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심금 울리는 감동 있어야”

입력 2011.04.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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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주연



"연극이나 영화, TV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동이에요. 생활에서 느끼는 공감대가 있어야죠. 픽션이 너무 강해서 작위적인 건 보기엔 화려해도 심금을 울리는 감동은 없어요. 이 영화는 단조롭지만, 요소요소에 감동을 촉발하는 휴머니즘이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요."



노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감독 추창민)는 지난 2월 17일 개봉한 이후 꾸준하게 사랑을 받으면서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5일 누적 관객 140만 명을 돌파했고 주말께 150만 고지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나 배급사 측은 내심 200만 명까지 기대하고 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중심에는 이순재가 있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이 있는 김만석 역을 맡은 그는 폐지를 주우며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는 송이뿐(윤소정)을 만나 다시 가슴이 뛰는 사랑을 한다.



최근 연합뉴스와 만난 이순재는 영화의 장기 흥행을 두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더러 나이 먹은 사람이 끼는 영화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노년이 주가 돼서 만든 영화는 근래 없었어요. 노인들을 데리고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단조로우면서 소박한 영화로 호응을 얻었다는 게 아주 고무적입니다."



그는 "노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이니 공감하는 게 있고 젊은 사람들은 군봉이 가족을 통해 부모를 생각하면서 감동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것이 관객의 감성을 촉발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노인 네 명의 연기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왕왕 보면 배우가 전부 다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슬픈 것도 혼자 다 슬프고 재밌는 것도 혼자 다 슬퍼하면 관객의 몫이 없어진다"면서 "과장하지 않고 연기를 절제해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년 배우들조차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현실에서 노장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나이에 주연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고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봐요. (웃음) 말년에 이런 작품을 만나서 나름대로 내 능력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김만석이 송이뿐과 헤어질 때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으면서도 삭제된 장면이 있어 아쉽다고 털어놨다.



"송씨가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혹시 어머니가 살아계실까 해서 가는데 송씨가 어머니를 만나게 돼요. 제가 그걸 밖에서 보고는 ’송씨가 어머니를 두고 올 수는 없구나’해서 헤어지는 거죠. 그런데 어머니로 나오는 분을 현지에서 조달했는데 연기를 너무 못했던 모양인지 감독이 생략했어요. 암만 봐도 거기가 아쉽더라고요. 너무 헤어진 게 급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감독에게도 영화를 외국에 내보낸다면 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이순재는 뛰어난 연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뜻밖에도 영화 ’집념’(1976)으로 제1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최우수 남우상을 탄 것을 끝으로 연기상과 인연이 없다고 했다.



연말 각종 시상식의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상 받는 게 대수겠느냐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노년에 아카데미상을 탄 할리우드 배우들 얘기를 했다.



"자꾸 나이 먹은 사람을 은퇴 직전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다 현역이에요. 노인네 경로당 대접하듯 그렇게 평가하지 말란 말이죠. 아카데미는 신인상이 없어요. 나오면 다 프로페셔널이니까. 헨리 폰다는 말년에 탔고 존 웨인도 젊어서는 못 타고 말년에 탔어요. 캐서린 헵번도 젊을 때 한번 타고 예순이 넘어서 세 번을 탔죠."



자신은 인기와 부를 추구하는 ’스타’가 아니라 예술을 하는 ’배우’라는 자부심이 진하게 배어났다.



작품마다 항상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게 과제라는 그는 "예술에는 완성이 있을 수 없는 거다. 완결이 있다면 전부 그걸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이란 없고 온 힘을 다해 어느 정도 근사치에 갈 뿐입니다. (관객의) 80%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이해하면 성공한 거죠."



1956년 대학교 3학년 때 연극을 시작해 55년 연기 경력의 이순재는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그가 꼽는 작품은 ’풍운의 대원군’부터 ’사랑이 뭐길래’, ’허준’, ’상도’, ’이산’, ’목욕탕집 남자들’, ’베토벤 바이러스’ ’하이킥’ 시리즈까지 드라마가 많다.



근래에는 ’욕망의 불꽃’이나 ’대물’ 같은 드라마에서 왕이나 대통령, 재벌 회장 같은 캐릭터를 많이 했지만 수사관 역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실 젊었을 때 미스터리를 많이 했어요. TBC에서 ’특별수사반’이라는 형사물을 했는데 일본의 ’칠인의 형사’라는 걸 벤치마킹한 겁니다. TBC가 그걸 폐지하는 바람에 MBC에 ’수사반장이 생긴 거에요. 이제는 활발한 액션은 할 수 없지만, 외국 작품 보면 노(老)수사관이 경험을 통해서 깊이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더러 있잖아요. 치고받고 욕하고 하는 것 말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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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재 “심금 울리는 감동 있어야”
    • 입력 2011-04-06 09:21:41
    연합뉴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주연

"연극이나 영화, TV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동이에요. 생활에서 느끼는 공감대가 있어야죠. 픽션이 너무 강해서 작위적인 건 보기엔 화려해도 심금을 울리는 감동은 없어요. 이 영화는 단조롭지만, 요소요소에 감동을 촉발하는 휴머니즘이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요."

