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부산저축銀 사태, 금융감독 부실 수사

입력 2011.05.1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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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부실 감사 의혹도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회부 김명주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밤,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한 사람들의 명단을 KBS가 단독 입수했죠?

이 명단을 분석해 봤더니 은행 직원 등이 무더기로 돈을 빼간 것으로 확인됐다구요?

<리포트>

네. 영업정지 전날 은행 마감 시간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예금을 인출한 이른바 VIP 명단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명단을 보면 모두 255명이 예금을 인출했는데요.

2천4백여 차례에 걸쳐 모두 150억 원을 빼갔습니다.

이 가운데 고액 인출자는 신협 3곳이 73억 5천만 원, 83살 김모씨가 6억 6천, 27살 서 모 직원 가족이 5억 6천, 호우장학회가 4억 2천만 원 등이었습니다.

또 부산저축은행 예금통장을 갖고 있던 임직원 57명 가운데 38명이 부당 인출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영업정지 이후 고객들에게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고객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정작 자신들은 단돈 백 원까지 인출한 뒤였던 겁니다.

<질문> 그런데 임원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이보다도 더 이전에 예금을 다 인출했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임원과 고위급 직원들, 또 그 친인척들은 그 전에 이미 인출을 했습니다.

한 직원은 진술서에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 부인이 영업정지 되기 일주일 전부터 5차례에 걸쳐 2억 8천만원 가량의 예금을 인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영업정지 전날뿐만 아니라, 금융 당국이 영업정지 방침을 정한 3주 전부터 5천만 원 이상을 빼간 고액 인출자가 4천3백명이 훨씬 넘는다는 사실도 KBS 취재진이 확인했습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사협조 의뢰 공문을 보냈는데요.

공문에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예금주 4천338명의 직장명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이 이미 확보한 고객 원장은 예금주가 허위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보다 객관적인 건보공단 자료를 요청한 것입니다.

검찰은 다음주 초 건보공단에서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부당 인출자를 색출해 낼 방침인데, 정치권과 금감원 관계자들이 포함됐는지도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직업이 없는 부당 인출자의 경우 누구의 부탁을 받고 차명 계좌를 개설했는지까지 집중 조사할 방침입니다.

<질문> 검찰이 금감원 부실 감사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죠?

<답변>

네. 대검 중수부는 지난 12일 부산저축은행 본점에 수사팀을 보내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는데요.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는 저축은행 측의 로비 흔적이 담긴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검찰은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서 검사 경위와 내역 등이 자세히 기록된 검사확인서 등 검사 자료 일체를 확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현재까지 검찰이 기소하거나 수사중인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은 1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13일 대검 중수부가 검사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재 모 저축은행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 유모씨를 긴급 체포했고요.

지난 11일에는 금감원 3급 검사역 김모씨가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천5백만 원 상당의 법인 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광주지검 특수부에 체포됐습니다.

역시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그랜저 차량 풀옵션 가격인 4천백만 원을 받은 혐의로 2급 검사역 정모씨도 구속기소됐습니다.

또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부실 검사를 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대전지역 수석 검사역 이모씨가 체포됐고, 이밖에 부당 대출을 알선하고 건설업자로부터 6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원 수석조사역 최모씨가 구속기소됐습니다.

<질문> 참 기가 막히는 지경인데, 김 기자! 이 같은 부실 검사 의혹을 비롯해 부산저축은행이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의 정황이 고스란히 기록된 은행 부장급 간부의 다이어리를 KBS가 단독 입수했죠?

<답변>

네. 아시다시피 부산저축은행 부실의 주요 원인은 차명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은행 돈이 빼돌려졌다는 겁니다.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로는 이 특수목적법인에 무려 4조 5천억 원이 빠져나갔는데요.

부산저축은행 부장급 간부가 지난 2004년부터 써온 다이어리를 보면 "명의 대여자 구해야 함", 즉 특수목적법인의 가짜 임직원을 찾으라는 지시가 수시로 내려온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는 한 건당 30만 원의 수수료와 이자 명목의 월급도 꼬박꼬박 지급됐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늘려서 돈을 빼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차명으로 설립된 위장 법인의 통장과 도장은 은행이 직접 관리했구요.

