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잡귀 쫓는다며 어머니 ‘구타 살해’
입력 2011.03.16 (08:50)
수정 2011.03.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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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떻게 이런 이유로 가족을 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잡귀를 쫓는다며 70대 노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50대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아무리 귀신을 쫓는다지만 어떻게 살해까지 하게 된 건가요?
<리포트>
한 달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폭행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붙잡힌 무속인 50대 여성은 당당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신이 시켜서 한 일이다, 잡귀를 쫓지 않으면 새로운 신을 모실 수가 없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두 자녀들에게는 신을 받는 데 방해가 된다며 몇 달씩 물 한 방울 몸에 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자녀들도 어머니가 할머니를 구타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지난달 11일 경기도 수원의 한 119 구급대에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75살 노모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변재근(순경 / 수원서부경찰서 유천지구대) : “할머니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었고, (얼굴이) 누렇게 떠 있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숨은 안 쉬는 것 같다. (정씨가) 빨리 살려야 한다, 살려야 한다 어머니 죽으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 안에 있던 75살 조모 할머니는 이미 숨을 멈춘 뒤였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위해 조 씨 몸을 살피던 구급대원은 몸 이곳저곳에서 예사롭지 않은 멍 자국들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출동 소방대원 : “호흡, 맥박은 없었고요, 이마부위에 넓게 멍이 들어있는 흔적이 보였고요, 좌측 손 또한 멍이 심하게 들어있었습니다. 멍이 좀 광범위하게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119 구급대원으로부터 시신에 수상쩍은 멍 자국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경찰은 타살을 직감했습니다.
<녹취> 변재근(순경/수원서부경찰서 유천지구대) : “병원에서 의사소견으로는 그 (사망) 전에 몸에 타박상인가 그런 멍 자국이 있어서 이것을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저희도 현장보존을 하고 경찰서 형사팀이랑 감식반에 얘기를 해서 인계를 했거든요.”
경찰은 최초 신고자인 조 씨의 딸 51살 정모 씨 등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고 곧 미심쩍은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정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사흘 밖에 되지 않았고, 멍 자국은 자신이 어머니를 모셔오기 전 불량배들로부터 폭행당해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 “(사망) 3일전에 자기가 모셔왔다, 모셔올 때 이미 그와 같은 멍 자국이 있었다, (어머니가) 주변에 있는 깡패들한테 맞았다 그렇게 자기가 전해들었다라고 그렇게 변명을 했죠. 처음에는.”
사흘 전까지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며 정 씨가 지목한 집은 이미 지난해 겨울 무렵부터 전기와 가스 사용이 끊긴 채 몇 달째 비워져 있었습니다.
물증을 근거로 경찰이 추궁을 계속되자 정 씨는 어머니를 구타한 장본인이 자신임을 실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 씨가 털어놓은 범행 동기에 경찰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녹취>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 “자기 어머니 몸속에 ‘사’가 껴서 이 ‘사’를 내쫓아야만 신이 내려온 이렇게 생각을 했다하더라고요. (폭행을) 자백하고 나서도 (정씨가) ‘내가 한 행위라기보다 내 몸에 신이 들어와서 한 행위다’라고 지금도 얘기를 하거든요?”
정 씨는 10대 시절 이른바 신내림을 받은 뒤 40년 가까이 점집을 운영해 온 무속인이었습니다.
정 씨는 무속인들이 지닌 영험한 능력으로 통하는 이른바 신기가 지난해 여름 사라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갖은 노력에도 한 번 사라진 신기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었고 엉뚱하게도 모든 문제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잡귀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급기야 정 씨는 잡귀를 내쫓는다며 애꿎은 어머니를 한 달 전부터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정씨 딸 (음성변조) : “(어머니가 할머니를 때린 사실 알았나요?) 당연히 알죠. (할머니한테) ‘사’가 와갖고 그냥 이렇게 때리고 빼야 되니까 잡귀 나가라고 그렇게 (때리고) 한 거 밖에 없고요, 맨손 보다는 그냥 (잡귀) 빼느라고 (무속도구) 그런 걸로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 무렵이면 어머니를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신내림을 받는다며 온갖 소란을 피우는 통에 이웃 주민들도 예사롭지 않은 낌새를 눈치챈 지 오래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울기도 많이 울고, 무당이 왜 그렇게 우는지 몰라, 우리는 바깥에서 들으면 그렇게 울어. 시끄러워서 우리 막내아들이 밤일하고 오면 잠을 못자.”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돌아가신) 할머니도 오신거 보니까 (처음에는) 쌩쌩하더니 이즘엔 시름시름해서 기운이 없어지더라고. 힘이 없어보이더라고. (겨울쯤에요?) 네.”
