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밖 아이들

입력 2011.05.0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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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7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탈학교 청소년들은 문제아라는 주변의 시선, 공교육 외에는 별다른 배움의 통로를 찾기 힘든 현실 앞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벗어났던 아이들도 공교육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밤늦은 시각, 서울의 한 유흥가 한복판. 술집과 노래방, 오락실이 즐비한 길거리는 10대 청소년들의 놀이텁니다.

으슥한 모텔 옆 골목에도 청소년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어른들과 뒤섞여 있는 청소년들 가운데는 집을 나온 아이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녹취> 박00(가출 청소년) : ""답답하고요. 너무 간섭받고 있다고 생각하고...그리고 자유롭고 싶어서 나왔어요."

거리 한쪽에 자리 잡은 파란색 버스, 청소년이동쉼터에서는 활동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불러모으지만.

<녹취> "어디가?"

<녹취> "노래방 가려구요."

<녹취> "노래방? 어디어디?"

<녹취> "노래방 끝나고 (이동쉼터에) 놀러와, 알았지?"

<녹취> "나중에 놀러갈게요."

이미 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즐거움을 찾는데 더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침 7시. 10대 남자아이들이 하나 둘 방에서 나옵니다.

한쪽에서는 졸린 표정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벌써 등교 준비를 마친 아이는 출발을 서두릅니다.

<녹취> "신발은?"

<녹취> "가방에 있어요."

<녹취> "갔다 와"

동생들보다 느지막히 일어난 승일이는 안색이 안 좋습니다.

<녹취> "체한 것 같아?"

체기가 있어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아침부터 10대 남자아이들 다섯이 북적북적하게 오가는 집.

집과 학교를 떠났던 아이들이 어울려 사는 '그룹홈' 입니다.

두 달 전에 이 집에 들어온 승일이는 게임 중독입니다.

병원 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심했던 게임중독으로 엄마와 자주 다퉜고, 학교도 그만뒀습니다.

그룹홈에 온 뒤로 대안학교에 들어갔지만, 오늘은 몸이 안 좋아 학교에 가지 않을 셈입니다.

<인터뷰> 김정아, 오순식('인애해바라기 가정' 시설장) : "저희는 계속적해서 봐주고 물어봐주고 또다시 봐주고 또 확인해주면서 계속 그런 마음들을 다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승일이도 이 집에 온 지 1년 넘은 태윤이처럼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가게될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복지사 선생님과 동생들은 그저 승일이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밀린 숙제를 하는 풍경이 여느 학교의 쉬는 시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료> 뉴스화면 : "공항과 63빌딩에 수차례 협박전화를 건 용의자는 중학생 13살..."

그러나 떠들썩한 사건의 당사자로 뉴스 화면에 등장했던 아이들, 학교 폭력 사건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아이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이 YMCA고등학교를 거쳐 갔습니다.

두성씨는 22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처음에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폭력 사건에 휘말렸던 소위 '문제아'였습니다.

결석을 밥 먹듯이 하던 17살의 두성이에게 선생님은 이유를 묻는 대신 자퇴서를 내밀었습니다.

<인터뷰> 한두성(YMCA원주고 졸업생) : "학교를 그때도 잘 안나가고요. 좀 말썽을 많이 피워가지고 그래서 학교에서 자퇴를 하라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자퇴서 쓰고 바로 여기로..."

자퇴와 YMCA 고등학교로의 전학, 그리고 유급과 재입학.

<인터뷰> 한두성(YMCA원주고 졸업생) : "그냥 될대로 되라. 그냥 그땐 아무...별로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꿈은 알아서 되겠지."

자꾸 학교 밖으로 나갔지만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두성(YMCA원주고 졸업생) : "그냥 엄마에요, 엄마. 믿음을 주셨죠. 근데 선생님들이 믿게 하더라고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믿게 만들던데..."

고등학교 졸업장이 목표였던 두성씨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몸에 벤 친절한 태도와 훤칠한 외모를 살려 두성씨는 항공사 승무원이 될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0번이 넘게 전학을 다녔던 동운이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마지막 학교에서는 집단 폭행을 당해 방문만 열어도 겁을 낼 정도로 마음을 다쳤습니다.

<인터뷰> 000(류동운 군 어머니) : "정신적 충격이 와가지고 문 앞에 안 나가는 거에요. 이름만 부르면 애가 덜덜덜...동운아 하면 어! 이런 거 있잖아요."

