경 근처 즈와라 등 서부지역까지 장악하면서 카다피를 압박했다.

시위대는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군인들의 지원과 군으로부터 탈취한 무기 등을 확보하면서 순식간에 `반군' 세력으로 변모했다.

`혁명군'을 자처하는 시위대는 로켓 추진형 유탄발사기, 대공포 등 중화기와 자동화 무기까지 확보하면서 군사력을 키웠고 장악 지역에서는 새로운 자치위원회를 설치하며 지지기반을 넓혀 갔다.

리비아 전체 지역의 8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반 정부 세력은 지난 25일에는 수도 트리폴리에 진격해 카다피 친위대와 일전을 불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카다피 진영은 예상했던 것처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카다피 진영은 지난 25일 대규모 병력을 동원, 트리폴리로 향하는 도로들을 일제히 틀어막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반군의 트리폴리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트리폴리 시내에서 수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반 정부 시위 또한 무차별 총격을 서슴지 않는 카다피 친위대의 유혈 진압으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카다피는 시위 사태 이후 트리폴리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반 정부 시위를 진압한 뒤 이날 오후 녹색광장 인근 요새에 등장, "우리는 적들을 상대로 승리할 것"이라고 외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양 진영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다시 한번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카다피 진영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지원하는 용병을 공수받으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초 2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마타벨레랜드 대학살' 당시 반군을 진압하며 악명을 떨친 짐바브웨의 5여단 소속 병력 등은 최근 전세기로 리비아로 이동, 다른 국가 출신의 용병들과 합류했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에 맞서는 반군 세력 또한 수도 트리폴리로 다시 한 번 진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반군으로 돌아선 아흐메드 가트라니 준장은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정규군 일부와 저항세력으로 구성된 소규모 병력이 트리폴리 교외에 이미 도착했다"면서 시위대 지원을 위해 반군 병력의 트리폴리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진영이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리비아 반 정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카다피 진영은 트리폴리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제2도시인 벵가지 등 서부 지역을 반군 세력으로부터 당장 탈환할 여력이 없고, 반군 세력 또한 사태를 이끌어갈 만한 정당 등 대안세력 부재와 정예병력 열세로 인해 트리폴리 진격 감행에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비아 정국이 혼돈 속에서 장기 내전으로 이어지거나 부족별로 분열되는 제2의 소말리아가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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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전에 반전…리비아 사태 종착점은
    • 입력 2011-02-27 19:35:58
    연합뉴스
리비아 반(反) 정부 시위 사태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진영과 반군 세력 간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으로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는 지난 15일 제2도시 벵가지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반 정부 시위를 벌이면서 촉발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앞서 11일, 30년 간의 철권 통치를 끝으로 반 정부 시위에 굴복하고 권좌에서 물러나자 리비아에서도 카다피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위대는 초기에는 정예부대와 민병대를 총동원한 카다피 진영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42년째 정권을 장악하며 세계에서 최장기간 집권하고 있는 카다피는 지난 18일부터 정예부대인 카미스 여단 및 아프리카 용병이 포함된 민병대를 동원, 무자비하게 시위를 진압했다. AK소총과 칼, 심지어 대공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한 카다피 친위대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무차별 난사했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시위 5일 만에 이미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인권단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카다피는 지난 22일에는 대 국민 연설을 통해, 권좌에서 물러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정면 거부하고 "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시위대와) 싸울 것"이라며 정권 수호에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시위대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시위대는 제2도시인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과 튀니지 국경 근처 즈와라 등 서부지역까지 장악하면서 카다피를 압박했다. 시위대는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군인들의 지원과 군으로부터 탈취한 무기 등을 확보하면서 순식간에 `반군' 세력으로 변모했다. `혁명군'을 자처하는 시위대는 로켓 추진형 유탄발사기, 대공포 등 중화기와 자동화 무기까지 확보하면서 군사력을 키웠고 장악 지역에서는 새로운 자치위원회를 설치하며 지지기반을 넓혀 갔다. 리비아 전체 지역의 8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반 정부 세력은 지난 25일에는 수도 트리폴리에 진격해 카다피 친위대와 일전을 불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카다피 진영은 예상했던 것처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카다피 진영은 지난 25일 대규모 병력을 동원, 트리폴리로 향하는 도로들을 일제히 틀어막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반군의 트리폴리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트리폴리 시내에서 수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반 정부 시위 또한 무차별 총격을 서슴지 않는 카다피 친위대의 유혈 진압으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카다피는 시위 사태 이후 트리폴리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반 정부 시위를 진압한 뒤 이날 오후 녹색광장 인근 요새에 등장, "우리는 적들을 상대로 승리할 것"이라고 외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양 진영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다시 한번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카다피 진영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지원하는 용병을 공수받으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초 2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마타벨레랜드 대학살' 당시 반군을 진압하며 악명을 떨친 짐바브웨의 5여단 소속 병력 등은 최근 전세기로 리비아로 이동, 다른 국가 출신의 용병들과 합류했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에 맞서는 반군 세력 또한 수도 트리폴리로 다시 한 번 진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반군으로 돌아선 아흐메드 가트라니 준장은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정규군 일부와 저항세력으로 구성된 소규모 병력이 트리폴리 교외에 이미 도착했다"면서 시위대 지원을 위해 반군 병력의 트리폴리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진영이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리비아 반 정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카다피 진영은 트리폴리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제2도시인 벵가지 등 서부 지역을 반군 세력으로부터 당장 탈환할 여력이 없고, 반군 세력 또한 사태를 이끌어갈 만한 정당 등 대안세력 부재와 정예병력 열세로 인해 트리폴리 진격 감행에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비아 정국이 혼돈 속에서 장기 내전으로 이어지거나 부족별로 분열되는 제2의 소말리아가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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