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미학’ 육상 계주, 바통터치 특훈

입력 2011.05.17 (10:47) 수정 2011.05.17 (10: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세진 코치 "한국 신기록 세울 자신 있다"

"한국의 최고의 베테랑들이 4개월간 연습했는데 바통터치가 또 불안했습니다."

16일 경기도 파주스타디움 트랙에서 육상 남자 400m 계주대표팀의 훈련을 지휘하던 오세진 계주대표팀 수석코치의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야생마처럼 질주하는 스프린터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때론 수신호로 주문사항을 전달했다.

대표팀은 이날 곡선 주로인 2코너를 출발해 3코너 직선 주로에서 바통을 넘겨 주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했다.

100m 한국기록(10초23) 보유자로 계주대표팀의 3번 주자인 김국영(20·안양시청)이 발목에 가벼운 통증을 느껴 훈련을 쉬는 바람에 2번 주자 전덕형(27·경찰대)은 '새 얼굴' 조규원(20·구미시청)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조규원은 바통을 넘겨주려고 시속 30㎞가 넘는 속도로 다가오던 전덕형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바통을 제때 손에 넣지 못했다.

앞으로 치고 달리면서 동시에 바통을 넘겨주려는 주자와 같은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코치는 이날 연습에서 최장 30m인 바통 터치 존의 25m 지점에 흰색 테이프를 붙여 놓고 "이곳에서 바통 터치를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선 진출을 목표로 '1초 줄이기'에 나선 계주대표팀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김국영과 전덕형 외에 10초32로 100m 랭킹 2위인 임희남(27·광주광역시청)과 최근 허벅지 통증을 털어낸 여호수아(24·인천시청)가 가세하면서 대표팀의 사기가 높아졌다.

여호수아는 100m 개인 최고기록이 10초33으로 이 부문 랭킹 3위여서 곡선주로에서 강한 전덕형과 100m 1~3위가 뭉치게 됐다.

80일간 계주 강국 태국에서 바통 터치 연습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던 대표팀은 지난달 말 태국국제육상대회와 이달 초 일본 가와사키 육상대회에서 잇달아 39초73을 찍어 1988년 수립된 한국기록(39초43)에 0.3초 차로 다가섰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온 바통 주고받기 기술이 눈에 띌 만큼 개선되지 않아 오 코치의 걱정이 크다.

오 코치는 "태국은 40년, 일본이 25년, 타이완은 15년 전부터 계주를 집중 육성했다"면서 "불과 4개월 연습한 대표팀이 경쟁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오 코치는 "대회에 세 번 참가했는데 한 번도 바통 터치가 100%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바통을 세 번 주고받는 레이스에서 한번 성공하면 나머지 두 번은 실패하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길이 30㎝, 무게 500g짜리 알루미늄 재질의 바통을 주고받는 계주 경기는 '1초의 미학'으로 불릴 만큼 바통터치에서 승부가 갈린다.

4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기록이 지체되거나 바통을 떨어뜨리기 일쑤여서 변수가 많은 종목으로 꼽힌다.

단결력을 높이려면 부단한 연습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아는 오 코치는 반복훈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오 코치는 "아시아 국가에서 38초대를 뛰는 나라가 많다"며 "우린 기록상으로도 지금은 꼴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인'하고 있는 만큼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세계선수권대회 기준기록(39초20)도 통과할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 코치가 기대하는 대표팀의 예상 베스트 기록은 38초80이다.

기록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하려면 38초60은 뛰어야 한다.

오 코치는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인 9월4일의 마지막 경기가 바로 400m 계주 결승"이라며 "16팀이 참가하는 계주에서 1회전을 통과해 결승에 나선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주대표팀은 20일 출국, 22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세 차례 아시안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해 기록 단축에 도전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초 미학’ 육상 계주, 바통터치 특훈
    • 입력 2011-05-17 10:47:46
    • 수정2011-05-17 10:53:55
    연합뉴스
오세진 코치 "한국 신기록 세울 자신 있다" "한국의 최고의 베테랑들이 4개월간 연습했는데 바통터치가 또 불안했습니다." 16일 경기도 파주스타디움 트랙에서 육상 남자 400m 계주대표팀의 훈련을 지휘하던 오세진 계주대표팀 수석코치의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야생마처럼 질주하는 스프린터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때론 수신호로 주문사항을 전달했다. 대표팀은 이날 곡선 주로인 2코너를 출발해 3코너 직선 주로에서 바통을 넘겨 주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했다. 100m 한국기록(10초23) 보유자로 계주대표팀의 3번 주자인 김국영(20·안양시청)이 발목에 가벼운 통증을 느껴 훈련을 쉬는 바람에 2번 주자 전덕형(27·경찰대)은 '새 얼굴' 조규원(20·구미시청)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조규원은 바통을 넘겨주려고 시속 30㎞가 넘는 속도로 다가오던 전덕형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바통을 제때 손에 넣지 못했다. 앞으로 치고 달리면서 동시에 바통을 넘겨주려는 주자와 같은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코치는 이날 연습에서 최장 30m인 바통 터치 존의 25m 지점에 흰색 테이프를 붙여 놓고 "이곳에서 바통 터치를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선 진출을 목표로 '1초 줄이기'에 나선 계주대표팀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김국영과 전덕형 외에 10초32로 100m 랭킹 2위인 임희남(27·광주광역시청)과 최근 허벅지 통증을 털어낸 여호수아(24·인천시청)가 가세하면서 대표팀의 사기가 높아졌다. 여호수아는 100m 개인 최고기록이 10초33으로 이 부문 랭킹 3위여서 곡선주로에서 강한 전덕형과 100m 1~3위가 뭉치게 됐다. 80일간 계주 강국 태국에서 바통 터치 연습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던 대표팀은 지난달 말 태국국제육상대회와 이달 초 일본 가와사키 육상대회에서 잇달아 39초73을 찍어 1988년 수립된 한국기록(39초43)에 0.3초 차로 다가섰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온 바통 주고받기 기술이 눈에 띌 만큼 개선되지 않아 오 코치의 걱정이 크다. 오 코치는 "태국은 40년, 일본이 25년, 타이완은 15년 전부터 계주를 집중 육성했다"면서 "불과 4개월 연습한 대표팀이 경쟁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오 코치는 "대회에 세 번 참가했는데 한 번도 바통 터치가 100%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바통을 세 번 주고받는 레이스에서 한번 성공하면 나머지 두 번은 실패하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길이 30㎝, 무게 500g짜리 알루미늄 재질의 바통을 주고받는 계주 경기는 '1초의 미학'으로 불릴 만큼 바통터치에서 승부가 갈린다. 4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기록이 지체되거나 바통을 떨어뜨리기 일쑤여서 변수가 많은 종목으로 꼽힌다. 단결력을 높이려면 부단한 연습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아는 오 코치는 반복훈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오 코치는 "아시아 국가에서 38초대를 뛰는 나라가 많다"며 "우린 기록상으로도 지금은 꼴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인'하고 있는 만큼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세계선수권대회 기준기록(39초20)도 통과할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 코치가 기대하는 대표팀의 예상 베스트 기록은 38초80이다. 기록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하려면 38초60은 뛰어야 한다. 오 코치는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인 9월4일의 마지막 경기가 바로 400m 계주 결승"이라며 "16팀이 참가하는 계주에서 1회전을 통과해 결승에 나선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주대표팀은 20일 출국, 22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세 차례 아시안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해 기록 단축에 도전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