학교에서 받은 상처에 엄격한 아버지와의 갈등이 더해지면서 동운이는 가출과 자퇴를 반복했습니다.

<인터뷰> 000(류동운 군 어머니) : "부딪히면 (아버지가 동운이에게) 너 머리 잘라라고 하면 (동운이는) 요새 머리 다 기르는데요. (아버지는)그럼 잘라 이**야 보기 싫어. 그것 때문에 항상 밥상을 두개 차렸는데..."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 학교에 들어온 뒤, 동운이는 '아버지의 삶'을 탐색하는 인물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류동운(YMCA원주고 졸업생) : "아빠의 상황도 제가 알게 되고, 제 상황도 알게 되고 그랬을 때...제가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았던 이유가 제가 계속 원망을 했는데 그 원망하던 게 다 이유가 있고 그런 상황이 다 있어서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동운이가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부자는 따뜻한 밥상을 함께 했습니다.

<인터뷰> 류동운(YMCA원주고 졸업생) : "아빠는 아빠로서 아빠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방법이 조금 가족에게 표현이 좀 잘못 전달이 됐던 것 같아요."

오해를 풀고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동운이 아버지는 올해 초 병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동운이는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교에 진학했고, 동운이 어머니는 '졸업생 어머니회'를 만들어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두성이, 동운이들이 다니고 있는 YMCA 고등학교의 진로 찾기 수업 시간입니다.

2학년 소라는 "지금까지 살았던 것이 백지가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적었습니다.

<인터뷰> 장소라(YMCA고 2학년) : "(왜 백업하고 싶은지?) 나? 그냥, 막산 것 같아서. 진짜로...(다 지워버리고 싶어?) 네,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소원 다음에 적은 좌우명은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후회 없는 삶을 살자." 아무것도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는 수업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민들은 전교생이 함께 하는 도보여행과 소록도 봉사활동을 통해 발산되고 더 깊어집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흥미를 느끼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기업체에 인턴이 되어보기도 합니다.

공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도 하나씩은 '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녹취> "우리 꿈 출석부터 한 번 불러보자, 출석!"

<녹취> "누가 봐도 예쁜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수빈 왔습니다."

<녹취> "다른 직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회사원이 되고 싶은 임기건 왔습니다."

<녹취> "예쁜 이빨을 만들어주고 싶은 치기공사가 되고 싶은 박광한 왔습니다."

<녹취> "유창한 언어실력을 갖춘 관광통역 안내사가 되고 싶은 지수진 왔습니다."

<녹취> "국내에서 최고로 잘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장소라 왔습니다."

<녹취> "뭐든 잘 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장형효 왔습니다."

<녹취> "능력 있고 감각 있는 쇼핑몰 CEO가 되고 싶은 서유진 왔습니다."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 처음에는 포기했던 아이들도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기다림 안에서 새 희망을 발견해냅니다.

<인터뷰> 김보선(YMCA원주고 교사) : "(아이들에게)기대를 하는데 물론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근데 방법은...그냥 또 믿고 가는 것인 것 같아요. 얘기를 하고 아이들하고 소통하고 하면서 믿고 기다려줘서 (변화되는 )시기가 조금 빨리 당겨질 수 있게..."

해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7만여 명의 아이들은 4분의 1정도가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뒀다고 합니다.

학교 선생님에게 생각을 털어놓았다는 아이는 10% 남짓입니다.

학교를 떠날 때 이미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거리에서도 여전히 자신을 믿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어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광식(YMCA원주고 졸업생/부사관 학교 진학) : "부모님한테도 원래는 되게 성질 많이 냈어요. 부모님께도 이제 좀 죄송하고 그래서 (부모님께서) 막 뭐라 하시면 아 알았어요 죄송해요 이러면서 더 먼저 하고...많이 변했다고 다들 그랬어요. 아 우광식 많이 변했네."

<인터뷰> 강태윤(뇌병변 장애/그룹홈 거주.가수 준비 중) : "(노래하거나 피아노 배울 때 마음이 어때요, 기분이?) 기분이요? 음...편해요. 그거 치면 편하고..."

