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미용사 내 놔’ 조폭까지 동원

입력 2011.05.19 (08:57) 수정 2011.05.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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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무리 경쟁관계라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요?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인근 미용실을 협박한 혐의로 업주와 폭력조직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른바 스타 미용사를 차지하려고 대형 미용실간의 암투 끝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정수영 기자, 인기 미용사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청부 폭력까지 동원한건가요?

<리포트>

스타급으로 통하는 인기 미용사 한 명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른 미용사 열 명과 맞먹을 정돕니다.

이번 청부 폭력 사건을 꾸민 미용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타 미용사 한 명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지만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라이벌 미용실 업주가 높은 급여로 스카우트해갔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한 번 빼앗긴 미용사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택한 것은 주먹 세계와 손잡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3월 31일 오후, 부산 서면 번화가 한 미용실.

건장한 체격의 한 30대 남성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부산 유명 폭력조직 행동대원 31살 최모 씨였습니다.

다짜고짜 미용실 사장을 데려오라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고 미용사와 손님들만 있던 가게 안은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강대현(경장/부산진경찰서 조직폭력수사팀) : "미용실에 올라와서 '사장, 나와라!' 욕을 하고, (업주 안 나오면) 못 간다, 말이 안 통하네, 그런 식으로 협박을 했어요."

외출했던 업주 37살 박모 씨가 부랴부랴 미용실에 도착하자, 조직폭력배 최 씨는 박 씨를 이끌고 인근 다방으로 향했습니다.

다방 안으로 들어선 박 씨는 뜻밖의 인물을 발견했습니다.

앙숙이나 다름없는 경쟁 미용실 업주 42살 김모 씨였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커피숍에 조폭 같은 사람 두 명하고 (미용실 업주 김 씨) 본인, 세 명이 이렇게 앉아 있더라고요."

김 씨와 폭력배 최 씨 등 일행 4명은 장사를 계속하고 싶거든 빼앗아간 미용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미용실 장사 안 되게 해볼까, 망하는 거 일순간인데 우리 한 번 해볼까.' 이상한 욕을 해가면서 협박 하더라고요."

협박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전날에도 폭력배로 보이는 험악한 남성이 미용실을 찾아와 상도의를 어겼다며 겁을 준 뒤였고 이후로도 전화를 걸어와 욕설과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제가 들어보지 못한 욕 같은 거?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욕을 들어볼 만한 적이 없었는데..."

언제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업주 박 씨는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정말 불안하죠. 뉴스를 보면 (보복으로) 칼 맞고 위장해서 교통사고도 내는데 하루하루 힘들죠."

경찰은 협박에 동원된 조직폭력배들을 추적한 끝에 박 씨를 협박한 폭력배 3명과 경쟁 미용실 업주 김 씨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강대현(경장/부산진경찰서 조직폭력수사팀) : "(박 씨가 협박당한)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다방 CCTV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한 뒤 출석을 요구해서 피의자를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청부 폭력 사건 중심에 선 인물은 인기 미용사 32살 지모 씨였습니다.

지 씨에게만 머리 손질을 맡기는 개인고객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로 알 만한 유명 미용사였습니다.

<녹취> 미용실 동료(음성변조) : "기술적인 면도 좋지만 정말 섬세하게 (하시고) 여성 고객님들에게 잘 해주세요."

미용경력 15년 베테랑인데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성격 때문에 너도나도 머리를 맡기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원하는 머리 모양을 정확히 만들어내기로 이름이 높았고 주 고객인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모았습니다.

<녹취> 지 씨 미용실 고객(음성변조) : "너무 섬세하고 신경 많이 써주시고 항상 밝으시고, 여자들 취향도 잘 아시니까 잘 맞아요."

평소 지 씨를 눈여겨 봐둔 경쟁 미용실 업주 박 씨는 지난 2월, 지 씨를 스카우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월급을 백 만 원 정도 올려주기로 제안했고 지 씨는 선선히 응했습니다.

일주일 뒤, 지 씨는 일하던 미용실에 사표를 냈고 보름 뒤부터는 박 씨 미용실에서 수석 헤어 디자이너직을 맡아 다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지00(수석 헤어 디자이너/음성변조) : "원래부터 알던 원장님이고 정말 좋아해서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에 옮기게 된거죠."

스타 미용사 지 씨가 이직하면서 김 씨와 박 씨 두 사람이 운영하는 미용실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지 씨 혼자 벌어들이는 수입은 다른 미용사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고 한 때 지 씨 덕분에 큰돈을 만지던 미용실 업주 김 씨는 졸지에 매출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녹취> 피의자 김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지 씨 혼자 벌어들이는 돈은) 800에서 900, 많으면 1000(만 원)."

지 씨를 경쟁 미용실에 빼앗긴 김 씨는 다시 돌아오라며 김 씨를 여러 차례 설득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김 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급기야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조직폭력배를 동원해서 얼마든지 그렇게 (협박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솔직히 무섭죠."