정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어머니를 폭행했고 폭력은 거듭될수록 과격해졌습니다.
<녹취>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피의자가 새벽에 신기가 들리면 굉장히 과격해 진다고 하더라고요. 자녀들이/ 말리긴 말리는데, 말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삼지창이라는 길이가 한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무속도구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도 (폭행에) 사용했고, 그 다음에 대나무 막대기로 (때렸어요.)”
한 달 가까이 계속된 구타에 시달리던 정 씨 어머니 75살 조모 씨는 결국 지난달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숨지고 말았습니다. 멀쩡한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만들었지만 정 씨 본인은 물론 두 자녀들까지 당연한 일로 여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정씨 딸 (음성변조) : “엄마가 그렇게 잘못한 거 없어요. 엄마는 신을 모시는 제자고, 할머니는 원래 어릴 때부터 잡귀를 지녀와가지고 자기가 신인 줄 알고 (그랬어요.)”
정 씨와 함께 살던 12살 난 아들과 23살 난 딸은 이른바 부정을 탈 수 있다는 어머니 말에 눌려 지난 몇 달 동안 세수와 머리 감기를 멀리 한 채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고혁수(형사계장 / 수원 서부경찰서) : “어머니가 무속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애들 역시 그런 사상에 많이 빠져있어요. 아이가 씻지도 않고 이러니까요 몇 달 동안을. 신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씻어서는 안된다고 어머니가 얘기했다 (하더라고요.)”
경찰은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 씨의 두 자녀를 보호해 줄 사회 복지기관을 찾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이유로 가족을 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잡귀를 쫓는다며 70대 노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50대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아무리 귀신을 쫓는다지만 어떻게 살해까지 하게 된 건가요?
<리포트>
한 달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폭행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붙잡힌 무속인 50대 여성은 당당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신이 시켜서 한 일이다, 잡귀를 쫓지 않으면 새로운 신을 모실 수가 없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두 자녀들에게는 신을 받는 데 방해가 된다며 몇 달씩 물 한 방울 몸에 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자녀들도 어머니가 할머니를 구타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지난달 11일 경기도 수원의 한 119 구급대에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75살 노모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변재근(순경 / 수원서부경찰서 유천지구대) : “할머니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었고, (얼굴이) 누렇게 떠 있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숨은 안 쉬는 것 같다. (정씨가) 빨리 살려야 한다, 살려야 한다 어머니 죽으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 안에 있던 75살 조모 할머니는 이미 숨을 멈춘 뒤였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위해 조 씨 몸을 살피던 구급대원은 몸 이곳저곳에서 예사롭지 않은 멍 자국들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출동 소방대원 : “호흡, 맥박은 없었고요, 이마부위에 넓게 멍이 들어있는 흔적이 보였고요, 좌측 손 또한 멍이 심하게 들어있었습니다. 멍이 좀 광범위하게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119 구급대원으로부터 시신에 수상쩍은 멍 자국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경찰은 타살을 직감했습니다.
<녹취> 변재근(순경/수원서부경찰서 유천지구대) : “병원에서 의사소견으로는 그 (사망) 전에 몸에 타박상인가 그런 멍 자국이 있어서 이것을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저희도 현장보존을 하고 경찰서 형사팀이랑 감식반에 얘기를 해서 인계를 했거든요.”
경찰은 최초 신고자인 조 씨의 딸 51살 정모 씨 등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고 곧 미심쩍은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정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사흘 밖에 되지 않았고, 멍 자국은 자신이 어머니를 모셔오기 전 불량배들로부터 폭행당해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 “(사망) 3일전에 자기가 모셔왔다, 모셔올 때 이미 그와 같은 멍 자국이 있었다, (어머니가) 주변에 있는 깡패들한테 맞았다 그렇게 자기가 전해들었다라고 그렇게 변명을 했죠. 처음에는.”
사흘 전까지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며 정 씨가 지목한 집은 이미 지난해 겨울 무렵부터 전기와 가스 사용이 끊긴 채 몇 달째 비워져 있었습니다.
물증을 근거로 경찰이 추궁을 계속되자 정 씨는 어머니를 구타한 장본인이 자신임을 실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 씨가 털어놓은 범행 동기에 경찰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녹취>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 “자기 어머니 몸속에 ‘사’가 껴서 이 ‘사’를 내쫓아야만 신이 내려온 이렇게 생각을 했다하더라고요. (폭행을) 자백하고 나서도 (정씨가) ‘내가 한 행위라기보다 내 몸에 신이 들어와서 한 행위다’라고 지금도 얘기를 하거든요?”
