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범행 동기는? “기분이 나빠서…”

입력 2011.04.20 (08:58) 수정 2011.04.20 (09:4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홧김에,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체 살인 사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정수영 기자,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이렇게 우발적인 살인까지 는다니 정말 큰 문제군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분을 못이겨 저지르는 살해 사건이 늘어도 너무 늘었습니다.

동거녀로부터 돈을 못 번다는 타박을 듣고 살해하고, 아버지 꾸중을 듣고 불을 질러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만 해도 우발적 살인 사건은 전체의 30% 정도였습니다.

4년만인 지난해에는 우발적 살인사건이 전체의 절반으로 급증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옵니다.

지난달 초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한 20대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미용사 26살 김모 씨가 미용실 문을 닫은 채 일주일째 연락이 끊겼고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살해나 납치 등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잠적한 동거남 33살 박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인터뷰> 윤종철(형사/동대문 경찰서) : "저희가 수사하다가 같이 동거하던 남자도 피해자와 같이 행적이 묘연하니까 우선 동거남인 피의자를 상대로 저희가 추적 수사를 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동거남 박 씨는 경찰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지난 2월 25일 새벽 네 시 무렵 동거녀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경기도 하남시의 한 계곡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종철(형사/동대문 경찰서) :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이후에 동대문 시장에서 (구매한) 여행용 가방에 사체를 담고 야산으로 이동을 해서 야산에 암매장한 것입니다."

박 씨는 동거녀와 다툼 끝에 자신을 무시하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윤종철(형사/동대문 경찰서) : "(피의자는)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그런 말에 홧김에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겁니다."

이웃 주민들은 두 사람이 범행 직전까지도 별다른 불화 없이 1년 가까이 함께 지내 왔다며 살해 동기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인터뷰 : "둘이 (사이가) 좋았는데? 남 보기엔 좋았지."

<인터뷰> 인근 주민 인터뷰 : "응. 남자가 술 먹고도 품행도 단정했는데..."

한 달 전인 지난 1월 10일, 대구 동구의 한 펜션에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펜션 여주인 57살 김모 씨가 온 몸이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채 펜션 2층 복도에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담당 형사(동부 경찰서 팔공 파출소) : "(사건 현장에) 가보니까 2층 복도에 사람이 여자 한 분이 쓰러져 계시는데, 옆에 핏자국이 흥건하고 119 구조요원이 맥을 짚어보니까 맥이 안 뛴다."

투숙객 신고로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은 건물 4층 옥상에서 또 다른 시신 한 구를 찾아냈습니다.

이 펜션에 장기 투숙하던 56살 이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숨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담당 형사(동부 경찰서 팔공 파출소) : "조사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4층 옥상에서 약 한 두 시간 뒤에 발견됐죠, 감식 중에. 4층 옥상 물통에 목을 매고 죽어있는 남자를 발견했어요."

경찰은 이 씨 시신 주변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유서를 발견하고 이 씨가 펜션 여주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이 씨가 남긴 유서에는 ‘펜션 여주인이 돈 없다고 무시한다’는 내용과 함께 욕설이 적혀 있었습니다.

<녹취> 펜션 관리자 : 그 투숙객이, 장기 투숙객이예요. 월세를 내는. 그 장부(월세 내역)를 대충 보고 하니까 월 30만원도 받고 이렇게 했는데."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씨가 숨진 김 씨와 다툼 끝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담당 형사(동부 경찰서 팔공 파출소) : "술을 먹고 그냥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같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별다른 범행 계획 없이 ‘홧김에’ 또는 ‘기분이 나빠서’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살인사건이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에는 30대 아들이 머리 염색을 나무라는 60대 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했고, 지난해 10월에는 10대 중학생이 아버지가 예고 진학을 반대하는데 격분한 나머지 집에 불을 내 일가족 4명이 숨졌습니다.

대검찰청 조사 결과 지난 2009년 살인 혐의로 기소된 1208명 가운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2005년에 경찰청에 따르면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32% 정도 였다고 하는데요. 2009년 통계에 따르면 15% 정도 증가한 걸로 추정이 돼서 한 47%까지 올라간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우발적 살인 사건 비중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분노와 불안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김태형 심리학자 공동체가 붕괴된 겁니다.