금감원 검사를 사흘 앞두고는 "통장과 도장을 치우라"는 지시가 임원 회의에서 급박하게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던 건가요?

<답변>

네. 다이어리 내용만 본다면 금감원은 수차례 검사를 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6년 8월의 다이어리에는 감독당국도 PF 대출 자문약정에 대해 통제를 하고 있고,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나옵니다.

2008년 9월에도 PF 부분에 대해 점검을 받고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다이어리 곳곳에는 금감원 검사 도중에 검사역들의 요구사항이나 검사가 끝난 뒤 지적사항이 적혀 있는데요.

하지만 경미한 지적사항만 있을 뿐 PF 대출 관련 지적사항은 전혀 없었습니다.

<질문> 다이어리에는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측에 수시로 민원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죠?

<답변>

네. 금감원과 부산저축은행의 유착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다이어리를 보면 지난 2008년 4월, 부산저축은행 부장급 간부가 금감원 민원을 받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부산저축은행이 담보로 가지고 있는 경매 물건을 해당 주택회사가 샀으면 한다는 내용인데요.

금감원 직원이 부산저축은행 부동산 거래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이어리에는 이 간부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8일 동안이나 노력한 흔적이 나타납니다.

또 다른 대목을 보면 "금감원 박모 수석 통화. 계좌 번호를 받아서 입금시켜주기로 함."

부산저축은행에 민원이 제기된 사실을 알게 된 금감원 간부가 민원인 계좌번호까지 알려주며 합의금으로 백만 원을 입급하라고 했다고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다이어리에는 2008년 7월과 8월에도 구체적인 내용 없이 "금감원 민원"이란 메모가 수차례 등장합니다.

금감원 쪽 민원은 주로 전직 금감원 간부가 재직했던 감사실 쪽을 통해 이뤄졌는데요.