김 씨는 자신이 동행한 남자들이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을 몰랐고 경쟁 미용실 업주 박 씨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의자 김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조직폭력배를 알지도 못 할뿐더러, 나중에 보니까 (조직폭력배) 이쪽에 개입이 돼 있는 친구더라고요. (박 씨는) 그곳(다방)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경찰은 경쟁관계인 미용실 업주를 협박하기 위해 청부 폭력을 청탁하고 실제 협박에 나선 혐의로 미용실 업주 김 씨와 조직폭력배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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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1-05-19 09: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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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무리 경쟁관계라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요?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인근 미용실을 협박한 혐의로 업주와 폭력조직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른바 스타 미용사를 차지하려고 대형 미용실간의 암투 끝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정수영 기자, 인기 미용사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청부 폭력까지 동원한건가요? <리포트> 스타급으로 통하는 인기 미용사 한 명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른 미용사 열 명과 맞먹을 정돕니다. 이번 청부 폭력 사건을 꾸민 미용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타 미용사 한 명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지만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라이벌 미용실 업주가 높은 급여로 스카우트해갔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한 번 빼앗긴 미용사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택한 것은 주먹 세계와 손잡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3월 31일 오후, 부산 서면 번화가 한 미용실. 건장한 체격의 한 30대 남성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부산 유명 폭력조직 행동대원 31살 최모 씨였습니다. 다짜고짜 미용실 사장을 데려오라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고 미용사와 손님들만 있던 가게 안은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강대현(경장/부산진경찰서 조직폭력수사팀) : "미용실에 올라와서 '사장, 나와라!' 욕을 하고, (업주 안 나오면) 못 간다, 말이 안 통하네, 그런 식으로 협박을 했어요." 외출했던 업주 37살 박모 씨가 부랴부랴 미용실에 도착하자, 조직폭력배 최 씨는 박 씨를 이끌고 인근 다방으로 향했습니다. 다방 안으로 들어선 박 씨는 뜻밖의 인물을 발견했습니다. 앙숙이나 다름없는 경쟁 미용실 업주 42살 김모 씨였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커피숍에 조폭 같은 사람 두 명하고 (미용실 업주 김 씨) 본인, 세 명이 이렇게 앉아 있더라고요." 김 씨와 폭력배 최 씨 등 일행 4명은 장사를 계속하고 싶거든 빼앗아간 미용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미용실 장사 안 되게 해볼까, 망하는 거 일순간인데 우리 한 번 해볼까.' 이상한 욕을 해가면서 협박 하더라고요." 협박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전날에도 폭력배로 보이는 험악한 남성이 미용실을 찾아와 상도의를 어겼다며 겁을 준 뒤였고 이후로도 전화를 걸어와 욕설과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제가 들어보지 못한 욕 같은 거?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욕을 들어볼 만한 적이 없었는데..." 언제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업주 박 씨는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정말 불안하죠. 뉴스를 보면 (보복으로) 칼 맞고 위장해서 교통사고도 내는데 하루하루 힘들죠." 경찰은 협박에 동원된 조직폭력배들을 추적한 끝에 박 씨를 협박한 폭력배 3명과 경쟁 미용실 업주 김 씨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강대현(경장/부산진경찰서 조직폭력수사팀) : "(박 씨가 협박당한)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다방 CCTV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한 뒤 출석을 요구해서 피의자를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청부 폭력 사건 중심에 선 인물은 인기 미용사 32살 지모 씨였습니다. 지 씨에게만 머리 손질을 맡기는 개인고객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로 알 만한 유명 미용사였습니다. <녹취> 미용실 동료(음성변조) : "기술적인 면도 좋지만 정말 섬세하게 (하시고) 여성 고객님들에게 잘 해주세요." 미용경력 15년 베테랑인데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성격 때문에 너도나도 머리를 맡기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원하는 머리 모양을 정확히 만들어내기로 이름이 높았고 주 고객인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모았습니다. <녹취> 지 씨 미용실 고객(음성변조) : "너무 섬세하고 신경 많이 써주시고 항상 밝으시고, 여자들 취향도 잘 아시니까 잘 맞아요." 평소 지 씨를 눈여겨 봐둔 경쟁 미용실 업주 박 씨는 지난 2월, 지 씨를 스카우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월급을 백 만 원 정도 올려주기로 제안했고 지 씨는 선선히 응했습니다. 일주일 뒤, 지 씨는 일하던 미용실에 사표를 냈고 보름 뒤부터는 박 씨 미용실에서 수석 헤어 디자이너직을 맡아 다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지00(수석 헤어 디자이너/음성변조) : "원래부터 알던 원장님이고 정말 좋아해서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에 옮기게 된거죠." 스타 미용사 지 씨가 이직하면서 김 씨와 박 씨 두 사람이 운영하는 미용실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지 씨 혼자 벌어들이는 수입은 다른 미용사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고 한 때 지 씨 덕분에 큰돈을 만지던 미용실 업주 김 씨는 졸지에 매출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녹취> 피의자 김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지 씨 혼자 벌어들이는 돈은) 800에서 900, 많으면 1000(만 원)." 지 씨를 경쟁 미용실에 빼앗긴 김 씨는 다시 돌아오라며 김 씨를 여러 차례 설득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김 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급기야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피해자 박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조직폭력배를 동원해서 얼마든지 그렇게 (협박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솔직히 무섭죠." 김 씨는 자신이 동행한 남자들이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을 몰랐고 경쟁 미용실 업주 박 씨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의자 김00(미용실 업주/음성변조) : "조직폭력배를 알지도 못 할뿐더러, 나중에 보니까 (조직폭력배) 이쪽에 개입이 돼 있는 친구더라고요. (박 씨는) 그곳(다방)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경찰은 경쟁관계인 미용실 업주를 협박하기 위해 청부 폭력을 청탁하고 실제 협박에 나선 혐의로 미용실 업주 김 씨와 조직폭력배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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