정 씨는 10대 시절 이른바 신내림을 받은 뒤 40년 가까이 점집을 운영해 온 무속인이었습니다.
정 씨는 무속인들이 지닌 영험한 능력으로 통하는 이른바 신기가 지난해 여름 사라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갖은 노력에도 한 번 사라진 신기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었고 엉뚱하게도 모든 문제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잡귀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급기야 정 씨는 잡귀를 내쫓는다며 애꿎은 어머니를 한 달 전부터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정씨 딸 (음성변조) : “(어머니가 할머니를 때린 사실 알았나요?) 당연히 알죠. (할머니한테) ‘사’가 와갖고 그냥 이렇게 때리고 빼야 되니까 잡귀 나가라고 그렇게 (때리고) 한 거 밖에 없고요, 맨손 보다는 그냥 (잡귀) 빼느라고 (무속도구) 그런 걸로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 무렵이면 어머니를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신내림을 받는다며 온갖 소란을 피우는 통에 이웃 주민들도 예사롭지 않은 낌새를 눈치챈 지 오래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울기도 많이 울고, 무당이 왜 그렇게 우는지 몰라, 우리는 바깥에서 들으면 그렇게 울어. 시끄러워서 우리 막내아들이 밤일하고 오면 잠을 못자.”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돌아가신) 할머니도 오신거 보니까 (처음에는) 쌩쌩하더니 이즘엔 시름시름해서 기운이 없어지더라고. 힘이 없어보이더라고. (겨울쯤에요?) 네.”
정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어머니를 폭행했고 폭력은 거듭될수록 과격해졌습니다.
<녹취>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피의자가 새벽에 신기가 들리면 굉장히 과격해 진다고 하더라고요. 자녀들이/ 말리긴 말리는데, 말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삼지창이라는 길이가 한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무속도구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도 (폭행에) 사용했고, 그 다음에 대나무 막대기로 (때렸어요.)”
한 달 가까이 계속된 구타에 시달리던 정 씨 어머니 75살 조모 씨는 결국 지난달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숨지고 말았습니다. 멀쩡한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만들었지만 정 씨 본인은 물론 두 자녀들까지 당연한 일로 여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정씨 딸 (음성변조) : “엄마가 그렇게 잘못한 거 없어요. 엄마는 신을 모시는 제자고, 할머니는 원래 어릴 때부터 잡귀를 지녀와가지고 자기가 신인 줄 알고 (그랬어요.)”
정 씨와 함께 살던 12살 난 아들과 23살 난 딸은 이른바 부정을 탈 수 있다는 어머니 말에 눌려 지난 몇 달 동안 세수와 머리 감기를 멀리 한 채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고혁수(형사계장 / 수원 서부경찰서) : “어머니가 무속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애들 역시 그런 사상에 많이 빠져있어요. 아이가 씻지도 않고 이러니까요 몇 달 동안을. 신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씻어서는 안된다고 어머니가 얘기했다 (하더라고요.)”
경찰은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 씨의 두 자녀를 보호해 줄 사회 복지기관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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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잡귀 쫓는다며 어머니 ‘구타 살해’
-
- 입력 2011-03-16 08:50:48
- 수정2011-03-16 10:01:01
<앵커 멘트>
어떻게 이런 이유로 가족을 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잡귀를 쫓는다며 70대 노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50대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아무리 귀신을 쫓는다지만 어떻게 살해까지 하게 된 건가요?
<리포트>
한 달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폭행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붙잡힌 무속인 50대 여성은 당당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신이 시켜서 한 일이다, 잡귀를 쫓지 않으면 새로운 신을 모실 수가 없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두 자녀들에게는 신을 받는 데 방해가 된다며 몇 달씩 물 한 방울 몸에 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자녀들도 어머니가 할머니를 구타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지난달 11일 경기도 수원의 한 119 구급대에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75살 노모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변재근(순경 / 수원서부경찰서 유천지구대) : “할머니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었고, (얼굴이) 누렇게 떠 있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숨은 안 쉬는 것 같다. (정씨가) 빨리 살려야 한다, 살려야 한다 어머니 죽으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 안에 있던 75살 조모 할머니는 이미 숨을 멈춘 뒤였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위해 조 씨 몸을 살피던 구급대원은 몸 이곳저곳에서 예사롭지 않은 멍 자국들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출동 소방대원 : “호흡, 맥박은 없었고요, 이마부위에 넓게 멍이 들어있는 흔적이 보였고요, 좌측 손 또한 멍이 심하게 들어있었습니다. 멍이 좀 광범위하게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119 구급대원으로부터 시신에 수상쩍은 멍 자국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경찰은 타살을 직감했습니다.
