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도제교육’의 그늘

입력 2011.03.0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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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유명 성악가 김인혜 교수의 제자에 대한 상습 폭행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김 교수 입에서 ‘반주자 나가, 커튼 쳐’라는 짧은 두 마디가 나오면 학생들은 공포에 떨었다고 합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 교수와 관련된 갖가지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제자들에게 캠프 참가를 강요하고 공연 입장권을 강매했다... 선물을 요구하고 사적인 모임에 제자들을 동원해 노래를 부르게 했다... 등 말입니다.



파장이 커지자 김 교수는 출연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소속 대학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교수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성악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도제식 교육’이 불가피하며, 자신도 그렇게 배웠고 배운 대로 가르칠 뿐이라며 “교육 방법일 뿐 폭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김 교수의 항변입니다.



김 교수의 사례가 여론화되자 전국 대학의 이곳저곳에서 비슷한 사례들에 대한 제보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제자들에게 온갖 모욕은 물론 손찌검까지 서슴지 않는 교수님들이 적지 않다는 군요. 학자나 전문가의 길을 걷기 위해 학위과정에 몸담는 순간 학생은 교수에 대해 절대약자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쳇말로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합니다. 교수나 전문가 그 분들이 바로 그런 과정을 견디고 그 지위에 오른 분들이고요. 그리고는 이른바 ‘도제교육’의 주역이 되는 거지요. 이런 풍토는 학계나 예술계의 파벌을 낳고 파벌 간 세력다툼으로 발전합니다. 교수들이 반목하면 제자들도 덩달아 반목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기기도 하고요. 이따금 연구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비열한 노동착취 추문도 들립니다.


민주교육의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서양 중세의 도제교육도 장인과 도제 사이의 인격적 관계를 전제로 했고, 기술교육과 인간교육이 병행돼 이루어졌으며, 장래의 지위를 보장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을 몸종 다루듯 하는 사이비 ‘도제교육’은 월권이며 인권침해일 뿐입니다.



당하고서도 알리지 못하는 대학사회의 특수성과 구조적 한계도 문젭니다. 대학사회에서 김 교수를 둘러싸고 한 때 비난이 빗발쳤지만, 이제는 자성과 함께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답니다.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일방적 종속관계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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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도제교육’의 그늘
    • 입력 2011-03-02 07: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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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유명 성악가 김인혜 교수의 제자에 대한 상습 폭행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김 교수 입에서 ‘반주자 나가, 커튼 쳐’라는 짧은 두 마디가 나오면 학생들은 공포에 떨었다고 합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 교수와 관련된 갖가지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제자들에게 캠프 참가를 강요하고 공연 입장권을 강매했다... 선물을 요구하고 사적인 모임에 제자들을 동원해 노래를 부르게 했다... 등 말입니다.

파장이 커지자 김 교수는 출연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소속 대학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교수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성악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도제식 교육’이 불가피하며, 자신도 그렇게 배웠고 배운 대로 가르칠 뿐이라며 “교육 방법일 뿐 폭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김 교수의 항변입니다.

김 교수의 사례가 여론화되자 전국 대학의 이곳저곳에서 비슷한 사례들에 대한 제보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제자들에게 온갖 모욕은 물론 손찌검까지 서슴지 않는 교수님들이 적지 않다는 군요. 학자나 전문가의 길을 걷기 위해 학위과정에 몸담는 순간 학생은 교수에 대해 절대약자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쳇말로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합니다. 교수나 전문가 그 분들이 바로 그런 과정을 견디고 그 지위에 오른 분들이고요. 그리고는 이른바 ‘도제교육’의 주역이 되는 거지요. 이런 풍토는 학계나 예술계의 파벌을 낳고 파벌 간 세력다툼으로 발전합니다. 교수들이 반목하면 제자들도 덩달아 반목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기기도 하고요. 이따금 연구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비열한 노동착취 추문도 들립니다.

민주교육의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서양 중세의 도제교육도 장인과 도제 사이의 인격적 관계를 전제로 했고, 기술교육과 인간교육이 병행돼 이루어졌으며, 장래의 지위를 보장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을 몸종 다루듯 하는 사이비 ‘도제교육’은 월권이며 인권침해일 뿐입니다.

당하고서도 알리지 못하는 대학사회의 특수성과 구조적 한계도 문젭니다. 대학사회에서 김 교수를 둘러싸고 한 때 비난이 빗발쳤지만, 이제는 자성과 함께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답니다.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일방적 종속관계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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