결국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관행이 금감원과 저축은행을 이어주는 유착 고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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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부실 감사 의혹도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회부 김명주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밤,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한 사람들의 명단을 KBS가 단독 입수했죠? 이 명단을 분석해 봤더니 은행 직원 등이 무더기로 돈을 빼간 것으로 확인됐다구요? <리포트> 네. 영업정지 전날 은행 마감 시간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예금을 인출한 이른바 VIP 명단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명단을 보면 모두 255명이 예금을 인출했는데요. 2천4백여 차례에 걸쳐 모두 150억 원을 빼갔습니다. 이 가운데 고액 인출자는 신협 3곳이 73억 5천만 원, 83살 김모씨가 6억 6천, 27살 서 모 직원 가족이 5억 6천, 호우장학회가 4억 2천만 원 등이었습니다. 또 부산저축은행 예금통장을 갖고 있던 임직원 57명 가운데 38명이 부당 인출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영업정지 이후 고객들에게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고객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정작 자신들은 단돈 백 원까지 인출한 뒤였던 겁니다. <질문> 그런데 임원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이보다도 더 이전에 예금을 다 인출했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임원과 고위급 직원들, 또 그 친인척들은 그 전에 이미 인출을 했습니다. 한 직원은 진술서에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 부인이 영업정지 되기 일주일 전부터 5차례에 걸쳐 2억 8천만원 가량의 예금을 인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영업정지 전날뿐만 아니라, 금융 당국이 영업정지 방침을 정한 3주 전부터 5천만 원 이상을 빼간 고액 인출자가 4천3백명이 훨씬 넘는다는 사실도 KBS 취재진이 확인했습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사협조 의뢰 공문을 보냈는데요. 공문에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예금주 4천338명의 직장명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이 이미 확보한 고객 원장은 예금주가 허위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보다 객관적인 건보공단 자료를 요청한 것입니다. 검찰은 다음주 초 건보공단에서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부당 인출자를 색출해 낼 방침인데, 정치권과 금감원 관계자들이 포함됐는지도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직업이 없는 부당 인출자의 경우 누구의 부탁을 받고 차명 계좌를 개설했는지까지 집중 조사할 방침입니다. <질문> 검찰이 금감원 부실 감사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죠? <답변> 네. 대검 중수부는 지난 12일 부산저축은행 본점에 수사팀을 보내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는데요.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는 저축은행 측의 로비 흔적이 담긴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검찰은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서 검사 경위와 내역 등이 자세히 기록된 검사확인서 등 검사 자료 일체를 확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현재까지 검찰이 기소하거나 수사중인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은 1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13일 대검 중수부가 검사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재 모 저축은행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 유모씨를 긴급 체포했고요. 지난 11일에는 금감원 3급 검사역 김모씨가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천5백만 원 상당의 법인 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광주지검 특수부에 체포됐습니다. 역시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그랜저 차량 풀옵션 가격인 4천백만 원을 받은 혐의로 2급 검사역 정모씨도 구속기소됐습니다. 또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부실 검사를 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대전지역 수석 검사역 이모씨가 체포됐고, 이밖에 부당 대출을 알선하고 건설업자로부터 6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원 수석조사역 최모씨가 구속기소됐습니다. <질문> 참 기가 막히는 지경인데, 김 기자! 이 같은 부실 검사 의혹을 비롯해 부산저축은행이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의 정황이 고스란히 기록된 은행 부장급 간부의 다이어리를 KBS가 단독 입수했죠? <답변> 네. 아시다시피 부산저축은행 부실의 주요 원인은 차명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은행 돈이 빼돌려졌다는 겁니다.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로는 이 특수목적법인에 무려 4조 5천억 원이 빠져나갔는데요. 부산저축은행 부장급 간부가 지난 2004년부터 써온 다이어리를 보면 "명의 대여자 구해야 함", 즉 특수목적법인의 가짜 임직원을 찾으라는 지시가 수시로 내려온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는 한 건당 30만 원의 수수료와 이자 명목의 월급도 꼬박꼬박 지급됐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늘려서 돈을 빼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차명으로 설립된 위장 법인의 통장과 도장은 은행이 직접 관리했구요. 금감원 검사를 사흘 앞두고는 "통장과 도장을 치우라"는 지시가 임원 회의에서 급박하게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던 건가요? <답변> 네. 다이어리 내용만 본다면 금감원은 수차례 검사를 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6년 8월의 다이어리에는 감독당국도 PF 대출 자문약정에 대해 통제를 하고 있고,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나옵니다. 2008년 9월에도 PF 부분에 대해 점검을 받고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다이어리 곳곳에는 금감원 검사 도중에 검사역들의 요구사항이나 검사가 끝난 뒤 지적사항이 적혀 있는데요. 하지만 경미한 지적사항만 있을 뿐 PF 대출 관련 지적사항은 전혀 없었습니다. <질문> 다이어리에는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측에 수시로 민원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죠? <답변> 네. 금감원과 부산저축은행의 유착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다이어리를 보면 지난 2008년 4월, 부산저축은행 부장급 간부가 금감원 민원을 받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부산저축은행이 담보로 가지고 있는 경매 물건을 해당 주택회사가 샀으면 한다는 내용인데요. 금감원 직원이 부산저축은행 부동산 거래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이어리에는 이 간부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8일 동안이나 노력한 흔적이 나타납니다. 또 다른 대목을 보면 "금감원 박모 수석 통화. 계좌 번호를 받아서 입금시켜주기로 함." 부산저축은행에 민원이 제기된 사실을 알게 된 금감원 간부가 민원인 계좌번호까지 알려주며 합의금으로 백만 원을 입급하라고 했다고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다이어리에는 2008년 7월과 8월에도 구체적인 내용 없이 "금감원 민원"이란 메모가 수차례 등장합니다. 금감원 쪽 민원은 주로 전직 금감원 간부가 재직했던 감사실 쪽을 통해 이뤄졌는데요. 결국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관행이 금감원과 저축은행을 이어주는 유착 고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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