<녹취> 변재근(순경/수원서부경찰서 유천지구대) : “병원에서 의사소견으로는 그 (사망) 전에 몸에 타박상인가 그런 멍 자국이 있어서 이것을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저희도 현장보존을 하고 경찰서 형사팀이랑 감식반에 얘기를 해서 인계를 했거든요.”
경찰은 최초 신고자인 조 씨의 딸 51살 정모 씨 등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고 곧 미심쩍은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정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사흘 밖에 되지 않았고, 멍 자국은 자신이 어머니를 모셔오기 전 불량배들로부터 폭행당해 생겼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 “(사망) 3일전에 자기가 모셔왔다, 모셔올 때 이미 그와 같은 멍 자국이 있었다, (어머니가) 주변에 있는 깡패들한테 맞았다 그렇게 자기가 전해들었다라고 그렇게 변명을 했죠. 처음에는.”
사흘 전까지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며 정 씨가 지목한 집은 이미 지난해 겨울 무렵부터 전기와 가스 사용이 끊긴 채 몇 달째 비워져 있었습니다.
물증을 근거로 경찰이 추궁을 계속되자 정 씨는 어머니를 구타한 장본인이 자신임을 실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 씨가 털어놓은 범행 동기에 경찰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녹취>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 “자기 어머니 몸속에 ‘사’가 껴서 이 ‘사’를 내쫓아야만 신이 내려온 이렇게 생각을 했다하더라고요. (폭행을) 자백하고 나서도 (정씨가) ‘내가 한 행위라기보다 내 몸에 신이 들어와서 한 행위다’라고 지금도 얘기를 하거든요?”
정 씨는 10대 시절 이른바 신내림을 받은 뒤 40년 가까이 점집을 운영해 온 무속인이었습니다.
정 씨는 무속인들이 지닌 영험한 능력으로 통하는 이른바 신기가 지난해 여름 사라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갖은 노력에도 한 번 사라진 신기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었고 엉뚱하게도 모든 문제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잡귀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급기야 정 씨는 잡귀를 내쫓는다며 애꿎은 어머니를 한 달 전부터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정씨 딸 (음성변조) : “(어머니가 할머니를 때린 사실 알았나요?) 당연히 알죠. (할머니한테) ‘사’가 와갖고 그냥 이렇게 때리고 빼야 되니까 잡귀 나가라고 그렇게 (때리고) 한 거 밖에 없고요, 맨손 보다는 그냥 (잡귀) 빼느라고 (무속도구) 그런 걸로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 무렵이면 어머니를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신내림을 받는다며 온갖 소란을 피우는 통에 이웃 주민들도 예사롭지 않은 낌새를 눈치챈 지 오래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울기도 많이 울고, 무당이 왜 그렇게 우는지 몰라, 우리는 바깥에서 들으면 그렇게 울어. 시끄러워서 우리 막내아들이 밤일하고 오면 잠을 못자.”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돌아가신) 할머니도 오신거 보니까 (처음에는) 쌩쌩하더니 이즘엔 시름시름해서 기운이 없어지더라고. 힘이 없어보이더라고. (겨울쯤에요?) 네.”
정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어머니를 폭행했고 폭력은 거듭될수록 과격해졌습니다.
<녹취>고혁수(형사계장 / 수원서부경찰서) :“피의자가 새벽에 신기가 들리면 굉장히 과격해 진다고 하더라고요. 자녀들이/ 말리긴 말리는데, 말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삼지창이라는 길이가 한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무속도구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도 (폭행에) 사용했고, 그 다음에 대나무 막대기로 (때렸어요.)”
한 달 가까이 계속된 구타에 시달리던 정 씨 어머니 75살 조모 씨는 결국 지난달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숨지고 말았습니다. 멀쩡한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만들었지만 정 씨 본인은 물론 두 자녀들까지 당연한 일로 여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정씨 딸 (음성변조) : “엄마가 그렇게 잘못한 거 없어요. 엄마는 신을 모시는 제자고, 할머니는 원래 어릴 때부터 잡귀를 지녀와가지고 자기가 신인 줄 알고 (그랬어요.)”
정 씨와 함께 살던 12살 난 아들과 23살 난 딸은 이른바 부정을 탈 수 있다는 어머니 말에 눌려 지난 몇 달 동안 세수와 머리 감기를 멀리 한 채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고혁수(형사계장 / 수원 서부경찰서) : “어머니가 무속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애들 역시 그런 사상에 많이 빠져있어요. 아이가 씻지도 않고 이러니까요 몇 달 동안을. 신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씻어서는 안된다고 어머니가 얘기했다 (하더라고요.)”
경찰은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 씨의 두 자녀를 보호해 줄 사회 복지기관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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