<인터뷰> 김은지(YMCA원주고 졸업생/대학 치기공학과 진학) : "엄마도 되게 좋아하죠. 대학도 잘 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네가 (대학)젤 잘 간 거 같다 이러면서 그래서 열심히 배우라고..."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헌신적 교사나 사회복지사가 될 수는 없지만, 그룹홈과 YMCA고등학교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회를 주고 기다려줬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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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타리 밖 아이들
    • 입력 2011-05-02 07:29:55
    취재파일K
<앵커 멘트> 해마다 7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탈학교 청소년들은 문제아라는 주변의 시선, 공교육 외에는 별다른 배움의 통로를 찾기 힘든 현실 앞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벗어났던 아이들도 공교육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밤늦은 시각, 서울의 한 유흥가 한복판. 술집과 노래방, 오락실이 즐비한 길거리는 10대 청소년들의 놀이텁니다. 으슥한 모텔 옆 골목에도 청소년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어른들과 뒤섞여 있는 청소년들 가운데는 집을 나온 아이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녹취> 박00(가출 청소년) : ""답답하고요. 너무 간섭받고 있다고 생각하고...그리고 자유롭고 싶어서 나왔어요." 거리 한쪽에 자리 잡은 파란색 버스, 청소년이동쉼터에서는 활동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불러모으지만. <녹취> "어디가?" <녹취> "노래방 가려구요." <녹취> "노래방? 어디어디?" <녹취> "노래방 끝나고 (이동쉼터에) 놀러와, 알았지?" <녹취> "나중에 놀러갈게요." 이미 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즐거움을 찾는데 더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침 7시. 10대 남자아이들이 하나 둘 방에서 나옵니다. 한쪽에서는 졸린 표정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벌써 등교 준비를 마친 아이는 출발을 서두릅니다. <녹취> "신발은?" <녹취> "가방에 있어요." <녹취> "갔다 와" 동생들보다 느지막히 일어난 승일이는 안색이 안 좋습니다. <녹취> "체한 것 같아?" 체기가 있어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아침부터 10대 남자아이들 다섯이 북적북적하게 오가는 집. 집과 학교를 떠났던 아이들이 어울려 사는 '그룹홈' 입니다. 두 달 전에 이 집에 들어온 승일이는 게임 중독입니다. 병원 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심했던 게임중독으로 엄마와 자주 다퉜고, 학교도 그만뒀습니다. 그룹홈에 온 뒤로 대안학교에 들어갔지만, 오늘은 몸이 안 좋아 학교에 가지 않을 셈입니다. <인터뷰> 김정아, 오순식('인애해바라기 가정' 시설장) : "저희는 계속적해서 봐주고 물어봐주고 또다시 봐주고 또 확인해주면서 계속 그런 마음들을 다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승일이도 이 집에 온 지 1년 넘은 태윤이처럼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가게될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복지사 선생님과 동생들은 그저 승일이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밀린 숙제를 하는 풍경이 여느 학교의 쉬는 시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료> 뉴스화면 : "공항과 63빌딩에 수차례 협박전화를 건 용의자는 중학생 13살..." 그러나 떠들썩한 사건의 당사자로 뉴스 화면에 등장했던 아이들, 학교 폭력 사건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아이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이 YMCA고등학교를 거쳐 갔습니다. 두성씨는 22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처음에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폭력 사건에 휘말렸던 소위 '문제아'였습니다. 결석을 밥 먹듯이 하던 17살의 두성이에게 선생님은 이유를 묻는 대신 자퇴서를 내밀었습니다. <인터뷰> 한두성(YMCA원주고 졸업생) : "학교를 그때도 잘 안나가고요. 좀 말썽을 많이 피워가지고 그래서 학교에서 자퇴를 하라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자퇴서 쓰고 바로 여기로..." 자퇴와 YMCA 고등학교로의 전학, 그리고 유급과 재입학. <인터뷰> 한두성(YMCA원주고 졸업생) : "그냥 될대로 되라. 그냥 그땐 아무...별로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꿈은 알아서 되겠지." 자꾸 학교 밖으로 나갔지만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두성(YMCA원주고 졸업생) : "그냥 엄마에요, 엄마. 믿음을 주셨죠. 근데 선생님들이 믿게 하더라고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믿게 만들던데..." 고등학교 졸업장이 목표였던 두성씨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몸에 벤 친절한 태도와 훤칠한 외모를 살려 두성씨는 항공사 승무원이 될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0번이 넘게 전학을 다녔던 동운이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마지막 학교에서는 집단 폭행을 당해 방문만 열어도 겁을 낼 정도로 마음을 다쳤습니다. <인터뷰> 000(류동운 군 어머니) : "정신적 충격이 와가지고 문 앞에 안 나가는 거에요. 이름만 부르면 애가 덜덜덜...동운아 하면 어! 이런 거 있잖아요." 