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 “5연패 뿌듯, 정상에서 은퇴”

입력 2011.04.21 (13:27) 수정 2011.04.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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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지 못한 것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가장 아쉽습니다."



28년간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겠다고 20일 전격 선언한 전주원(39·신한은행).



국내 여자프로농구계의 최고령 선수였던 그에게 오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을 꼽아달라고 묻자 시드니 올림픽을 떠올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 전에서 브라질을 만난 한국은 후반 종료 25초를 남기고 양정옥의 3점포로 승부를 어렵게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정은순, 정선민 등 골밑 요원들의 5반칙 퇴장에 따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대표팀에서 뛰던 전주원도 연장전에서 5반칙으로 물러나면서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 이후 16년 만에 기대했던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1일 오전 전화를 걸었더니 전주원은 대전 우송대 캠퍼스에 있었다.



지난달 이 대학 스포츠건강관리학과 3학년에 편입해 지도자로서의 꿈을 새롭게 키워가고 있는 전주원에게 은퇴 후에도 휴식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듯 보였다.



--은퇴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지 않았나.

▲이 나이에 다른 팀에서 불러주지도 않을 것이고 사실 다른 팀에서 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1년만 더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시즌을 치렀다. 우리 팀 사정이 (정)선민이가 나가고 (진)미정이는 은퇴하면서 선수 수가 부족해져 ’1년을 더 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정상에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니겠느냐. 물론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내 뜻대로 한 것인데 그만둘 때는 다른 사람이 ’너 그만두라’고 해서 은퇴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릎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고 들었다.

▲왼쪽 무릎을 세 번, 오른쪽은 한 번 수술을 받았다. 연골이 다 없어져 뛸 때 뼈끼리 부딪쳐 통증이 심하다. 임달식 감독님도 "무릎 관절만 괜찮으면 2~3년도 더 뛸 수 있다. 1년 더 선수 생활을 하면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사실 이번 시즌에도 시간 조절을 많이 해주신 건데 더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인지 주위에서 ’날씨가 궂으면 무릎이 쑤신다더라’고도 하는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수술을 받거나 부상을 안고 뛰는 경우 그런 예가 많다.



--탄산음료를 일절 입에 대지 않기로 유명한데.

▲술, 담배는 물론이고 탄산음료와 커피는 먹지 않는다. 인스턴트 식품도 거의 손을 안 댄다. 라면은 도저히 끊지 못해 비시즌 때 가끔 먹는다. 탄산음료를 고교 시절 이후로 20년 넘게 먹지 않아서인지 이제는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KBS-TV의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나이를 그렇게 먹고도 선수 생활을 하는 이유를 알아본다며 오셔서 다음 달에 방송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선수를 꼽자면.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누구 하나를 얘기하기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럼 자신의 후계자가 될 만한 선수가 있다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같은 팀의 최윤아가 성장할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본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기록을 꼽는다면.

▲다른 것보다 신한은행이 통합 5회 우승을 하는 등 최강팀이 된 것이 가장 뿌듯하다.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지 못한 것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에 진 경기가 가장 안타깝다.



--후배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도 잘 해주고 있다.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주고 힘써줬으면 좋겠다.



--한국 여자농구가 인기도 떨어지고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일본, 타이완에 밀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확보인 것 같다. 여자 농구를 하는 선수 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인재를 찾기 더 어려워지는 현실인 것 같다. 또 인재가 줄어드니 경기력도 저하돼 자연히 인기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어린이가 농구를 접하고 가까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마이클 조던도 두 번 은퇴했다가 복귀했다. 다시 코트로 돌아올 가능성은.

▲나는 마이클 조던이 아니다. (웃음) 우리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돕는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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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원 “5연패 뿌듯, 정상에서 은퇴”
    • 입력 2011-04-21 13:27:52
    • 수정2011-04-21 13: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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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지 못한 것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가장 아쉽습니다."

28년간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겠다고 20일 전격 선언한 전주원(39·신한은행).

국내 여자프로농구계의 최고령 선수였던 그에게 오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을 꼽아달라고 묻자 시드니 올림픽을 떠올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 전에서 브라질을 만난 한국은 후반 종료 25초를 남기고 양정옥의 3점포로 승부를 어렵게 연장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정은순, 정선민 등 골밑 요원들의 5반칙 퇴장에 따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대표팀에서 뛰던 전주원도 연장전에서 5반칙으로 물러나면서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 이후 16년 만에 기대했던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1일 오전 전화를 걸었더니 전주원은 대전 우송대 캠퍼스에 있었다.

지난달 이 대학 스포츠건강관리학과 3학년에 편입해 지도자로서의 꿈을 새롭게 키워가고 있는 전주원에게 은퇴 후에도 휴식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듯 보였다.

--은퇴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지 않았나.
▲이 나이에 다른 팀에서 불러주지도 않을 것이고 사실 다른 팀에서 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1년만 더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시즌을 치렀다. 우리 팀 사정이 (정)선민이가 나가고 (진)미정이는 은퇴하면서 선수 수가 부족해져 ’1년을 더 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정상에 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니겠느냐. 물론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내 뜻대로 한 것인데 그만둘 때는 다른 사람이 ’너 그만두라’고 해서 은퇴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릎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고 들었다.
▲왼쪽 무릎을 세 번, 오른쪽은 한 번 수술을 받았다. 연골이 다 없어져 뛸 때 뼈끼리 부딪쳐 통증이 심하다. 임달식 감독님도 "무릎 관절만 괜찮으면 2~3년도 더 뛸 수 있다. 1년 더 선수 생활을 하면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사실 이번 시즌에도 시간 조절을 많이 해주신 건데 더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인지 주위에서 ’날씨가 궂으면 무릎이 쑤신다더라’고도 하는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수술을 받거나 부상을 안고 뛰는 경우 그런 예가 많다.

--탄산음료를 일절 입에 대지 않기로 유명한데.
▲술, 담배는 물론이고 탄산음료와 커피는 먹지 않는다. 인스턴트 식품도 거의 손을 안 댄다. 라면은 도저히 끊지 못해 비시즌 때 가끔 먹는다. 탄산음료를 고교 시절 이후로 20년 넘게 먹지 않아서인지 이제는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KBS-TV의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나이를 그렇게 먹고도 선수 생활을 하는 이유를 알아본다며 오셔서 다음 달에 방송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선수를 꼽자면.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누구 하나를 얘기하기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럼 자신의 후계자가 될 만한 선수가 있다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같은 팀의 최윤아가 성장할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본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기록을 꼽는다면.
▲다른 것보다 신한은행이 통합 5회 우승을 하는 등 최강팀이 된 것이 가장 뿌듯하다.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지 못한 것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에 진 경기가 가장 안타깝다.

--후배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도 잘 해주고 있다.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주고 힘써줬으면 좋겠다.

--한국 여자농구가 인기도 떨어지고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일본, 타이완에 밀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확보인 것 같다. 여자 농구를 하는 선수 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인재를 찾기 더 어려워지는 현실인 것 같다. 또 인재가 줄어드니 경기력도 저하돼 자연히 인기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어린이가 농구를 접하고 가까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마이클 조던도 두 번 은퇴했다가 복귀했다. 다시 코트로 돌아올 가능성은.
▲나는 마이클 조던이 아니다. (웃음) 우리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돕는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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