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은 왔지만 멀고 먼 봄날…답답한 성묘길

입력 2011.03.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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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춘분인 어제는 일본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는데요.

지진 해일의 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지역에서는 어느 때보다 쓸쓸한 춘분을 맞았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진 해일이 휩쓸고 간 마을.

끈질긴 생명력으로 대재앙을 견딘 벚꽃 나무 한 그루가 꽃망울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폐허 속에 있는 주민들은 봄을 느낄 여유조차 없습니다.

춘분절을 맞아 마음을 추스르고 성묘에 나섰지만, 지진으로 망가진 조상의 묘를 보니 가슴만 더 아픕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비석을 바로 세우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습니다.

<인터뷰> 피해지역 성묘객 : "((조상님께) 어떤 말씀을 드렸나요?) 가족 모두 무사하다고 안심하시라고 말했습니다."

비가 그친 뒤에는 주민들끼리 모여 쓸만한 가재도구를 씻어 말립니다.

치우고 씻는 일이 일상이 돼 버린 요즘, 언제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피해지역 주민 :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죠..복구가 언제 될진 모르겠지만"

봄꽃이 피면, 함께 나들이를 가자던 남편은 여태 소식이 없습니다.

신발이 진흙 범벅이 되도록 남편이 있었을 만한 곳을 매일 돌아다녀 보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습니다.

<인터뷰> 오노데라 카린 : "참 좋은 사람이에요. 아기도 아빠를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와주면 좋겠어요."

완연한 봄의 문턱인 춘분이 됐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의 봄날은 멀기만 합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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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분은 왔지만 멀고 먼 봄날…답답한 성묘길
    • 입력 2011-03-22 0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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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춘분인 어제는 일본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는데요. 지진 해일의 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지역에서는 어느 때보다 쓸쓸한 춘분을 맞았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진 해일이 휩쓸고 간 마을. 끈질긴 생명력으로 대재앙을 견딘 벚꽃 나무 한 그루가 꽃망울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폐허 속에 있는 주민들은 봄을 느낄 여유조차 없습니다. 춘분절을 맞아 마음을 추스르고 성묘에 나섰지만, 지진으로 망가진 조상의 묘를 보니 가슴만 더 아픕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비석을 바로 세우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습니다. <인터뷰> 피해지역 성묘객 : "((조상님께) 어떤 말씀을 드렸나요?) 가족 모두 무사하다고 안심하시라고 말했습니다." 비가 그친 뒤에는 주민들끼리 모여 쓸만한 가재도구를 씻어 말립니다. 치우고 씻는 일이 일상이 돼 버린 요즘, 언제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피해지역 주민 :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죠..복구가 언제 될진 모르겠지만" 봄꽃이 피면, 함께 나들이를 가자던 남편은 여태 소식이 없습니다. 신발이 진흙 범벅이 되도록 남편이 있었을 만한 곳을 매일 돌아다녀 보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습니다. <인터뷰> 오노데라 카린 : "참 좋은 사람이에요. 아기도 아빠를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와주면 좋겠어요." 완연한 봄의 문턱인 춘분이 됐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의 봄날은 멀기만 합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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