학교에서 받은 상처에 엄격한 아버지와의 갈등이 더해지면서 동운이는 가출과 자퇴를 반복했습니다. <인터뷰> 000(류동운 군 어머니) : "부딪히면 (아버지가 동운이에게) 너 머리 잘라라고 하면 (동운이는) 요새 머리 다 기르는데요. (아버지는)그럼 잘라 이**야 보기 싫어. 그것 때문에 항상 밥상을 두개 차렸는데..."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 학교에 들어온 뒤, 동운이는 '아버지의 삶'을 탐색하는 인물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류동운(YMCA원주고 졸업생) : "아빠의 상황도 제가 알게 되고, 제 상황도 알게 되고 그랬을 때...제가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았던 이유가 제가 계속 원망을 했는데 그 원망하던 게 다 이유가 있고 그런 상황이 다 있어서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동운이가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부자는 따뜻한 밥상을 함께 했습니다. <인터뷰> 류동운(YMCA원주고 졸업생) : "아빠는 아빠로서 아빠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방법이 조금 가족에게 표현이 좀 잘못 전달이 됐던 것 같아요." 오해를 풀고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동운이 아버지는 올해 초 병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동운이는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교에 진학했고, 동운이 어머니는 '졸업생 어머니회'를 만들어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두성이, 동운이들이 다니고 있는 YMCA 고등학교의 진로 찾기 수업 시간입니다. 2학년 소라는 "지금까지 살았던 것이 백지가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적었습니다. <인터뷰> 장소라(YMCA고 2학년) : "(왜 백업하고 싶은지?) 나? 그냥, 막산 것 같아서. 진짜로...(다 지워버리고 싶어?) 네,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소원 다음에 적은 좌우명은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후회 없는 삶을 살자." 아무것도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는 수업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민들은 전교생이 함께 하는 도보여행과 소록도 봉사활동을 통해 발산되고 더 깊어집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흥미를 느끼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기업체에 인턴이 되어보기도 합니다. 공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도 하나씩은 '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녹취> "우리 꿈 출석부터 한 번 불러보자, 출석!" <녹취> "누가 봐도 예쁜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수빈 왔습니다." <녹취> "다른 직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회사원이 되고 싶은 임기건 왔습니다." <녹취> "예쁜 이빨을 만들어주고 싶은 치기공사가 되고 싶은 박광한 왔습니다." <녹취> "유창한 언어실력을 갖춘 관광통역 안내사가 되고 싶은 지수진 왔습니다." <녹취> "국내에서 최고로 잘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장소라 왔습니다." <녹취> "뭐든 잘 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장형효 왔습니다." <녹취> "능력 있고 감각 있는 쇼핑몰 CEO가 되고 싶은 서유진 왔습니다."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 처음에는 포기했던 아이들도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기다림 안에서 새 희망을 발견해냅니다. <인터뷰> 김보선(YMCA원주고 교사) : "(아이들에게)기대를 하는데 물론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근데 방법은...그냥 또 믿고 가는 것인 것 같아요. 얘기를 하고 아이들하고 소통하고 하면서 믿고 기다려줘서 (변화되는 )시기가 조금 빨리 당겨질 수 있게..." 해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7만여 명의 아이들은 4분의 1정도가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뒀다고 합니다. 학교 선생님에게 생각을 털어놓았다는 아이는 10% 남짓입니다. 학교를 떠날 때 이미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거리에서도 여전히 자신을 믿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어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광식(YMCA원주고 졸업생/부사관 학교 진학) : "부모님한테도 원래는 되게 성질 많이 냈어요. 부모님께도 이제 좀 죄송하고 그래서 (부모님께서) 막 뭐라 하시면 아 알았어요 죄송해요 이러면서 더 먼저 하고...많이 변했다고 다들 그랬어요. 아 우광식 많이 변했네." <인터뷰> 강태윤(뇌병변 장애/그룹홈 거주.가수 준비 중) : "(노래하거나 피아노 배울 때 마음이 어때요, 기분이?) 기분이요? 음...편해요. 그거 치면 편하고..." <인터뷰> 김은지(YMCA원주고 졸업생/대학 치기공학과 진학) : "엄마도 되게 좋아하죠. 대학도 잘 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네가 (대학)젤 잘 간 거 같다 이러면서 그래서 열심히 배우라고..."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헌신적 교사나 사회복지사가 될 수는 없지만, 그룹홈과 YMCA고등학교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회를 주고 기다려줬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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