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외규장각 도서, 145년 만에 귀환

입력 2011.04.1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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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드디어 고국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약탈에서 귀환까지 과정과 의미,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문화과학부 김 석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마침내 돌아왔군요?

<답변>

자그마치 145년 만입니다.

먼저, 오늘 귀환 과정부터 살펴보시죠.

외규장각 도서 297권 중 1차분 75권이 오늘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죠?

유물상자 5개 분량의 도서들은 특수 제작된 컨테이너에 담았고, 충격을 받지 않도록 무진동 특수차량도 동원됐습니다.

역사적 귀환이지만 프랑스 내의 반감 여론을 고려해서 환영 행사 없이 곧바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다음달 말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는 오는 7월 19일부터 두 달 동안 특별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됩니다.

<질문>

이번에 돌아온 책 가운데 '의궤'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변>

'의궤'라는 건 조선시대 왕실의 관혼상제를 기록한 책인데요.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본은 좀 더 특별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의궤를 보통 예닐곱 권씩 만들어서 전국 각지에 나눠서 보관했는데, 이번에 돌아오는 강화도 외규장각 의궤는 왕이 직접 열람한 '어람용 의궤'라는 데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같은 판본과 비교해보면, 왼쪽에 있는 외규장각 본이 그림도 훨씬 정교할 뿐 아니라, 색도 더 선명하고 화려하죠?

더욱이 이번에 돌아오는 의궤 297권 가운데 30권은 국내에도 없는 유일본입니다.

조현종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인터뷰> 조현종(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 "지금까지 환수된 의궤 중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귀중한 유물입니다."

<질문>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죠?

<답변>

약탈에서 귀환까지 과정 자체가 수난의 우리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중요 왕실 문화재를 약탈한 뒤 나머지는 모두 불태워버렸죠.

그 뒤 백10여 년이 지난 1975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였던 재불 사학자 박병선 씨가 도서관 창고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냈고요.

1993년 고속철 떼제베 도입을 앞두고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한 권을 넘겨주며 반환을 공식 약속합니다.

하지만, 이후 진척이 없자, 우리 시민단체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우리 정부가 '영구 임대' 원칙을 포기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마침내 최종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질문>

그런데 반환이 아니라 '대여', 즉 빌려왔다는 걸 놓고 논란이 적지 않죠?

<답변>

일단 정부는 이렇게라도 가져온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 5년 단위로 계속 갱신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환수다, 이런 입장이고요.

반면,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는 프랑스 정부 스스로 약탈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대여'가 아닌 '반환'이 맞다, 완전 반환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질문>

사실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 이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우리 정부가 공식 파악한 것만 14만 점이 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지금 보시는 조선시대 투구와 활 고려시대 갑옷은 모두 국내에 없는 희귀 유물인데, 일제 강점기에 불법 유출돼 지금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볼모처럼 전시돼 있습니다.

조선시대 문정왕후의 금도장 역시 해방기에 종묘에서 무단 유출돼 미국의 한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데요.

이렇게 해외로 유출 문화재는 공식 집계된 것만 14만 점이 넘지만, 지금껏 되찾은 건 8천여 점에 불과합니다.

문화재 환수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혜문 스님(문화재 환수 전문가) : "민간 차원에서 환수 활동을 펼쳐서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놓으면 정부가 나서서 막판 타결을 보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정부가 다음달 문화재청에 해외 문화재 전담팀을 신설하기로 했다는데, 이런 전담조직 강화와 장기적인 반출 문화재 환수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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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외규장각 도서, 145년 만에 귀환
    • 입력 2011-04-14 23: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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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드디어 고국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약탈에서 귀환까지 과정과 의미,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문화과학부 김 석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마침내 돌아왔군요? <답변> 자그마치 145년 만입니다. 먼저, 오늘 귀환 과정부터 살펴보시죠. 외규장각 도서 297권 중 1차분 75권이 오늘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죠? 유물상자 5개 분량의 도서들은 특수 제작된 컨테이너에 담았고, 충격을 받지 않도록 무진동 특수차량도 동원됐습니다. 역사적 귀환이지만 프랑스 내의 반감 여론을 고려해서 환영 행사 없이 곧바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다음달 말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는 오는 7월 19일부터 두 달 동안 특별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됩니다. <질문> 이번에 돌아온 책 가운데 '의궤'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변> '의궤'라는 건 조선시대 왕실의 관혼상제를 기록한 책인데요.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본은 좀 더 특별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의궤를 보통 예닐곱 권씩 만들어서 전국 각지에 나눠서 보관했는데, 이번에 돌아오는 강화도 외규장각 의궤는 왕이 직접 열람한 '어람용 의궤'라는 데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같은 판본과 비교해보면, 왼쪽에 있는 외규장각 본이 그림도 훨씬 정교할 뿐 아니라, 색도 더 선명하고 화려하죠? 더욱이 이번에 돌아오는 의궤 297권 가운데 30권은 국내에도 없는 유일본입니다. 조현종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인터뷰> 조현종(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 "지금까지 환수된 의궤 중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귀중한 유물입니다." <질문>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죠? <답변> 약탈에서 귀환까지 과정 자체가 수난의 우리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중요 왕실 문화재를 약탈한 뒤 나머지는 모두 불태워버렸죠. 그 뒤 백10여 년이 지난 1975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였던 재불 사학자 박병선 씨가 도서관 창고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냈고요. 1993년 고속철 떼제베 도입을 앞두고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한 권을 넘겨주며 반환을 공식 약속합니다. 하지만, 이후 진척이 없자, 우리 시민단체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우리 정부가 '영구 임대' 원칙을 포기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마침내 최종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질문> 그런데 반환이 아니라 '대여', 즉 빌려왔다는 걸 놓고 논란이 적지 않죠? <답변> 일단 정부는 이렇게라도 가져온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 5년 단위로 계속 갱신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환수다, 이런 입장이고요. 반면,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는 프랑스 정부 스스로 약탈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대여'가 아닌 '반환'이 맞다, 완전 반환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질문> 사실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 이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우리 정부가 공식 파악한 것만 14만 점이 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지금 보시는 조선시대 투구와 활 고려시대 갑옷은 모두 국내에 없는 희귀 유물인데, 일제 강점기에 불법 유출돼 지금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볼모처럼 전시돼 있습니다. 조선시대 문정왕후의 금도장 역시 해방기에 종묘에서 무단 유출돼 미국의 한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데요. 이렇게 해외로 유출 문화재는 공식 집계된 것만 14만 점이 넘지만, 지금껏 되찾은 건 8천여 점에 불과합니다. 문화재 환수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혜문 스님(문화재 환수 전문가) : "민간 차원에서 환수 활동을 펼쳐서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놓으면 정부가 나서서 막판 타결을 보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정부가 다음달 문화재청에 해외 문화재 전담팀을 신설하기로 했다는데, 이런 전담조직 강화와 장기적인 반출 문화재 환수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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