학교라든가 직장이라든가 이런 곳에 경쟁이 도입 되면서 관계들이 파괴되고 서로 치열한 경쟁관계에 들어가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사회적으로 오는 스트레스를 막아줄 수 있는 공동체가 사라진 거죠.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지나친 경쟁이 가져오는 심리적 압박을 해소할 방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발적 살인 희생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범행 동기는? “기분이 나빠서…”
    • 입력 2011-04-20 08:58:17
    • 수정2011-04-20 09:46:0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홧김에,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체 살인 사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정수영 기자,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이렇게 우발적인 살인까지 는다니 정말 큰 문제군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분을 못이겨 저지르는 살해 사건이 늘어도 너무 늘었습니다. 동거녀로부터 돈을 못 번다는 타박을 듣고 살해하고, 아버지 꾸중을 듣고 불을 질러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만 해도 우발적 살인 사건은 전체의 30% 정도였습니다. 4년만인 지난해에는 우발적 살인사건이 전체의 절반으로 급증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옵니다. 지난달 초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한 20대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미용사 26살 김모 씨가 미용실 문을 닫은 채 일주일째 연락이 끊겼고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살해나 납치 등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잠적한 동거남 33살 박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인터뷰> 윤종철(형사/동대문 경찰서) : "저희가 수사하다가 같이 동거하던 남자도 피해자와 같이 행적이 묘연하니까 우선 동거남인 피의자를 상대로 저희가 추적 수사를 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동거남 박 씨는 경찰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지난 2월 25일 새벽 네 시 무렵 동거녀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경기도 하남시의 한 계곡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윤종철(형사/동대문 경찰서) :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이후에 동대문 시장에서 (구매한) 여행용 가방에 사체를 담고 야산으로 이동을 해서 야산에 암매장한 것입니다." 박 씨는 동거녀와 다툼 끝에 자신을 무시하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윤종철(형사/동대문 경찰서) : "(피의자는)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그런 말에 홧김에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겁니다." 이웃 주민들은 두 사람이 범행 직전까지도 별다른 불화 없이 1년 가까이 함께 지내 왔다며 살해 동기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인터뷰 : "둘이 (사이가) 좋았는데? 남 보기엔 좋았지." <인터뷰> 인근 주민 인터뷰 : "응. 남자가 술 먹고도 품행도 단정했는데..." 한 달 전인 지난 1월 10일, 대구 동구의 한 펜션에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펜션 여주인 57살 김모 씨가 온 몸이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채 펜션 2층 복도에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담당 형사(동부 경찰서 팔공 파출소) : "(사건 현장에) 가보니까 2층 복도에 사람이 여자 한 분이 쓰러져 계시는데, 옆에 핏자국이 흥건하고 119 구조요원이 맥을 짚어보니까 맥이 안 뛴다." 투숙객 신고로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은 건물 4층 옥상에서 또 다른 시신 한 구를 찾아냈습니다. 이 펜션에 장기 투숙하던 56살 이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숨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담당 형사(동부 경찰서 팔공 파출소) : "조사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4층 옥상에서 약 한 두 시간 뒤에 발견됐죠, 감식 중에. 4층 옥상 물통에 목을 매고 죽어있는 남자를 발견했어요." 경찰은 이 씨 시신 주변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유서를 발견하고 이 씨가 펜션 여주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이 씨가 남긴 유서에는 ‘펜션 여주인이 돈 없다고 무시한다’는 내용과 함께 욕설이 적혀 있었습니다. <녹취> 펜션 관리자 : 그 투숙객이, 장기 투숙객이예요. 월세를 내는. 그 장부(월세 내역)를 대충 보고 하니까 월 30만원도 받고 이렇게 했는데."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씨가 숨진 김 씨와 다툼 끝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담당 형사(동부 경찰서 팔공 파출소) : "술을 먹고 그냥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같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별다른 범행 계획 없이 ‘홧김에’ 또는 ‘기분이 나빠서’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살인사건이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에는 30대 아들이 머리 염색을 나무라는 60대 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했고, 지난해 10월에는 10대 중학생이 아버지가 예고 진학을 반대하는데 격분한 나머지 집에 불을 내 일가족 4명이 숨졌습니다. 대검찰청 조사 결과 지난 2009년 살인 혐의로 기소된 1208명 가운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2005년에 경찰청에 따르면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32% 정도 였다고 하는데요. 2009년 통계에 따르면 15% 정도 증가한 걸로 추정이 돼서 한 47%까지 올라간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우발적 살인 사건 비중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분노와 불안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김태형 심리학자 공동체가 붕괴된 겁니다. 학교라든가 직장이라든가 이런 곳에 경쟁이 도입 되면서 관계들이 파괴되고 서로 치열한 경쟁관계에 들어가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사회적으로 오는 스트레스를 막아줄 수 있는 공동체가 사라진 거죠.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지나친 경쟁이 가져오는 심리적 압박을 해소할 방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발적 살인 희생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