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삶과 사후 ‘히어 애프터’

입력 2011.03.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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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死後)를 의미하는 ’히어 애프터’는 삶 속에 떠다니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81살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삶 속의 죽음과 죽음 속의 삶을 잇대어 보여주며 현실과 사후세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살면서도 주인공 조지(맷 데이먼)처럼 "끝없는 허공"을 밟아가는 무의미한 삶을 살 수 있고, 제이콕(프랭키 맥라렌)처럼 죽어서도 "아무렇게나 변신할 수 있는" 재밌는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영화는 사후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남자, 죽음을 본 적이 있는 여자, 가장 친밀한 사람의 죽음으로 넋을 잃은 아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30분간 전개된다.



조지(맷 데이먼)는 사후 세계를 볼 수 있는 심령술사다. 예전에는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돈도 꽤 벌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를 그만둔다.



자신의 능력을 재능이라기보다는 저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요리 수업을 함께 듣던 미모의 여성과 좋은 만남을 이어가지만 이번에도 과거를 귀신처럼 맞추는 몹쓸 재능 때문에 사랑을 놓친다.



직장에서도 정리해고된 그는 평소 좋아하는 찰스 디킨스의 고향, 영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음을 본 적이 있는 프랑스 여인 마리(세실 드 프랑스), 쌍둥이 형 제이콕을 잃은 영국인 마커스(조지 맥라렌)를 만나 새 출발 할 용기를 얻는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삽시간에 인도네시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과 실사를 이용해 사실적으로 그렸다.



해일에 쓰레기 더미와 가옥, 자동차, 그리고 인간이 휩쓸려가는 장면을 보면서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도호쿠(東北) 대지진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어 샌프란시스코, 파리, 런던에서 벌어지는 조지-마리-마커스의 사연을 차례차례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이스트우드 감독은 죽음의 이야기를 뒤섞고 변주하면서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요컨대, 이 영화를 음악으로 치자면 여러 성부를 이용해 혼돈과 질서를 오가는 다성음악(폴리포니)이라기보다는 단선율로 이뤄진 단음악(모노포니)에 가깝다. 죽음을 치장하지 않고, 단선적으로 바라보려는 감독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맷 데이먼이 등장하는 조지의 이야기는 특히나 눈길이 간다. 망자들을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수십 년을 죽음과 맞대고 살았을 고독한 그의 삶에 영화가 끝나고 나면 손이라도 뻗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이스트우드의 감독만큼 음악과 카메라의 움직임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감독도 드물다. 늘 그렇듯, 이번 영화에서도 음악과 카메라의 느린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여러 장면을 세공해냈다. 맷 데이먼과 세실 드 프랑스의 연기도 탄탄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3월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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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삶과 사후 ‘히어 애프터’
    • 입력 2011-03-16 16:23:13
    연합뉴스
사후(死後)를 의미하는 ’히어 애프터’는 삶 속에 떠다니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81살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삶 속의 죽음과 죽음 속의 삶을 잇대어 보여주며 현실과 사후세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살면서도 주인공 조지(맷 데이먼)처럼 "끝없는 허공"을 밟아가는 무의미한 삶을 살 수 있고, 제이콕(프랭키 맥라렌)처럼 죽어서도 "아무렇게나 변신할 수 있는" 재밌는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영화는 사후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남자, 죽음을 본 적이 있는 여자, 가장 친밀한 사람의 죽음으로 넋을 잃은 아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30분간 전개된다.

조지(맷 데이먼)는 사후 세계를 볼 수 있는 심령술사다. 예전에는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돈도 꽤 벌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를 그만둔다.

자신의 능력을 재능이라기보다는 저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요리 수업을 함께 듣던 미모의 여성과 좋은 만남을 이어가지만 이번에도 과거를 귀신처럼 맞추는 몹쓸 재능 때문에 사랑을 놓친다.

직장에서도 정리해고된 그는 평소 좋아하는 찰스 디킨스의 고향, 영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음을 본 적이 있는 프랑스 여인 마리(세실 드 프랑스), 쌍둥이 형 제이콕을 잃은 영국인 마커스(조지 맥라렌)를 만나 새 출발 할 용기를 얻는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삽시간에 인도네시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과 실사를 이용해 사실적으로 그렸다.

해일에 쓰레기 더미와 가옥, 자동차, 그리고 인간이 휩쓸려가는 장면을 보면서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도호쿠(東北) 대지진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어 샌프란시스코, 파리, 런던에서 벌어지는 조지-마리-마커스의 사연을 차례차례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이스트우드 감독은 죽음의 이야기를 뒤섞고 변주하면서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요컨대, 이 영화를 음악으로 치자면 여러 성부를 이용해 혼돈과 질서를 오가는 다성음악(폴리포니)이라기보다는 단선율로 이뤄진 단음악(모노포니)에 가깝다. 죽음을 치장하지 않고, 단선적으로 바라보려는 감독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맷 데이먼이 등장하는 조지의 이야기는 특히나 눈길이 간다. 망자들을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수십 년을 죽음과 맞대고 살았을 고독한 그의 삶에 영화가 끝나고 나면 손이라도 뻗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이스트우드의 감독만큼 음악과 카메라의 움직임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감독도 드물다. 늘 그렇듯, 이번 영화에서도 음악과 카메라의 느린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여러 장면을 세공해냈다. 맷 데이먼과 세실 드 프랑스의 연기도 탄탄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3월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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