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이슈] 저축은행 BIS 비율 뻥튀기

입력 2011.05.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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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축은행 절반 이상이 가장 중요한 건전성 지표인 BIS 자기자본비율을 부풀려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제부 박예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기자, BIS 비율이라는 건 은행 자본이 얼마나 튼튼한가를 표시하는 지표죠?

<답변>

그렇습니다.

은행이 PF 대출 같은 위험한 자산에 대비해 자기 돈을 얼마나 쌓아 놓고 있느냐를 수치로 나타낸 겁니다.

그래서 높으면 높을수록 좋고요, 8%를 넘으면 우량은행으로 쳐줍니다.

<질문> 이런 중요한 비율을 소비자들에게 거짓말한다는 것은 상식 밖인데요, 저축은행에서 지금도 이런 식으로 속이고 있습니까?

<답변>

네, 확인을 위해서 수도권의 한 은행에 가 봤는데요,

상담원이 BIS 비율을 거론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우량은행으로 인정받았다고 홍보했습니다.

<녹취>저축은행 상담직원 : "BIS 비율은 8%보다 높아야하는데, 저희는 이걸 계속 만족하고 있어요. 6년째 계속 88클럽 가입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 저축은행은 2009년 BIS비율을 8.78%로 공시했는데요,

금감원 검사결과 순이익을 380억 원 부풀린 것으로 밝혀져 실제 BIS 비율은 7.58%로 떨어졌습니다.

이게 드러난 게 지난해 12월이니까 거짓이 들통나고도 다섯 달 넘게 소비자들에게 거짓말을 계속 한 겁니다.

<질문> 이런 식으로 BIS 비율을 조작한 은행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답변>

BIS 조작 실태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이미 자세히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금감원 검사결과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검사대상의 절반 정도가 BIS비율을 부풀렸다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곳 가운데 한 곳이 허위 정보를 공시한 겁니다.

BIS비율 조작엔 각종 불법과 편법이 동원됐습니다.

사업 중지로 부실화된 PF 대출을 정상대출로 둔갑시키기도 했고, 손실 위험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다 결산일 직전에 우체국 예금에 잠깐 예치하는 방식으로 BIS 비율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금감원이 이런 사실을 검사를 통해 적발했다는 건데, 왜 고쳐지지 않은 겁니까? 문제를 그냥 방치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인데요?

<답변>

금감원은 이런 사실을 매년 발견하고서도 묵인하거나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로 제재하는 시늉만 냈습니다.

BIS 비율을 4% 이상 조작했을 경우 내린 제재는 '주의적 경고'라는 건데요,

금융기관 임원에게 주는 제재조치 가운데서도 두 번째로 가벼운 것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 윤창현 교수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윤창현(교수/서울시립대) :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했다는 것 자체와 그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차후에 법정에서도 문제가 가려질 만한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질문> 금융당국이 이렇게 제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답변>

한마디로 대세에 따랐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008년과 2009년의 감독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저축은행을 제재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1%, 2%의 비율 조작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힘들었다는 말입니다.

<질문>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렇게 감독을 게을리 한 대가는 결국 금융 소비자들이 치르는 거 아닙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최근 제일 저축은행 사태를 보면 금융기관과 당국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걸 알 수 있는데요.

금융기관들, 돈 빌려줄 때만 소비자에게 신용도 타령하지 말고 정직하게 영업해야겠죠.

금감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엄격한 잣대를 예외 없이 들이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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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와 이슈] 저축은행 BIS 비율 뻥튀기
    • 입력 2011-05-13 16:09:49
    오늘의 경제
<앵커 멘트> 저축은행 절반 이상이 가장 중요한 건전성 지표인 BIS 자기자본비율을 부풀려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제부 박예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기자, BIS 비율이라는 건 은행 자본이 얼마나 튼튼한가를 표시하는 지표죠? <답변> 그렇습니다. 은행이 PF 대출 같은 위험한 자산에 대비해 자기 돈을 얼마나 쌓아 놓고 있느냐를 수치로 나타낸 겁니다. 그래서 높으면 높을수록 좋고요, 8%를 넘으면 우량은행으로 쳐줍니다. <질문> 이런 중요한 비율을 소비자들에게 거짓말한다는 것은 상식 밖인데요, 저축은행에서 지금도 이런 식으로 속이고 있습니까? <답변> 네, 확인을 위해서 수도권의 한 은행에 가 봤는데요, 상담원이 BIS 비율을 거론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우량은행으로 인정받았다고 홍보했습니다. <녹취>저축은행 상담직원 : "BIS 비율은 8%보다 높아야하는데, 저희는 이걸 계속 만족하고 있어요. 6년째 계속 88클럽 가입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 저축은행은 2009년 BIS비율을 8.78%로 공시했는데요, 금감원 검사결과 순이익을 380억 원 부풀린 것으로 밝혀져 실제 BIS 비율은 7.58%로 떨어졌습니다. 이게 드러난 게 지난해 12월이니까 거짓이 들통나고도 다섯 달 넘게 소비자들에게 거짓말을 계속 한 겁니다. <질문> 이런 식으로 BIS 비율을 조작한 은행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답변> BIS 조작 실태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이미 자세히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금감원 검사결과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검사대상의 절반 정도가 BIS비율을 부풀렸다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곳 가운데 한 곳이 허위 정보를 공시한 겁니다. BIS비율 조작엔 각종 불법과 편법이 동원됐습니다. 사업 중지로 부실화된 PF 대출을 정상대출로 둔갑시키기도 했고, 손실 위험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다 결산일 직전에 우체국 예금에 잠깐 예치하는 방식으로 BIS 비율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금감원이 이런 사실을 검사를 통해 적발했다는 건데, 왜 고쳐지지 않은 겁니까? 문제를 그냥 방치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인데요? <답변> 금감원은 이런 사실을 매년 발견하고서도 묵인하거나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로 제재하는 시늉만 냈습니다. BIS 비율을 4% 이상 조작했을 경우 내린 제재는 '주의적 경고'라는 건데요, 금융기관 임원에게 주는 제재조치 가운데서도 두 번째로 가벼운 것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 윤창현 교수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윤창현(교수/서울시립대) :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했다는 것 자체와 그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차후에 법정에서도 문제가 가려질 만한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질문> 금융당국이 이렇게 제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답변> 한마디로 대세에 따랐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008년과 2009년의 감독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저축은행을 제재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1%, 2%의 비율 조작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힘들었다는 말입니다. <질문>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렇게 감독을 게을리 한 대가는 결국 금융 소비자들이 치르는 거 아닙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최근 제일 저축은행 사태를 보면 금융기관과 당국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걸 알 수 있는데요. 금융기관들, 돈 빌려줄 때만 소비자에게 신용도 타령하지 말고 정직하게 영업해야겠죠. 금감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엄격한 잣대를 예외 없이 들이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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