노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감독 추창민)는 지난 2월 17일 개봉한 이후 꾸준하게 사랑을 받으면서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5일 누적 관객 140만 명을 돌파했고 주말께 150만 고지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나 배급사 측은 내심 200만 명까지 기대하고 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중심에는 이순재가 있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이 있는 김만석 역을 맡은 그는 폐지를 주우며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는 송이뿐(윤소정)을 만나 다시 가슴이 뛰는 사랑을 한다.

최근 연합뉴스와 만난 이순재는 영화의 장기 흥행을 두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더러 나이 먹은 사람이 끼는 영화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노년이 주가 돼서 만든 영화는 근래 없었어요. 노인들을 데리고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단조로우면서 소박한 영화로 호응을 얻었다는 게 아주 고무적입니다."

그는 "노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이니 공감하는 게 있고 젊은 사람들은 군봉이 가족을 통해 부모를 생각하면서 감동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것이 관객의 감성을 촉발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노인 네 명의 연기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왕왕 보면 배우가 전부 다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슬픈 것도 혼자 다 슬프고 재밌는 것도 혼자 다 슬퍼하면 관객의 몫이 없어진다"면서 "과장하지 않고 연기를 절제해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년 배우들조차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현실에서 노장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나이에 주연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고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봐요. (웃음) 말년에 이런 작품을 만나서 나름대로 내 능력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김만석이 송이뿐과 헤어질 때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으면서도 삭제된 장면이 있어 아쉽다고 털어놨다.

"송씨가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혹시 어머니가 살아계실까 해서 가는데 송씨가 어머니를 만나게 돼요. 제가 그걸 밖에서 보고는 ’송씨가 어머니를 두고 올 수는 없구나’해서 헤어지는 거죠. 그런데 어머니로 나오는 분을 현지에서 조달했는데 연기를 너무 못했던 모양인지 감독이 생략했어요. 암만 봐도 거기가 아쉽더라고요. 너무 헤어진 게 급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감독에게도 영화를 외국에 내보낸다면 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이순재는 뛰어난 연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뜻밖에도 영화 ’집념’(1976)으로 제1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최우수 남우상을 탄 것을 끝으로 연기상과 인연이 없다고 했다.

연말 각종 시상식의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상 받는 게 대수겠느냐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노년에 아카데미상을 탄 할리우드 배우들 얘기를 했다.

"자꾸 나이 먹은 사람을 은퇴 직전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다 현역이에요. 노인네 경로당 대접하듯 그렇게 평가하지 말란 말이죠. 아카데미는 신인상이 없어요. 나오면 다 프로페셔널이니까. 헨리 폰다는 말년에 탔고 존 웨인도 젊어서는 못 타고 말년에 탔어요. 캐서린 헵번도 젊을 때 한번 타고 예순이 넘어서 세 번을 탔죠."

자신은 인기와 부를 추구하는 ’스타’가 아니라 예술을 하는 ’배우’라는 자부심이 진하게 배어났다.

작품마다 항상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게 과제라는 그는 "예술에는 완성이 있을 수 없는 거다. 완결이 있다면 전부 그걸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이란 없고 온 힘을 다해 어느 정도 근사치에 갈 뿐입니다. (관객의) 80%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이해하면 성공한 거죠."

1956년 대학교 3학년 때 연극을 시작해 55년 연기 경력의 이순재는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그가 꼽는 작품은 ’풍운의 대원군’부터 ’사랑이 뭐길래’, ’허준’, ’상도’, ’이산’, ’목욕탕집 남자들’, ’베토벤 바이러스’ ’하이킥’ 시리즈까지 드라마가 많다.

근래에는 ’욕망의 불꽃’이나 ’대물’ 같은 드라마에서 왕이나 대통령, 재벌 회장 같은 캐릭터를 많이 했지만 수사관 역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실 젊었을 때 미스터리를 많이 했어요. TBC에서 ’특별수사반’이라는 형사물을 했는데 일본의 ’칠인의 형사’라는 걸 벤치마킹한 겁니다. TBC가 그걸 폐지하는 바람에 MBC에 ’수사반장이 생긴 거에요. 이제는 활발한 액션은 할 수 없지만, 외국 작품 보면 노(老)수사관이 경험을 통해서 깊이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더러 있잖아요. 치고받고 욕하고 하는 것 말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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