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국책사업 결정, 자칫하면 적자 허덕

입력 2011.03.3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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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지화로 결론난 동남권 신공항은 사업비만 무려 10조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적자에 허덕이면서 국민 세금만 낭비하게 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경제성을 고려해서 백지화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먼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어떻게 추진돼 왔는지 그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송창언 기자입니다.

<리포트>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 상공인들의 건의에 따라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 검토를 지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내놨습니다.

대통령의 공약에다 지역을 의식한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지역 민심은 기대감으로 부풉니다.

2009년 정부가 압축한 후보지는 가덕도와 밀양.

부산은 가까운 가덕도를 밀고 대구, 경북, 경남은 밀양 유치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이른바 PK대 TK간 지역 대결 양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두 차례나 입지 선정 발표를 연기하고 청와대는 말을 아끼면서 유치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집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숙원 사업 해결에 매달리면서 지역 대결 구도를 더 부추겼습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점 재검토 발언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격화됐습니다.

결국 백지화로 결론나자 해당 지역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녹취>유승민(대구지역 의원) :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

<녹취>김정훈(부산지역 의원) :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국토 해양부장관은 사퇴해야"

하지만 국책 사업 유치를 둘러싼 지역간 대결 속에 정치의 갈등 조정 역할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문제는 공항 건설 같은 국책 사업이 경제성보다는 '지역 배려'라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추진돼 왔다는 건데요.

이러다보니 짓고 나면 수지가 안 맞아 개점 휴업 상태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지방 공항의 실태를 정길훈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호남권 거점 공항을 표방하며 지난 2천7년 문을 연 전남 무안국제공항입니다.

국제선 여객기 한 편이 이륙하고 나자 금세 썰렁해지고 환전소도 문을 닫습니다.

명색이 국제공항이지만 국제선은 일주일 내내 모두 여섯 편에 불과합니다.

국내선도 광주공항과 통합이 계속 미뤄지면서 일주일에 제주행 두 편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박형두(광주시 운남동) : "일단은 사람도 없고 제 생각엔 이건 국제공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개항 첫 해 12억 원을 시작으로 4년간 운영적자가 2백22억 원에 이릅니다.

연간 3백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지난 2002년 국제공항으로 개항한 강원도 양양공항입니다.

하지만, 지금 양양공항엔 김해를 오가는 정원 열아홉 명의 소형 항공기 단 한 편뿐입니다.

국제선 출국장은 아예 문을 닫았고 국내선 이용객은 하루에 고작 열 명 안팎입니다.

지난 9년 동안 양양공항의 누적 적자는 9백억 원, 지역 거점공항이 당초 예상과 달리 세금을 크게 축내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디지털 뉴스 룸에 있는 경제부 이병도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 기자, 우리나라에 있는 공항들의 경영 성적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공항은 인천공항을 빼면 모두 14곳입니다.

충청남도를 제외하곤 각 시도마다 하나 이상은 공항이 있는 셈인데요.

이용객은 없는데 지역 개발을 명분으로 공항만 짓다보니 김포와 김해, 제주 등 3곳을 빼곤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적자만 합쳐 5백억이 넘습니다.

모두 국민 세금입니다.

국책 사업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추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요.

지역 대결 구도나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국책 사업을 합리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곽희섭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신공항 입지 선정까지.

<녹취> 양승조(민주당 의원/지난해 6월29일) : "유령도시 운운과 플러스 알파 유치는 국민 협박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이회창(자유선진당 대표/지난 23일) : "공약대로 충청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해진(한나라당 의원) : "영남의 미래를 파탄시키고 지역을 절망에 빠뜨린 사람들은 사죄하고"

대선 공약이었던 국책사업마다 지역 갈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수조 원의 개발비용 때문에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들이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든 겁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갈등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고 그래서 더이상은 곤란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목진휴(국민대학교 교수) :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결정할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공모제인 국책사업 선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책사업을 총괄할 국가 기구를 만들거나 선정 매뉴얼을 제작해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고 투명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KBS 뉴스 곽희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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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점검] 국책사업 결정, 자칫하면 적자 허덕
    • 입력 2011-03-30 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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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지화로 결론난 동남권 신공항은 사업비만 무려 10조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적자에 허덕이면서 국민 세금만 낭비하게 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경제성을 고려해서 백지화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먼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어떻게 추진돼 왔는지 그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송창언 기자입니다. <리포트>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 상공인들의 건의에 따라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 검토를 지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내놨습니다. 대통령의 공약에다 지역을 의식한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지역 민심은 기대감으로 부풉니다. 2009년 정부가 압축한 후보지는 가덕도와 밀양. 부산은 가까운 가덕도를 밀고 대구, 경북, 경남은 밀양 유치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이른바 PK대 TK간 지역 대결 양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두 차례나 입지 선정 발표를 연기하고 청와대는 말을 아끼면서 유치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집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숙원 사업 해결에 매달리면서 지역 대결 구도를 더 부추겼습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점 재검토 발언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격화됐습니다. 결국 백지화로 결론나자 해당 지역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녹취>유승민(대구지역 의원) :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 <녹취>김정훈(부산지역 의원) :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국토 해양부장관은 사퇴해야" 하지만 국책 사업 유치를 둘러싼 지역간 대결 속에 정치의 갈등 조정 역할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문제는 공항 건설 같은 국책 사업이 경제성보다는 '지역 배려'라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추진돼 왔다는 건데요. 이러다보니 짓고 나면 수지가 안 맞아 개점 휴업 상태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지방 공항의 실태를 정길훈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호남권 거점 공항을 표방하며 지난 2천7년 문을 연 전남 무안국제공항입니다. 국제선 여객기 한 편이 이륙하고 나자 금세 썰렁해지고 환전소도 문을 닫습니다. 명색이 국제공항이지만 국제선은 일주일 내내 모두 여섯 편에 불과합니다. 국내선도 광주공항과 통합이 계속 미뤄지면서 일주일에 제주행 두 편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박형두(광주시 운남동) : "일단은 사람도 없고 제 생각엔 이건 국제공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개항 첫 해 12억 원을 시작으로 4년간 운영적자가 2백22억 원에 이릅니다. 연간 3백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지난 2002년 국제공항으로 개항한 강원도 양양공항입니다. 하지만, 지금 양양공항엔 김해를 오가는 정원 열아홉 명의 소형 항공기 단 한 편뿐입니다. 국제선 출국장은 아예 문을 닫았고 국내선 이용객은 하루에 고작 열 명 안팎입니다. 지난 9년 동안 양양공항의 누적 적자는 9백억 원, 지역 거점공항이 당초 예상과 달리 세금을 크게 축내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디지털 뉴스 룸에 있는 경제부 이병도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 기자, 우리나라에 있는 공항들의 경영 성적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공항은 인천공항을 빼면 모두 14곳입니다. 충청남도를 제외하곤 각 시도마다 하나 이상은 공항이 있는 셈인데요. 이용객은 없는데 지역 개발을 명분으로 공항만 짓다보니 김포와 김해, 제주 등 3곳을 빼곤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적자만 합쳐 5백억이 넘습니다. 모두 국민 세금입니다. 국책 사업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추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요. 지역 대결 구도나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국책 사업을 합리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곽희섭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신공항 입지 선정까지. <녹취> 양승조(민주당 의원/지난해 6월29일) : "유령도시 운운과 플러스 알파 유치는 국민 협박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이회창(자유선진당 대표/지난 23일) : "공약대로 충청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해진(한나라당 의원) : "영남의 미래를 파탄시키고 지역을 절망에 빠뜨린 사람들은 사죄하고" 대선 공약이었던 국책사업마다 지역 갈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수조 원의 개발비용 때문에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들이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든 겁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갈등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고 그래서 더이상은 곤란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목진휴(국민대학교 교수) :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결정할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공모제인 국책사업 선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책사업을 총괄할 국가 기구를 만들거나 선정 매뉴얼을 제작해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고 투명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KBS 뉴스 곽희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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